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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은 전체보다 크다
양장
임동확
황금알 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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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시인선

책소개

목차

1부 진경산수도

참새 생각·12
박꽃 피는 시간 ― 영동시편 2·13
손죽도·14
고촌사거리·15
통영바다·16
귀룽나무·17
침묵 ― 광주베토벤 고전 음악감상실·18
여름의 내부·20
어느 봄날의 서사·22
겨울 호수·24
진경산수도眞景山水圖·25
노래와 시인·26
피아노와 감자 캐기·27
거울을 보며·28
허준 근린공원·30

2부 곤혹과 웃음 사이

희망의 시절·32
미안하다는 말·33
사월의 밤이 온다·34
사십 년·36
묵비권·39
축제·40
나의 무덤은 없다 ― 단재의 아나키즘에 대한 옹호·43
보라매공원 2·46
비 오는 날·47
곤혹과 웃음 사이·48
봉천동奉天洞·50
잔디 깎기·52
사생활은 없다·54
시 창작 입문 수업·55
안부를 묻다·56
천지창조·58

3부 노래와 씨앗

화식도花式圖·62
행복한 숨·63
얼굴·64
식물학자·66
한낮의 유희·68
분홍바늘꽃 ― 목포 1·70
민어民魚 ― 목포 2·71
사랑의 슬픔·72
사랑의 이유·73
양양 바다·74
이별의 힘·75
행주대교·76
우리는·78
이끌리다·80

4부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른다

부분은 전체보다 크다·82
무제·84
미소·86
거짓말쟁이의 역설·88
게임의 법칙·90
아직도 난 그 이유를 모른다·92
시인의 아내·94
입춘 무렵·96
추석 전날·98
얼음 거울·99
별 ― 서정주와 윤동주·100
그럼에도 불구하고·102
수렵도狩獵圖·104
노래와 씨앗 ― 시간의 봉인·106
화음 ― KTX 역방향석에서·108

시론_운명을 위한 각서, 군말의 시론·110

저자 소개 1

1959년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 국문과 및 같은 대학원, 서강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7년 시집 『매장시편』을 펴내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이다. 독실한 천주교 집안의 둘째아들로 태어나 자식들에게 꾸지람 한 번 크게 하지 않은 부모님 밑에서 지극히 평범하고 무난한 아이로 성장했다. 다만 그 시절 유일하게 책 읽기를 좋아했는데, 대학 입학 직전까지 자신이 시인이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릴 적 “글을 쓰면 평생 힘들게 산단다”라던 어머니 말이 ‘씨’가 되었을까? 불현듯 문학도의 길을 선택한 후 뜻하지 않은
1959년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 국문과 및 같은 대학원, 서강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7년 시집 『매장시편』을 펴내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이다. 독실한 천주교 집안의 둘째아들로 태어나 자식들에게 꾸지람 한 번 크게 하지 않은 부모님 밑에서 지극히 평범하고 무난한 아이로 성장했다. 다만 그 시절 유일하게 책 읽기를 좋아했는데, 대학 입학 직전까지 자신이 시인이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릴 적 “글을 쓰면 평생 힘들게 산단다”라던 어머니 말이 ‘씨’가 되었을까? 불현듯 문학도의 길을 선택한 후 뜻하지 않은 역사적 격변에 휘말렸으며, 그로 인해 역사와 개인, 전체와 부분의 문제를 주요 시적 화두이자 삶의 자양으로 삼아 암울하고 험난한 시대를 관통해 왔다. 특히 세상의 모순과 불화에 주목하면서도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궁극적인 화해와 소통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여전히 알 수 없는 그 어떤 운명의 물살에 떠밀리면서도 그 운명의 부름에 귀 기울이며 힘겹게 돌파해 가는 중이다.

