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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황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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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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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어쨌든 다시 봄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다시, 봄
부러진 세상을 건너는 법
통증과 친구가 되어보세요
그 시절 우리는
귀를 기울이면 보이는 것들
엄마의 꽃밭
구원은 없다

세상 속으로
장애인은 쉽게 가르침의 대상이 된다
내 아픔을 아는 사람들

2부 그간에 밀린 이야기들

달려라 1호
마음을 보는 아이
손주바라기의 영정사진
꽃으로 피어난 아이
작별
나의 살던 고향은
좋은 날

3부 움직여라, 발가락

그래도, 아직은 봄밤이라고
가진 것과 원하는 것
손을 흔들다
움직여라, 발가락
엄마의 꿈속에서 나는
마녀가 되면
가장 완벽한 물체
건너오다
오늘이 가장 덜 아픈 날

4부 다시 시작할 산책

사랑에 빠진 나는
짙은 블루
내 생애 마지막 다이어트
금단증상
외로운 사람들
불안 세포
일상을 닮은 여행

작가의 말

저자 소개1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제4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장편소설 『컴백홈』, 경기문학시리즈 참여 소설집 『홈』, 소설집 『파인다이닝』(공저), 산문집 『책이 선생이다』(공저) 그리고 홀로 낸 첫 소설집 『그래서 아직은 봄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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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16g | 135*205*18mm
ISBN13
9791192247595

책 속으로

흉터로 남은 상처는 더이상 아프지 않다. 다만 상처를 기억하는 매개가 되어줄 뿐이다. 나는 내가 그날의 나를 잊지 않은 덕에 조금이나마 나아갈 수 있었다고 믿는다. 그것이 무엇이든 잊지 않는 일은, 그래서 내게 무척 중요하다.
---「그 시절 우리는」중에서

내 고통에 매몰되어 남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던 시간에서 빠져나오자 귀를 기울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을 주지 않으면 보지 못하는 것들, 어쩌면 영영 볼 수 없었을 모습이었다.
---「귀를 기울이면 보이는 것들」중에서

어째서 나를 아끼는 사람들은 항상 나와 함께 턱을 넘어야만 하는 것일까. 나도 그들도 턱을 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면 안 되는 것일까.
---「턱」중에서

나는 공연히 우왕좌왕하고 있는 아빠의 손을 꼭 잡았다. 미지근한 체온과 손바닥에 박인 굳은살이 느껴졌다. 평생 가족들을 먹여 살린 손이었다. 지게를 간신히 질 수 있게 된 나이부터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고 했던가. 이런저런 일탈로 방황을 하던 시절에도 일손을 놓은 적이 없었다. 나는 아빠의 손을 만지작댔다. 군데군데 굳은살이 박이긴 했지만 길쭉한 손가락이 쭉 고른 예쁜 손이었다.
---「손주바라기의 영정사진」중에서

내게 소설은 생존의 다른 이름이었다. 살아남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글쓰기뿐이어서, 그것마저 하지 않는다면 내 존재를 나 자신에게조차 설명할 길이 없어서 소설을 썼다. 아니, 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직은 봄밤이라고」중에서

그렇게 종일 사각사각 쏟아낸 말들을 한데 뭉뚱그리면 그날의 내가 되었다. 나는 매일매일 망가진 나를 망가진 그대로 쓰고 그렸다. 읽을 만한 글이 되지 못한 절망의 말들이 부유하는 공간 속에 웅크린 채, 세상의 말과 글을 잃어버린 나를 견뎌냈다.
---「가장 완벽한 물체」중에서

서른여섯 살의 봄이었다. 그런 나이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서른여섯은 무언가를 완전히 잃어버리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였다.
---「사랑에 빠진 나는」중에서

사랑 없이 살아가기에 생은 너무 길고, 세상은 너무 삭막하다.
---「사랑에 빠진 나는」중에서

오래전 그 밤, 달구경을 나갔다가 하반신을 잃었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달만 보면 가슴이 커다랗게 부풀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달빛이 하얗게 부서지는 밤공기를 힘껏 들이마시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그저 좋았다.
---「외로운 사람들」중에서

