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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괜찮습니다·12 눈은 내리고·13 노년·14 달·15 신흥여인숙·16 노아 요양원·17 마스크·18 하얀 밤·19 복음·20 산 기도·22 넋 건지기·23 묵사발·24 흑백 풍경·26 당신 어디로 가야 하나·27 두근거리는 투항·28 값비싼 동정·29 한눈에·30 2부 꽃길·32 별난 포옹·33 그리운 황금알·34 딱따구리·35 공손한 요양보호사·36 팔랑귀·38 커피 마시는 목련·39 증거·40 블랙홀·41 동행·42 금반지·43 장단·44 오사마 녀석·46 악어의 찐 눈물·48 니야옹 여사·49 충인 금은방 황 노인·50 수제비·52 삐딱선·53 3부 늙은 산수유·56 한주 스님·58 넘사벽·60 밥값·61 태풍·62 풍선인형·63 뿔다구·64 지압 슬리퍼·66 빈틈없는 구멍·68 새빨간 악어새·70 악수·72 손 거두고·73 눈길·74 빈손·75 사각의 링·76 오발탄·77 오야지·78 죽어가는데 1 - 벽창호·80 4부 조기 세 마리·82 길·83 사냥·84 햇살·85 황금복·86 눈물·87 도로 아미타불·88 좌충우돌·90 희극·92 칼·93 기약·94 개 복숭아·95 아수라 백작·96 유산·98 이방인·99 쟁탈전·100 파묘·102 해설 | 권온_도전과 인내로 찾은 가능성과 희망의 길·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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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괜찮습니다 스러지는 눈꽃처럼 호프집 정리하고 아내가 집을 나갔습니다 마음 추스를 겸 집 여기저기 손봤는데 천장에 다시 국화 무늬가 핍니다 신학대학 졸업반 큰아들이 편의점 밤샘 아르바이트를 선언합니다 대학 때려치운 큰딸은 문 잠그고 애완견만 쓰다듬습니다 강아지 오줌 지린 수험서 구겨져 쓰레기통 처박혀 하품합니다 아빠 호강 입에 달던 둘째 아들 녀석을 사채업자가 전화로 자녀교육 합니다 엊그저께는 막내 딸년 담배 속성과외 받고 어른 되었습니다 라면 한 봉지와 막대 커피 하나로 얼룩진 하루를 닦아냅니다 과꽃 같은 가족사진 액자 벽에 걸려 환하게 웃습니다 눈은 내리고 새텃말 밭고랑 둔덕에 쪽 마늘 심던 영숙 씨가 돌처럼 잠잔다 빗살무늬 같은 눈 떼 입힌 봉분 덮고 검정 굴뚝새가 푸드덕거린다 남편 손찌검 배어있는 가슴 철렁거리는 저 아래 함석지붕 백 일의 발걸음 지나와 눈은 맵지 않다 봄볕처럼 따뜻해 보글보글 발효되는 눈썹 바람 든 무처럼 물컹거리는 손톱이 잠의 강으로 흘러간다 한 번 더 만지고 싶은 봄 햇살 턱턱 차오르는 숨결 식혀 줄 바람은 딸년 발자국으로 잠재운다 이만하면 견딜 만해 쌓이는 하얀 침묵 괜찮다 노년 납골당 간 아내 놀란 피라미처럼 흩어진 자식들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낡은 사진첩 속 반짝이던 청춘의 별 희미해지고 귀밑머리 흰나비 앉고 손등 검버섯 강력 세제로 씻기지 않는다 달 달빛 환한데 아들이 아프다 달아 너도 열병을 앓는 거니 창문 넘어와 장롱 속 빈 통장 숨죽이는 걸 촉촉이 지켜보는 거니 달밤에 달아난 아내야 원룸 식은땀 흘리는 걸 너도 알고 있니 미치도록 어여쁜 달아 밥상 위 가족사진 심장병 모른 척 웃는데 잃어버린 반지처럼 감감한 달아 신흥여인숙 제천역 막다른 골목 진눈깨비 들이쳐 신흥여인숙 간판 뿌옇다 손님 기다리는 흑장미들 유방 찰랑거려 옷깃 시린데 자정 기적 소리 멀다 뜨내기 낚은 옆방 판넬 벽 밤새 허우적 허우적 몸 태워 밥을 얻는다 천 씨는 까맣게 타버린 장판을 빈 소주병처럼 굴러다니며 전세금 챙겨 달아난 아내와 형수에게 맡긴 칭얼대는 아들이 안개꽃이라 생각한다 벽돌 맞아 허리 쑤신 새벽 일으켜 가운뎃손가락 잘린 목장갑 기우고 노가다 공친 어제를 파스 붙인다 다가올 열차 칸마다 때 절은 연장통 같은 마음 싣고 눈 덮인 철길을 나선다 노아 요양원 사촌 형수 둘둘 이불 말려 뽕잎 갉아 먹은 누에처럼 침대에서 꼼지락거린다 요양보호사 슬리퍼 사라지자 백태 낀 눈동자 씰룩씰룩 이슬 맺힌다 어미에게 쫓겨난 굴뚝새 마냥 얼어붙은 논둑길 헤맬 때 부은 종아리를 당신은 품어주었다 천둥 피해 찾은 노아요양원 번개가 창문을 후려친다 오그라든 손바닥 벌려 당신이 내민 초코파이를 받는다 부스러기처럼 허술한 방주 흰 비둘기 날개를 편다 마스크 눈이 내린다 회색 눈이 묵직한 눈발이 대가미공원 벤치에 쌓인다 벤치 다리에 걸린 검정 마스크 날개 부러진 굴뚝새처럼 날 선 보푸라기 접고 눈을 감는다 고삐 풀린 황소처럼 