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부 아름답게 사라지는 방법
길 위에서 부끄러움에 대하여 시골살이 남원 아름답게 사라지는 방법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 2017년 3월 23일 제주도를 그냥 그대로 둬라 인간 없는 세상 2부 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1 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2 3부 섬으로 부치는 편지 고향 생각 섬으로 부치는 편지 추억의 대전 중앙시장 만덕이 목도리도마뱀 새벽 산책 우리는 그렇게 달을 보며 절을 올렸다 위생장갑 흔들릴 때마다 한잔 방아를 잘 찧어야 애국자 노래는 힘이 세다 나의 마지막 수트 오늘도 걷는다 4부 내 인생의 음악 외로운 길 내 영혼을 뒤흔든 한 편의 시 내 인생의 음악 아부지 생각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어머니 마음, 농사짓는 마음 작가의 말 |
劉容珠
유용주의 다른 상품
|
나는 죄의식에 휩싸여 속죄를 해야 한다는 강박과 어른으로 성장한 지금, 기록으로 남겨 자신에게 엄격해야 좋은 작가로 남을 수 있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 꼬마는 결혼을 해, 뚱뚱한 중늙은이가 되어 지금은 종로에서 공장을 경영하고 있다. 사십 년이 훨씬 넘은 사건이지만 부끄러운 모습이다. 아무리 십 대라지만, 내 안의 짐승을 제어하지 못했다. 무조건 사과한다. 칭찬과 비난이 모두 내 몸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안다. 죄책감과 벌은 죽을 때까지 내 몫이다.
---「부끄러움에 대하여」중에서 작가는 노는 사람이 아니다. 보통 사람보다 모자라기 때문에 엄청 노력한다. 책 한 권을 내기 위해 온몸을 바친다. 팔리지 않는다.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이 외로운 싸움을 알기 때문에 정부에서 인건비를 지원하는 걸로 안다. 다시 한번 도서관 관장에게 얘기한다. 상주작가는 공무원이 아니다. 계약서상 8시간 근무하기로 되어 있으니 그대로 하라면 깨끗이 포기하겠다. 그동안 가난하게 버텨왔다. 조금 더 가난하게 살겠다. 출근하지 않겠다. ---「남원」중에서 촛불이 승리했다고 한다. 백번 맞는 말이다. 그런데도 씁쓸하다. 우리는 원래 있어야 할 그 자리로 되돌린 것뿐이다. 원래부터 이랬어야 했다. 뭐가 이겼다는 말인가. 누가 누구를 이겼다는 말인가. 그냥 상식에 맞게 되돌린 것뿐이다. 상식에 맞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 예전에 미처 몰랐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외침은 왜 나왔나.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중에서 내 인생은 깨끗이 실패했다. 내 작품은 속울음이자 비명에 가깝다. 우리는 끝까지 기억하고 참여할 뿐이다. 탈상했으니 그만 잊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말하는 책상물림도 있다. 어떠한 갈등도 해결하지 못했으며 어떠한 상처도 치유하지 않았다. 나는 부모 입장에서 절대로 잊지 못한다. 그래서 저항한다. 숨이 붙어 있어도 죽은 목숨이다. 죽음을 기억하는 것이(역사는 왜 존재하나?) 민주주의 기본이다.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중에서 이 글은 누워 침 뱉기다. 내가 독을 마시고 남이 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글인지도 모른다. 내가 스스로 벌통을 걷어차고 남이 쏘이기를 바라는 짓이다. 이 두 문장은 내가 쓴 게 아닌데, 출처를 모르겠다. 또한, 이덕무는 말했다. 다른 사람의 잘못과 실수를 언급하는 것은 마치 입안에 피를 머금었다가 다른 사람에게 뿜는 것과 같아서, 반드시 먼저 자신의 입을 더럽히는 법이라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 화난다고 돌부리를 걷어차면 자기 발부리만 아프다. 흠결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여기서는 최소한의 양심에 대해서 생각해보련다. 이제 화살을 좁혀보자. 화살은 안으로 겨눌 때, 힘을 받는다. ---「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1」중에서 인간의 욕망은 한도 끝도 없다. 그러나 작가는 그것을 억제해야 아름답다. 자기검열에서 느슨하면 추해진다. 지저분해진다. 노욕이 추한 거보다 훨씬 보기 안 좋다. 문학은 자기 작업과 현장의 치열한 기록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현장에 가까울수록 작품이 더 좋고 빛난다. 