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을 관통하는 시어는 크게 보아 꽃과 혀로 보인다. 속도의 세계에서 추방당한 사람들의 세계를 탐방하면서 일구어낸 유순예 시인의 꽃들은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않고, 혀들은 침묵하는 법이 없다. 시인의 꽃은 강인하다. 지천에 피어 있지만 아무도 바라보지 않기 때문에 생성된 미지의 세계, 세계의 무관심에서 태어난 대지, 여기가 시인의 전장이다. 주변의 세계라 불리는 공간과 주변인이라 불리는 인간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시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또 얼마나 쉬운 일인가. 즐거운 고통, 흥미진진한 슬픔으로 치부될 수 없는 엄연한 삶이 거기에 있다. 그러니 시인의 시에서 주변은, 주변인은 없다. 이 시집에 등장하는 시적 주체들은 명랑하게 싸우는 법을 안다. 그 전장이 한 송이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