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가격
20,000원
20,000
YES포인트?
200원 (1%)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국내배송만 가능
  •  문화비소득공제 가능

황금알 시인선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목차

1부 빛나는 삶의 여정

텃밭 일기·12
몽돌의 연가戀歌·14
해조음海潮音·16
효자 지팡이·18
처서處暑·19
빛나는 삶의 여정·20
보름달과 초승달·22
조팝나무 사랑·28
요레왕·29
바늘엉겅퀴·30
손편지·32
꽃과 잎으로·34
고맙다 자부子婦·35
나이에 대하여·36

2부 자목련

한라산 백록샘물·38
이 가을에·42
풀잎의 노래·44
별난 우정·45
자목련·46
유채꽃밭과 돌담·48
오일장에서 1·49
선원禪院 영탑의 차나무·50
그리움을 저 멀리 두고·52
군자란꽃 3·54
찔레꽃 세상·55
황혼 연애·56
그래도 못 잊어·58
쉼팡·60

3부 갈등에 대하여

선인장꽃·64
갈등葛藤에 대하여·65
홍매화꽃 앞에서·68
가을의 메밀꽃밭·69
어느 시인과의 인연·70
모과나무·71
한 통의 메일이 생명을·72
백장미·75
멀구슬나무에 대한 단상·76
가을의 생각·78
햇빛이 키워내고 바람이 보듬어·80
농무濃霧·82
오일장에서 2·84
소만小滿·86

4부 봄이 되면 새순이 돋아나고

천변川邊 풍경·88
고백告白·89
맨발 황톳길·90
봄이 되면 새순이 돋아나고 ·92
돌담과 녹색 동백·94
능소화꽃·96
손목시계·98
녹색의 낙엽 교목·100
봄의 서곡·102
고요한 밤하늘에·103
보리수菩提樹나무·104
공원의 나무들·106
제밤낭 열매·108

5부 다정한 부부

소중한 인연·112
다정한 부부·113
제비꽃·114
외로움과 괴로움·116
너와의 약속·117
존중과 배려·118
녹산로 유채꽃 길·120
서리 내리고·121
하얀 목련꽃·122
광장의 소나무 숲·124
목백일홍꽃·126
순비기꽃·128
하얀 민들레꽃·129

해설 | 김영탁_제주에서 다시 쓰는 귀거래·132

저자 소개 1

출생: 당시 남제주군 표선면 가시리 2151번지 강인득과 김두열의 장남으로 출생하다. 배우자: 김금순(자녀 3남) 가족사: 4.3시 경찰에 의해 할아버지,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숙부님이 죽임을 당했고 가정이 파탄되다. 남은 가족은 30대의 어머니와 어린 3남매와 함께 거주지도 면 소재지인 표선리로 옮겨 성년이 될 때까지 살다. 경력 민선 남제주군수(정무직 2회) 공무원 명예퇴직(지방이사관) 제주도청 내무국장(서기관) 제주도청 내무국장(지방부이사관 2005.01.01) 남제주군수(임명직) 제주도청 지역경제국장, 개발국장, 공보관 제주도청 지방과장, 서무과
출생: 당시 남제주군 표선면 가시리 2151번지 강인득과 김두열의 장남으로 출생하다.
배우자: 김금순(자녀 3남)

가족사: 4.3시 경찰에 의해 할아버지,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숙부님이 죽임을 당했고 가정이 파탄되다. 남은 가족은 30대의 어머니와 어린 3남매와 함께 거주지도 면 소재지인 표선리로 옮겨 성년이 될 때까지 살다.