내가 다친 이후로 엄마는 나를 향해 날아드는 온갖 차가운 것, 날카로운 것, 무거운 것들을 미처 내게로 와 닿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모조리 쳐냈다. 덕분에 나는 처음 걸음마를 뗀 아기처럼 엄마의 품속에서 따뜻한 것, 부드러운 것, 가벼운 것들만 겪으며 지내올 수 있었다.
---「외로운 사람들」중에서

이미 눈앞에 벌어진 나쁜 일과 아직 닥치지 않은 불행 중 어느 쪽이 더 견디기 힘들까.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내 경우엔 아직 닥치지 않은 불행이 훨씬 더 힘든 것 같다. 이미 눈앞에 벌어진 일이야 어떻게든 해결해나갈 방법을 찾든 아예 포기하고 주저앉아버리든 하면 되는데, 아직 닥치지 않은 불행 앞에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조차 모르겠다.
---「불안 세포」중에서

포구 끝에 걸터앉았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햇살의 기운이 느껴졌다. 추위도 잊은 채 먼 바다의 물비늘을 바라보았다. 기분이 한껏 가벼워져 포구 아래로 드리운 다리를 끄떡끄떡 흔들었다. 발끝에 걸리는 바다색이 너무 예뻤다. 바다 위로 다리를 쭉 뻗고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나는 사진 속에서 빛나는 바다와 그 위에 떠 있는 발의 모습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건강하던 내 발의 모습을 찍은 유일한 사진이었다.

---「일상을 닮은 여행」중에서

출판사 리뷰

느리지만 ‘기특한 안간힘’으로 꾸준히 읽고 쓰는 사람,
소설가 황시운이 그만의 속도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찾아왔다.
“나처럼 두려움에 떨고 있을 누군가에게 당신 혼자만 겪는 일이 아니라고,
당신과 같은 내가 여기에 있다고 손을 흔들어주”기 위해.


그전까지는 소설이 세상을 관찰하는 눈이었다면, 이제 내게 소설은 세상에 ‘우리’를 알리는 입이 된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일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쓰는 일이든, 그리는 일이든, 달리는 일이든 간에 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그로써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내야만 하는 그런 일이. _〈손을 흔들다〉

“길을 잃었다면 다시 길이 보일 때까지 질기게 버티는 수밖에. 세상이 동강나기 전부터, 그것 말고 내가 아는 다른 방법 같은 건 없었다.” 황시운 작가의 ‘첫 산문집’이 독자들을 찾아왔다.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11년 ‘제4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세상에 ‘첫 책’을 내보인 작가는, 등단 후 15년 동안 한 권의 장편소설(『컴백홈』)과 두 권의 소설집(『홈HOME』, 『그래도, 아직은 봄밤』)과 몇 권의 공저자 작품집을 펴냈을 뿐이어서 말하자면 ‘과작의 소설가’인데, 뜻하지 않은 그 과작의 세월이 이 산문집에 오롯이 담겨 있다. 긴 공백을 거치면서도 ‘소설가였던 사람’으로 남지 않고, ‘쓰는 사람 황시운’으로 ‘안간힘’을 써서 그 세월을 건너오기까지, 어쩌면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를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들려준다. 실은 작가 자신도 몰랐던 이야기를, 서른여섯 해의 그 봄밤, 미처 다 건너지 못한 다리를 경계로 새롭게 펼쳐진 이야기를.

“거짓말처럼 빛나던 봄밤이었다.
그 순간 나는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느꼈다.
살아오면서 겪은 날들 중 가장 빛나는 날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한껏 흥이 오른 합창이 잦아들 무렵,
나는 꿈결을 걷듯 자박자박 걷던 숲길에서 추락하고 말았다.”

이 책은 그런 ‘안간힘’의 기록이자, 어디선가 같은 고통을 겪고 있을 이들에게 다정히 흔들어주는 손인사이자, “세상에 ‘우리’를 알리는 입”이다. 그러기 위해서 작가는 “사실을, 가능하면 사실 그대로 기록하”고자 한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철저히 짓밟혔다고 느꼈던 순간들도, 누구에게도 내보이고 싶지 않은 치부도, 그런 순간들에 찾아온 좌절과 절망들도. 그 이야기들을 이토록 생생한 선홍빛으로 전달하는 이유는, 종내 이루어내고 싶은 세상의 모습이 있어서가 아닐까. “어째서 나를 아끼는 사람들은 항상 나와 함께 턱을 넘어야만 하는 것일까. 나도 그들도 턱을 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면 안 되는 것일까.“(84쪽) 그렇기에 이 책은 이제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알아야 하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누구도 턱을 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함께 그려나갈 수 있다면.

