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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4
양파정 12 도심 속 은일의 공간 상전벽해의 자리, 양파정 100년 전의 풍경 양파정 주인 정낙교 1914년의 ‘특별한 결심’ 500년 기억의 터, 석서정 석서, ‘돌로 만든 물소’ 사립문[扉]을 열고 닫으니 그 사립문에 소년들이 들다 1919년, 신문잡지종람소의 청년들 ‘검은머리 차이콥스키’와 4형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 한 세대의 시간이 저물다 여행 길잡이 근대와 현대의 전이지대, 양파정 58 춘설헌 66 무등산 산신령님 귀하 그 터, 세 개의 이름 ‘입살과 혀에서는 불비가 쏟아지는 듯하매’ 오방(五放), 다섯 가지를 버리다 말이 어눌한 자가 ‘仁’에 가까우니 무등산 은자(隱者)들의 만남 삼애(三愛)정신, 그리고 두 남자의 의기투합 지극한 정성은 쉼이 없으니 춘설헌, 봄눈 내리는 자리 아직 한 장도 못 그렸다 다시, 큰 스승들의 시대를 기다리며 여행 길잡이 광주의 예술혼이 살아 있는 곳, 춘설헌 122 양파정·춘설헌 현판 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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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를 전후해 남도에는 누정이 활발하게 건립되었다. 중앙 관료를 지내다 낙향한 선비들이 경관이 뛰어난 곳에 정자와 원림을 조성하여 후학을 양성하였고, 세속의 명리를 탐하지 않고 은둔의 삶을 영위하고자 누정을 건립하기도 했다. 강학과 교유, 은일의 공간이었던 누정은 지역공동체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집회소이자 공동체 규약을 실천하는 장으로도 활용되었다.
광주문화재단 누정총서는 지난해 발간한 6권에 더해 올해 4권을 추가로 발간, 완간되었다. 일동삼승(一洞三勝)이라 불리는 소쇄원, 식영정, 환벽당을 비롯하여 독수정, 명옥헌, 면앙정, 취가정, 풍암정, 송강정이 그것이다. 이번에는 풍영정, 호가정, 만귀정, 부용정, 양과동정, 양파정, 춘설헌 7곳의 누정을 4권으로 엮었다. 지난해에 무등산 자락의 원림과 누정을 다루었다면, 올해는 영산강 자락의 누정과 근대 이후 누정을 새롭게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스승의 억울한 죽음에 세상을 등지고 은둔한 양산보(梁山甫, 1503~1557)의 소쇄원, ‘그림자도 쉬게 한다’는 식영정, ‘푸르름을 사방에 가득 두른’ 환벽당, 망국의 한이 서려 있는 ‘독수정’, ‘옥구슬처럼 떨어지는 물방울의 집’ 명옥헌, 하늘·땅·사람을 아우르는 면앙정, 의병장 김덕령의 한이 서려 있는 취가정, 바위도 붉게붉게 울먹이는 풍암정, 정철(鄭澈, 1536~1593)의 「사미인곡」, 「속미인곡」의 산실 송강정. 이번에 출간된 풍영정, 호가정, 만귀정 등의 누정은 영산강 문화권에 자리하고 있다. 영산강은 호남평야를 비옥하게 살찌우는 젖줄이었고, 내륙 깊숙이 문물을 운송하는 교역의 통로였다. 명필 한석봉이 ‘제일호산(第一湖山)’이라고 부른 풍영정, 명리를 탐하지 않고 산수 간에 들어 호연(浩然)의 노래를 부른 호가정, 늘그막에 전원으로 돌아가 풍류를 즐긴 만귀정. 특히 부용정과 양과동정은 조선시대 처음으로 향약이 시작되었고, 지금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춘설헌과 양파정은 근대 광주의 정신과 문화가 살아 있는 귀중한 유산이다. 누정(樓亭)은 누각과 정자를 일컫는다. 누각(樓閣)은 사방을 볼 수 있게 마룻바닥을 높게 지은 다락 형태의 건물이고, 정자(亭子)는 벽이 없이 기둥과 지붕만 있는 보다 간소한 구조의 목조 건물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조선환여승람』에 우리나라의 누정은 경상도 1,295곳, 전라도 1,070곳, 충청도 219곳, 강원도 174곳, 제주 6곳으로 나타나 있다. 경상도의 누정이 서원이나 종가 등에 부속된 것이 많은데 비해 전라도의 누정은 독립된 형태를 띠고 있고 산수의 승경지에 자리를 하고 있어 주변에 경계를 두지 않는 자율적인 공간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번 ‘누정총서’는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다. 일반 독자를 배려한 애정이 책갈피마다 묻어난다. 좀 더 관심 있는 독자를 위해 누정 현판의 원문과 번역도 함께 실었다. 다양한 각도와 때를 달리한 사진들은 텍스트와는 또 다른 책 읽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