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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핵심의 전율 7
3월 1일 일기 한봄 13 3월 2일 일기 팥 15 3월 3일 일기 삼짇날 19 3월 4일 일기 새 23 3월 5일 일기 무채색 27 3월 6일 동시 학교 31 3월 7일 아포리즘 봄 물소리처럼 가난하게 서보자 33 3월 8일 일기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피아노 41 3월 9일 일기 기분 좋은 맛을 우려내준 슬픔 45 3월 10일 일기 새들 49 3월 11일 동시 아무렇지 않게 55 3월 12일 일기 첫발 59 3월 13일 동시 물고기 살려! 63 3월 14일 시 사랑에 대하여 65 3월 15일 아포리즘 시인에게 죽은 것은 하나도 없다 69 3월 16일 일기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79 3월 17일 동시 우리 마을에 예쁜 것들은 다 나한테 들킨다 83 3월 18일 일기 할머니가 꽃을 혼낸 날 87 3월 19일 동시 까치 눈이 캄캄해요 97 3월 20일 일기 춘분 101 3월 21일 시 시와 제목 사이 105 3월 22일 아포리즘 그러나 사람보다 큰 책은 없다 109 3월 23일 시 사랑 말고는 뛰지 말자 117 3월 24일 동시 이슬과 별 121 3월 25일 일기 모든 자연은 지금 자라고 있다 125 3월 26일 일기 이 작은 집이 나의 시다 133 3월 27일 시 그때 137 3월 28일 일기 걱정이야 141 3월 29일 아포리즘 나는 저 앞산을 끝내 모르리라 145 3월 30일 동시 미안해요 155 3월 31일 일기 돌이 돌의 얼굴을 찾았을 때 157 |
金龍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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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에서 마을 사람들과 팥죽을 먹었다.
팥은 이장네 것이다. 이장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십이 년 되었다. 이장네 어머니가 보관해둔 팥이다. 이장 어머니가 이 팥을 몇 년 동안 보관해두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팥죽 먹고 앉아 놀다가 마을 어떤 사람 이야기가 나왔다. 그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편에게 몇 년 살다 오라고 하셨다고 남편이 말하였다. 뭣허게, 그렇게 오래 살아. 바로 따라갈게 천천히 가고 있어. 진짜 그렇게 한 달쯤 집안 뒤처리하고 금방 따라가셨다. --- pp.16-17 「3월 2일 일기, 팥」 중에서 천담 가는 길 강에 검은댕기흰죽지오리 세 마리가 놀고 있었다. 어제 분명히 네 마리였다. 걱정이 되었다. 무슨 일이 있나? 누가 총을 쏘았나? 더 내려가보았다. 그러면 그렇지 한 마리가 홀로 놀고 있다. 강을 더 따라 내려갔다 올라오며 보았더니, 네 마리로 완성이다. 나를 보면 놀란 듯 고개를 반듯하게 세우고 가만히 있다. 발도 가만히 두고 있을까? 한참 보고 서 있었더니, 움직인다. 물을 가르며 네 마리가 논다. 한꺼번에 일제히 물질을 했다가 나와 둥둥 떠 있다가 도로 물속으로 쏙 들어간다. 물이 맑아서 오리들이 물속을 헤엄쳐가는 것도 보인다. 물속에서도 빠르다. 사진을 찍었다. 나를 슬슬 피해 멀리 간다. 나는 이 오리들이 날아가는 것을 어제 한번 보았다. --- p.52 「3월 10일 일기, 새들」 중에서 시언이와 영상 통화를 하면 시언이는 무조건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가야 돼요” 한다. “한국에 갈 거예요”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가고 싶어요.” 그러다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흐으응” 하며 금방 실망스러운, 그리고 금방 포기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들은 시언이가 한국에, 우리집에, 진정으로 오고 싶어한다는 것을 안다. 그 마음을 안다. 우리도 시언이가 그립고 보고 싶은 것이다. 인정이 있는 아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시언이는. 그리움과 사랑이 가득한 아름다운 아이다. 