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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앞에 몇 가지 사소한 이야기들
1장 창작에 앞서 준비할 것들 예비군복 효과 천부적 재능에 대하여 모든 창조자에게는 정서불안이 있다 좋은 버릇 길들이기 나쁜 버릇 버리기 2장 창작 출발에서 완료까지 1. 구상의 단계 낳을 것인가 만들 것인가 말하라, 사랑이 어떻게 왔는지 생명의 씨앗이 무르익을 때까지 2. 집필의 단계 첫 문장은 신이 내린다 체험의 순서대로 표현하는 법 이정표 만들기 3장 창작 실제에서 만나는 기술적인 문제들 1. 전략적인 것들 장님 코끼리 만지기가 놓치는 것 풍경도 상처가 될까? 춤과 걸음의 차이 2. 전술적인 것들 첫 번째 입맞춤과 백 번째 입맞춤은 어떻게 다른가? 문학적 수사에 대하여 여우의 미의식, 두루미의 미의식 문학작품이 앓는 질병에 대하여 4장 창작이 끝난 뒤 ? 합평회 돌잔치 이야기 의사보다 환자가 좋아 라이언 일병 구하기 |
Kim Hyeong-soo,金炯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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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경우에도 문학적 성취도가 높은 분들이 창작실제에 대해 한마디씩 남긴 게 있습니다. 책으로 엮여 있지 않아서 손수 구하는 노고는 좀 해야겠지요. 또한 ‘창작 실제의 몸통을 밝히는 글’이 아니라 팔이나 다리 같은 파편들뿐이라 제가 언젠가 친구들에게 창작의 실제 과정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추정해가며 묻고 듣고 했던 적이 있어요. 스무 명 넘게 경험담을 모아보니 어떤 흐름이 생겨서 오늘의 토대가 됐습니다. 거기에 조정래의 『태백산맥』 보고서, 박경리가 『토지』 2부를 끝내고 남겼던 대담, 황석영의 서면 인터뷰, 황지우, 김준태 시인 등의 습작 메모 따위를 읽고 정리하여 저의 척추를 얻었습니다.
---「책 앞에 몇 가지 사소한 이야기들」중에서 누구든 구두를 벗고 물속에 한 발을 들여놔야 합니다. 그런 수고도 하지 않고 남 몰래 슬쩍, 표시 안 나게, 못 잡아도 아무런 손실이 없는 수준에서 해보려고 해도 될 만큼 손쉽게 달성되는 일이 아니라는 거죠. 적어도 창작을 하려면 글 쓰는 나를 공인(公人)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나를 공인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등단이 어떻고 저서가 있고 없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창작의 주체로 인정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 ---「1장 창작에 앞서 준비할 것들」중에서 작품이 낳는 것이라고 한다면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방법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문학이 작가에게서 태어나는 것이요, 작품이 독자적 생명체로 살아가는 거라고 보면 작품마다 자기 운명이 따로 있어야 옳아요. 어떤 작품은 50년 후에 발견되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100년 후에 재평가되기도 합니다. 어떤 작품은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벚꽃처럼 순식간에 지기도 합니다. 만약에 작품이 낳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제 우리는 창작 실제를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를 조금 전 칼 세이건의 조언에 비춰 판단할 수 있습니다. 낳는 것이라고 한다면, 조금 저속한 표현을 들이밀어 ‘맹물에 아기 서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는 결혼하지 않은 여인에게서 태어났잖아요, 하고 반발할 수 있겠습니다만, 대개는 숫처녀가 혼자 살면서 잉태하는 예는 없지요. 그렇다면 창작의 첫 걸음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요? 당연히 누군가를 사랑하는 수밖에는 길이 없어요. ‘사랑하기’에서 창작은 이미 시작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창작의 첫 단계를 연애의 기술에 두고자 합니다. ---「2장 창작 출발에서 완료까지」중에서 그는 원래 유명한 드라마작가였는데, 어느 날 사랑하는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었어요. 그래서 삶의 의욕을 잃고 집에서 뒹굴다가 담배를 사러 나온 건데, 매일 똑같은 풍경이 찍힌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어느 날 그 거리에 장바구니를 들고 지나가던 아내의 모습을 발견한 거예요. 언제나 똑같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풍경들 속에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도 담겨 있고 그와 전혀 무관한 순간도 담겨 있었던 거예요. ---「3장 창작 실제에서 만나는 기술적인 문제들」중에서 합평회란 대개 준비 없이 뛰어들기 마련이지만, 그에 값하는 내용을 채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작품을 놓고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꾸 감정이 실리게 되고, 어떤 경우에는 지나치게 상대를 배려하다가 할 말을 못하기도 해요. 글을 잘 썼다는 말을 듣지 않고 싶은 사람은 없겠죠? 그 욕구를 충족하기로 들면 합평회를 할 필요가 없어지죠. 그래서 엄격해야 하는데, 또 그걸 혼내는 기회로 이해하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종종 글을 안 쓰는 사람이 최고가 되는 수가 있어요. 그 사람은 지적을 받을 일이 없거든요. 실천이 없으면 오류도 없다고 하죠. 그래서 지적받을 게 없는 사람은 마음 놓고 다른 사람의 작품에 시비를 걸어요. 이런 풍토가 일반화되면 동아리가 깨지는 수밖에 없겠죠. ---「4장 창작이 끝난 뒤 - 합평회」중에서 |
“말하라, 사랑이 어떻게 왔는지.”