경력
민선 남제주군수(정무직 2회)
공무원 명예퇴직(지방이사관)
제주도청 내무국장(서기관)
제주도청 내무국장(지방부이사관 2005.01.01)
남제주군수(임명직)
제주도청 지역경제국장, 개발국장, 공보관
제주도청 지방과장, 서무과장, 문화공보담당관
남제주군 부군수, 내무과장
제주도청 행정계장, 예산계장

시인등단: 서울문학인에서 시인등단(2009년도)

시집: 『멀구슬나무에게 그리움을 묻다』(2012.04) 『어머니와 바릇잡이』(2016.05) 『군자란꽃』(2020.11) 『고요히 달려온 하현달』(2022.04) 『메밀꽃밭에 정을 심고』(2023.10) 『몽돌의 연가戀歌』(2026.10)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28*210*20mm
ISBN13
9791168151475

책 속으로

1부 빛나는 삶의 여정


텃밭 일기

지금은 가고 없는
아내와 더불어 텃밭을
가꾸던 때가 있었습니다

손이 덜 가는
고추 모종과 마늘을
조그만 텃밭에 심었습니다

쏟아지는 햇살과
살랑대는 바람 더불어

밤이면 반짝이는 별빛과
풀벌레의 울음소리 벗 삼아
쑥쑥 너무도 잘 자랐습니다

흙의 모성 본능에 따라
바람이 키워내는지도 모릅니다

때맞추어 주룩주룩
단비가 내려서 생명수처럼
마른 땅에 젖줄을 물려줍니다

텃밭에서도 아내의
익숙함에 힘입어
언제나 생기가 넘쳐나더군요

그리운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다시는 올 수 없는 그런 날
그때가 간절하게 그립습니다.


몽돌의 연가戀歌

햇빛 찬란한 바닷가에서
빛나는 몽돌 세상을 보네

수백 년 세월인가
수천 년 세월인가
자연이 흐르는 숨결에서

물살에 씻기고
풍랑에 깎기면서

야무지고 옹골차게
다듬어진 변신이리라

자연에서 수많은 세월이
빚어낸 정교한 걸작품들

몽돌의 소리는
몽돌 사이를 누비며
빚어내는 자연의 소리

언제나 아늑하고
고요하게 멈추어가듯
몽돌이 주는 연가런가

구름 머무는 하늘 아래
세월의 침묵 속에 잠들며

바람이 이는 여운 따라
영원히 살아갈 천년 몽돌.


해조음海潮音

고요한 아침이면
오름 너머 아스라이
들려오는 파도 소리

남서풍에 실려
갈매기 날아가듯 조용히
갯가 소식을 실어 왔다

해녀들이 불 쬐던
불턱*에서 구워 먹던
싱싱한 소라의 구수한 맛

지금은 그리움이 된
동네 해녀들이며 그들이
그려냈던 정겹던 소소한 추억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반가움을 그려내는 소리
고달픔을 참아내는 소리
그리움을 묻어내는 소리

상군해녀의 가녀린
숨비소리는 한이 서린
너무나 고된 삶의 신호였더라.

* 불턱: 해녀들이 언 몸을 따뜻이 하기 위해 불을 지펴 쬐는 돌담으로 에워싼 곳.


나이에 대하여

푸른 잎도 낙엽 되고
예쁜 꽃도 낙화되네

세월을 살다 보면
마음 비우는 법도 배우고

왕복표가 없는 인생이나
뒤돌아보는 마음의 여유

삶의 여백 같은 나이
살아갈 날은 사랑이다.


소만小滿

만물이 자라 충만해지고
곡식이 여물어가는 절기

바람 따라 흘러가는 구름
짙푸르고 무성한 나무들

점점 녹음마저 짙어가고
우리네 인심도 찰떡이네

감칠맛 나는 자리물회에
찰진 보리밥은 맛의 향수

이웃과 보리 베고 나누는
수눌음도 정든 고향의 풍경.