시집으로 『살아있는 날들의 비망록』, 『운주사 가는 길』, 『벽을 문으로』, 『처음 사랑을 느꼈다』, 『나는 오래전에도 여기 있었다』,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길은 한사코 길을 그리워한다』, 시론집으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 『매장시편』 『누군가 간절히 나를 부를 때』, 시 해설집 『우린 모두 시인으로 태어났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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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27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28*210*20mm
ISBN13
9791168150683

책 속으로

행여 꽃진 개복숭아 나무 사이로 옮겨가지 않을까 생각하는 찰나
한낱 구경꾼의 예측을 한껏 비웃기라도 하듯 참새 몇 마리
뜻밖에 철근 자르는 전기톱 소리 요란한 신축공사장 쪽으로 푸르릉 날아가 버린다
이제 사전 동의를 구해야만 서로 입맞춤할 수 있다는 입법立法의 시대
이유 없이 끌리듯 내려앉고 또 날아갈 뿐인 늘 부산하고 부지런한 시간의 가지가
바로 제 먹이를 채집하는 임시 거처이자 돌연 휴식을 취하는 묘지라는 듯
겸재정선미술관 뒷동산 소나무 가지에서 잠시 짹짹거리던 참새들이 그러나,
제 마음의 명령에 따라 날아가고 날아오길 반복할 뿐인 자유의 참새들이
---「참새 생각」중에서

그저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는 수수께끼 같은 시간이 가만 그늘처럼 피워낸 흰 박꽃 위에 살짝 내려앉아 있다

자신만을 위해서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아니라는 듯 무심한 자생의 고독이 슬그머니 동네 입구의 녹슨 드럼통을 사사로이 비추는 시월

거추장스런 가식과 격식을 벗어던진 개구리밥, 과꽃, 다알리아가 오히려 생기 있게 생전의 화단을 꾸려가고 있다

3층 주택단지 난간마다 색색의 잘 마른빨래들이 결승문자結繩文字처럼 펄럭이고 있는 호탄리의 오후

투명한 고요를 덥석 문 죽음의 먹이사슬이 배고픈 현재의 뱃속으로 끝없이 파고들다가 또다시 무인칭의 미래를 내뱉고 있다
---「박꽃 피는 시간 ― 영동시편 2」중에서

누군가 겨우 채집으로 목숨을 연명하던 그 먼 곳. 그러나 이미 원시의 석회질 속에 퇴적한 채 머물러 있는, 그러기에 너무나도 가깝고도 가까운 패총貝塚의 연안. 테트라포드*를 가벼이 날려버리는 폭풍의 파도를 통해 머나먼 시간의 지평으로, 문자가 없던 시대로 쫓겨나갈 때, 여전히 안개주의보가 유효한 바다 위에서 함부로 출항을 꿈꾸거나 저마다의 운명을 한낱 청미래덩굴처럼 가늠한다는 건 실로 어리석은 일. 그리하여 마침내 돼지 창자 속 같은 어둠을 뚫고 누군가 제 고향의 포구로 들어설 때, 그 언제라도 돌담길에 들어서면 늙으신 어머니가 왈칵 달려 나올 것 같은 뜻밖의 그리움을 만나는 건 각자의 몫. 아주 먼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만 활짝 피어나는 세계만방의 꽃들, 더욱 먼 바다로 떠돌 때만 더욱 가까이 출렁거리는 잔물결의 손죽도엔 정작 아무도 주워갈 이 없어 땅바닥에 뒹구는 노란 살구향이 여름 공기를 그윽하게 적시고 있다.

* 테트라포드tetrapod는 방파제나 강바닥을 보호하는 데 쓰이는, 원기둥 모양의 네 개의 발이 나와 있는 대형 콘크리트 블록을 말한다.
---「손죽도」중에서

봄바람에 펄럭이는 광목천의 광고판, 깜박이는 거리의 신호등이 중얼거린다. 자전거 도로에 잠시 정차한 치킨 배달용 오토바이가, 건너편 우체국 옆 벚꽃이 재잘거린다.