실천하지 않는 문학은 가짜에 가깝다. 그러나 작가들 모두 광장에 설 수는 없다. 그러면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자. 거짓으로 살지 말자. 하루 또 하루 반성하고 겸손해지자. ---「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1」중에서 나는 이분들의 작품을 신줏단지 아끼듯 책상 위에 모셔놓고 아침저녁으로 공양 지어 예불을 올렸으나 밥보다 싼 소주 한 잔 없었다. 참 지독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선배들은 다 이런 식이다. 냉수에 얼음을 넣어 마셔도 기가 질리게 매웠다. 한 소식 얻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폭설보다 두꺼운 업장을 짊어지고 걸을 수밖에. 걷다보면 저 눈길을 따라 아주 떠난 사람도 있었고(박남준, 「눈길」), 비탈에 묻힌 사람도 있었고(윤중호, 「영목에서」), 끝까지 갔다가 되돌아온 사람도 있었다. ---「흔들릴 때마다 한잔」중에서 요즘 젊은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사투리를 안 쓴다. 예쁜 서울말을 쓴다. 누가 구닥다리 토박이의 말을 쓰겠는가. 대학 생활이나 취업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 그러니 팔리겠는가. 애초에 돈하고는 인연이 없다. 돈하고 문학하고는 상극이다. 돈을 따르면 문학이 없다. 삶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작품이 좋다.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그러니 포기는 일찍 하는 것이 편하다. ---「외로운 길」중에서 아부지는 늘 술에 취해 있었으며 생활은 젬병이었다. 얼마나 술을 좋아했냐면, 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고, 작은형이 군대 휴가를 나오면서 소주 댓 병을 사 왔을 때는 밤새 깨끗하게 비웠으며, 친척이 오랜만에 찾아올 때에도 술 안 사 왔다고 두고두고 욕을 할 정도였다. 농사하고는 맞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사람은 어머이다. 내가 고향에 돌아가 그간의 일들을 울며 고한 사람도 어머이였다. ---「아부지 생각」중에서 대통령이 여름휴가에서 봤다고 떠들어댄다. 진짜, 끝까지 다 봤을까? 문학 하는 사람도 독해하기 힘든 우리말을 알고 넘어갔을까? 좋다. 끝까지 안 봤어도 좋다. 순우리말을 이해하기 힘들었을 거다. 대통령이 우리 문학, 장편소설을 읽었다는 게 중요하다. 후배의 한 사람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김성동을 읽었으면 좋겠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중에서 |
|
삶 그 자체가 문학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사람, 유용주가 돌아왔다! 길 위에서 울고 웃으며, 역사에 분노하며 운다 “약력이 길어지면 본문이 부실해진다. 김수영과 비교하는 것은 우습지만, 책을 두 권만 내려고 했다. 시집 한 권, 산문집 한 권. 그런데 이건 뭐냐. 비겁하게 변명하자면, 살다보니 이렇게 됐다. 모두, 그, 알량한 공명심 때문이다. 끊임없이 쓰레기를 배출하는, 끊임없이 오물을 버리는 삶. 한심하구나. 다행히 까탈스럽게 자기검열을 한다.” _「작가의 말」 중 글이 사라지면 인간도 사라진다 흙으로 빚은 우리네 질그릇이 그렇듯 거칠고 투박해서 아름다운 글이 있다. 길 위의 시인 유용주가 새 산문집 『우리는 그렇게 달을 보며 절을 올렸다』를 들고 우리 곁에 돌아왔다. 14세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공사장, 한중일 식당, 제빵공장, 유리공장, 사탕공장, 술집, 우유보급소, 군대, 형무소 등 온갖 인생 굴곡을 겪으며 시와 소설을 써온 문인답게, 이번 산문집에서 저자는 장수의 지역민으로, 농민(노동자)으로, 문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더러는 울분에 찬 어조로, 더러는 따뜻한 눈길로 세상을 마주한다. “그럴 것이었다. 인생이란 게 적은 빗물에도 골이 패고 버석거리는 마사토처럼, 아무리 밑거름 두둑이 넣고 잡풀 뽑아 비료만큼이나 땀 흘려 하루해를 업어 키운다 하더라도, 억세기가 청상과부로 평생을 늙어온 시어머니보다 더 질긴데다가 벌레 또한 제집이나 된 듯 무시로 드나들어 구멍 숭숭 뚫린 가을배추 신세라면 적금통장은 들먹일 필요도 없이 지폐보다는 떨렁거리는 동전 몇 닢으로 남을 때가 꼭 있는 법이다.” _172쪽 아름다움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에 있다 저자의 단호한 발언들은 이번 산문집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죽음을 기억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절대로 화합을 못한다. 