부는 바람을 후줄근한 바짓가랑이 사이로 떨치고 뻗어 나간 앞길을 걷는다 건널목 가물거리는 공원 귀퉁이에서 희멀건 눈발이 끔벅거린다 끈 떨어진 하얀 마스크 눈발 묻혀 두 손을 허우적거린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날뛰는 바람을 쥐 잡듯 막은 적 있다 핏기 가신 한 가족 요양병원으로 허파 뚫린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바람에 털린 구멍 기우며 나는 발걸음을 뽀드득거린다 하얀 밤 월아봉에 아내를 두고 돌아와 다리 부러진 경대를 어루만집니다 굴러다니는 분홍 루주와 다소곳한 로션 호리병이 멀건 눈으로 쳐다봅니다 엊그저께 교체한 엘이디 형광등 맞선 나온 아가씨처럼 눈빛 밝습니다 신랑 신부 손 잡고 행진한 날 해운대 백사장에서 생머리 찰랑거렸죠 납골함 담긴 수줍은 분가루 민들레 홀씨처럼 하늘로 날아갔지요 추돌사고 현장에서 건진 휴대전화 만지작거리다가 내려놓습니다 더디게 가는 하얀 밤 손자 녀석 두고 간 스케치북 꺼내 사과 같은 당신 얼굴을 그립니다 탱글탱글하고 쭈그렁 한 밤이 웃다가 그만 시무룩해집니다 복음 죽었다 아파트 청소부 엄마를 패던 내가 수면제 스무 알 먹었다 ‘해 뜰 날’ 편의점 영희 년이 나를 차버린 건 신의 한 수 앞날 짱짱하겠다 흔들리는 술 취한 내일 빚처럼 쌓인 손찌검 멈춘다 금고 털던 손모가지 화장된다 차라리 없으면 좋겠다던 엄마 따끈따끈한 뼛가루를 선물 받고 주저앉아 찔끔거린다 미안하다 보호관찰 담당자야 시원하게 보호관찰 끝내고 오늘 밤 꿀잠 달려가라 눈 내린다 함박눈이 성탄절 전날처럼 안긴다 내 부고는 복음이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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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인내로 찾은 가능성과 희망의 길
-신승학의 시 세계 권 온(문학평론가) 1. 사회를 향한 지속적인 관심 필자는 이 글에서 독자 여러분에게 새로운 시인을 소개하고 싶다. 신승학은 널리 알려진 시인은 아니다. 그는 이번에 시집 『괜찮습니다』를 출간하였다. 시집의 서두에 배치된 ‘시인의 말’은 신승학을 파악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제공한다. 시인은 “모든 것을 낯설게 새롭게 바라보기”를 추구한다. 또한 그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글 쓰기”를 지향한다. 신승학에게 ‘글’ 또는 ‘시’는 “어렵고 아득”한 대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에게 덜 부끄럽도록” “앞으로 걸음을 내딛고 싶다” 신승학에게 시는 성찰의 계기로서 작용하고, 성장과 발전의 촉매로서 작용한다. 시인의 시 세계를 규정하는 결정적인 대목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신승학은 사람들이 모여서 일상과 삶을 영위하는 사회를 향한 지속적인 관심을 시적인 언어에 담아 형상화하였다. 특히 그는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되었음을,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서 표현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동시에 바른 미래를 위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2. 언어, 삶, 경험, 세상으로서 시 신승학의 시는 단순한 언어의 결과물이 아니다. 그의 시는 언어이자 삶이며, 경험이자 세상이다. 시인은 시집의 제목으로서 “괜찮습니다”를 선택하였는데, 다음의 시는 시집 제목과 같은 표현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독자들로서는 이 시를 분석함으로써 신승학이 지향하는 시 세계의 핵심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스러지는 눈꽃처럼 호프집 정리하고 아내가 집을 나갔습니다 마음 추스를 겸 집 여기저기 손봤는데 천장에 다시 국화 무늬가 핍니다 신학대학 졸업반 큰아들이 편의점 밤샘 아르바이트를 선언합니다 대학 때려치운 큰딸은 문 잠그고 애완견만 쓰다듬습니다 강아지 오줌 지린 수험서 구겨져 쓰레기통 처박혀 하품합니다 아빠 호강 입에 달던 둘째 아들 녀석을 사채업자가 전화로 자녀교육 합니다 엊그저께는 막내 딸년 담배 속성과외 받고 어른 되었습니다 라면 