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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밤을 재배하는 과수원 7
10월 1일 산문 - ‘가을’이라는 노동 11 10월 2일 산문 - 동시상영관 19 10월 3일 산문 - 포도를 떠올릴 때처럼 25 10월 4일 산문 - 앞바퀴와 뒷바퀴의 거리 29 10월 5일 산문 - 태곳적부터 계속되는 41 10월 6일 산문 - 가을은 알고 있을까 47 10월 7일 산문 - 헐거운 불빛들 53 10월 8일 산문 - 혼잣말의 향기 57 10월 9일 산문 - 코스모스의 시간 63 10월 10일 산문 - 한 사람의 공동체 73 10월 11일 시 - 내 죄를 돌려줘 79 10월 12일 산문 - 모든 사랑은 옳다 85 10월 13일 산문 - 노래하는 존재들 89 10월 14일 산문 - 마음이 있는 곳 95 10월 15일 산문 - 가을이 태초에 닿기 전에 99 10월 16일 시 - 오선지의 바깥 103 10월 17일 산문 - 종소리의 반경 109 10월 18일 산문 - 도로 위의 낙엽들 115 10월 19일 산문 - 새가 앉았던 자리 121 10월 20일 산문 - 예외로서의 전부 127 10월 21일 산문 - 타오르는 신체들 135 10월 22일 산문 - 화상 병동 139 10월 23일 산문 - 아름다움의 법정 145 10월 24일 산문 - 삶은 그렇게 특별해진다 151 10월 25일 시 - 그림자 섬 157 10월 26일 산문 - 우리가 우리일 때 163 10월 27일 산문 - 사랑의 기획들 169 10월 28일 시 - 사라진 나의 짐승 177 10월 29일 산문 - 한 사람의 목소리 181 10월 30일 산문 - 무지개를 보았다 185 10월 31일 산문 - 내 가을의 시작 191 |
愼鏞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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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밤은 재배된다. 몸이라는 경작지에 뿌려져 울창한 마음으로 자란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사랑이 필요하다. (…) 알아들을 수 없는 세계의 언어를 몸으로 살게 한다. 계절의 푸른 밭에서 가을의 붉은 말을 따내는 것-사랑은 인간이 자신의 생을 부품으로 개발한 가장 위대한 번역기이다.
비가 이상한 빛을 머금고 포도밭으로 쏟아지는 모습을 본 적 있다. 비스듬히 쓰러지는 하루를 대패로 밀어내듯 허공을 깎으며 포도밭을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가을이 시작된다. _작가의 말, --- 「밤을 재배하는 과수원」 중에서 요컨대 ‘말해진 것’에는 반드시 말로 할 수 없는 것 이를테면 ‘말해지지 않은 것’들이 단어와 문장 사이에 맺혀 있다. 언어는 그 언어의 대상을 다 지시할 수 없고 다만 그 대상의 대리자로서 불가능성을 운명으로 가졌기 때문이다. 바로 그 불가능성이 수다 속에서도 침묵을 경험하게 만든다. 삶과 죽음이 서로를 거울로 세워놓은 것처럼 거기 유독 사랑이 비치는 것처럼 ‘말해진 것’과 ‘말해지지 않은 것’은 서로를 껴안음으로써 각자의 빈자리가 자신이었음을 확인한다. _10월 4일, --- 「앞바퀴와 뒷바퀴의 거리」 중에서 꿈을 꾸고 있는 동안은 모두 몽상가 아닌가. 알고 보면 우리가 만난 때는 모두 꿈속이지 않은가. _10월 16일, --- 「오선지의 바깥」 중에서 지하철 발아래 두었거나 서둘러 내린 버스 혹은 잠시 날이 갠 카페 입구에 놓고 온 마음이 빗소리를 싣고 지나간다. 어느 때는 가시 찔린 자리에 돋은 핏방울 같았고 어느 때는 진흙 가슴을 찍는 호미 날 같았던 것. 그러나 장작의 타는 소리처럼 한순간 데워지고 찌개 끓는 소리처럼 서로를 옮겨놓는 것. 모두 우리가 잃어버린 것. _10월 28일, --- 「사라진 나의 짐승」 중에서 이 낯설지도 그렇다고 낯익지도 않은 나와의 대면을 위해 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캄캄한 우주 한 칸을 옮겨놓은 것처럼 사방은 적막했다. (…) 그 막연한 거리감과 희미한 실체 사이에서 이상한 슬픔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나를 버려두고 떠난 나의 회한이 몇십 년이 흐른 뒤에도 내 몸에 갇힌 채 오랜 침묵을 감당하고 있으리라는 예감이 이렇게 살아 있다는 감각의 표면에 물기처럼 서리고 있었다. 나는 그 눈동자를 피하지 않으려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_10월 31일, --- 「내 가을의 시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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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계가
