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장 장난감 - 시는 어떻게 ‘있는’ 것을 ‘다시 있게’ 하는가? … 7
2장 술 - 망각 속으로 던지는 시의 그물은 무엇으로 짜는가? … 19 3장 달 - 시가 달이라는 밤의 마개를 열고 어둠을 짜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 33 4장 비 - 시간을 멈추기 위해 시가 들고 있는 일시정지 표지판은 어디서 켜지는가? … 51 5장 몸 - 몸이 마음의 포로라면, 시는 사랑의 전쟁터인가? … 69 6장 가을 - 다섯번째 계절을 말하기 위해 시는 겨울 다음에 있는가, 여름 다음에 있는가? … 83 7장 비밀 - 어떤 비밀을 잠그고 있어서 시의 침묵은 천둥보다 더 큰가? … 97 8장 고독 - 모든 이름이 고독에 입혀놓은 무대의상이라면 시는 어떻게 그 단추를 푸는가? … 101 9장 비애 - 자신을 속이지 않고 알 수 있는 유일한 진실을 시는 어떻게 드러내는가? … 115 10장 혼돈 - 삶의 질서가 죽음으로부터 온다면, 시의 천사는 악마의 교사인가? … 125 11장 미래 - ‘말해진’ 곳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시는 미래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 139 12장 생활 - 시가 죽음을 포기할 수는 있지만, 생활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 155 13장 환상 - 시가 있어서 허락되는 것과 시가 있어서 포기되는 것은 무엇인가? … 167 14장 말 - 언어가 잠든 공휴일에 시의 여객선들은 어디에 떠 있는가? … 179 15장 자낙스 - 마음의 재난이 만든 폐허에 시의 구조대는 무엇을 타고 도착하는가? … 193 16장 삐삐 롱스타킹 - 아무도 듣지 않는 말을 소용없이 외칠 때, 시의 목소리는 어디에 가닿는가? … 207 17장 허수경 - 세상의 모든 사랑이 시인의 몸속으로 침몰하는 순간은 언제인가? … 221 부록 N의 인터뷰 … 221 시인의 말 … 253 |
愼鏞穆
신용목의 다른 상품
|
누군가 그를 부른다. 목소리가 빗소리를 닮을 수 없어 인간은 말을 배웠을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했을 것이다. 목소리가 번개 같아서 찔렸을 것이다. 그래서 고백을 배웠을 것이다. 목소리가 천둥 같아서 아팠을 것이다. 그래서 침묵을 배웠을 것이다.
---p.66 「4장. 비」중에서 가장 ‘깊게’ 무너지고 갈라지고 쓰러지고 다치고 피 흘리기 위해 연인이 있다. 가장 ‘먼저’ 무너지고 갈라지고 쓰러지고 다치고 피 흘리기 위해 가족이 있다. ---p.70 「5장. 몸」중에서 삶에 대해 묻지 않는 자는 죽은 자이고, 사랑에 대해 묻지 않는 자는 살인자이다. 모든 삶은 사랑을 통해서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죽거나 죽이기 때문이다. ---p.105 「8장. 고독」중에서 후회는 가장 깊은 곳을 찢는다. 밤의 바닥인 어둠을 찢는다. 노트 위에 여러 번 그어진 연필 자국처럼 바닥을 찢는다. 발바닥이 몸의 바닥이라서 우리는 걷는다. 걷고 걷고 걷는다. ---p.202 「15장. 자낙스」중에서 그를 이야기하는 일은 마음을 이야기하는 일이다. 일어나지 않았기에 우리로부터 영원히 사라지고 우리가 영원히 상실하고 만 순간들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어쩌면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사건으로서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 말이다. ---p.230 「17장. 허수경」중에서 |
|
삶에 대해 묻지 않는 자는 죽은 자이고, 사랑에 대해 묻지 않는 자는 살인자이다. 모든 삶은 사랑을 통해서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죽거나 죽이기 때문이다. (8장 「고독」, 105쪽)
‘삶을 살지 않는 한 시를 쓸 수 없다. 그러므로 삶이 시를 구원한다.’ 그렇게 시를 이야기하는 시인의 언어는 삶을 향해 간다. 그러나 그 여정 속에서 시인은 결코 시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시가 삶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지 화려하지만 공허한 독백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시가 우리와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과정은 우리가 그 시를 잠시 내려놓았을 때, 지속되는 삶을 통해 그 시가 우리에게 준 시간이 무엇이었는지 되묻는 그 순간(160쪽)에 완성되기 때문이다. 시인은 시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삶과의 접촉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말한다. 이때 시인이 말하는 삶은 결코 화려하지도 이상화되지도 않은 것, 단지 매일의 하루하루가 켜켜이 쌓이며 그 윤곽이 드러나는 ‘일상’이다. 이 ‘일상’ 속에는 하루하루의 만남이 있고 이별이 있으며, 사랑이 있고 죽음이 있다. 시인은 말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겪고도 지속되어야 하고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일상이라면, 일상 속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숭고함이 들어 있다고 믿는 편”(13장 「환상」, 168쪽)이라고. 열일곱 개의 장과 한 개의 부록으로 나뉘는 이 책을 이루는 것은 그 길이도 서로 상이한 여러 개의 단상이다. 시인은 한번 썼던 글을 “그냥 가져오지 않고 토막토막 잘라왔다”고 고백한다(「시인의 말」). 한 장을 이루는 여러 개의 단상은 기승전결의 형태를 띠지도 않으며 선형적이고 직관적인 논리 구조의 지배를 받지도 않는다(물론 열여덟 개의 서로 다른 장들 사이의 사정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이렇게 사지의 이곳저곳이 절단된 언어를 읽어내려가며 우리는 있던 것이 없어진 자리를 더듬는다. 없는 것이 있었던 순간을 떠올린다. 시인의 마음이 가닿았던 지점을 우리는 환상통을 겪는 사람처럼 통렬하게 감각한다. 불구의 언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이 느낀 것을 전해야 하는 언어는 탄생하는 순간 그 몸과 마음에서 벗어남으로써 그 근본에 있어서부터 불구였던 것은 아닐까. 시인은 태생부터 불구였기에 불가능에 머물렀던 언어를 외면하지 않고 그 고통스러운 이별의 순간, 언어가 찢어지며 도려내어지는 순간을 직시한다. 그렇게 “영혼이 없어서 영혼을 생각하게 하는 요리”처럼 시를 이야기하는 곳곳이 잘린 그의 언어를 통해 우리는 말해진 것 너머에서 말해지지 않은 것, 말해질 수 없는 것의 존재를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