한 봉지와 막대 커피 하나로 얼룩진 하루를 닦아냅니다 과꽃 같은 가족사진 액자 벽에 걸려 환하게 웃습니다 - 「괜찮습니다」 전문 이 시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내” “큰아들” “큰딸” “아빠” “둘째 아들 녀석” “막내 딸년” 등의 인물은 어떤 가족의 구성원으로 판단된다. ‘아들’과 ‘딸’에게 ‘아빠’인 남자는 동시에 ‘아내’에게는 ‘남편’이 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2명의 아들과 2명이 딸을 낳아서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으나, ‘아빠’이자 ‘남편’으로서의 남자는 결국 “스러지는 눈꽃처럼 호프집 ”을 “정리하고” 만다. 평화로운 가정이 파괴되기 시작한 시기는 경제적인 파탄과 무관하지 않다. 호프집을 닫음으로써 남편이 경제적인 능력을 상실하게 되자 “아내가 집을 나갔”고, “큰아들이/ 편의점 밤샘 아르바이트를 선언”하며, “큰딸은” “대학”을 “때려치운”다. 또한 “둘째 아들 녀석”은, “사채업자”에게서 “전화로 자녀교육”을 받고, “막내딸년”은 “담배 속성과외 받고 어른”이 되었다. 생계와 생존의 위기 속에서, 가족 구성원들은 정상적인 상황 또는 상태에서 이탈한다. 큰딸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교육을 포기하고, 아내는 가출한다. 정규적인 일자리를 구할 여유를 잃은 큰아들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둘째 아들은 빚의 개념을 강제적으로 알게 되며, 막내딸년은 이른 나이에 담배를 배우게 된다. 신승학의 이 시는 가정의 붕괴와 가족의 해체를 사실적으로 형상화한다. 우리는 이 작품의 가치나 의미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아마도 그것은 이 시의 제목이기도 한 “괜찮습니다”와 무관할 수 없을 테다. ‘괜찮다’라는 형용사는 탈이나 문제 또는 걱정이 되거나 꺼릴 것이 없음을 뜻한다. 또한 별로 나쁘지 않고 보통 이상의 상태를 의미한다. 가족이 흩어지고 가정이 무너지는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시인은 독자들에게 ‘괜찮습니다’라는 곡진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정성을 가득 품은 말로서의 ‘괜찮습니다’를 끝까지 간직해야 할 것이다. 죽었다 아파트 청소부 엄마를 패던 내가 수면제 스무 알 먹었다 ‘해 뜰 날’ 편의점 영희 년이 나를 차버린 건 신의 한 수 앞날 짱짱하겠다 흔들리는 술 취한 내일 빚처럼 쌓인 손찌검 멈춘다 금고 털던 손모가지 화장된다 차라리 없으면 좋겠다던 엄마 따끈따끈한 뼛가루를 선물 받고 주저앉아 찔끔거린다 미안하다 보호관찰 담당자야 시원하게 보호관찰 끝내고 오늘 밤 꿀잠 달려가라 눈 내린다 함박눈이 성탄절 전날처럼 안긴다 내 부고는 복음이다 - 「복음」 전문 신승학은 이 시에서 시적 화자 ‘나’에 주목한다. 이 작품을 이끄는 것은 ‘나’의 목소리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나’의 음성을 듣는 일은 쉽지 않다. ‘나’의 진술을 듣는 일이 괴로운 이유는 ‘나’와 연결된 사람들과의 불편한 관계에서 비롯된다. ‘나’의 주위에서 깊은 관련성을 맺고 있는 사람들에는 “엄마”와 “영희 년”과 “보호관찰 담당자” 등이 있다. ‘나’와 ‘엄마’의 관계는 원만하지 않았다. ‘나’는 “아파트 청소부 엄마를 패던”, 나쁜 아들이었고, ‘엄마’는 ‘나’가 “차라리 없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였다. “편의점”에서 인연을 맺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영희 년’은 “나를 차버”렸는데, ‘나’는 이것을 그녀의 입장에서 “신의 한 수”로서 평가한다. ‘나’는 “술 취한” 사람이었고, “손찌검”하는 사람이었으며, “금고 털던” 사람이다. 어느 날 문제적인 인물로서의 “내가 수면제 스무 알 먹었다” ‘나’는 “화장”되고, “따끈따끈한 뼛가루를” 남겼으며, 이를 “부고”로서 알리게 되었다. ‘나’와 악연을 맺고 있던 사람들에게, ‘나’의 죽음은 어떻게 수용될까? ‘나’의 폭행에 시달리던 ‘엄마’는 나쁜 아들의 죽음 앞에서 “주저앉아 찔끔거”림으로써, ‘나’를 향한 복잡한 심경을 피력한다. 또한 ‘나’를 “보호관찰”하느라 숙면을 취하기 힘들었던 ‘보호관찰 담당자’는 이제 ‘나’를 대상으로 하는 “보호관찰 끝내고” “꿀잠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의 시작은 “죽었다”이고, 마지막은 “내 부고는 복음이다”이다. 