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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문학적인 너무나 문학적인 싸움
노벨문학상 작가들의 말다툼에 대하여 오리엔탈리즘의 정체 네 눈빛 속에서 세계가 다시 태어난다 자기가 파괴한 세계를 동경하는 자들 매혹 뒤에 숨은 권력에 대하여 미와 권력관계 오카쿠라 텐신의 경우 야나기 무네요시의 경우 예술과 정치의 통일 2장 이성의 제국을 탈주하는 언어들 ‘낯설게 하기’의 다른 길 ‘현대’라는 극장 현대시, 그 공룡의 뼈대 ‘불협화’란 무엇인가 ‘비규범성’에 대하여 현대시가 부정하는 것들 18세기의 서곡 - 루소와 디드로 노발리스, 현대시의 대륙에 이르다 그로테스크 미학의 출현 3장 소설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앎에의 열정’에 사로잡힌 시대 ‘망각된 존재’를 개발하다 소설의 행로에 대하여 방황하는 ‘근세’들 소설의 역사 이후의 소설들 |
Kim Hyeong-soo,金炯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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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에서 ‘자기기만’을 찾아내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누군가가 나하고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자기기만의 현상이 생긴 것을 해명해달라는 것, 이게 진정한 비판이에요. 재미있지 않아요? 상대와 내가 그냥 다를 때는 그것이 다른 것일 수는 있어도 잘못한 것은 아니잖아요. 누가 잘못한 것인지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겠죠. 그런데 한 사람 안에서 서로 상반되는 두 개의 태도가 담겨 있으면 어떤 것하고 상대하라는 말이에요. 둘 중 어느 것이 진짜 상대인지 알아야 진실한 대화를 할 수 있죠.
▷ 오리엔탈리즘과 같은 오해는 자신과 타자를 세계 속의 온전한 존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인식의 주체고 저것은 나의 대상이다’라고 여길 때 발생합니다. 이런 현상이 근대부터 시작됐어요. 자화상이 언제 생겼을까요? 자화상은 타자에 대한 인식이 발생해야 생깁니다. 옛날 사람들에게는 지상에 존재하는 낱개 하나하나가 특별히 중요한 무엇이 아니었어요. 근대에 들어서면서 타자에 대한 인식이 자의식을 갖게 만들고 그것이 자화상을 그리게 만들어요.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죠. 세계를 대상화시키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 어떤 대상에 대해서 인간은 적어도 세 개의 측면에서 반응하는데, 그것들은 가끔 상반되는 태도를 만들어냅니다. 때문에 특정한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두 가지를 괄호로 묶어놓을 수밖에 없어요. 한 존재가 한 행위들 안에서 모순되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에 시 이야기를 할 때는 다른 문제를 괄호에 묶고, 다른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시를 괄호에다 묶어야겠죠. 그런데 존재 자체를 바라볼 때는 모든 괄호를 풀어야 합니다. ▷ ‘지배’는 권력이 만들어냅니다. ‘미’ 안에서 권력이 어떻게 감춰지는지 밝히기 위해 우리는 괄호 묶기와 괄호 풀기를 잘해야 해요. 그래야만 ‘심미주의의 정체’를 밝힐 수 있어요. 심미주의는 정치적으로 순수해 보이지만 사실은 언제나 지배자의 무기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꽤 많은 식민지의 예술적 재능들이 식민지 민중의 감수성을 교란시켰습니다. ▷ 우리가 몽골 초원에 가서 “여기에 고속도로가 깔리면 큰일 나. 초원은 인류의 마지막 허파야. 당신들은 이를 반드시 간직해야 돼.” 하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여행자 신분을 누리는 한 모두 자기기만에 속합니다. 초원이 중요하다면 이를 지키는 일은 바로 자신부터 실천해야죠. 나는 세계를 파괴시키면서 누릴 테니까, 당신들은 불편을 참고 견디면서 이를 지키라고 하면 안 되죠. 이 같은 태도는 미적 인식에 충실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미의 문제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 ‘낯설게 하기’라는 말은 들었죠? 시 공부를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낱말의 하나일 거예요. 흔히 인간의 의식이 식상한 상태에 빠질 때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이 바로 이거예요. 처음 대하는 것은 낯선 것이니 초심이란 낯설게 만드는 것을 가리켜요. 매너리즘의 반대편을 뜻합니다. --- 본문 중에서 |
문학에 관한 사려 깊은 총체적 탐구
김형수 작가의 '작가수업 시리즈' 3탄. 작가수업 시리즈 1탄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가 문학에 대한 가치관을 안내하고 2탄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가 창작에 대한 가치관을 소개한다면 3탄 『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작가로 사는 일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하자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책 역시 앞의 책들처럼 강의 형식을 띠고 있어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간다. 이번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문학적인 너무나 문학적인 싸움〉은 일본의 가라타니 고진이 한국의 작가들 앞에서 행했던 강연 원고를 소재로 삼아 '좋은 작가'가 되려면 어떤 고민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2장 이성의 제국을 탈주하는 언어들〉은 후고 프리드리히의 『현대시의 구조』 서장을 텍스트로 삼아 강독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근대 이후의 시인들이 인류사 안에서 어떤 일을 해왔는지를 살피는 것으로 현대시의 변천 경로를 설명하고자 한다. 〈3장 소설가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의 기술』 중 「세르반테스의 절하된 유산」을 소개하면서 소설가가 무엇으로 사는지를 전한다. 너무나 문학적인 싸움 1부인 〈문학적인 너무나 문학적인 싸움〉을 시작하며 김형수 작가는 '근대 이후의 작가들은 무엇으로 밥값을 했는가?'에 답하기 위해 글을 준비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 이야기는 '복잡한 문제를 사유하는 방법'부터 시작한다. 가라타니 고진의 강연 원고를 소재로 삼아 출발하는 1부에서는 어떻게 세상과 만나고 사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 아닌 것들을 대상화하고 타자화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자기기만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 경계해야 할 태도들에 대해 여러 작가들의 말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단순히 글을 유려하게 잘 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세계를 대하는 관점을 어떻게 익히고 가다듬어야 할지를 보여주면서 ‘좋은 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예술과 삶의 관계 2부 〈이성의 제국을 탈주하는 언어들〉에서는 근대 이후의 예술과 삶의 관계를 짚어보며 현대시가 형성되는 경로와 치열한 시인들의 미학적 고투 과정을 살펴본다. 오늘의 시인들이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문제는 결국 현대성이 어떻게 발생하고 그 미학적 구조가 어떻게 돼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낯설게 하기, 불협화, 비규범성, 그로테스크 등의 키워드를 통해 현대시를 읽어낸다. 일상적인 삶에 끝없는 질문을 던지고 사유를 심화해나가면서 변화하는 사회상이 문학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는지, 작가들은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결국 소설가는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소설은 세상 사람들에게 어떤 쓸모를 제공해야 할까 김형수 작가는 1985년 시로 데뷔하였고 1996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또 평론가이기도 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깊이 있는 작품 세계를 만드러나가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그에게 소설가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작가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밀란 쿤데라의 문장을 빌려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가는 ‘문명의 질주를 방해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 혹은 살아야 한다. 진지하게 글을 쓰는 일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그 무게감을 느끼는 작가의 시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진지한 성찰을 차분한 문체로 사려 깊게 풀어낸 이 책은 작가를 꿈꾸는 예비독자들에게도,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킬 힘을 키우고 싶은 성실한 독자들에게도 많은 울림을 주는 수업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