사실은 거대한 포도밭이어서, 푸르게 생겨나 검게 익어가는 마음이어서. 가을이 오고, 빨갛게 타오르는 몸으로 바라본다. ‘목아, 항상 약한 자의 편이 되어야 한다.’ 코스모스 대궁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 열두 살짜리에게 선생님은 무심하게 툭 한 말씀을 던졌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속뜻에 대한 설명도 아무런 단서도 없는 저 말은 어떤 충격처럼 시인을 싸고돌았다. 코스모스 대궁이 바람에 느리게 하늘거리는 모습과 그 위에서 뉘엿뉘엿 몸을 푸는 가을볕, 시리도록 드높은 오후의 하늘이 슬로모션 영상처럼 시야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으로 이끌어가는가 싶더니 그도 모르는 사이에 핑, 눈물이 눈물이 돌았던 것이다(「코스모스의 시간」). 왜 인간은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까. 입에 넣은 사탕이 다 녹기도 전에 둘로 쪼개져 불안했던 날, 그날은 누군가와 결별할 것 같았고 위태롭던 사랑이 끝날 것 같았다. 쪼개진 사탕을 억지로 붙여놓으려고 했을 때 뭉텅이째 입에 넣은 불편한 반죽 같던 혀의 우둔함. 시인은 그날의 불행을 모두 사탕 탓으로 돌렸다. 그때 입속의 사탕은 사탕을 넘어서 일순간 전능해졌다(24일 산문). 그리하여 또한 자신의 연한 입속을 보여주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어른이 되는 동안 각자가 거쳐온 계절과 일기와 바람을 모두 물린 채, 생명이 드나드는 가장 여리고 순한 살이면서 동시에 그를 위해 강인해야 하는 이를 가진 입속을 보여주는 일을. 그는 이윽고 그곳이 욕망과 파멸의 입구라는 사실에 도달한다. 가장 먼저 미끼를 향해 다가가는 신체 말이다(「새가 앉았던 자리」). 그건 곧 나를 낚아채는 순간, 그리하여 삶으로부터 도려지는 순간. 그로써 나를 어떤 심연 속으로 내던지는 이질적이고 예외적인 사건과도 같다. 한밤에 도로를 건너다 바퀴에 깔린 두꺼비들의 피부가 바닥에 달라붙어 있는 걸 본다. 자신의 표면이었던 피부를 최대한 납작하게 만들어 도로 표면을 만들고 있다. 얼마간은 차들의 바퀴에 묻어 더 멀리 떠났을 것이다. 도로가 된 두꺼비. 비가 흘러내리는 몸이 수로인 듯, 무언가 지나간 몸은 도로와도 같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그것들은 이제 도로인 채로 도로를 건넌다. 그건 소멸의 형식인지도 모른다. 불이 자신의 재료였던 것을 빛으로 만들어 허공을 갖는 것처럼, 재와 연기로 땅과 하늘을 갖는 것처럼(「타오르는 신체들」). 그렇게 죽음이 자연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별도 자연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22일 산문). 나의 생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매번 결정적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이 만남이고 무엇이 결별인지 모르는 순간의 반복이 우리를 에워싸는 것이다. 안락했던 자신만의 공간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새로운 것들은 언제나 소외의 형식으로 주어진다(「한 사람의 공동체」). 그렇게 부재는 존재의 일부가 되고 이별은 사랑의 일부가 되며, 이별 때문에 사랑은 전부가 되고 부재 때문에 존재는 세계가 된다. 살과 피와 뼈로 이루어진 물질성으로서의 존재를 상기한다. 필연적인 부딪침, 상처의 모습으로, 거기 있는 통증으로 매순간 퍼져나가는 육체를(17일 산문).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말하기가 끝없는 수다이며 고백할 수 없는 것의 고백이 사랑이라는 것을, 수다에 대한 수다가 침묵이고 사랑에 대한 사랑이 이별이라는 사실까지도(4일 산문). 