어두운 캐릭터로서의 ‘나’는 스스로의 죽음을 왜 ‘복음’으로서 규정하는가? ‘나’가 자신의 소멸을 ‘기쁜 소식’으로서 규정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을 향한 참회와 무관하지 않다. 자신의 잘못이나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나’를 통해서 우리는 어떤 성찰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시장 순대 골목 돌아가면 하노이 쌀국숫집 두 손 벌리는데요 하얀 아오자이 걸친 아잉안 까만 눈동자 깜빡거리죠 귀퉁이 닳은 메뉴판 뒤적거리다가 순두부 같은 다리 눈에 들어오면 얼굴 달아올라 쌀국수로 고개 돌려요 소고기 육수와 심심한 면발에 레몬 곁들인 아삭한 숙주나물이 전세방 말아먹고 시원하게 토낀 아내 같아 쩝쩝 씹다가 후루룩 마셔버리지요 호주머니 뒤적거려 금반지 내밀면 팔천 원 달라는 짧은 혓바닥 면발처럼 늘어나 사근사근할까요 문밖 루주 같은 장미 넝쿨이 커피숍 담장을 넘어가는 오후 골프장 일당을 일주일 펑펑 튀기면 우리나라 영자처럼 불러도 될까요 - 「금반지」 전문 신승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현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다. 그는 앞에서 살핀 시 「괜찮습니다」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기인한 가정의 붕괴를 다루었고, 시 「복음」에서는 문제적인 청년의 자살을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형상화하였다. 시인은 이번 시 「금반지」에서 다문화 사회로서의 한국 사회에 주목한다. 이 시의 잠재적 화자가 집중하는 인물은 “아잉안”이다. ‘아잉안’은 “하노이 쌀국숫집”에서 “하얀 아오자이 걸친” 모습으로 시적 화자를 응대한다. 시적 화자에게는 “전세방 말아먹고 시원하게 토낀 아내”가 있다. 그는 이른바 ‘돌아온 싱글’ 또는 ‘돌싱’인 셈이다. ‘돌싱’으로서의 남성인 그의 눈에 포착된 사람은 베트남 여성인 아잉안인 것이다. 시적 화자인 남성은 아잉안의 “까만 눈동자” “순두부 같은 다리” “짧은 혓바닥” 등을 관찰하면서 “얼굴 달아”오른다. 그는 사라진 아내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아내를 꿈꾸다가 베트남에서 온 아잉안을 발견한 것이다. 남성은 아잉안을 향해 “호주머니 뒤적거려 금반지 내밀”고 싶다. 남성은 외국에서 온 여성에게 “금반지”를 제공함으로써 그녀를 “우리나라 영자”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언젠가부터 한국 남자와 외국 여자가 서로 사귀거나 결혼에 이르는 경우들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점점 다양해질 것이다. 다문화 사회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이고, 이 시는 이를 감각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비쩍 마른 오사마 녀석 엊그저께 국민연금공단 연수원 산책길에서 귀가 따가운 예초기 돌리는데 더위에 이골이 났는지 자기만 살겠다고 그러는지 그늘 손짓해도 모른 척하더니만 성가신 십장 영감 자리를 비워 잡역부들 비지땀 훔치다가 물 마시자 사막여우처럼 다가왔죠 물 얻어 마시고 엎드려 뭐라 뭐라 쑤알라거리며 하늘 우러러봤지요 젠장! 연수원 청소 아줌마 눈총을 눈웃음으로 때우고 물 떠온 나는 모른 척 보이지 않는 알라신만 찾는 꼴이라니 맘 같아선 네 나라로 가라고 말하고 싶은데 아침부터 열사병 때문에 어질거리는 내게 가만히 포도당 소금을 건네는 것 아니겠어요 낼모레가 추석이지만 품새 보니 푹푹 찔 것 같은데 먹고살자고 용쓰는 건 너나 나나 다름이 없는 일이죠 녀석 자취방 찾아가 송편을 건네려고요 모래바람 날리는 알라든 달덩이 같은 조상님이든 국제적으로 기도하고 절을 해요 약발 받아 두빠따 두른 아가씨 소개해주면 땡큐죠 - 「오사마 녀석」 전문 다문화 사회로 이동 중인 한국 사회를 시적으로 형상화하려는 신승학의 노력은 이 시에서도 지속된다. 앞에서 점검한 시 「금반지」에 ‘베트남’ 여성 “아잉안”이 등장했다면 이번 시 「오사마 녀석」에는 ‘파키스탄’ 남성 “오사마”가 제시된다. 