봄의 서곡

춘삼월이라더니
경칩 절기가 어느새 지났네

한라 정상엔 은빛 서리꽃
해안가엔 매화 유채꽃 세상

한라의 봄은 탈 없이
갯바람에 실려서 오나 보다

푸른 바다 갯바위 아래
해녀의 물질 모습 가물거리고

돌담에 가린 불턱에서는
상군해녀들 덕담이 무르익는다

봄은 여러 빛으로 온다지만
아무래도 노란빛이 넘쳐나고

오름은 오름대로 노랗게
바다는 넘실대며 푸르게 오네.


멀구슬나무에 대한 단상

은근하게 아름다운 나무가 좋다
봄이면 새잎과 연보랏빛 꽃을
활짝 피워 고운 자태와
그윽한 향기를 뽐내며 정겨운
풍경을 제공하는 마음이 기특하다

다정다감한 나무라서 좋다
더운 여름철이 되면 시원하게
녹음을 만들어 쉼터를 제공해 주고
그늘 아래 모기나 벌레가
접근하지 않는 특징이 있어 좋다

베풂을 알게 해준 나무라 좋다
한겨울 잎을 떨구면서도 촘촘하게
달린 열매를 정성껏 키워내서
겨울철 먹이가 부족한 새들에게
맘껏 먹이를 베푸는 마음이 곱다

출판사 리뷰

제주에서 다시 쓰는 귀거래
-도연명 「귀거래사」와 강태훈 시의 귀향·자족·순명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필)


들어가며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읽고 강태훈의 시집 『몽돌의 연가』를 펼쳐보면, 두 시인 사이에는 천육백 년에 가까운 시간적 거리와 중국 강남과 제주라는 공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묘한 정신적 친연성이 발견된다. 그것은 단순히 두 사람이 꽃과 나무와 밭을 노래했다는 차원의 유사성이 아니다. 두 시인 모두 세상의 중심에서 벗어나 삶의 본래 자리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 욕망과 성취보다 자연의 순리를 존중하는 태도, 노년에 이르러 비움과 자족을 배우는 자세에서 두 시인의 정신은 서로 깊이 호응한다.
도연명의 「귀거래사」는 첫머리부터 “돌아가리라. 전원이 장차 거칠어져 가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歸去來兮 田園將蕪胡不歸)”라고 선언한다. 그가 말하는 ‘귀歸’는 단순히 고향집으로 이동하는 물리적 귀향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을 외적인 삶에 부리고 살아온 시간에서 벗어나 본래의 자신에게 돌아가는 정신적 귀환이다. 그래서 그는 지나간 삶을 후회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이미 지나간 것은 따질 수 없음을 깨달았고 앞으로 올 일은 제대로 따를 만함을 알겠네(悟已往之不諫 知來者之可追)”라고 말한다. 귀거래란 과거를 부정하는 행위가 아니라 남아 있는 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새롭게 결정하는 행위다.

강태훈의 시에서도 이러한 ‘돌아옴’은 매우 중요한 의미망을 형성한다. 다만 그의 귀환은 도연명처럼 세상과 절연하는 귀거래가 아니다. 고향 제주와 자연, 가족의 기억, 텃밭, 나무와 꽃, 오래된 공동체의 인정 속으로 서서히 돌아가는 귀거래다. 그런 점에서 강태훈의 시는 ‘제주적 귀거래’라고 부를 만하다.

“羨萬物之得時 感吾生之行休”와 삶의 여백: 「나이에 대하여」


푸른 잎도 낙엽 되고
예쁜 꽃도 낙화되네

세월을 살다 보면
마음 비우는 법도 배우고

왕복표가 없는 인생이나
뒤돌아보는 마음의 여유

삶의 여백 같은 나이
살아갈 날은 사랑이다.