서로가 알아들을 수 없기에 한껏 자유로운 말들이 마치 무심한 행인들처럼 오가는 고촌사거리.

미처 귀 기울여 듣지 못했을 뿐, 잠시의 침묵도 못 견디는 신축공사장 타워 크레인이, GS25편의점 입간판이 쉴 새 없이 속삭이고 있다.

누군가 무심히 그 풍경 속으로 가뭇없이 다가오거나 사라지는 동안, 신규분양 중인 오피스텔 건물 앞의 만국기처럼 펄럭이던 불통의 언어들이 혼잣말로 제각기 떠들썩한 오후.

하나의 목표 또는 목적지를 강요할 수 없는, 그 어떤 공통분모도 갖지 않는 저마다의 말들이 붉은 잇몸의 흰 이빨을 드러낸 채.
---「고촌사거리」중에서

문득 서퍼surfer처럼 거친 사랑의 해일 안쪽을 자유로이 오르내리던 백석이

윤이상이, 박경리가 미처 다 부르지 않는 귀향의 노래를 나직이 합창하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흔들리면서도 곧바로 난바다로 통통거리며 출항하는 한 척의 고깃배처럼

아니면, 뜻밖의 난기류를 잘도 헤치며 솟아오르는 한 개의 긴고리눈쟁이연鳶*처럼

통영 바다는 그때서야 은빛 파도의 맥동脈動으로 출렁이며 모든 이들의 고향

오후 두 시 굴 양식장 부표 위에 갈매기 한 마리 위태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전통의 통영 연鳶 가운데 하나로 ‘큰바람이 일면 배와 배를 길게 묶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통영바다」중에서

마치 당연하다는 듯 오래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막아선 길고 높은 담장에 스스로가 갇힌 꼴인 절대군주의 윤건릉

뭐라고 불러도 좋을 생기의 귀룽나무가 불멸의 꿈 너머 푸르디푸른 순정의 흰 꽃을 한껏 피워 올리고 있었습니다

봄 햇살 파고드는 4월 초순의 숲 사이 연한 풀을 뜯다가 생각난 듯 가끔씩 고개 쳐드는 고라니들이 마치 신성가족처럼 다가오던 어느 날

그때서야 우린 더 이상 운명이라고밖에 달리 설명 안 되는 불가사의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몸을 실을 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직진을 멈춘 연둣빛 우주의 한순간에 가만 질서를 부여하고자 위태로운 평형의 돌탑을 말없이 쌓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귀룽나무」중에서

낡은 소파에 1월의 겨울 햇살이 안단테로 게으름 피우고 있는 사이
귀먹은 베토벤이 제 악보를 듣기 위해 마룻바닥에 귀를 대듯
난 아직 오고 있는 것들, 아니면 벌써 떠나가는 네 곁에 머문 채
여태껏 들킨 적 없는 내 흰 데드마스크를 잠시 벗어 내려놓네
이제 꿈속에서 귀신을 봐도 놀라지 않는 시간의 마룻바닥으로 건너오는 동안
바닥난 그리움의 귀청으로 자주 끊길 듯 간절하게 이어지는 네 발자국 소리들,
하지만 어느 계열로 무리 짓거나 어느 시대로 분류될 수 없는 선율이
오, 이내 텅 빈 실내의 나무 기둥으로 솟구치다가 깃털처럼 가만 내려앉는데
어느새 귀 멀고 눈멀어 더 이상 아무것도 보거나 듣지 못한 채
여전히 내 둔중한 발바닥으로 소용돌이치는 쓰디쓴 침묵의 기척들
비로소 제 스스로를 위해 연주하며 가만 한 발씩 내딛는 너를 느끼네