대한민국의 안정적인 유지, 발전을 위해서는 ‘베트남’ ‘파키스탄’ 등 다른 나라에서 이주한 인력들의 참여가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것이다. 시적 화자 ‘나’는 이 시에서 파키스탄에서 이주한 오사마를 “녀석” 또는 “너”라는 호칭으로 부른다. ‘나’와 ‘너’는 “예초기 돌리는” “잡역부들”의 일원이었다. ‘나’의 입장에서 오사마는 얄미운 인물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가 “물 떠온 나”를 “모른 척”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와 오사마의 관계는 갈등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오사마는 “아침부터 열사병 때문에 어질거리는 내게/ 가만히 포도당 소금을 건네”었고, ‘나’는 “녀석 자취방 찾아가 송편을 건네려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오사마로부터 “두빠따 두른”, 파키스탄 “아가씨”를 “소개”받는 즐거운 상상을 한다. 특히 “먹고살자고 용쓰는 건 너나 나나 다름이 없는 일이죠”라는 진술은 독자들이 다문화 사회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중략〉--- 충주 남산 화장터 구내식당 식은 육개장에 밥 말아 돼지 수육 새우젓을 찍는다 마른오징어 씹는 허전한 입 귤껍질처럼 뒤끝 남은 유산을 뜯다가 짝이 맞지 않은 젓가락 분지른다 에누리 없는 한 시간 삼십 분 화구로 들어간 엄마 민달팽이처럼 꾸무럭거리더니 한 줌으로 끌려 나온다 티타늄 쇳조각 가리키는 분골사 가져가실 분 말해주세요 줄다리기했던 육백만 원과 달리 아무도 받지 않는다 엉치뼈 박혔던 눈물이 반짝거린다 - 「유산」 전문 신승학이 시집 『괜찮습니다』에서 추구하는 시 세계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사회 또는 현실에서 살아가는 다채로운 인물들의 일상, 삶, 인생을 다루고 있다. 인간의 삶은 불가피하게 죽음으로 귀결된다. 넓게 보면 죽음 역시 삶의 과정에 포함된다. 시 「유산」은 인생의 마지막 국면인 죽음을 다룬다. 곧 이 시에서 “화장터” “화구” “한 줌” “분골사” “엉치뼈” 등의 어휘는 “엄마”의 죽음을 암시한다. ‘엄마’는 “충주 남산 화장터”에서 화장된 것으로 예상된다. 엄마가 화장되어서 ‘엉치뼈’와 ‘한 줌’이 되는 데에는 “에누리 없는 한 시간 삼십 분”이 걸렸을 테다. 70년, 80년, 90년의 인생이 몇 조각의 뼈와 재로 변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고작 90분 정도일 뿐이다. 이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단어에는 “티타늄 쇳조각”이 있다. ‘티타늄 쇳조각’은 엄마의 원활한 활동을 돕는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육백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였을 티타늄 쇳조각을 “가져가실 분”은 아무도 없었다. 신승학은 “아무도 받지 않는”, 티타늄 쇳조각을 “엉치뼈 박혔던 눈물”로서 규정한다. “반짝거”리는 티타늄 쇳조각은 엄마가 남긴 “유산”이다. 우리는 이 시를 읽으며,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우리가 남겨야 할 유산은 무엇인가? 3. 도전과 인내로 찾은 가능성과 희망의 길 필자는 이 글에서 신승학의 시집 『괜찮습니다』를 다양한 각도에서 점검하였다. 우리는 시인의 시들을 살피면서, 우리가 머물고 있는 사회와 현실을 파악할 수 있었고, 여러 인물들이 펼치는 삶과 일상과 죽음 등에 대해서도 넓고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이번 시집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다문화 사회와 연결된다. 「금반지」 「오사마 녀석」 「태풍」 등의 시들을 읽음으로써, 독자들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베트남, 파키스탄 등의 국가에서 한국으로 유입된 인물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신승학은 한국 사회에 유입된 외국인들의 삶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그는 우리 사회에 들어온 외국인들이 겪는 어두운 지점 역시 함께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승학이 전개하는 시 세계의 중심에는 무엇이 위치할까? 