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경상북도 고령에서 태어났다. 1971년 『현대시학』에 시가 추천되어 등단했으며, 시집 『투명한 속』 『우리 낯선 사람들』 『측백나무 울타리』 『금요일엔 먼데를 본다』 『것들』 『연애 간(間)』 『천둥의 뿌리』 『기억의 미래』 『해월, 길노래』 등을 펴냈다. 김수영문학상, 도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김광협문학상, 이육사시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 시집은 우리 근대사의 큰 상처인 대구 시월항쟁과 관련이 되어 있다. 지금까지 ‘시월폭동’으로 알려진 시월항쟁은 제주4·3과 거창양민학살이 있기 전에 일어난 일로, 1946년 10월 1일 대구항쟁이 도화선이 되었다. 시월항쟁은 대구를 진원지로 곳곳으로 번져갔는데, 그중 가장 격렬하면서 피해가 컸던 지역이 영천이었다. 이중기는 시월항쟁의 전말을 보여주면서 특히 영천 지역의 상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고봉밥 한 그릇이 간절했을 뿐”인 남루한 양민들이 “무슨 원대한 포부가 있어/ 피를 뿌”린 게 아니라, 역사의 한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엮여 처절하게 사투를 벌이다 억울하게 죽어간 그 원통함을 지극한 연민으로 붙안아 다독인다. 장강처럼 굽이치는 격정의 언어들은 시월의 영천을 비탄과 울분으로 떠올리면서, 영천에서 농민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그 어쩔 수 없는 원죄의식과 업을 되새김질하는 것이다. 꿀림 없이 당당한 어조로 우리 민족사의 한 비극적인 상황을 가열차게 드러낸 기념비적인 시집이 아닐 수 없다.
10월문학회는 기억의 언어로 내다보는 매운 시선이다. 방천시장 한켠에서 태동하면서 그 기억은 이미, 핏기를 머금었다. 그래, “그 모월 모시 거기”라는 숨긴 기억은 “핏물 흐르는 곳”의 마른 자국으로 펼쳐져 있다. 그걸 기억하기 위해 그들은 모였고, 말을 모았다. “스며서 다시 피어나”는 야만의 시대를 더듬었다. 그 기억의 정점인 “산언덕 구절초”로 흔들리며, “나락 베다 끌려간 늙은 아버지”의 모습조차 아프게 각인한다. “내가 너를 죽이듯이 수많은 너를 죽인 나”라는 핏물의 역사를 반성한다. 그 역사의 싹은 바로 “저항의 뿌리”에서 발아한 것. 그 뿌리가 뼈를 움켜쥔 채 뻗어나가기에 수많은 죽음을 묻은 자리에서 꽃이 피어난다. 10월문학회의 말들은 그 꽃들의 발화로 열리는 시선의 증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