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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앗잎 같은 여자
양장
서형자
황금알 20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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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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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별을 찾아 서성이는 꽃

보기 드문 꽃·12
봄을 피운 모란·13
세상의 흰 꽃은·14
방앗잎 같은 여자·15
풋 모과 달랑 한 개·16
능소화·17
모감주 꽃·18
동백꽃·19
감꽃·20
머위꽃·22
몌별·23
등꽃 환한 날에는·24
구절초·25
탱자 가라사대·26

2부 혈육의 정을 그리는 시선

30초 여자·28
떠난 남자·29
세신사·30
부고·32
다시 만날 수 있다면·33
회상 그리고 지금·34
엄마·36
산울림·37
310626·38
옥수수 사연·39
하루의 힘·40
문득, 봄·41
온통, 유월이다·42
봄, 광녀·43

3부 침묵 속의 자화상

처음처럼·46
시금치를 만나다·47
산화에 대하여·48
흔들리되 흔들리지 않는 나무·50
인연설·51
검은 감을 매단 감나무·52
오월 마지막 일요일 이른 아침 풍경·53
낯선 오월·54
밥 푸는 일·55
쌀의 겸허·56
머위의 꿈·57
수세미의 씨앗·58
파종·59
더덕의 하얀 추억·60

4부 관조하는 삶의 지평

가을밤·64
아, 시월·65
그네·66
풍경·67
낙타가 하고픈 말·68
이월의 노래·69
깨진 액정·70
그 사월이다·71
원 샷·72
겨울로 간 편지·73
요금 별납·74
자작나무·75
절정·76
시월 한 페이지·77

5부 습기를 머금은 것들은 굳어간다

위양지를 거닐다·80
상천 저수지·81
봉암 수원지·82
우포에 달 뜨면 ·83
보름달·84
두고 오다·85
일출·86
8월의 바다·87
비를 읽다·88
물의 치유·89
응시하다·90
못내 그리운 날에는·91
습기를 머금은 것들은 굳어간다·92
사진 한 컷·93

해설 | 김복근_지상에 피는 꽃, 시조로 피운 꽃·94

저자 소개 1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2021년 《경남문학》, 2023년 《문학청춘》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방앗잎 같은 여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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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4월 11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50*225*20mm
ISBN13
9791168151062

책 속으로

깊숙한 봄 길 따라
벙글어진 탱자꽃

발화는 가시만큼
쏟아낸 푸른 언어

아프다 많이 아팠다
눈부시게 환한 얼굴
--- 「1부, 보기 드문 꽃」 중에서

지구는 눈만 뜨면 종일토록 바쁘다
앞뒤로 순서 없는 북새통 같은 하루
말갛게 겹쳐진 꽃잎 열린 봄이 다습다

황사 낀 누런 하늘 송홧가루 날린다
꽃 보러 나선 아이 눈가가 메마르고
끈질긴 자생력으로 비밀을 털어낸 입

비 갠 후 기지개 켠 샛노란 혓바늘
돌담에 옹기종기 보란 듯이 펼친다
스스로 몸살 앓는 날 깊어지는 그대 향
--- 「1부, 봄을 피운 모란」 중에서

칼바람 부는 겨울 잔설은 녹지 않고
기억에 묻혀 있는 모든 것 피워낸다
무명씨 한 편의 시가 사라지기 전이다

지상으로 내려 온 첫눈의 흔적이다
넉넉한 품속 같은 어머니 흰머리 결
바람은 눈이 부시게 흩날리며 서 있다

밤하늘 오로라가 허용한 선의 경계
발하던 빛 사그라진 흐름으로 핀 몰아
물들되 물들지 않는 소금 같은 생이다
--- 「1부, 세상의 흰 꽃은」 중에서

청춘에 방아를 물레처럼 돌린 그녀
사금파리 햇살 받은 이마가 눈부시다
소골댁 옅은 그림자 일렁이며 따른다

오뉴월 바람 따라 흔들리는 그 잎새
스스로 향을 숨긴 사연 많은 슬픔이다
저 능선 바라다보는 콩깍지를 벗겨 낸다

재실 뒤 대나무 숲 서걱대는 댓잎 곁에
지난해 소리 없이 퍼트린 소문 같은
파리한 낯빛의 방아 텃세를 비켜 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계단 끝
보드라운 살결로 보라의 꿈을 꾸며
입안에 푸른 물이 든 채 나뒹구는 그대다
--- 「1부, 방앗잎 같은 여자」 중에서

