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현재를 이어 가고 있는 공간과 시간인 이곳은 폐허가 틀림없다. 소리치고 싶지만 ‘참으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 윤채와 지은이 사는 세계는 여전히 순응적으로 배우길 강요하고 충고하고 있다.
여덟 개의 이야기를 읽으면, 서로에게 쓴 편지를 읽으면, 불안하게 표류하고 있는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가볍고 경쾌하고 발랄하다. 그들처럼. 그들이 가고 싶어 했던 ‘파묵칼레’는 폐허나 다름없지만, 그럼으로써 사람들의 기억에서 떠오르고 있다. 너만 힘들어? 나도 힘들어 식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을 꿈꿈으로써 이름을 되찾고 아픔을 드러냄으로써 곁을 지키고자 한다. 함께 가고 싶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는 먼 그곳의 향기만을 간직한 채 “타인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건 나를 상처투성이로 만드는” 일임을 안다. “혐오와 마주 서기 위해 혐오를 부추기는 이들을 가리키기 위해” 나의 다른 나들과 함께한다. 결국 두 사람이 각자의 한 사람이 될지라도 지구에서 이방인이 되어 폐허 속에서 꽃이 피어나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이제 지금을 씩씩하게 좌절하며 더디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손뼉을 쳐 주자. 그들은 나보다 훨씬 용감하고 우리보다 높고 깊고 명랑하고 긍정적이며 아름답다. 윤채와 지은의 우정은 폐허 속에서 폐허를 찾아내어 모래바람처럼 바스러지게 할 수 있다. 그들의 목소리는 오래도록 멀리 퍼져 나가야 마땅하다. 오래 품고 있던 꽃씨를 윤채와 지은의 손바닥에 하나씩 올려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