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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4
광주천 적산가옥에 날아든 파랑새들의 사랑과 꿈_곽재구 그리운 그림엽서·11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13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돌아오다·14 창밖에 무등산이 있었다·17 등꽃 축제·21 험한 세상 다리 되어·24 그런데 이 남자도 좋아·26 우리가 물이 되어 흐른다면·27 서울의 예수·31 광주에서 시 한 편 쓰기·34 포스트모던 속에 핀 꽃·39 묵호를 아는가?·40 이용악 전라도 가시내·42 사람들보다 나무나 개가 좋아요·45 홍명,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림을 그리다·48 정와, 맑고 아름다운 세상의 꿈·50 광주, 꽃도 새도 없는 천변들_김형수 첫 발자국·55 ‘광주놈!’ 속으로·62 모든 길은 ‘광고’로 통한다·68 문학의 고향집에서 풍기는 냄새·73 빌딩들 속에 숨은 유령하천들·79 목가적인 연결이 사라진 세계에서·85 종적을 감춘 뒤·93 천변 연대기_정경운 불로동 천변, 멱 감는 아이들·97 겨울 같은 봄·102 양동시장 긴 역사의 짧은 이야기·104 시장통의 K-장녀·114 별일 없이 크는 아이들·118 그해 5월·124 서커스단의 코끼리·132 야생의 정원과 빈집들·134 광주천 누벼누벼 흘러가는 곳_한송주 민중문예운동 전진기지 ‘등나무집’·146 불로다리 밟기·152 관덕정(觀德亭) 습사(習射)·153 한 여전사의 성채·156 세느강 노천카페·163 버드실 문화특구·168 남도 인심이 넘쳐나는 대동장터·172 극장은 죽고 싶어 하지 않아요_한재섭 #1 온갖 잡것들은 극장으로 기어나오고·183 #2 영화광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192 #3 가난한 아이들에게 기념일은 없다·203 #4 해피 투게더, 광주극장·219 나의 사랑 양림동_한희원 가을 오후의 햇살이 언덕을 넘어가고·230 오래된 교정과 숲, 양림동 학교·239 그림을 통해 시대를 응시하던 그 청년·247 그 시절 양림동 사람들·251 양림동에서 만난 음악과 미술·259 사랑, 위로, 예술이 흐르는 양림동·261 |
郭在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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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시절 내게는 광주 천변의 낡은 목조 적산가옥이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가난한 예술가들과 그들의 삶 그들의 꿈의 모습이 내게 영감을 주었다. 아픔이 없는 시절은 아름다운 시절이 아니다. 그 시절에 피는 꽃과 꽃 속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사랑과 남은 생 위에도 등꽃 피는 시절과 파랑새 나는 하늘이 오래오래 펼쳐지기를!
---「곽재구, 광주천 적산가옥에 날아든 파랑새들의 사랑과 꿈」중에서 나의 ‘배고픈 다리’는 광주시 학동의 못생긴 교량 이름이다. 나중에 이 일대가 굉장히 부촌이 되어 깜짝 놀랐으나, 1980년대까지도 이곳은 이농민 중에서도 특히 가난한, 그러니까 서울까지 올라가지 못할 만큼 열악한, 도시 빈민의 최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그 처량한 동네에 다리가 생겼는데, 어엿한 명칭이 있건만 다들 개의치 않고 애오라지 배고픈 다리라고만 불렀다. ---「김형수, 광주, 꽃도 새도 없는 천변들」중에서 벌써 20년을 넘어가는 재개발 이야기가 언제 현실화될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골목길과 정원이 영원한 추억 속으로 사라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나의 시간이, 우리 오남매의 시간이,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의 시간이 칼로 도려낸 듯 양동이란 공간에서 도려내져 버릴 것 같아서이다. 오늘도 광주 도처에서 무수한 가족들의 서사가 같은 처지로 잘려나가고 있을 것이다. ---「정경운, 천변 연대기」중에서 예로부터 우리네 장터는 그냥 물건만 사고 파는 상거래처가 아니었다. 떨어져 사는 동기들과 모처럼 만나 회포를 푸는 사교장이었고 온갖 문화행사가 펼쳐지는 대동마당이었다. 광주천변 자갈밭에는 장날마다 천막극장이 들어섰고, 장 모퉁이에서 차력사의 묘기가 펼쳐졌으며, 여기저기 전을 쓸고 다니며 각설이들의 장타령이 왁자했다. 말그대로 ‘문화난장’이었다. ---「한송주, 광주천 누벼누벼 흘러가는 곳」중에서 나는 1995년 5·18특별법 제정시위가 벌어지던 금남로에서 특별판으로 뿌려진 1980년 6월 2일자 신문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는 광주 시내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들 광고가 있다. 