벌레와 사귀었던
시간을 정리한다

성급한 친구들은
지상의 꽃이 되고

아직은 아쉬움 많아
오지게 버티는 나
--- 「1부, 풋 모과 달랑 한 개」 중에서

하늘의 별을 보며
오르다 멈춘 발길

주위를 둘러본다
한 올씩 삼킨 바람

이제 사 나답게 웃는
여름날 돌담 풍경
--- 「1부, 능소화」 중에서

새들이 쉬었다 간 횟수만큼 피었던가

낮달과 눈 맞춘 날 그토록 깊었던가

초록 비 온몸으로 맞고 몸을 떠는 저 침묵
--- 「1부, 모감주 꽃」 중에서

바람이
떨구고 간
속울음 붉은 혈흔

그때의 부귀영화
낙화는
말이 없다

죽어도
아니 죽은 듯
쓸쓸함을 지우네
--- 「1부, 동백꽃」 중에서

첫맛은 잠시 쓰다
두 번째 맛은 달다

꽃으로 피었다가
세상모르고 떨어졌고

꿈꾸던
오종종한 언어
숨죽인 속삭임이다

산 감이길 기도했고
단감이길 노래했고

아니 아니야
대봉감이길 희망했다

짧은 생生
한때 꽃이었던
그 생애 눈부시다

--- 「1부, 감꽃」 중에서

출판사 리뷰

지상에 피는 꽃, 시조로 피운 꽃 - 서형자 시조집 『방앗잎 같은 여자』에 부쳐
김복근(시조시인)


서형자는 꽃의 아름다움과 삶의 질곡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가 보여주는 시조에서 꽃이 차지하는 비중은 꽤 높다. 단순히 노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생태적 원리를 고구하며 자신의 삶과 대비하기도 한다. 별을 찾기 위해 꽃을 바라보며 지상을 서성거리기도 하고 혈육의 정을 그리는 다사로운 시선을 보인다. 침묵 속의 자화상을 그리면서 관조하는 삶의 지평을 넓혀간다. 그런 과정에서 습기를 머금은 것은 굳어진다는 원리를 발견한다. 꽃이 피고 지는 모습에서 강한 생명력을 느끼기도 하고, 덧없음을 상정하면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영감을 얻고 있음을 본다. 지상에 피는 꽃과 인간의 삶을 보면서 시조로 꽃을 피우는 그의 시작詩作 활동이 자못 흥미롭다.

1. 별을 찾아 서성이는 꽃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꽃의 생애는 그리 길지 않다. 그러나 짧은 생애지만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는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극한적인 환경에서 피어나 강인한 생명력을 보인다. 척박한 땅에서 피어나는 들꽃을 보면서 우리 인간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삶의 의지와 철학을 배우기도 한다.

지구는 눈만 뜨면 종일토록 바쁘다
앞뒤로 순서 없는 북새통 같은 하루
말갛게 겹쳐진 꽃잎 열린 봄이 다습다

황사 낀 누런 하늘 송홧가루 날린다
꽃 보러 나선 아이 눈가가 메마르고
끈질긴 자생력으로 비밀을 털어낸 입

비 갠 후 기지개 켠 샛노란 혓바늘
돌담에 옹기종기 보란 듯이 펼친다
스스로 몸살 앓는 날 깊어지는 그대 향 -「봄을 피운 모란」 전문

서형자의 「봄을 피운 모란」은 아프고 혼란스러운 봄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봄은 대개 3월 중순에 시작된다. 바람이 세고 건조해서 먼지와 황사가 사방으로 날리기도 한다. 북서풍이 꽃샘추위를 몰고 올 경우는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일교차가 큰 편이어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화자의 봄은 제목부터 반어법을 사용하여 의도적으로 청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모란을 피운 봄」이 아니고, 「봄을 피운 모란」이다. 우리는 흔히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은 관념적으로 고생이 끝나고 행복한 날을 시작한다는 비유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화자가 말하는 봄은 기쁨과 환희의 봄이 아니다. ‘지구는 눈만 뜨면 종일토록 바쁘다/ 앞뒤로 순서 없는 북새통 같은 하루’가 열리고 ‘다행히 말갛게 겹쳐진 꽃잎 열린 봄이 다습’하다. 그러나 2수에 오면 ‘황사 낀 누런 하늘 송홧가루’가 날리어 ‘꽃 보러 나선 아이 눈가가 메마르고/ 끈질긴 자생력으로 비밀을 털어낸 입’은 텁텁하기만 하다. ‘비’가 개면 ‘기지개 켠 샛노란 혓바늘’이 돋아나 ‘돌담에 옹기종기’ 펼쳐진다. ‘스스로 몸살’을 앓고서야 ‘깊어지는 그대 향’을 느낄 수 있다.

봄이 되면 계절성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고, 자살하는 사람 또한 30%가 봄철에 나온다고 한다. T.S.엘리엇의 말처럼 봄이 드는 4월은 ‘잔인한 달’ 그대로 인 것 같다.

