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렬 시인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존재들을 호명하여 현재로 불러낸다. 그 이름을 부른다는 건 그 이름에 담긴 역사 전부를 불러내는 행위다. 현재에 몰두하기 바쁜 이 시대에 과거를 소환하는 시작(詩作)의 의미는 무엇일까. 임경렬 시인에게 시간은 직선적이지 않고 순환적이다. 삶이 단순히 처음과 끝, 탄생과 죽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 스며 있는 그의 시들은 애잔하면서도 의연하다. 그래서일까. 시원(始原)에 대해 사색하는 시들이 식물의 생장 전반과도 닮아 있다. 식물의 생장은 다시 땅에 이르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명명(命名)되었으나 언제부턴가 호명되지 못한 존재들에 닿아 있는 그의 시들은 끝이 단순한 종착지가 아니라 시작과 맞닿아 있음을 인식해가는 통찰의 과정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