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에서 태어났다.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시)와 『국제신문』 신춘문예(동시)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동시집 『한눈파는 아이』, 청소년시집 『나의 첫 소년』 등을 냈다.
진리를 좇기보다 들판에 핀 은매화의 아름다움을 좇는 이화은의 시를 읽으며 지중해의 섬이 떠오른 것은 시인의 시가 잡힐 듯 잡히질 않는 다성적인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균열이 간 조각들 사이로 새어나오는 소리로부터 익숙한 개념들로 일면화할 수 없는 목소리들이 섞여 들려온다. ‘깎고 다듬은 미인’이 아니라 ‘그들만의 댄스’와 함께 미적 판단의 획일성을 춤으로 뒤흔드는 운동성이 이화은 시의 역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게體부산진 시장에서 화물전표 글씨는 아버지 전담이었다초등학교를 중퇴한 아버지가 시장에서 대접을 받은 건순전히 필체 하나 때문이었다전국 시장에 너거 아부지 글씨 안 간 데가 없을끼다 아마지게 쥐던 손으로 우찌 그리 비단 같은 글씨가 나왔게노왕희지 저리 가라, 궁체도 민체도 아이고 그기진시장 지게체 아이가숙부님 말로는 학교에 간 동생들을 기다리며집안 살림 틈틈이 펜글씨 독본을 연습했다고 한다글씨체를 물려주고 싶으셨던지 어린 손을 쥐고자꾸만 삐뚤어지는 글씨에 가만히 호흡을 실어주던 손손바닥의 못이 따끔거려서 일찌감치 악필을 선언하고 말았지만일당벌이 지게를 지시던 당신처럼 나도펜을 쥐고 일용할 양식을 찾는다모이를 쪼는 비둘기 부리처럼 펜 끝을 콕콕거린다비록 물려받지는 못했으나 획을 함께 긋던 숨결이 들릴 것도 같다이제는 지상에 없는 지게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