‘어차피’가 아니라 ‘그래도’의 마음으로 오늘도 조금씩 이어지는 삶.

황시운 작가의 글들을 읽노라면 ‘그래도’라는 접속 부사가 유난히 많이 떠오른다. 작가는 그 봄밤의 사고로 ‘나의 세상이 부러져버렸다’고 적었는데, 그 부러진 세상을 계속해서 이어붙이며 끊임없이 한 발 한 발 나아가게 만든 힘이 ‘그래도’의 마음 아니었을까. 두 다리로 땅을 딛지 못한다 해도 예쁜 양털부츠를 포기할 수 없는 마음, 작심삼일로 끝날지 모를 다이어트라도 일단 닭 가슴살을 사고 보는 마음, 달빛 아래 세상이 부러져버렸어도 여전히 달을 올려다보면 부푸는 마음, 사고 전과 같은 형태의 사랑은 어려워졌어도 사람을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 마음, 세상이 내게 등을 돌리는 듯한 기분에 좌절을 느껴도 다시 한번 세상으로 들어가려 노력하는 마음. “어차피…”라고 포기하지 않고, “그래도!”라고 다시 한번 힘을 끌어모으는 작가의 그런 마음들이 작가의 부러진 세상뿐 아니라, 무언가에 좌절하고 무릎 꺾고 있는 누군가의 지금도 다시 한번 이어붙여줄 힘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할 수만 있다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며 살고 싶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터이다. 비록 내 세상은 부러져버렸지만, 나는 부러진 세상에서나마 앞으로 나아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나의 안간힘이 퍽 기특하다. _〈통증과 친구가 되어보세요〉

이야기는 총 4부로 진행된다. 1부 ‘어쨌든 다시 봄’에는 사고 이후 하반신 완전마비 판정을 받고 흉수 손상의 후유증으로 신경병증성 통증을 앓게 되면서, 사고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낯선 세상에서 ‘신생아’처럼 새롭게 태어나 겪게 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2부 ‘그간에 밀린 이야기들’에서는 작가가 사랑하는 조카 1, 2, 3호를 비롯한 가족 이야기와 ‘제2의 고향’인 탄광 마을 이야기 등이 펼쳐지며, 3부 ‘움직여라, 발가락’에서는 아무것도 되고 싶은 것이 없던 사람에서 어느 날 갑자기 ‘마녀’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쓰는 사람’의 길을 걷게 된 날부터 지금까지, 소설가 황시운으로서의 자아가 짙게 녹아나는 글들이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4부 ‘다시 시작할 산책’에서는 사랑, 다이어트, 여행 등 잔잔한 일상 이야기들에 이어 다시 시작할 ‘산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책을 마무리 짓는다.

사는 게 비명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하지만 온통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삶에도 온기가 돌고 웃음이 깃들거든요. _「작가의 말」에서

추천평

자주 읽기를 멈췄다. 반복되지만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통증과 싸우며 필사적으로 글을 쓰는 소설가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부러진 세상을 향한 작가의 부러지지 않은 펜에서 나는 ‘존재에의 용기’를 본다. 그것은 자기 자신으로 온전히 존재하고 또 세계의 일부로 참여하려는 용기이므로 숭고하다. ‘소설은 생존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고백에서 나는 무엇보다 삶이 중요하다는 역설의 목소리를 듣는다. 세상 곳곳에 포진한 수많은 턱들 앞에서 자주 좌절하고 분노하지만 결국엔 극복하면서, 삶을 긍정하게 하는 신호들이 넘쳐나는 글을 써줘서 고맙다. ‘세상을 관찰하는 눈’만이 아니라 ‘세상에 우리를 알리는 입’이기를 선택한 작가를 마음을 다해 응원한다. 움직여라, 시운! 더 쓰고 계속 쓰고 끝까지 써라! - 이승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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