포도가 사라진 자리에서 자라는 것은 포도의 부재이다. 부재는 반드시 자란다. 없음의 무한한 성장-없음이 커지고 커져서 태초의 부재에 다다를지도 모른다. 포도밭으로 웅크리고 있는 짐승은 기어이 어둠이 될지도 모른다. 밤이 되고 밤으로 가득찬 우주가 될지도 모른다. 우주가 되고 난 뒤 오로지 혼자가 전부인 세계의 공허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를 끝낼지도 모른다. 그렇게 태초의 부재를 창조할지도 모른다. 포도의 부재가 태초의 부재를 창조하는 것을 막으려고 가을이 깊어진다. 생각해보면, 검은 흙의 틈에서 초록 싹이 돋아나는 것처럼, 마른 가지 끝에서 새눈이 생기는 것처럼, 나는 이 세상에 나왔다. 나를 창조한 것은 나 이전의 몸이었고 그들을 휘감던 어둠이었고 이제 그들과 그들의 밤은 없다. 원인으로서의 모든 이유는 간혹 찾아오는 이상한 예감 속에서 부재를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_10월 15일 「가을이 태초에 닿기 전에」 부분 · ‘시의적절’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시詩의 적절함으로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제철 음식 대신 제철 책 한 권 열두 명의 시인이 릴레이로 써나가는 열두 권의 책. 매일 한 편, 매달 한 권, 1년 365가지의 이야기.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2026년에도 계속됩니다. 전국 작은 책방에서 독자들과 만나며, 하루 한 편의 글을 읽고 시를 심어온 시간이 켜켜이 쌓여 ‘시의적절’은 어느덧 세 살을 맞았습니다. 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보다 탄탄한 양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시인들에게 여름은 어떤 뜨거움이고 겨울은 어떤 기꺼움일까요. 시인은 1월 1일을 어찌 다루고 시의 12월 31일은 어떻게 다를까요. 하루도 빠짐없이, 맞춤하여 틀림없이, 매일매일을 시로 써가는 시인들의 일상을 엿봅니다. 시인들에게 저마다 꼭이고 딱인 ‘달’을 하나씩 맡아 자유로이 시 안팎을 놀아달라 부탁했습니다. 하루에 한 편의 글, 그러해서 달마다 서른 편이거나 서른한 편의 글이 쓰였습니다. 무엇보다 새로 쓴 시를 책의 기둥 삼았습니다. 더불어 시가 된 생각, 시로 만난 하루, 시를 향한 연서와 시와의 악전고투로 곁을 둘렀습니다. 요컨대 시집이면서 산문집이기도 합니다. 아무려나 분명한 것 하나, 시인에게 시 없는 하루는 없더라는 거지요. 올해 시의적절의 표지는 화가 노석미와 함께합니다. 매일같이 뼈대를 곧추세우고 마음을 쓰듯 몸을 쓰는 화가인 그의 그림은 아주 솔직하고도 담백한 어떤 일기처럼 느껴집니다. 매일을 사뿐히 걸어가는 시의적절과 결을 같이한다고 말할 수 있겠죠. 화가 노석미의 그림은 ‘사귐’을 자아냅니다. 서로 얼굴을 익히고 가까이 지내는 일. 자연과 사람을, 사람과 그림을, 마침내 글과 그림을 사귀게 할 그가 열두 달 시의적절을 장식합니다. 한 편 한 편 당연 길지 않은 분량이니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에 한 편씩 가벼이 읽으면 딱이겠다 합니다. 열두 달 따라 읽으면 매일의 시가 책장 가득하겠습니다. 한 해가 시로 빼곡하겠습니다. 일력을 뜯듯 다이어리를 넘기듯 하루씩 읽어 흐르다보면 우리의 시계가 우리의 사계(四季)가 되어 있을 테지요. 그러니 언제 읽어도 좋은 책, 따라 읽으면 더 좋을 책! 제철 음식만 있나, 제철 책도 있지,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기획입니다. 그 이름들 보노라면 달과 시인의 궁합 참으로 적절하다, 때(時)와 시(詩)의 만남 참말로 적절하다, 고개 끄덕이시리라 믿습니다. 1월 1일의 일기가, 5월 5일의 시가, 12월 25일의 메모가 아침이면 문 두드리고 밤이면 머리맡 지킬 예정입니다. 그리 보면 이 글들 다 한 통의 편지 아니려나 합니다. 매일매일 시가 보낸 편지 한 통, 내용은 분명 사랑일 테지요. [ 2026 시의적절 라인업 ] 1월 한여진 / 2월 김상혁 / 3월 권민경 / 4월 김언 / 5월 남지은 / 6월 홍지호 7월 박상수 / 8월 김보나 / 9월 김이강 / 10월 신용목 / 11월 최지은 / 12월 최현우 * 사정상 필자가 바뀔 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