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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눈 속의 바다를 헤집고 다닌다
무덤 콩 까아만 손 벌레 산에는 폭설 1 채무 일부 상환 물봉선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소비한다 폭설 2 짱뚱어 교육론 늦반딧불이 사랑 나이테 위대한 문장 나무 지구가 망하지 않는 이유 나무도 자살을 한다 2부 감나무에 못이 박혀 있었다 담부떼 권련 반거충이 칠성암 예지몽 이유 첫눈 술꾼 여수떡 바느질 눈을 흘기다 욕 아내는 힘이 세다 그런데 그 교수는 무얼 하러 왔을까 마음 용주네집 아래채 3부 어머이도 저렇게 울었을 것이다 무진장 버스 봄꽃 성대 결절 열무김치 우물 상흠이 형 낙엽 저수지 자화상 봄날 장날 노화(老化) 달집 사과꽃 4부 아빠 시에는 꽃이 없어 모국어 서로 다른 길 두더지 망종 아빠 시에는 꽃이 없어 일기장에 내린 첫눈 나치즘 부끄러움에 대하여 토끼 사냥 새벽 상처 완벽한 수평 55 그물 징게맹갱 외에밋들 해설 귀거래(歸去來), 심화(心花)와 활화(活花)를 피워내는 ? 고명철(문학평론가) |
劉容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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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울었다. 김덕례는 나하고 채 5년을 함께 살지 못했다. 아버지의 빚 감당을 위해 공장에 다녔기 때문이다.뒤치다꺼리를 모두 하고 가족과 합류할 때는 병이 깊었다. 식도 협착. 물을 말아 먹어도 밥알 하나 삼키는 데 수없이 사레가 들었다. 식구들과 따로 먹을 정도였다. 무학에다 문맹에다 말도 못하는 김덕례를 뒤로 한 채, 나는 삶의 밑바닥을 헤매고 다녔다. 김덕례는 치성을 드렸으며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간절하게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내가 시인이 되기 전에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천사가 있다면 어머니를 말하는 것이리라. 남편의 술주정과 짜증을 고스란히 받아주는 사람. 불효는 내 몫으로 남았다. 나는 김덕례를 죽게 만든 장본인이다. 지금도 고향에 가면 묵지근하다. 문학으로 어떻게 다 갚을 것인가.
2019년 5월 - 유용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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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유용주는 본래 목수다. 거푸집 짓는 형틀목수, 바닥부터 자꾸 올리고 넓혀가며 건물 골격을 만들어나가는 일이 노동의 내용이다. 그는 시인이며 또 소설가다. 나는 그의 시보다는 산문을 더 가슴 따듯하게 품고 가는 중이다. MBC [느낌표]에 선정돼 수십만 부를 넘긴 산문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에서 보여준 세상과 자신에 대한 깊고 서늘한 응시는 처연하며 또 아름답다. 나에서 시작해 당신과 우리들 가슴에 곧장 뛰어드는 문장의 성취는 당대 노동자가 이뤄낸 산문정신의 백미라 할 만하다. 거기 빠진 나는 『가장 가벼운 짐』이라는 제목의 빼어난 시집으로 출발한 그에게 산문에 전념하기를 진지하게 권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이제껏 몇 권의 책을 냈다. 이번 시집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시가 대부분이다. 끼리끼리 끊임없이 부딪치는 사건을 통해 시공간을 하나씩 작정하고 펼쳐놓는다. 여기서 시인은 간절하게 불러낸 이들의 말과 몸짓을 통해 세상의 인연들을 생생하게 살려낸다. 과연 목수노동자 시인다운 행위다. 그렇게, 박노해가 이미 공중 높이 걸어 둔 『노동의 새벽』과 근래 송경동이 외롭고 힘차게 끌어가는 현장 시와는 다른 지점에서 그의 이야기 시는 끊임없이 나와 당신과 우리들의 존재를 복원한다. 먹고 사는 노동에서 벗어나 이제 남은 일 하나로 글을 써내겠다는 듯 몸 밖으로 줄기차게 문장을 밀어내는 중이다. 누가 말리겠는가. 그렇게, 모든 삶이란 끝내 이야기 형태로 기억되는 게 아니겠는가. 우리 모두 그중 하나로 남게 될 것이니 고맙고 또 고맙다. - 이면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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