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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 4
책들의 종점, 계림동 헌책방 거리_ 김동하 - 11 문학서점_ 정진용 - 11 광주 고서점_ 정일선 - 27 유림서점_ 김길남 - 38 옛날 옛적 ‘청글’에서_ 김형중 - 49 응시 - 49 K의 서재 공개 - 51 책들의 연대기 - 58 청글에서 - 60 우리가 부르던 노래 - 65 얻은 것들 - 67 잃은 것들 - 69 아시아문화중심도시 - 73 에필로그 : 다시 희망 - 75 오래된 식당과 한 끼의 味학 박성천 - 81 소울 푸드에 대한 단상 - 81 노포와 음식 그 절묘함에 대하여 - 85 오래된 가게를 만나다 - 92 예술의 거리, 냄새는 시간을 거스른다_ 범현이 - 123 예술의 거리_ 원래 이름은 궁동(弓洞) - 127 기억 속 예술의 거리 - 129 상업화랑의 등장과 예술의 향연 - 132 살아 있는 역사_ 원(圓) 갤러리 박희재 관장 - 138 한국인 최초 운영 표구점에서 예술의 거리 최초 표구점까지 - 141 예술인들의 보고(寶庫)_ 학문당, 춘추서림, 아트타운 - 147 그림의 시작과 끝_ 액자가게와 필방과 화방 - 149 오래된 역사를 들려주는_ 골동품, 고서점 - 156 냄새는 시간을 거스른다 - 159 세상의 모든 음악이 있는 곳_ 이화경 - 167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찾아서_ 금성레코드사 - 167 골목길 돌아설 때면 내 마음은 뛰고 있었지_ 25시 음악사 - 181 세상의 모든 음악_ 명음사 - 191 오래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_ 한재섭 - 207 조심히 다뤄야 한다니까 - 207 1917년 일본인의 사진관 기록 - 214 해방 후 광주사단에 대한 기록들 - 225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어 - 234 슬픈 얼굴 짓지 말아요 - 241 사족(蛇足), 헛된 덧붙임 - 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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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온 책들은 그래도 한 번은 주인을 만났던 책들이다. 그러니 이미 나름 제 몫은 해낸 책들인 셈이다. 그런데 왜일까. 나는 아직 내 몫을 다 못 해낸 것 같다. 아직은 더 이 거리를 지키고 있어야 할 것 같다. 하나둘 사라지는 이 거리의 헌책방들 속에서 꽤 오래 버텨왔다. 내가 문학서점의 주인이 된 뒤로 보아온 헌책방의 역사는 사라짐의 역사였으나 나는 여전히 새로 문을 여는 헌책방을 기다린다.
--- 「책들의 종점, 계림동 헌책방 거리 - 김동하」 중에서 그 허름한 책방을 공부방 삼아 들락거리던 그 친구들, 이제는 같이 늙어갈 것임에 틀림없는 그들의 얼굴이 K의 기억 속에서는 아직도 다 청년이다. 누구는 교수가 되었고, 누구는 연구자가 되었고, 누구는 작가가 되었고, 누구는 프랑스에 유학 중이고, 누구는 또 먼저 가고, 누구는 소식을 모르고…… 그럴 때 K는 청년글방이 그래도 광주에서 뭔가 이룬 것이 있는 듯도 싶어 잠시 뿌듯해진다. --- 「옛날 옛적 ‘청글’에서 - 김형중」 중에서 한번은 부산 문인들 40여 명이 광주에서 개최한 문학 행사에 온 적이 있습니다. 행사가 끝나자 광주의 정서가 살아 있는, 광주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식당으로 안내해달라는 거였어요. 머릿속에 떠오른 집이 바로 명덕식당이었습니다. 상호가 떠올랐다기보다 설렁탕 특유의 담백한 국물과 달짝지근하면서도 매콤한 배추김치가 생각났던 거죠. --- 「오래된 식당과 한 끼의 味학 - 박성천」 중에서 예술의 거리에는 냄새가 있다. 오래된 책방과 골동품전문점, 고미술 전문화랑과 액자점, 필방과 한지 전문점. 각기 다른 냄새이면서 결국은 같다. 꿉꿉하면서 텁텁한 냄새. 물건 자체의 냄새. 오래된 것들이 뿜어내는 시간 곰팡내. 책장과 책장 사이에서 손에 묻어날 듯 코에 맡아지는 오래된 종이 냄새. 그 냄새들 속에서 아버지를 기억해낸다. --- 「예술의 거리, 냄새는 시간을 거스른다 - 범현이」 중에서 1970년대는 내 10대를 관통하는 시기였다. 서수남과 하청일이 부르는 「냉면」을 불러대던 10살 아이는 중학생이 되었고,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던 오빠와 언니가 부르던 팝 음악과 포크송을 귀동냥하기에 이르렀다. 청바지와 통기타와 생맥주로 상징되는 한국 포크는 모든 구속과 간섭과 억압에서 해방시켜 줄 것처럼 보였다. --- 「세상의 모든 음악이 있는 곳 - 이화경」 중에서 처갓집이 위층인 관계로 오밤중에 올라가 장인 장모님의 졸업앨범까지 다 들고 내려왔다. 그리고 하나씩 펼쳐보았다. 십대 시절의 까까머리 장인어르신과 지금 우리 애들 마냥 아장아장하던 때부터 교복 입고 천방지축 날뛰는 이제는 계절이 다 져버린 각시의 사진들이 목구멍을 깊숙이 찌르고 들어왔다. 사람은 죽어 이름이 아니라 사진을 남기는 것은 아닐까? --- 「오래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 한재섭」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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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게든지 시간이 오래되면 주인과 손님들의 이야기가 쌓이고, 특히 문화생활과 관련된 공간들은 이용자들에게 막연한 기대감과 흥분을 심어준다. 『사라진 것들에 기대다』에서는 연령도 활동 분야도 제각기 다른 김동하, 김형중, 박성천, 범현이, 이화경, 한재섭 여섯 필자의 이야기를 실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자신들만의 이야기이면서 광주 사람 모두의 기억을 “개인의 감정 따위는 들키지 않겠다는 듯 담담하게, 혹은 다른 이들의 추억에 의지하여, 아직 남아 있는 것들에 경의와 반가움을 표하며, 때론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어렵게 소환하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억을 복원”한다. 김동하는 아직도 계림동에 남아 있는 오래된 헌책방 거리를, 김형중은 전문 서적들을 취급하던 오래된 서점들을, 박성천은 예술인들이 오가며 일반인과 어울렸던 오래된 식당을 소개한다. 범현이는 ‘예술의 거리’에 모여 있는 화랑, 표구점, 필방 들의 역사를 살펴봤으며 이화경은 오랜 시간 동안 세상의 모든 음악들을 판매하며 내공을 쌓은 음반 가게들을 탐색한다. 마지막으로 한재섭은 광주와 얽힌 사진사(史)와 더불어 휴대폰 카메라가 보급된 시대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사진관을 호명한다.
광주문화재단에서 진행 중인 광주 모노그래프 시리즈는 “캐주얼한 방식으로 광주 연구에 접근하”여 “상아탑으로서의 지역학이 아닌, 역동적이고 자유분방한 지역민의 ‘學’으로” 환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