유치원 간 날 원장님이 인터뷰를 하고 (원장님은 영어로 시언이는 한국말로) “뷰티풀 보이”라고 했단다. 그리고 그것을 훼손시키지 않는 것이 교육이다. 시언이는 영어를 모르지만 아무렇지 않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 말은, 모르는 것은 배우면 되는 것이지 어찌 하나도 안 틀리고 백 점을 맞을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다 맞은 사람이 커서 돈만 많이 벌면 된다니, 어이없다. 모르는 그것으로 한 인간의 삶이 구겨지면 안 된다는 것을 시언이 유치원에서는 알고 있다. --- pp.56-57 「3월 11일 동시, 아무렇지 않게」 중에서 훌륭한 그림은 한 장의 그림 속에서 어떤 부분을 떼어놓아도 독립된 한 세계를 완성해놓는다. 한번 그어내린 붓자국이 다른 붓자국들과 긴장을 일으키며 동시에 어우러져야 한다.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내지 못한 그림은 죽은 그림이다. 나는 그림 속에 놓여 있는 사물들의 살아 있는 숨결과 그 긴장이 좋다. 그러나 좋은 화가는 다시 그 긴장을 풀어헤치고 자유를 얻는다. 눈부신 자유를 얻는 일이야말로 모든 예술이 도달해야 할 그 어떤 경지이다. --- p.76 「3월 15일 아포리즘, 시인에게 죽은 것은 하나도 없다」 중에서 가뿐가뿐 바람같이 바람아! 누운 풀잎들 위를 내용 없이 지나 강으로 가자. 바위들이 말을 버리며 산을 굴러내려와 강가에 우뚝 서면 산 넘어 구름이 얼마나 홀가분하고 좋을까. 사랑 말고는 뛰지 말자. 아직은 생명이 다 오지 않은 마른 풀밭에 햇살이 부서져 튀는 봄날에는 환장하고 미치면 된다. 장작불 때는 무쇠솥에서 뜨거워 훌훌 뛰는 참깨를 보았느냐. 사랑 말고는 뛰지 말라. --- pp.118-119 「3월 23일 시, 사랑 말고는 뛰지 말자」 중에서 |
시詩의 적절함으로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제철 음식 대신 제철 책 한 권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2025년에도 계속됩니다. 열두 명의 시인이 릴레이로 써나가는 열두 권의 책. 매일 한 편, 매달 한 권, 1년 365가지의 이야기. 시인에게 여름은 어떤 뜨거움이고 겨울은 어떤 기꺼움일까요. 시인은 1월 1일을 어찌 다루고 시의 12월 31일은 어떻게 다를까요. 하루도 빠짐없이, 맞춤하여 틀림없이, 매일매일을 시로 써가는 시인들의 일상을 엿봅니다. 시인들에게 저마다 꼭이고 딱인 ‘달’을 하나씩 맡아 자유로이 시 안팎을 놀아달라 부탁했습니다. 하루에 한 편의 글, 그러해서 달마다 서른 편이거나 서른한 편의 글이 쓰였습니다. (달력이 그러해서, 스물여덟 편 담긴 2월이 있기는 합니다.) 무엇보다 물론, 새로 쓴 시를 책의 기둥 삼았습니다. 더불어 시가 된 생각, 시로 만난 하루, 시를 향한 연서와 시와의 악전고투로 곁을 둘렀습니다. 요컨대 시집이면서 산문집이기도 합니다. 아무려나 분명한 것 하나, 시인에게 시 없는 하루는 없더라는 거지요. 한 편 한 편 당연 길지 않은 분량이니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에 한 편씩 가벼이 읽으면 딱이겠다 합니다. 열두 달 따라 읽으면 매일의 시가 책장 가득하겠습니다. 한 해가 시로 빼곡하겠습니다. 일력을 뜯듯 다이어리를 넘기듯 하루씩 읽어 흐르다보면 우리의 시계가 우리의 사계(四季)가 되어 있을 테지요. 그러니 언제 읽어도 좋은 책, 따라 읽으면 더 좋을 책! 제철 음식만 있나, 제철 책도 있지,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기획입니다. 그 이름들 보노라면 달과 시인의 궁합 참으로 적절하다, 때(時)와 시(詩)의 만남 참말로 적절하다, 고개 끄덕이시라 믿습니다. 1월 1일의 일기가, 5월 5일의 시가, 12월 25일의 메모가 아침이면 문 두드리고 밤이면 머리맡 지킬 예정입니다. 그리 보면 이 글들 다 한 통의 편지 아니려나 합니다. 매일매일 시가 보낸 편지 한 통, 내용은 분명 사랑일 테지요. [ 2025 시의적절 라인업 ] 1월 정끝별 / 2월 임경섭 / 3월 김용택 / 4월 이훤 / 5월 박세미 / 6월 이우성 7월 박지일 / 8월 백은선 / 9월 유계영 / 10월 김연덕 / 11월 오병량 / 12월 고선경 * 사정상 필자가 바뀔 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 2025년 시의적절의 표지는 글과 사진을 다루는 작가 장우철과 함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