-「나이에 대하여」 전문

도연명은 봄날 나무가 무성해지고 샘물이 흐르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만물이 때를 얻은 것이 부럽고 나의 삶은 장차 끝나감을 느끼네”(羨萬物之得時 感吾生之行休)라고 고백한다. 자연의 생명은 순환하지만 인간의 생은 유한하다는 자각이다. 강태훈의 「나이에 대하여」는 이러한 감각과 놀랄 만큼 가까운 곳에 있다. “푸른 잎도 낙엽 되고/예쁜 꽃도 낙화되네”라는 첫 부분에서 인간의 나이는 식물의 계절과 포개진다. 푸른 잎이 낙엽이 되고 꽃이 지는 것은 비극이라기보다 자연의 질서다. 시인은 그 자연의 질서를 인간의 나이에 적용한다.
중요한 것은 이어지는 “마음 비우는 법도 배우고”라는 구절이다. 늙어간다는 것은 단지 육체적 쇠퇴가 아니라, 무엇을 더 얻는 대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배우는 과정이다. “왕복표가 없는 인생이나/뒤돌아보는 마음의 여유//삶의 여백 같은 나이/살아갈 날은 사랑이다.” 이 결구는 강태훈 시의 노년관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삶에는 되돌아갈 왕복표가 없다. 그러나 되돌아갈 수 없기에 오히려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늙음은 삶이 텅 비어가는 시간이 아니라 ‘여백’이 생기는 시간이다.
도연명의 “나의 삶은 장차 끝나감을 느끼네”라는 구절이 자연의 계절 속에서 인간의 유한성을 받아들이는 고백이라면, 강태훈의 “살아갈 날은 사랑이다”는 그 유한성을 받아들인 뒤 도달한 삶의 결론이다. 이러한 결론에는 삶의 여정에서 얻은 사랑에 대한 충만한 확신과 신념으로 담겨 있다. 강태훈의 ‘사랑’은 애매하고 변덕스러운 세속적인 사랑에 머물지 않고, “푸른 잎도 낙엽 되고/예쁜 꽃도 낙화”까지 자연의 질서로 받아들이고, 인간과 자연과 생명을 차별 없이 품으려는 ‘만물사랑’으로 확장된다. 그리하여 두 시인에게 노년은 패배가 아니다. 삶을 덜어내면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가를 발견하는 시간이다.

------〈중략〉-----

“聊乘化以歸盡”, 변화에 몸을 맡긴다는 것: 「몽돌의 연가」


햇빛 찬란한 바닷가에서
빛나는 몽돌 세상을 보네

수백 년 세월인가
수천 년 세월인가
자연이 흐르는 숨결에서

물살에 씻기고
풍랑에 깎기면서

야무지고 옹골차게
다듬어진 변신이리라

자연에서 수많은 세월이
빚어낸 정교한 걸작품들

몽돌의 소리는
몽돌 사이를 누비며
빚어내는 자연의 소리

언제나 아늑하고
고요하게 멈추어가듯
몽돌이 주는 연가런가

구름 머무는 하늘 아래
세월의 침묵 속에 잠들며

바람이 이는 여운 따라
영원히 살아갈 천년 몽돌.

-「몽돌의 연가」 전문


표제작 「몽돌의 연가」는 「귀거래사」 마지막 구절과 연결해 읽을 때 새로운 깊이를 얻는다. 도연명은 “그저 자연의 변화를 따라 삶이 다하는 곳으로 돌아갈 것이니 천명을 즐김에 무엇을 다시 의심하겠느냐(聊乘化以歸盡 樂夫天命復奚疑)”라고 「귀거래사」를 끝맺는다. 강태훈의 몽돌 역시 ‘변화에 몸을 맡긴 존재’다. 몽돌은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동안 “물살에 씻기고 풍랑에 깎기면서” 다듬어진다.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과 시간이 만들어낸 존재다. 몽돌은 파도에게 저항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라지지도 않는다. 끊임없이 씻기고 깎이면서 더욱 단단하고 둥글어진다. 이것은 강태훈이 바라보는 생의 모습과 닮아 있다. 불교적 관점에서 본다면, 사람 또한 인연과 업의 흐름 속에서 세월을 거치며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젊음을 보내고, 친구를 떠나보내고,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며, 자신의 몸이 늙어가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그 시간을 통과하면서 인간은 날카로운 모서리를 조금씩 덜어내고 둥글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몽돌의 둥근 몸은 단순한 자연미가 아니라 노년의 정신적 형상이라 할 수 있다.
도연명의 “변화를 타고 삶이 다하는 데까지 가겠네(聊乘化以歸盡)”라는 태도와 강태훈의 “세월의 침묵 속에 잠들며” 자연을 따라 살아가는 몽돌의 모습은 깊이 상응한다. 이 점에서 『몽돌의 연가』라는 표제 자체를 하나의 현대적 ‘귀거래’로 읽을 수 있다. 삶이란 자연과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시간에 깎이면서, 자신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중략〉-------------

