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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 음식, 정서와 애환이 담긴 풍경
휘민_ 국수, 소박하지만 헐하지 않은 충만함 / 새뱅이를 아시나요? 박혜경_ 매콤한 위로 한 접시 / 청춘, 리필 엄혜자_ 우리 집 밥상의 계보 / 솔잎의 시간이 향하는 곳 오영미_ 가난의 음식이 미식이 되다 / 버터떡이 지나간 자리 / 커피 한 잔에 오래된 내가 있다 이신자_ 봄나물 비빔밥 / 마지막 식사 정해성_ 모든 음식엔 언어가 있다 / 음식,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조규남_ 보리단술이 익어가던 여름 / 추억의 제국에서 다시 만난 육아일기 조연향_ 맛의 단상들 최명숙_ 찐빵, 기다림의 미학 / 포슬포슬한 삶을 말랑하게, 쑥버무리 한봉숙_ 엄마의 손맛 가득 김밥 도시락 / 우리 집 건강 부적, 흑임자 인절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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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들이 즐비한 골목에서 서성인다. 비바람에 날개가 함초롬해진 새처럼 음식 냄새에 젖는다. 맹렬히 타오르는 식욕, 몸 밖으로 불거져 나온 강한 눈빛이 허공에서 산산이 흩어진다.
인간은 살기 위해서 먹는다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또 쉴라 그레이엄은 음식은 가장 원시적 형태의 위안거리라 했다. 오늘 우리가 음식을 갈구하는 것은 살기 위함인가, 숨 가쁘게 내달리는 속도의 야속함을 달래기 위함인가. 밥이나 한번 먹자는 말에서 느꼈던 온기를 어루만진다. 인간의 삶을 도탑게 하는 어떤 이의 손맛이 그립다. 하굣길을 뜨겁게 달구던 매콤달콤한 추억이, 소박한 밥상 앞에 둘러앉은 가족들의 웃음 담긴 풍경이. 미식은 가난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말해도 무방할까. 굶주리면서 면면이 계승해 온 음식문화 거리는 이제 풍요와 활기가 넘친다. 곡두가 허공에 대고 칼을 휘두르듯 배가 고프면 헛것이 보이기도 했을 것인데, 까마득한 옛날 우리 조상들이 피죽 한 그릇도 못 먹었다는 말이 먼 메아리 같다. 몸은 우리가 먹는 것에 따라 만들어진다. 곧 음식은 우리의 몸이다. 굶주림보다 음식 섭취가 과해서 온갖 질병이 생겨나는 요즘, 우리는 어떤 자세로 음식을 대해야 할까.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는 음식을, 단순한 에너지 공급원으로만 생각해도 되나. 가난한 맛의 뒤편에서 소환되는 미식을 만난다. 오늘날 별미라고 하는 음식은 오히려 허기를 채우려고 체계 없이 조리된 게 많다. 국적 불문, 출처 불문, 어찌어찌 하다 보니 새로운 음식이 생겨나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 간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국경과 문화의 경계를 허물고 음식으로 교류하는 것을 보면, ‘함포고복(含哺鼓腹)’ 먹을 것이 많으니 즐겁게 지낸다는 말이 떠오른다. 세상에 섭생을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인간도 동물도, 하다못해 꿈틀거리는 벌레들도, 양분을 섭취하지 않고는 살아남지 못한다. 부처는 음식 앞에서 경건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이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건강한 생명을 내어준 동물들 앞에서 더더욱. --- 책 머리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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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밥 한번 같이 먹자’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할 만큼 먹는 데 진심인 민족이다. 누구에게나 어린 날의 기억이 덧씌워져 더욱 그리운 맛이 있고, 먹는 순간 낯설고도 새로운 세계로 빠져들 것만 같은 이국적인 별미를 처음 맛볼 때의 설렘이 있다. 제각각 설날에 먹은 떡국 그릇 수만큼이나 저마다 음식에 얽힌 추억도 다채로울 것이다.
『맛의 풍경, 삶의 무늬』는 열 명의 작가들이 한 그릇의 음식에 얽힌 그리움과 사랑을 담아낸 산문집이다. 그들은 일상에 지친 복잡한 머릿속도 부드럽게 풀어주는 따뜻한 쌀국수에 대해, 이제는 쉽게 볼 수 없는 자판기 커피가 가져다준 달달하고도 여유로운 시간에 대해,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인 솔잎 효소로 맺은 소중한 인연에 대해, 긴 겨울 이겨내고 입맛을 돋궈주는 봄나물의 맛에 대해 이야기한다. 때로는 가난과 미식의 상관관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음식문화의 인문학에 대해 논한다. 지금은 어떻게 해도 재현할 수 없는 어린 날 추억의 음식들은 사라진 시절과 사람들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다시 불러일으킨다. 한 사람이 먹어온 음식이 그의 인생을 말해준다고 한다. 음식은 단순히 생존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냈던 시간을 추억하게 하고 사람을 사람답게 하기 때문에 우리 인생에 꼭 필요한 조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