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申鉉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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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사진전 〈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에서 특유의 몽환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감각을 드러낸 신현림은 2011년 사진전〈사과밭 사진관〉에서는 사과를 소재로 풍성한 심상의 세계를 연출했다. 사과밭에 연출된 사과와 신현림의 딸 그리고 그 자신은 첫 전시에서 드러낸 몽환적 감각을 이어나가되 알레고리로서 사과를 사진에 새롭게 위치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알레고리로서의 사과는 이번 사진책 『사과 여행』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단, 큐레이터 정형탁이 신현림과 나눈 대화에서도 말했듯이 『사과밭 사진관』에서의 사과 사진들이 설치와 퍼포먼스 기법이 돋보였다면, 이번 『사과 여행』은 정공법이다. 이번 사과 사진 시리즈에서 인물은 사진 프레임에서 물러서고, 대신 사과가 주인공으로 자리했다. 신현림이 세계 각국을 6년간 돌며 찍은 이 사진들은 평범한 일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정공법이되 초현실의 경계를 되묻는 낯선 기법이 자리해 있다. 그리고 반복되는 사실적인 사과 풍경 사진들은 페이지의 넘김을 축으로 어느새 자연에 대한 잃어버린 감성을 자극하는 그림으로 변모해 간다. 신에 대한 경외감과 친밀감을 담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베어 있는 화폭이 드러나는 것이다.
여행하는 풍경 속에 사과를 배치한 신현림에게 풍경은 곧 자연이고, 그 앞에 놓인 사과는 제의적 상징이며, 그러한 행위를 이어 나가는 사진가 자신은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제사장이다. 우리는 흔히 사진 촬영이라는 행위를 타인에게 가하는 일종의 고통으로서도 이해했다. 타인의 고통을 사각의 프레임을 통해 우리는 향유했다. 사진가는 고통의 현실을 매끄러운 디스플레이의 현실로 탈바꿈시켰으며, 디스플레이의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는 현실을 이미지로 치환해서 관망했을 뿐이다. 하지만 신현림은 이러한 사진적 고통 혹은 사진촬영을 통해 야기되는 피사체와의 거리두기를 역이용한다. 제사장인 사진가 신현림에게 사과 사진은 일종의 제단이다. 사람들은 사진이 품은 풍경의 흔적들을 뒤쫓아 가기 보다는, 풍경에 자리한 사과의 낯선 자리매김 앞에서 상념하고 묵념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과 여행』 사진들은 기존 사진 촬영의 가장자리를 읊는 행위이기도 하다. 기존 사진 세계의 질서에 대한 의문으로서, 그간 문제시되었던 사진의 윤리적 강령은 사진 외부가 아닌, 사진 그 내부에서 해결되고 있다. 이것은 지난 몇 년간 대중을 향해 신현림이 전달한 치유의 메세지와도 결을 같이 한다. 나아가 그의 사진들은 한국 사진계의 질감을 보다 더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신현림 특유의 푸른 톤이 지배하는 몽환적 화면들, 사과라는 자연물의 개입과 이를 통한 기록과 연출의 경계 분쇄하기. 일면 탐미적이기도 한 일련의 조형적 시도들. 사진계에 보다 다채로운 사진적 촉각을 자극하는 신현림의 사진언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