포용하거나 소통할 생각이 없다”, “가만있지 않겠다” 등 체면 때문에 혹은 가면 때문에 말하지 못한 죄의식들을 당당하게 터트린다. 이것이 반평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시인 유용주가 선택한 아름답게 사라지는 법이다. “낙엽이 아름다운 것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에 있다. 썩어 거름이 되어야 이듬해 봄에 꽃피울 수 있다”며 정부와 예술원, 그리고 노욕에 사로잡힌 타락한 문인들에 대해 일침을 가하면서도, 최근에 작고한 어느 한 선배의 소설 작품에 대해서는 “글이 사라지면 인간도 사라진다”는 소멸(消滅)이 아닌 소생(甦生)을 말한다. “인간이 모두 없어진 지구를 상상해보자. (…) 무덤과 비석이 사라진다. 모든 무기가 잠든다. 거기에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강이 깨끗해지고 (…) 눈비가 오시고 구름이 흘러 다니고 바람이 제멋대로 불고 해와 달이 제시간에 뜨고 진다. 노을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고 별들이 노래한다. 나무와 풀이 자라고 이슬과 안개가 춤을 춘다. 거기에 벌레와 짐승이 뛰어논다. 우주와 은하가 장엄하게 자유로운 그림을 그린다. 어떤 음악이 있어, 이 황홀한 연주를 막겠는가.” _84쪽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산문집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아름답게 사라지는 방법’은 한 사람으로서 아름답게 사라지기 위해 남기는 죄의식의 기록이다. 2부 ‘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32년을 시인으로 살아온 저자가 작가의 민낯을 거침없이 폭로하며 던지는 질문이다. 3부 ‘섬으로 부치는 편지’는 심상의 한 축을 만든 추억들을 담았다. 4부 ‘내 인생의 음악’은 글과 문학을 향한 저자의 애정이 담긴 시평을 모았다. |
|
유용주의 글은, 아니 아내와 같은 특정인에 대한 사랑과 어설픈 농담과 그 우직함과 폭력까지도 어쩌면 모두 감정의 ‘솔직함’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글이라는 것이 작가 내면의 심층 켜켜이 얽혀 스며 있는 마음의 결 하나하나를 꺼내어 그 울림을 증폭하는 것이 보통인데 유용주는 자신의 존재적 상황을 직설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은 그 맛이 좋다. 잘 읽힐 뿐 아니라 깊게 와서 강하게 박힌다. 그것은 다른 점도 있겠지만 작가의 감정에 대한 자기검열이 없는 솔직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유용주는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소년 시절부터 생존의 정글에서 뒹굴어야 했던 그는 먹고살아야 하는 당위적 삶에 발가벗겨질 수밖에 없었다. 생존을 위한 극한의 삶처럼 솔직한 것이 어디 있을까. 그의 문학은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 같다. 유용주와 어울려 지낸 세월도 벌써 이십여 년이 훌쩍 넘은 듯하다. 하지만 수년 전 인천항에서부터 진도 팽목항까지 서해안을 따라 58일 동안 함께 먹고 자며 걷는 세월호 순례를 하는 동안 다시금 그러한 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건이라면 이랄 수 있는 이런저런 일이 있었던 거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세상살이라는 것을 무리 없이 하려면 제 안의 감정 그대로 살아낼 수는 없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세상살이가 주는 사소한 가식과 위선의 때를 묻히고 사는 것이 우리들의 일상이다. 그리고 유용주의 처지를 보면 누구보다 더 그 때를 덕지덕지 묻히고 살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깔끔하다. 아니 솔직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삶에 그런 가식과 위선이라는 때를 묻히지 못해 젊은 한 시절 ‘폭력잡범’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문학의 결이 되었다. 이번 산문집을 통해 원숙해진 그의 삶을 만나게 되겠지만 한편으론 줄곧 그의 그 솔직한 감정으로부터 오는 깊고 강한 울림을 느끼게 될 것이다. - 박두규 (박두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