십 일간 봉쇄되었던 도시의 광장이 닫히고 극장이 열리던 날 사람들은 영화를 보러 갔을까? 사랑이 넘치는 신세계였던 광장의 정념들을 간직한 채 무슨 영화를 보았을까? 그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떠났을까? ---「한재섭, 극장은 죽고 싶어 하지 않아요」중에서 포크레인이 들어와 어린 시절 친구들 집이며, 누군가를 기다리던 전봇대와 가로등이 부서져 나갔다. 양림동에 처음 이사 와서 살았던 철로변 기와집도 부서졌다. 나는 지상에서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풍경 속으로 매일 들어가 부서지기 직전의 집 창틀을 수거해 모았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 집 창틀도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자취하던 집의 창틀도 조심스럽게 뜯어서 모아두었다. 나는 그 모아진 낡은 창틀에 지금은 사라진 양림동 풍경들을, 사람들을 그렸다. ---「한희원, 나의 사랑 양림동」중에서 |
‘광주천’을 따라 흐른 우리들의 삶과 예술
글과 사진, 그림으로 엮어 ‘소소하면서도 누구나 가지고 있는 광주의 근현대 기억을 엮는다’는 취지로 시작한 ‘광주 모노그래프’, 그 다섯 번째 에세이집, 『삶은 그렇게 물길 따라 흐르고 - 광주천』(심미안 刊)이 출간됐다. 광주문화재단에서 기획한 ‘광주 모노그래프’의 이번 테마는 ‘광주천’이다. 고통과 폭압 속의 무기력한 삶을 마주하던 척박한 시절, 광주의 역사를 함께한 예술가들, 그리고 그들의 삶과 꿈이 고스란히 스며들었던 광주천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사진과 그림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한때 방치된 채로, 한때는 예술이 번성한 문화공간 저변에 존재하며 우리와 오랜 시간 호흡해 온 광주천이 화가와 시인, 소설가 등의 감성과 통찰로 재해석되었다. 곽재구 시인의 「광주천 적산가옥에 날아든 파랑새들의 사랑과 꿈」은 광주천 불로동 다리 근처에 지어진 목조 3층 적산가옥에서 예술혼을 달구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김경주, 이준석 등 화가들과 함께 머물며, 시절은 험해도 삶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꿈이 광주천 위에 뜬 별처럼 반짝이던 추억이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로 펼쳐진다. 김형수의 「광주, 꽃도 새도 없는 천변들」은 열여섯의 나이로 함평 문장 장터에서 출발한 사내아이가 ‘광주놈’이 되기까지의 여정이 그려진다. 성장기를 돌아보며 광주라는 정체성을 찾아보려는 사유가 돋보인다. 그리고 1980년 5월,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지옥으로 변해버린 그해에 그는 광주를 떠났다. 정경운의 「천변 연대기」는 그야말로 시장통 속에서 성장한 ‘K장녀’의 모험담이다. 생애의 거의 전부를 광주에서, 그것도 광주천 언저리에서 살아온 필자의 성장기가 수많은 애피소드에 담겨 독자를 즐겁게 해준다. 만화가의 꿈은 온데간데없고 그녀는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유년의 기억이 곧 사라지려 하는 지금, 그녀의 요람은 20년째 재개발 중이다. 광주일보에서 40년 넘게 근무한 한송주의 「광주천 누벼누벼 흘러가는 곳」에는 기자로서 만난 광주천 언저리의 추억이 담겨 있다. 민중문예운동의 전진기지였던 ‘등나무집’, 광주의 근대화를 지켜본 산 증인이라는 불로다리, 광주 천변 방림동의 허름한 옥탑 단칸방을 태평양전쟁피해자유족회 본부로 삼은 이금주 여사 이야기 등이 펼쳐진다. 한재섭의 「극장은 죽고 싶어 하지 않아요」는 광주와 얽힌 극장의 역사이자 영화운동의 역사다. 광주 최초의 극장 ‘광주좌’를 비롯해 ‘광남관’, ‘계림’ ‘태평’ ‘아세아’ 등 한때의 영화를 뒤로하고 사라진 광주 영화관의 부침이 새롭고, 광주 최초의 민간 시네마떼크, 필름리뷰의 창립과 영화운동이 애틋하다. 지원 없는 예술은 상상할 수도 없고, 간섭 없는 지원은 공공성에 위배되기에 오로지 페이퍼만이 남는 듯한 지금의 현실은 또 어떠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양림동으로 이사한 한희원의 「나의 사랑 양림동」은 사진 대신 화가의 그림을 글과 함께 실어 이채롭다.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작가지만 그보다 ‘양림동 화가’라는 별칭이 왜 더 어울릴 수밖에 없는지 글과 그림 속에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양림동을 스치던 옛 철길, 선교사 사택, 양림동산 등의 풍경과 그의 내밀한 고백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하다. 광주문화재단에서 진행 중인 광주 모노그래프 시리즈는 “광주에서 찾아내고 기록해야 할 장소와 그곳의 역사, 그리고 그에 얽힌 무한한 이야기”들을 발굴하고 엮어 내는 사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