필자는 시인의 시들을 보면서, 삶을 향한 태도나 자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밥줄”을 중시하고, “도전”을 망설이지 않는다. 신승학은 “걸리적거리는 세상을” “슬슬 넘어가”기 위해서 “불편도 절망도” “그럭저럭 견딜 수”있음을 입증하였다. 이는 진정성과 긍정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 시집의 표제시인 「괜찮습니다」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필자는 신승학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어휘로서 ‘도전’과 ‘인내’를 선택하고 싶다.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은 도전challenge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당신 스스로 도전하라; 그것이 성장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길이다Challenge yourself; it’s the only path which leads to growth.” 또한 플라우투스Plautus는 인내patience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인내는 모든 문제에 대한 최고의 해결책이다Patience is the best remedy for every trouble.” 우리는 신승학의 시집 『괜찮습니다』를 읽으며 도전과 인내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삶이 처한 현실이 어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의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독자들은 시인이 제안한 도전과 인내의 가능성을 믿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도전함으로써 한 걸음 더 전진하는 성장의 길을 찾을 수 있고, 인내함으로써 힘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국시의 새로운 개성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시인의 말 모든 것을 낯설게 새롭게 바라보기 그러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글 쓰기 다시 읽어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어렵고 아득하다 그렇지만 한 발짝 두 발짝 앞으로 걸음을 내딛고 싶다 스스로에게 덜 부끄럽도록 2026년 7월 신승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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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쓸쓸한 풍경이 시집 전편을 관통한다. 결핍의 공간이 큰 소외자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도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이들의 삶이 날것 그대로 펼쳐진다.
그래서 서술되는 공간이 아주 좁다. 이 좁은 공간은 인간을 위협하고 불안을 자아내는 강박관념적인 상징 공간이다. 파괴된 가정, 산 자들의 무덤 같은 요양원, 청소년보호관찰소, 동거녀가 산 기도 간 원룸, 옥탑방, 화장터 등등. 이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살풍경 그 자체이다. 노인은 자벌레처럼 꿈틀거리고, 공무원은 10년간 말단 주임을 면치 못하고, 가족들은 용접불꽃처럼 흩어지고, 사과도 눈물 흘리는 옥탑방, 식당 앞의 바람 빠진 풍선은 눕고, 육아휴직을 내도 기다리는 건 생활고生活苦이다. 희망이라야 동거녀 산 기도 끝나면 점집 손님 몰려올까, 잘린 직장 연락 올까 하는 무망한 꿈뿐이다. 생각을 돌려보면, 신승학 시인이 이처럼 탈출구가 없는 자들의 고통을 보란 듯이 내보이는 까닭은 독자를 향한 강한 외침이요, 시선視線을 아래에 두는 건강한 시작詩作의 선언이다. - 권희돈 (문학평론가·청주대학교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