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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 그늘이 환하게 웃던 날 그늘이 환하게 웃던 날 긴 뫼 배꽃 공동 우물 호랑이 장가간 날 앵두 물소리 사랑방 구장네 솔밭 멧새 이야기 하나 이야기 둘 소나기 푸른 솔가지를 꺾어 무릎에 깔고 절을 하다 2. 그리운 사람들 같이 먹고 일하면서 놀았다네 옥정댁 서춘 할아버지 느티나무 암재 할머니 탐리 양반 얌쇠 양반 아롱이 양반 청산 사구실댁 진짜다 빠꾸 하나씨 이울 양반 큰당숙 일촌一村 어른 초행길 3. 색 바랜 사진 마을 법 살구나무가 있는 풍경 고기 독립 공부 구렁이 귀소歸巢 장닭 큰물 보리밭 밤에 먹은 복숭아 곶감 서리 가다꾸리 비누 공장 속수무책 수수방관 오래된 사진 한 장 4. 꽃, 등에 지고 서 있네 얼굴 문전옥답 초가 두 칸 집 우리는 어쩌라고 어린것 집안일 사냥 가시내 대화 꽃밭등 5. 그해, 그 배꽃 김 밥상 분명 어느 해 김 도둑 그해, 그 배꽃 앗차! 마케 큰집 사위 6. 서울 서울 길 서울 2 서울 3 서울 4 그리운 그 이름들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
金龍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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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마을의 시인이다.
--- 「시인의 말」중에서 이 시집은 내 모든 글의 ‘고향 집’이다. 내 시 이전이고 이후다. 생각해보니 내 인생은 이 시집의 바탕 위에 지어졌다. --- 「시인의 말」중에서 해 짧은 마을 긴 뫼가 진메 되었다 --- 「긴 뫼」중에서 동네 가운데 허드레 샘 있었습니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 마르지 않았습니다. 세수도 하고, 걸레도 빨고, 미나리꽝과 텃논 물도 대고, 동네 불나면 그 샘물로 불도 껐습니다. 그 샘 중심으로 위 곁, 아래 곁 편 나누어 줄다리기하고, 짚으로 만든 공 차고, 씨름하고, 자치기 했습니다. --- 「공동 우물」중에서 서춘 할아버지가 심은 마을 앞 느티나무 100년하고 50년도 더 되었습니다. 동네 사람들 모두 그 그늘로 자랐습니다. --- 「서춘 할아버지 느티나무」중에서 내가 알기로 평생 서울 간 적 없다. 가난하고, 가난하고, 한없이 가난하지만 동네 인심 그이만큼 더럽히지 않은 사람도 없다. --- 「얌쇠 양반」중에서 땅만 보며 일하던 사람들이 피리 소리 끝나면 허리 펴고 서서 흘러가는 강물을 멀리 바라보았다. --- 「일촌一村 어른」중에서 동네 사람들이 크게 다치거나 큰일을 당하면 어머니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남의 일 같지 않다. 다 내 일이다. --- 「공부」중에서 세월이 사람들을 마을로 데려다주고 다른 세월이 와서 그들을 뒷산으로 데려가버린다. 사는 일이 바람 같구나. 나도 어느 날 훌쩍 그들을 따라 갈 것이다. 그들이 저세상 어느 산골, 우리 마을 닮은 강가에 모여 마을을 만들어 살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나도 그 마을에 들어가 그때는 시 안 쓰고 그냥 얌쇠 양반처럼 해와 달이 시키는 대로 농사일 하면서 근면 성실하게 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그 마을은 바람과 햇살과 구름이 환한 산 아래 강길이 있을 것이다. 마을 앞에는 고기들이 뛰노는 강물이 흐르고 삽과 괭이와 호미와 낫으로 농사를 짓는 그 마을이, 복사꽃 배꽃 필 때, 배고프지 않은 이 마을이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 ---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중에서 |
집에는 67편의 시와 2편의 산문을 실었고,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 15컷도 함께 수록했다. 그는 매일 산책을 하고 사진을 찍으며 조금씩 다른 자연을 기록했다. 매일 보는 풍경에도 질리지 않고 때때로 낯선 감각을 포착해내는 사진을 보다 보면, 빼어나게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고유의 시선을 실감하게 된다.
