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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점묘 - 박용래 여름날 - 신경림 병원 - 김지하 휴대폰 2 - 오세영 외가집 - 백석 연애 - 고은 그 불빛 - 김신용 전야 - 김영현 어떤 출사 - 나희덕 생밤 까주는 사람 - 박라연 섬 - 노창선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 최두석 수묵 산수 - 김선태 문상- 정진규 소주병 - 공광규 뒤편 - 천양희 몸 - 나태주 그 노인이 지은 집 - 길상호 국밥 - 이시영 봄날 - 홍신선 별들의 고향 - 김완하 빨래하는 맨드라미 - 이은봉 담쟁이 - 도종환 사랑을 놓치다 - 윤제림 비 가는 소리 - 유안진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 - 박철 어처구니 - 이덕규 뻘 같은 그리움 - 문태준 엄마 걱정 - 기형도 애기똥풀 - 양문규 의자 - 이정록 노숙 - 김사인 시골길 또는 술통 - 송수권 수면 위의 빛들이 미끄러진다 - 채호기 계백의 아내 - 양애경 양계장에 가야 하는 날이 있었다 - 정윤천 북방 - 정철훈 당산철교 위에서 - 이승철 마지막 그분 - 신대철 소가죽북 - 손택수 가족사진 - 이창수 어느 게의 죽음 - 김광규 강가에서 - 김수영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 복효근 석류 - 이가림 초상집 - 박영근 이팝나무 꽃 피었다 - 김진경 자동판매기 - 최승호 개심사 거울 못 - 손정순 월하미인 - 이원규 시인의 밭에 가서 - 김화순 감로 - 조기조 아내의 종종걸음 - 고증식 매미 소리 - 임영조 주막에서 - 천상병 달팽이집이 있는 골목 - 고영 겨울나그네 - 우대식 노숙일기 - 전기철 오래된 미래 - 이안 얼음 대적광전 - 주용일 심사 - 박찬 주먹눈 - 전동균 즐거운 제사 - 박지웅 단단한 뼈 - 이영옥 벼랑 - 이재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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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집에 부쳐
자본의 위력은 실로 막강하다. 자본은 그에게 적대적인 것들조차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한다. 마르크스나 체 게바라조차도 상품이 되어 저잣거리에서 팔리고 있는 현실을 보라. 자본의 파시즘 앞에서는 신성한 종교조차도 타락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이념이 사라진 시대에 들어앉은 거만한 자본의 가공할 폭력이 전 지구를 들끓게 하고 있다. 국가·지역·단체·계급·개인 간의 갈등의 배후에는 어김없이 자본이라는 흉물이 자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자본의 시대에 시가 읽히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누가 돈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외려 돈 버는 데 장애가 되는 시에 관심과 애정을 보이겠는가. 하지만 이러한 전일적 자본의 논리가 세계를 지배·관철하는 시대에도 비록 예외적 소수일망정 아직도 시를 읽고 쓰는 시대의 지진아들이 있다. 한 편의 시가 인간의 타락한 영혼을 구원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 순진한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숲을 빠져나온 청량한 바람이 속진에 찌든 우리의 몸과 마음을 맑게 하듯이 서늘하고도 투명한 시의 바람 혹은 잔잔한 시의 물결이 나날의 곤고한 일상을 잠시나마 위무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족하지 않겠는가. 성경의 말씀처럼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비록 우리가 출구 없는 자본의 거대한 감옥에서 수인처럼 강제된 삶을 살아갈망정 그 안에서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와 품위와 자존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돈 되지 않으나 순정한 것임에 분명한 것에도 더러 관심의 촉수를 뻗을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시 읽기라고 감히 나는 말해 본다. 이 책에 실린 시편들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 선자에 의해 소개된 것들로서 읽는 이로 하여금 우리에게 생활 속 발견의 미학과 생각의 계기를 부여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이 시편들이 시난고난 힘 부쳐 살아가는 독자 제위에게 심심한 격려와 위로가 되길 바란다. ―시인 이재무 추천사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서로를 믿지 않게 되었다. 제 몫의 이익만을 챙기겠다고 아우성이다. 제자가 스승을, 부모가 자식을, 아내가 남편을, 유권자가 정치인을, 죄수가 재판관을, 지역이 중앙을, 노동자가 자본가를, 미국이 북한을 신뢰하지 않는 이 지독한 불신의 시대에 시인은 꽃이 되어 피고 나비가 되어 날자고 한다. 그것만이 믿음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김수영의 선언처럼 이 모기만 한 목소리가 관계의 분단을 뚫는 날이 부디 오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