* 1982년 5월 개장, 현재까지 남아있는 광주 유일의 고전 음악 감상실.
---「침묵 ― 광주베토벤 고전 음악감상실*」중에서

아무도 없으리란 걸 알고도, 바보처럼
뙤약볕 먼지 푸석한 긴 가뭄의 강둑길 걷네
행여 아직 거스르기 힘든 물살에 휩쓸려 들까
갓 부화한 다슬기, 송사리 치어들이 떼 지어
몰려있던 황구지천 개울가로 걸어 들어 가네
눈먼 사랑은
여전히 각자의 운명을 떠맡은 채 말없이
흔들리던 아카시아, 버드나무 가로수를 지나
한사코 바다로, 바다로만 흘러가 버린
강물처럼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그 여름,
오로지 보랏빛 토끼풀 반지를 낀 소녀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그 강변에 서 있네
아, 그러나 늘 짧고 아쉽기만 한
여름의 감각이란
쉴 새 없이 반짝이는 은빛 강물이거나
그사이 찾아든 갑작스런 어둠 같은 걸까
이내 길 잃은 눈길은
가마우지 서넛 젖은 날개 털며 쉬던,
그 강변의 한 가운데 마구 소용돌이치는 물목
그만 놓친 손길 길게 뻗어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흐린 강바닥을 어부처럼 더듬네

---「여름의 내부」중에서

출판사 리뷰

보통 우린 전체가 부분의 집합으로 이루어졌다고 믿는다. 부분들의 집합이 전체다. 다수에 대한 제논의 역설(Paradox of Plurality)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제논에게 전체는 부분(다수)들의 집합 이상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양화(量化)할 수 없는 잉여의 존재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라고 말한다. 어떤 경우에든 부분은 전체의 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수학적으로 부분의 합은 기껏해야 전체의 일부라는 얘기다.

‘하나의 달이 천 개의 강물에 비춘다’라는 불교적 의미의 ‘월인천강(月印千江)’적 인식도 이런 전체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바 부처의 가르침이 달빛처럼 모든 사람의 마음에 깃들어 있다는 교리는, 모든 부분들 속에 전체가 함유되어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낱낱으로 존재하는 ‘천 개의 강’은, 그 어떤 주체성이나 자립성도 없는 전체로서 ‘하나의 달’의 단순 반영체에 불과하다. 그 낱낱의 강들은 저만이 가진 흐름의 우발성이나 굴곡의 예외성이 인정되지 않는 하나의 전체로 전락한다. 그저 ‘달빛’을 곧이곧대로 비치는 수동적인 객체이자 한낱 특색 없는 부분들의 집합체로서 존재할 뿐인 게 ‘천 개의 강’이다.

하지만 거대한 군집을 이루며 한날한시에 일제히 피어나는 꽃들을 보자. 자세히 살펴보면, 놀랍게도 서로의 색깔과 모양, 키와 향기가 다 다르다. 비록 한 덩어리로 묶여 장엄하고 신비한 풍경을 연출한다고 해도, 각기의 꽃들은 저마다 비교 불가능한 우주를 품어서 아름답다. 달리 말해, 한 그루의 꽃이나 하나의 강은 단지 어떤 불변의 전체 또는 어떤 본질을 성립시키기 위한 기계적 부품이 아니다. 특히 그것들은 모든 것을 넘어서고 모든 것을 포용하고 관장하는 초월적인 존재를 위한 하위존재나 종속물이 아니다.

