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소득공제 청년패스
이별이 더 많이 적힌다
이병초
걷는사람 2024.04.05.
가격
12,000
10 10,800
YES포인트?
600원 (5%)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해외배송 가능?
  •  문화비소득공제 가능

이 상품의 태그

카드뉴스로 보는 책

카드뉴스0
카드뉴스1
카드뉴스2
카드뉴스3
카드뉴스4
카드뉴스5

책소개

목차

1부 어제를 앓는 꽃송이

글씨
한 송이
봄날·2
풀벌레 소리
탈옥수
은수저

내 시간을 외등처럼 켜 놓고
망명객들
옥이
코스모스
밤길
산제
목판화

2부 어둠살 펴 주듯 눈이 내린다

동트는 기억 속을
가만히
꽃잎
허수아비
늑실거리며
길갓집
안티푸라민
몸 갚음 하듯

훔쳐보기
눈 내리는 밤에
하관 후
버들가지
동진강 달빛

3부 농성일기

농성일기
덜 쓴 축문
모닝커피·1
빗방울 소리에
노을이 질 때
소리
물살
모닝커피·2
글씨는 죄가 없다
내 그림자
비의 기억
석양
종소리
나비야 나비
버스
또옥똑 귀가 트이는
그림자극

4부 물떼새 소리 들리던 날

입술
뒤터진 기억들이
외발자전거
숨소리
막회
가을나기
붓질이 덜 마른
나이테
옥이·2
소풍
생은 누구 것인지
홍어
적벽강 가는 길
돌붕어

해설
사지에서 온 편지
- 정재훈(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시인. 1963년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났다. 1998년 문예계간지 [시안]에 연작시 「황방산의 달」이 당선되었고, 시집 『밤비』, 『살구꽃 피고』, 『까치독사』, 『우연히 마주친 한 편의 시』 등이 있다.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시세계는 근대화에 소외된 고향과 거기에 살았던 분들의 이력을 자양분으로 삼았는데 토속적 이미지를 현재로 재생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에 표면화된 전북의 입말은 날것의 미학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웅지세무대 교수이다.

이병초의 다른 상품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4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16쪽 | 132g | 125*200*8mm
ISBN13
9791193412367

책 속으로

풀잎에 간조롱히 맺힌 이슬이 네 글씨 같다
오디별이 뜬 시냇물벼루에 여치 소리나 갈다가 가끔 눈썹에 이는 바람결 시린 바람결 간추려 풀잎의 눈을 틔웠으리
사는 게 뭔지 밤 깊도록 구슬구슬 맑아지는 글씨들
--- 「글씨」 전문

시냇물 속에 누가 별빛 한 점 내걸었다
바람이 닦아 놨을 잔물결 소리 만지작거리며
별은 반짝반짝 빛난다
시냇물은 오래된 기억일수록
더 맑게 닦아 놓는다

지푸라기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또옥똑 떨어지는 짚시랑물을
손바닥에 받아내던 가시내 눈알 속에도
저렇게 별이 반짝였다
--- 「별」 중에서

나 죽으면 ‘祝 사망’이라고
봉투 써 오겠다던 친구
녀석이 비운 작업실에서
불을 끈 일밖에 없는데
소주 적셔진 식빵엔 약간의 소금기가 묻어 있다
살아갈수록 가슴에
이별이 더 많이 적힌다는
뜻으로 읽히므로, 내 시간을 외등처럼 켜 놓고
벽에 손톱금 내고 있을 가시내의 밤도
더는 서럽지 않다

내 죽음을 물음 뜨러 갔는지
친구는 영 소식이 없고
--- 「내 시간을 외등처럼 켜 놓고」 중에서

어스름 깔리는 시냇가에 앉아
내 귓속 파먹는 새소리에
성냥불 켜 주며 잠시
환해졌다가 캄캄해지는 순간을 즐겼다

물병아리 두엇이 시냇물 속에
고개 처박을 때마다 눈 뜨는 잔물결들을
밤의 여객선이 찍어내는 판화라고 믿었던 날은
얼마나 멀리 가 버렸나 생각하며
성냥개비를 또옥똑 분지르곤 했다

(중략)

물결이 반짝일수록
더 맑아지는 새소리
머릿속을 일직선으로 빠져나가는 새소리에
성냥불 켜 주며
몸을 가만히 기댔다
--- 「가만히」 중에서

오늘 밤에도 눈이 내린다
잠들지 말자고 잠들면 죽는다고
꽁꽁 언 손발 맞비비며
열아홉 숨결이 빨아들이던
그 불씨에 목숨 기댔던 밤처럼
송이송이 어둠살 펴 주듯 눈이 내린다
소주가 차갑게 빛난다
무덤 속 같은 헛간을 빠져나와
어금니 거덜나도록 떠돌았어도
여태 아랫목을 못 찾았다
그만 자자고 불을 끈다
보고 싶은 얼굴이 소복소복 쌓인다
--- 「눈 내리는 밤에」 중에서