이런 현상은 ‘탱자꽃’을 보면서 ‘발화는 가시만큼/ 쏟아낸 푸른 언어’처럼 ‘아프다 많이 아팠다’며, ‘눈부시게 환한 얼굴’(「보기 드문 꽃」)을 보인다. ‘물들되 물들지 않는 소금 같은 생’(「세상의 흰 꽃은」)을 살며, ‘벌레와 사귀었던 시간을 정리’하면서 ‘아쉬움’이 ‘많아/ 오지게 버티’다가 ‘바람이/ 떨구고 간/ 속울음 붉은 혈흔’에 ‘낙화는/ 말이 없’고, ‘죽어도/ 아니 죽은 듯/ 쓸쓸함을 지우’(「동백꽃」)기도 한다. ‘벌레와 사귀었던/ 시간을 정리’하고 ‘성급한 친구들은/ 지상의 꽃이 되’어 ‘오지게 버티는 나’(「풋 모과 달랑 한 개」)를 본다.

2. 혈육의 정을 그리는 시선


인간은 태어나면서 천륜에 의해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이 생성된다. 부모 자식의 관계에 따라 삶의 형태는 다양하게 표출된다. 부모는 자녀를 기르고 가르쳐야 하는 임무를 안고 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쏟게 된다. 자녀는 가족의 헌신과 희생, 사랑을 일일이 헤아리지 못하지만, 나이가 들어 부모의 입장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화자는 현대적인 어조와 어투로 부모와의 관계 미학을 절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혈육의 정을 그리는 그의 시선視線은 다사롭다.

청춘에 방아를 물레처럼 돌린 그녀
사금파리 햇살 받은 이마가 눈부시다
소골댁 옅은 그림자 일렁이며 따른다

오뉴월 바람 따라 흔들리는 그 잎새
스스로 향을 숨긴 사연 많은 슬픔이다
저 능선 바라다보는 콩깍지를 벗겨 낸다

재실 뒤 대나무 숲 서걱대는 댓잎 곁에
지난해 소리 없이 퍼트린 소문 같은
파리한 낯빛의 방아 텃세를 비켜 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계단 끝
보드라운 살결로 보라의 꿈을 꾸며
입안에 푸른 물이 든 채 나뒹구는 그대다 -「방앗잎 같은 여자」 전문

표제작 「방앗잎 같은 여자」는 눈길을 끄는 가작이다. 방아는 배초향排草香이라고도 하는데, 다른 풀들의 향기를 밀어낼 정도로 향기가 강한 식물이다. 남부 지방에서는 향신료로 많이 사용하지만, 독특한 맛과 향을 내뿜기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화자는 어머니를 「방앗잎 같은 여자」에 비유한다. 「방앗잎 같은 여자」는 젊었을 때는 ‘방아를 물레처럼 돌’리며, 향신료처럼 독특한 삶을 살았다. ‘햇살 받은 이마가 눈부시’기도 했지만, 세월 따라 ‘그림자가 일렁이’게 되자 ‘스스로 향을 숨’긴 채 ‘사연 많은 슬픔’ 속에서 ‘콩깍지를 벗겨 낸다.’ 세월은 흘러 ‘파리한 낯빛의 방아 텃세를 비켜 앉’게 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계단 끝’에 도달하게 되지만, 절망하지 않고, ‘보라의 꿈을 꾸며/ 입안에 푸른 물이’ 들기도 한다. 화자의 어머니는 독특한 개성을 가졌던 것으로 유추된다. 그 삶이 자신에게로 전이되어 화자와 어머니, 세상의 다른 여성으로 확산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서형자 시조인은 시적 대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안詩眼을 가졌다.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에는 수없이 많은 사물과 사람들이 존재한다. 너무 흔하게 보여 거기에 있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여서 그 존재를 잊기도 한다. 이런 일상의 무심한 존재에게 보내는 화자의 시선은 독특하게 향상화 된다.

시인의 말

후드득
빗방울, 통꽃이 떨어지는 소리

해안 절벽에 부딪혀 돌아오는 파도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며 문 여는 날

멀리 있지 않은 시간과
아주 먼 곳에도 머물고 싶다

추천평

서형자는 주변에 있는 사물은 감정이 있고, 그들이 겪어온 삶의 이야기가 우리 주변을 채우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시조인이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듯 사물 또한 제 나름의 감각으로 세상을 지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긍정의 힘을 가진 그의 시조는 가성으로 빚어내는 단순 기교가 아니라 가슴을 울리는 육화의 산물로 보인다. 사물의 내면세계를 눈여겨 바라보는 그의 세심함은 꽃의 아름다움과 별을 보는 그리움의 시선으로 시조의 꽃을 피운다. 꽃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상징한다. 저간에 쌓아온 삶과 사유방식으로 사물에 대한 깨달음을 비빔질 하여 어둠의 시대를 밝히는 해맑은 꽃의 시조인이 되기를 기대한다. - 김복근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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