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쓸쓸한 풍경이 시집 전편을 관통한다. 결핍의 공간이 큰 소외자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도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이들의 삶이 날것 그대로 펼쳐진다.
그래서 서술되는 공간이 아주 좁다. 이 좁은 공간은 인간을 위협하고 불안을 자아내는 강박관념적인 상징 공간이다. 파괴된 가정, 산 자들의 무덤 같은 요양원, 청소년보호관찰소, 동거녀가 산 기도 간 원룸, 옥탑방, 화장터 등등. 이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살풍경 그 자체이다. 노인은 자벌레처럼 꿈틀거리고, 공무원은 10년간 말단 주임을 면치 못하고, 가족들은 용접불꽃처럼 흩어지고, 사과도 눈물 흘리는 옥탑방, 식당 앞의 바람 빠진 풍선은 눕고, 육아휴직을 내도 기다리는 건 생활고生活苦이다.
희망이라야 동거녀 산 기도 끝나면 점집 손님 몰려올까, 잘린 직장 연락 올까 하는 무망한 꿈뿐이다. 생각을 돌려보면, 신승학 시인이 이처럼 탈출구가 없는 자들의 고통을 보란 듯이 내보이는 까닭은 독자를 향한 강한 외침이요, 시선視線을 아래에 두는 건강한 시작詩作의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