귀향은 결국 기억으로 돌아가는 일: 「찔레꽃 세상」


엄마랑 손잡고 들에 나가
연한 순 따먹던 어린 시절

예민한 가시에 찔려 울면서
피 묻은 손가락을 빨던 일

산들바람 불어 포근한 날에
흰 구름 서서히 흘러가듯이

고요히 퍼지는 그윽한 향기
그 속에 정든 고향이 있었네

-「찔레꽃 세상」


「찔레꽃 세상」은 도연명의 귀거래를 ‘고향의 기억’이라는 관점에서 확장해 읽게 하는 작품이다. 강태훈은 찔레꽃을 바라보다가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어머니와 손잡고 들에 나가 찔레의 연한 순을 따먹던 일, 가시에 손가락을 찔려 울던 기억, 흰 구름과 찔레꽃 향기가 되살아난다. 그리고 끝행에서 “그 속에 정든 고향이 있었네”라고 노래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꽃의 향기는 잠들어 있던 기억을 깨워 시인을 다시 고향으로 데려간다. 물론 강태훈에게 고향은 단순히 지도 위에 표시된 장소가 아니다. 어머니의 손, 피 묻은 어린 손가락, 들길의 냄새와 찔레꽃 향기가 겹쳐진 감각과 기억의 세계다.
도연명이 고향집의 소나무와 국화가 남아 있음을 발견하고 안도한다면, 강태훈은 찔레꽃에서 어린 시절의 고향을 다시 발견한다. “세 갈래 길은 거칠어졌지만 소나무와 국화는 남아 있네(三徑就荒 松菊猶存)”라는 「귀거래사」의 장면은 “그 속에 정든 고향이 있었네”라는 강태훈의 「찔레꽃 세상」과 아름답게 호응한다.
결국 귀향이란 고향이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다. 이미 변한 세계 속에서도 무의식에 잠자고 있는 꽃의 이름을 부르면서, 아직 존재하는 어떤 냄새와 꽃, 나무와 기억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강태훈의 귀향은 장소로 돌아가는 일이면서 동시에 기억 속의 자신에게 돌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도연명의 은거에서 강태훈의 공동체로: 「쉼팡」


오래전부터 마을의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는 쉼팡이 있었다

특히 여름 한 철에는
시원한 바람도 머물러
동네 사랑방 역할도 하네

이웃들이 모여 앉아
술잔을 나누기도 하며

바둑 장기 오락 장소로
애용되는 곳으로
넓적한 돌을 둘러싼 쉼터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정담을 나누는 장소이기도