짐짓 비가시성 때문에 곧잘 무시되거나 없는 것으로 취급되기 쉬운 각기 개체들을 다시 한번 주의 깊게 살펴보자. 그러면 놀랍게도 우린 각기 개체들이 또한 그만의 고유성과 독립성을 가진 존재로 분절과 구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아주 작은 차이지만 소중하고 진정한 차이를 가진 존재들이라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특히 그럼으로써 우린 각기 다른 개체들은 저마다 무한의 속성이나 질서를 품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전체로서 수직적 위계질서((hierarchy)인 상위의 보편자에 귀속시킬 수 없다. 특히 모든 부분을 전체의 합을 위한 요소로 여기거나 전체와 부분의 일체성에 대한 강조는, 본의 아니게 존재론이고 인식론적인 전체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어떤 공통의 척도로 잴 수 없는, 부분으로서 각 개체들이 지닌 무한성에 대한 일종의 조롱이자 모독의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누군가에겐 어느 것보다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고 희미하지만, 저마다 너무도 큰 가치와 존재 이유를 가진 부분들에 대한 철저한 무시이자 무화의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최근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피 흘리는 전쟁이 그 단적인 증거의 하나다. 그 원인이야 어쨌든지 이들 간의 건널 수 없는 적대적 사건은, 우리가 여전히 참혹한 세계적 조건 속에 놓여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우리가 그로 인한 죽음의 공포와 실존의 고통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있다. 전체화할 수 없는 부분들의 동일화로 일어나는 폭력적 비극이다.

시집 『부분은 전체보다 크다』의 저자는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지만, 젊은 날 그는 ‘전체는 무엇이고, 부분은 무엇이냐’는 일생일대의 화두에 붙잡힌 바기 있다고 진술한 적이 있다. 1980년 5월의 어느 날 불타오르는 광주 MBC 앞에서였다고 한다. 앞으로 함께 나아갈 땐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조직처럼 보였지만, 저자의 눈에 밟히는 건, 물러날 땐 마치 모래알처럼 뿔뿔이 흩어지는 성난 시위 군중을 보면서였다. 그리하여 임동확 시인은 “나는 과연 지금 내가 믿어 의심치 않는 역사의 진리는 무엇이고, 특히 군중들의 실체를 무엇인가란 그런 의단(疑端)에 사로잡힌 바가 있다”라고 말했다.

시집 제목이기도 ‘부분은 전체보다 크다’라는 저자의 무모한(?) 선언은 이와 깊게 관련되어 있다. 마치 ‘잔디 깎기’처럼 모든 것들을 규격화하고 평균화하는 근대적 폭력의 세계 속에서 설령 그게 잘못된 논리적 판단이나 오류로 판명될지라도 그렇다는 것이다.

시인의 말

연이은 재난의 시대 속에서 아주 먼 곳이면서도 실상 아주 아까운 곳에서 울려 나오는 희미한 누군가의 목소리에 최대한 귀를 쫑긋하며 여기까지 왔다. 그게 거부할 수 없는 마음의 명령이자 요구이며, 무엇보다도 여전히 미지未知인 내 삶과 시를 이끄는 유일한 운명의 손길인 까닭이리라.

추천평

임동확은 아, 무서운 ‘자기규율의 도덕률’을 지닌 시인이다. 지금 좌절된 듯 보이는 촛불혁명으로 인하여 ‘짙은 아쉬움’과 슬픔, 분노를 느끼고 있는 독자들에게 이 시인은 과연 무슨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가?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운주사에 가 봐야겠다. 그리하여, ‘역사의 모든 과오와 미숙’을 이 늙은 손으로 한번 쓰다듬어 보리라. - 안삼환 (서울대 명예교수·소설가)
임동확 시인에게 시는 “어떤 ‘겉사실’의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속사실’의 대상이다. “더 현실적인 ‘속사실’ 이란 뜻은 생생하게 살아 있는, 평생 사라지지 않는, 잊을 수 없는 real reality, 때로는 분출된 시뻘건 용암으로 사방팔방을 순식간 덮어버리는 분화구요, 때로는 파도 일렁이는 바다요, 때로는 푸르디푸른 하늘이다. - 심광섭 (전 감신대 교수·영성신학자)
노골적인 감성을 부끄러워하는 시인의 순수함으로 느껴 그의 진지한 문장은 마치 눈보라 치는 운동장에서 차렷 자세로 묵묵히 서 있는 학생 같다. - 김미옥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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