어느 곳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문예창작 실천 담론! 서점에는 창작 실제에 대한 책들이 수백 종에 달한다. 하지만 비교적 진중한 작가들의 실전 고백을 들을 기회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척추는 그런 문학적 성취도가 높은 분들이 창작 실제에 대해 남긴 소중한 한마디들이다. 책으로 엮여 있지 않아서 손수 구하는 노고를 해야 했다. 또한 몸통이 아닌 팔이나 다리 같은 파편들뿐이라 이렇게 저렇게 추정해가며 묻고 들었다. 작가는 글을 쓰려고 할 게 아니라 낳으려고 해야 한다고 말한다. 글쓰기 방식은 재료를 모아놓고 끝없이 구축물을 조립해가는 글쓰기와 한 차례 천둥, 번개를 쳐대는 글쓰기로 나뉜다. 이 두 가지는 각자의 개성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문학사에서 평가받는 작가’ ‘당대를 대표하는 작가’를 기준으로 놓으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후자의 유형이어야만 가능하다. 글은 쓰는 게 아니라 낳는 것이고, 낳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 이 책은 사랑이 어떻게 왔는지 말한다. “작품이 낳는 것이라고 한다면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방법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문학이 작가에게서 태어나는 것이요, 작품이 독자적 생명체로 살아가는 거라고 보면 작품마다 자기 운명이 따로 있어야 옳아요. 만약에 작품이 낳는 것이라고 한다면 창작의 첫 걸음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요? 당연히 누군가를 사랑하는 수밖에는 길이 없어요. ‘사랑하기’에서 창작은 이미 시작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창작의 첫 단계를 연애의 기술에 두고자 합니다.”(62쪽) 이 책은 누가 볼까? 독자는 추상화된 가치관보다 실용서에 가깝다 할 만큼 구체적인 요령을 찾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사로운 실기 안내서로 ‘문예창작 원론’을 대신할 순 없다. 사설 학원과 공교육 기관이 다르듯이. 그럼 어떤 것이 인문학으로서의 예술론에 값할 수 있을 것인가?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는 그 고민되는 영역의 연장선상에 있다. 작품은 무르익어서 순식간에 쏟아져 나온다 김형수 작가는 창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낳는 것이라 한다. 아기를 어머니가 낳는 걸까, 아이가 스스로 나오는 걸까. 흔히 어머니가 아기를 낳는다고 하지만, 아기는 스스로 태어난다. 그렇듯이 작품도 스스로 태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잉태해라. 무르익게 만들어라.’ 이게 비법이다. 작품을 잉태하고는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무르익는 시기는 작품이 쏟아져 나올 때까지다. 줄지어 와르르 밀려나올 때, 작품이 태어나려 해서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바로 작품을 받아내야 하는 시점이다. 이때까지 작가는 손에 연필을 들지 않고 창작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창작 출발에서 완료까지 창작 실제에서 만나는 문제들 이 책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제반의 실천적 확립과 노력에 앞서 ‘가치관’을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3개의 가치관인 문학관, 창작관, 작가관 중 이 책은 창작관에 해당된다. 전편이 전반적인 문학개론이었다면, 이번 편은 구체적인 문학창작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창작 실제의 과정과 창작 실제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다룬다. 창작 출발에서 완료까지에는 어떤 과정이 있을까. 이 책은 말한다. 좋은 글감을 찾는 요령, 무르익는 과정, 마지막에 첫 문장 생각하기, 표현의 순차성, 주봉을 놓치지 않기까지. 이 복잡한 과정을 다루는 작가는 자신의 작가로서의 경험을 수려한 글 솜씨와 방대한 지식에 체화시켜 선보인다. 삶이 어떻게 예술이 되는지, 자신 안에 있던 그 무엇이 어떻게 글이 되어 작품으로 탄생하는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창작 그리고 합평회 낡은 나가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행위이자 작품이라는 사회적 재산을 창조하는 행위 김형수 작가는 창작 실제의 시작이자 창작의 마무리로 ‘합평회’를 제의한다. 합평회란 순식간에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 중요한 활동으로, 창작 실제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지만 창작과 논평의 불균형 때문에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글 쓰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창작된 작품을 읽어주는 사람임으로, 합평회를 슬기롭게 그리고 바람직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합평회가 활성화되려면 세 가지 정도의 규칙이 필요하다. 창작자의 입장을 견지해야 하고, 따뜻하게 비평하고 감사하게 수용해야 하며, 토론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합평회에 들어가면, 내용파악의 과정을 충실히 밟고 진정성의 여부를 판단하며 미학적 완성도를 생각한 후 문학사에 던져놓는 작업을 한다. 던져놓고는 의미 있는 도전이 담겨 있는지 읽을 필요가 있다. “예술의 적은 무사안일주의입니다. 고래는 아무리 커도 물살이 흐르는 대로 따라 흐르지만 살아있는 송사리는 아무리 작아도 물살을 거슬러 오를 줄 압니다. 자기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어요. 무수히 많은 죽은 고래들에게 왜 살아있는 송사리가 주눅 들어야 됩니까? 기성작가들이 쌓아놓은 어마어마한 성채 속에 들어가 그 일부가 되는 게 아류로 가는 지름길입니다.”(217~218쪽)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김형수 작가의 합평회 강의는 그야말로 창작수업의 핵심이다. 합평회 자체는 문학수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합평회가 점검하는 건 두 가지 차원의 결과이다. 하나는 낡은 나가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행위, 그리고 작품이라는 사회적 재산을 창조하는 행위. 이는 곧 문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