-「쉼팡」 부분


「쉼팡」은 도연명과 강태훈의 변별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오히려 함께 읽을 때, 두 시인의 세계가 더욱더 선명해진다. 도연명은 「귀거래사」에서 세상과의 교유를 줄이고 정원과 친척, 책과 거문고를 가까이하며 살겠다고 한다. 그의 귀거래에는 세속적 관계를 최소화하려는 은자의 성격이 있다.
그러나 강태훈에게 돌아가야 할 고향은 혼자만의 정원이 아니다. 「쉼팡」은 나무 그늘 아래 놓인 넓적한 돌 하나를 중심으로 이웃들이 술잔을 나누고 바둑과 장기를 두며 젊은이들이 정담을 나누고 길손이 쉬어가는 공간을 보여준다. 여기서 강태훈식 귀거래의 특징이 드러난다. 그는 자연으로 돌아가면서 사람과 인연을 끊지 않고, 오히려 사람 사이로 돌아온다. 도연명의 귀거래가 ‘세속에서 전원으로’의 이동이라면 강태훈의 귀거래는 ‘복잡한 현대생활에서 오래된 공동체의 인정人情으로’ 향한다. ‘쉼팡’은 강태훈 시의 작은 이상향이다. 대단한 시설도 없고 화려한 장식도 없다. 나무 그늘과 넓적한 돌이면 족하다. 중요한 것은 그 위에 사람들이 함께 앉는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자족성 또한 「귀거래사」 정신과 공명하고 있다. 도연명의 자족이 개인의 내적 평안에 가깝다면, 강태훈의 자족은 이웃과 나누는 공동체적 평안으로 확장된다. 바로 이 점이 강태훈의 제주적 귀거래가 지닌 중요한 개성이다. 도연명이 “무릎을 넣을 만한 좁은 곳도 편안하네(審容膝之易安)”라고 말하듯, 행복에 반드시 큰 집이나 많은 재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강태훈의 ‘쉼팡’ 역시 작은 공간이지만 여러 사람의 삶을 품는다.