학교 가려고 전봇대 뒤에서 버스 기다리는데 그는 보도블록에 맨몸을 깔았다 내가 담배를 빼무니 저도 담배를 빼문다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니 저도 땀을 닦는다 바닥이 지글거려도 물 한 모금 달라는 소리가 없다 녹다 만 쓸개간장을 더 납작하게 지지는가 보다
--- 「내 그림자」 전문

고구마 캐낸 밭에 시금치 씨를 삐고 갈퀴로 긁어 놓으니 마음이 한갓지다 벌건 대낮인데도 떡갈잎 뒤를 자꾸 들이받는 굴뚝새 소리 가위로 오려내 창에 걸어 두면 방이 환해지리라
--- 「가을나기」 중에서

옥이는 대문을 나섰을까 이마빡 쓸어 올리며 무릎을 폈다 접었다 하며 교련복 윗주머니에 성냥알들 쏠리는 소리가 지푸라기에 긁히고 눈발 사이로 팥죽 냄새가 묻어나는 것 같았다 옥이 모르게 죽음이 다녀가는지도 몰랐다 그래도 귀를 바깥에 뽑아 놓고 짚벼눌 속에 새는 빛에 눌려 숨이 막혔다
--- 「옥이·2」 중에서

밥은 잘 먹냐는 말에
녀석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배를 가리키며
수돗물 냄새가 나서
보리차도 못 넘긴다고 했다

녀석은 입을 조금 벌린 채 잠들어 있다 소주로 간암을 캐내고 싶었던 시간조차 동이 났는지 얼굴이 검다 프레스에 뭉툭 잘려 손가락이 세 개만 붙은 오른손이 눈에 아프다

누가 다녀간 흔적이 없는 병실
생(生)은 누구 것이냐고
링거액이 저 혼자 또옥똑 새고 있다

--- 「생(生)은 누구 것인지」 중에서

출판사 리뷰

오늘이 와 준 게 고맙다. 삶의 평수가 갈수록 줄어들어도 그 덕에 산천을 떠돌며 별별 새소리에 몸을 맡길 수 있어서 좋았다. 학교가 그리운지 이따금 볼에 와닿는 바람은 살가웠다. 습자지에 나침반 달린 손목시계를 그려서 내 심장에 꽂아 주었던 옥이가 펑펑 다가올 것 같아서 행복했다.

언제든 모두 꼭 만나자. 첫사랑 꽃자리를 간직하듯 학교 본관동 앞에 농성 천막을 치고 펑펑펑 함박눈을 기다렸던 날들까지.
2024년 3월
이병초

추천평

이 시집에는 물음이 하나 있다. “어디까지 갈 건디?”(「동진강 달빛」) 물음은, 숨 막히게 아름다웠던 첫사랑의 기억으로부터 이 시집의 페이지들을 차례차례 넘기며 섬세한 언어로 빚은 사람과 풍경 들을 거쳐 내게로 온다. 몸도 마음도 “유배지” 같고 그저 “허수아비”처럼만 살고 있다고 느껴질 때, “살아갈수록 가슴에/이별이 더 많이 적히”(「내 시간을 외등처럼 켜 놓고」)고 “칼 한 자루 못 얻고”(「밤길」) 온통 덜컹거리기만 했던 “소금기 밴 어저께들”(「탈옥수」)에 회한의 한숨만 보내고 있을 때, 그래서 이제 그만 주저앉고 싶을 때, 이제 그만 무너지고 싶을 때, 물음은 “구슬구슬 맑아지는 글씨”(「글씨」)로 가슴께를 가만히 두드린다. “어디까지 갈 건디?” 한데, 이 느닷없는 물음에 답을 찾으려 어지러운 가슴속 서랍들을 여기저기 뒤지다 보면 어느새 알게 된다. 내게도 “죄다 들켜 버리고 싶”(「동진강 달빛」)은 시절이 있었음을, “심장이 찔리고 싶은 별”(「내 시간을 외등처럼 켜 놓고」) 하나 아직 반짝거리고 있음을. 그리고 깨닫게 된다. 가슴에 “목판화” 같은 시간 하나 지워지지 않은 채 여태도 살고 있다는 걸. 그 마음이면 됐다 싶다. 아랫목 하나 못 찾았어도 “성냥불 켜 주”(「가만히」)는 마음이면, “긴 겨울잠을 털어 버린 듯/는실날실 봄바람 타는 버들가지들”(「버들가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이란 글씨를 입고” “종이배처럼 반짝반짝 접히”(「적벽강 가는 길」)는 파도 소리 한번 더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시냇물벼루에 여치 소리”(「글씨」)를 갈아 써 내려간 듯한 이병초의 시를 읽은 밤 이리 “속도 없이” 한껏 “야들야들”해진 마음이면 더더욱. - 김근 (시인)

리뷰/한줄평1

리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10.0 한줄평 총점

클린봇이 부적절한 글을 감지 중입니다.

설정
10,800
1 1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