“나의 하루는 늘 그렇게 강물이었습니다” 문학으로 다시 태어나고 영원히 살아가는 공동체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은 총 5부로 이루어져 있다. 1~4부는 마을에서의 일화와 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담았고, 5부는 농촌에서 서울로 가던 이의 애절한 마음을 보여주는 시들을 담았다. 김용택이 고향인 진메 마을에 보내는 애정은 더없이 맑고 순정하다. 마을 사람이었던 ‘얌쇠 양반’ ‘아롱이 양반’ ‘옥정댁’ 등의 이름을 호명하고 삶의 어느 순간을 쓴다. 시집을 읽다 보면, 김용택 시의 근원은 무엇보다 지극한 사랑에서 온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종종거리며 움직이던 멧새의 모습과 부지런히 밭을 매던 어머니의 머릿수건, 일을 마치고 징검다리에 앉아 수다를 떨던 사람들, 친구와 과일 서리하던 밤, 계절을 분명하게 실감할 수 있었던 농사일의 추억은 사라져가기에 더욱 안타까운 마을공동체의 한 모습들이다.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은 이 애틋한 마음을 마치 스케치하듯 담담하게 보여준다. 논밭 한 뙈기 없이 우리 동네 유일한 상업 행위로 살다가 마을회관에 구판장 생기자 품 팔아 빚 없이 잘 먹고 자립경제로 깨끗하게 잘 살았다. 암재 할머니 돌아가시자 집 없어졌다. 물 찍어 발라 빗은 허연 머리만 물 위를 떠가는 거품처럼 동네 이곳저곳에 남았다. - 「암재 할머니」에서 시인은 태어나고 자란 진메 마을에서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먹을 것이 부족하고 가진 것도 없었던 유년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지금의 풍요가 그 시절에도 있었더라면, 하고 종종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가난 속에서도 서로의 삶에 기울이던 애틋한 관심도 기억한다. 때로는 다툼도 있었지만 대부분 따뜻했던, 바람처럼 사라져간 사람들은 시인에게 모두 그리움으로 남았다. 김용택은 마을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시를 써 내려간다. 문학의 힘으로 깊숙이 묻혀 있던 순하고 진실한 기억을 끌어올리며, 우리가 어울려 살았던 마을의 소중함과 공동체의 가치를 마음에 굳게 아로새겨준다. 서춘 할아버지가 심은 마을 앞 느티나무 100년하고 50년도 더 되었습니다. 동네 사람들 모두 그 그늘로 자랐습니다. - 「서춘 할아버지 느티나무」에서 언젠가 그들과 다시 마을을 이루어 살 것이다 김용택의 언어는 소박하고 간결하다. 읽기 어렵지 않지만, 그 안에 깃든 생명력은 타오를 듯 뜨겁고 절절하다는 점이 꼭 자연을 닮았다. 등단한 지 40년이 지났지만 그가 사람과 문학을 대하는 마음은 나이 들지 않고 언제나 생생하여 때로 소년의 얼굴을 닮았다. 소란하게 어울려 지냈지만 지금은 세월이 데려간 사람들을 떠올리며 김용택은 계속해서 쓴다. 슬픔을 넘어 기억과 사랑으로 빚어낸 문장들을 읽으며 시인의 사랑이 영원히 낡지 않기를, 언제나 겸허한 마음으로 자연의 말을 받아 적으며 끝없이 나아가기를 바라게 된다. 갈등과 반목의 언어가 횡행하는 세상 속에서 곡진한 시의 문장을 읽는 행위는 그 자체로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달픈 일상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힘은 결국 주변을 돌아보는 애정에서 나온다는 것을, 시를 읽으며 깨닫는다. 그들이 저세상 어느 산골, 우리 마을 닮은 강가에 모여 마을을 만들어 살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나도 그 마을에 들어가 그때는 시 안 쓰고 그냥 얌쇠 양반처럼 해와 달이 시키는 대로 농사일 하면서 근면성실하게 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