나가며: 제주적 귀거래, 자연으로 돌아가 사람에게 이르는 길

지금까지 강태훈의 『몽돌의 연가』와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나란히 읽었다. 그러나 두 시인의 시와 삶을 억지로 동일시할 필요는 없다. 도연명은 혼란한 시대의 관직생활을 스스로 버리고 전원으로 돌아간 시인이며, 그의 귀거래에는 세속적 권력에서 물러나 자신의 인격적 자유를 지키려는 결단이 강하게 들어 있다. 반면 강태훈은 오랜 공직생활을 거쳐 남제주군수 등을 지낸 뒤, 노년에 시와 자연을 더욱 깊이 바라보고 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의 생애 자체를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시적 세계에서는 분명한 친연성이 발견된다. 도연명이 관직을 떠난 뒤 발견한 것이 밭과 소나무와 국화, 구름과 새, 봄의 나무와 흐르는 샘이었다면, 강태훈이 생의 후반부에 발견하는 것은 텃밭과 유채꽃, 찔레꽃, 멀구슬나무, 오름과 돌담, 제주바다와 몽돌이다. 도연명에게 “소나무와 국화가 남아 있었네(松菊猶存)”라면, 강태훈에게는 제주 돌담과 유채꽃, 찔레꽃과 멀구슬나무가 남아 있다.
도연명에게 “지친 새가 돌아갈 줄 아는(鳥倦飛而知還)” 것이 자연의 지혜라면, 강태훈에게는 때가 되면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 노년의 지혜다. 도연명이 만물이 제때를 얻은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의 생이 저물어감을 느낀다면, 강태훈은 낙엽과 낙화를 바라보며 “삶의 여백 같은 나이”를 말한다. 그리고 도연명이 마지막으로 “자연의 변화에 자신을 맡기겠다(聊乘化以歸盡 樂夫天命復奚疑)”고 한다면, 강태훈은 수백수천 년 동안 물살과 풍랑에 씻기고 깎인 몽돌을 바라본다. 바로 여기에서 ‘몽돌’은 강태훈 시의 가장 중요한 귀거래적 상징이 된다. 몽돌은 세상으로부터 떠나온 돌이 아니라, 오히려 끊임없이 파도와 부딪친 돌이다. 그런데 수없이 부딪친 끝에 날카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둥글어진다. 이것은 강태훈의 생애 인식과 깊이 연결된다. 살아갈수록 사람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 존재라기보다 하나씩 내려놓는 존재가 된다. 젊음을 내려놓고 지위와 역할을 내려놓으며,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먼저 보내야 한다. 그 과정 끝에 남는 것은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보다 어떻게 다른 존재와 관계 맺으며 살아왔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강태훈의 귀거래는 도연명의 귀거래와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도연명이 세상에서 물러나 자연으로 돌아갔다면, 강태훈은 자연으로 돌아가 다시 사람을 바라본다. 텃밭에는 아내가 있고, 찔레꽃에는 어머니가 있으며, 오일장에는 이웃이 있고, 쉼팡에는 마을 사람들이 있다. 멀구슬나무에는 겨울 새가 찾아오고, 바다에는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남아 있다. 그에게 자연은 인간이 사라진 순수한 공간이 아니다. 인간의 기억과 노동, 사랑이 함께 스며 있는 생활세계인 것이다. 따라서 강태훈의 시에서 ‘귀거래’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귀자연歸自然이면서 동시에 귀고향歸故鄕이고, 마침내 귀인간歸人間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시인이 얻는 것은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다. “마음 비우는 법도 배우고” “때가 되면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하며 끝내 “살아갈 날은 사랑이다”라는 소박한 결론에 도달한다.
도연명의 「귀거래사」가 천육백 년 가까운 시간을 건너 오늘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돌아간다는 것은 패배가 아니다. 무엇이 자신의 삶에서 정말 중요한지를 깨달은 사람이 선택하는 방향이다. 강태훈의 『몽돌의 연가』 역시 그러한 돌아봄과 돌아옴의 시편들이다. 그가 돌아가는 곳에는 거창한 이상향이 없다. 작은 텃밭이 있고, 돌담이 있고, 바람이 불며, 오래된 나무가 서 있고, 누군가 쉬었다 가는 쉼팡이 있다. 그리고 먼저 떠난 사람들의 기억이 있다. 도연명이 동쪽 언덕에 올라 시를 읊고 맑은 물가에서 시를 짓겠다고 했다면, 강태훈은 제주 오름과 바다와 꽃길을 걸으며 시를 쓴다. 그런 의미에서 강태훈의 시는 천육백 년 가까운 시간을 건너 제주에서 들려오는 또 하나의 조용한 ‘귀거래사’라 할 수 있다. 다만 그 귀거래는 세상을 등지는 노래가 아니다. 오랜 세월 파도에 깎여 둥글어진 몽돌처럼, 많이 겪었기에 조금 더 비우고, 많이 잃었기에 남아 있는 것을 조금 더 사랑하려는 사람의 귀환이다. 그것이야말로 『몽돌의 연가』를 관류하는 가장 깊은 생의 자세일 것이다. 시인의 이 아름다운 귀환을 반갑게 바라보며, 생의 텃밭에서 이어질 그의 시적 경작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새 꽃을 피우기를 기대한다.

*시인의 말

“요레왕 건불령 갑서”

제주대 병원 입구에서 넓은 홀에
들어서면, 오른쪽 휴게실 안쪽에
걸려있는 두 개의 작은
현수막에 게시된 제주어 내용입니다.

“요기로 와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가세요”라는 뜻입니다.
풍부한 어휘와, 토속적인 어감이
제주어의 묘미를 느끼게 합니다.

시를 읽는 분들에게 시원한
바람을 맞듯이 가볍게 읽히고,
오래 기억되는 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산뜻한 장정裝幀과 정감 어린 표현으로
시집을 돋보이게 다듬어 주신
김영탁 대표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한편 시집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준
제주헤럴드의 강정만 발행인,
표선문학회 회장 송인영 시인
그리고 강지용, 강현용 두 손주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여섯번째 시집입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도남동 길을 걸으며
玹岩 강태훈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사락 별점0

혜택 및 유의사항

첫번째 별점을 남겨주세요.

첫번째 밑줄을 남겨주세요.

20,000원
총 1개 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