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영의 시집은 세상을 축소시켜놓은 삶의 현장이다. 현장은 구호나 선동이 아니다. 기억이다. 그의 시는 동시대를 살아가지만 아무나 가지 않는 결이 다른 현장이다. 현장에는 ‘청소 노동자’ ‘배달 노동자’ ‘멈추지 않은 공장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새벽을 가르는 사이렌’ ‘재개발을 앞두고 철거된 집’ ‘아버지의 노래’가 살아 숨 쉰다. 시는 그들을 불러내어 위로한다. 기교도 수사도 없다. 감정의 과잉 없이 투박한 묘사가 더 아프게 온다.
대통령을 탄핵시킨 민주주의 국가에서 노동자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무기고인 급식실’에서 급식 노동 30년째. 아줌마, 이모님, 어머니로 불리는 분분한 호칭. 급식 노동자의 정당한 이름 ‘조리 실무사’를 얻고자 30년을 싸우는 동안 산재보험도 안 되는 수술이 수차례. “노동의 가치를 생각한다는 건/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급식 노동자」). ‘산재 판정을 받기 위해 근로복지공단과 대결한 시간이 30년 노동의 시간보다 길고 아팠다.’ 밥하는 노동자를 하대하는 사회의 인식. 견뎌야 하는 건 모두 개인의 몫이었다. 알은체했지만 몰랐던 급식 노동환경과 급식 노동자의 실태가 그려졌다. 「급식 일지」 연작은 치열한 일상에 익살이 고루 스며들어 울림이 아주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