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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소설 『이어도를 본 사람은 죽는다』 _ 7
중편소설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 _ 357 ㅣ작가의 말ㅣ _ 439 ㅣ작가 연보ㅣ _ 4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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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놀라운 일이다. 남과 북의 우리들은 서로 헤어져서 사는데, 비무장지대 안에서 사는 물거미는 암수가 찹쌀엿처럼 꼬옥 붙어서 살고 있다니! 그것도 죽을 때까지 말이다!” 혼잣말처럼 허만중 씨는 뒷말을 덧붙였다.
“여보, 그런데 물거미가 하필이면 왜 남북이 갈라진 철조망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일찍이 한반도에 서식했던 거미가 아니었는데.” 허만중 씨는 자신의 친구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친구 가운데 호형호제하는 한국전쟁 때 양친을 다 잃은 사람이 있다. 요즘 주소지로 말하면 허만중 씨의 친구는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산 59-13번지에 소속한 ‘애기봉愛妓峰’ 아랫마을 가금리 출생이었다. 전쟁 때 애기봉은 남쪽과 북쪽의 병사들이 낮과 밤을 달리하며 뺏고 빼앗김을 되풀이한 피의 봉우리였다. 여기 올라서 바라보면 멀리 연천군 쪽에서 흘러오는 임진강과 남쪽에서 발원한 한강 지류가 합수하여 북한강을 이루고 있었다. 김포 반도 애기봉 아래 나지막한 언덕들을 다독거리면서 서해로 흘러가는, 그곳에 그의 친구 고향이 있었다. 아마 그곳 늪지에도 물거미들은 서로 오순도순 자기들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가지고 생명을 누리고 있을 것이었다. --- 「5. 물거미, 이어도를 본 사람은 죽는다」 중에서 허만중 씨는 기억 속으로 다시 낚싯바늘을 던져 쌀붕어 새끼들을 낚아 올리듯이 옛노래를 불렀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산꿩이 알을 품고/뻐꾸기 제철에 울건만/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오늘도 뫼 끝에 홀로 오르니/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비단 구두 사 가지고 오신다더니. 고향 마을 앞 논들을 바라보며 아무리 노래를 불러대도 뜸북새는 울지 않았다. 다 어디로 가버렸지? 녀석들이 살고 있다던 옹달샘 주변을 지나쳐가도 뜸북새 울음은 들려오지 않고 억새와 갈대들만 어디서 불어왔는지도 모르는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 「61. 보리, 이어도를 본 사람은 죽는다」 중에서 허만중 씨는 문학 계간지에 보낼 원고를 오후까지는 다 마무리할 것 같았다. 택시 기사 김창복 사장의 얼굴을 바라보니 그런 마음이 들었다. 보도연맹사건으로 총살당한 첫째 며느리 아버지와 빨갱이한테 총살당한 그의 아버지를 함께 떠올려 보았다. 두 집 사돈간에, 한국전쟁으로 돌아가신 두 집안의 아버지가 저 높고 푸른 하늘에서 서로 즐거워하시리라 생각했다. 유복자의 아들과 유복녀의 딸이 결혼하여 잘살게 되었다는 이 기쁘고 놀라운 사실!! 불현듯, 작가 허만중 씨는 빛고을 택시 운전사 김창복 씨가 외갓집 작은 삼촌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택시 문을 닫고 나왔을 때 금남로의 아침은 무덥고 지루한 여름이 끝나가고 있었다. 소슬소슬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남녘 저 멀리 들판의 벼들도 알알이 여물어서 고개를 곱게 숙이는 아름다운 계절이 펼쳐지고 있었다. --- 「90. 유복자의 아들과 유복녀의 딸 결혼, 이어도를 본 사람은 죽는다」 중에서 밤 10시. 호남고속도로는 흡사 능욕당한 사람처럼 마냥 몸을 비틀고 있었다. 밤이 도처에서 쳐내려오듯이 밀려드는 온갖 자동차에 납작하게 짓눌림을 당한 모습이었다. 으으으으으- 비명일까 신음일까. 하지만 아무도 그 소리가 무슨 소린지 몰랐다. 고속도로 주변에 사는 사람들조차도 미처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이불깃을 자신들의 목까지 끌어올리며 잠을 재촉하는 시간이었다. 밤 봇짐을 싸맨 채 광주에서 서울로 미친 듯이 줄행랑을 치는 자동차들, 끼익, 끼이이익, 급브레이크를 밟는 굉음만이 솟구쳐 올랐다. 이따금 개와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간혹 술 취한 남정네들이 고속도로를 자기 고향의 논길이나 밭둑길로 알고 무단횡단을 하다가 순간적으로 달려드는 저승사자에 붙잡혀갔다. 밤의 고속도로는 용수철이 달린 쥐덫처럼 걸려든 물체를 재빠르게 집어삼켰다. 속도만을 맹신하는 무지한 사람들의 그림자가 어딘가로 유성처럼 떨어져 가거나 먼 들판 끝에서 반딧불처럼 가물거리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시인 박상朴常은 오늘따라 잠자리에 일찍 들지 않고 그 무슨 귀신한테 홀리기라도 하는 듯이 거실의 두꺼운 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간다. 두 눈은 둥그렇게 뜨고 두 귀는 쫑긋거리며 그렇게 베란다에 나가서 여기저기 두리번거린다. 그러면 그렇지. 박상 시인은 베란다 위에서 흡사 합창 대열로 서 있는 갖가지 꽃들의 화분에 안녕, 안녕 인사를 한다. 몸에 밴 것처럼 홀로 중얼거린다. 오르페우스는 으음, 꼭 나를 찾아올 거야. ---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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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 ““이호철 선생님! 죄송합니다. 시가 로망roman이랄까, 서사를, 이야기를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을 늦게나마 체득하고 중편 하나를 썼습니다. 사실은 요즘 한국소설이 ‘서사’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안타까움도 찾아와서 그만 소설에 손댄 것 같습니다. 소설에서 서사가 없다는 것은 리얼리즘을 상실하거나 놓쳐버린 데서 기인한 결과이겠죠.” 「문예중앙」에 중편을 발표한 이후 저는 ‘액자소설’을 100여 편 써서 발표했습니다. 마치 액자 속에 다른 액자를 넣듯이 소설 속에 또 다른 소설을 집어넣는 소설을, 나는 흥미를 느끼고 짧은 콩트처럼 써 내려갔지요. 우선 소설이 ‘밥’이 된다는 생각에서 -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처럼 - 바지런히 이야기(서사)를 찾아내고 만들어냈습니다. 황막한 세상 속에 좀 괜찮은 이야기를 풀어 넣어준다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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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는 5·18 광주에서 시작했으되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 전체로, 세계로 자신의 문학을 확장해 온 김준태 시인의 첫 소설집이다. 액자소설 90편으로 이루어진 『이어도를 본 사람은 죽는다』는 작가의 분신인 허만중이 화자로 등장하여 광주와 서울, 미국과 베트남, 베를린 등 세계 곳곳에서 만난 90명의 이야기가 ‘액자 속의 액자’처럼 들어 있는 소설의 형식이다. 과거와 현재, 이곳과 저곳을 종횡무진 내달리는 화자에 의해 인간의 온갖 감정과 살아온 이야기가 담긴 이 소설은 한국 현대사의 『천일야화』라고도 부를 만하다.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는 1995년 『문예중앙』 여름호에 실린 중편소설로, 1980년 ‘오월 광주’에서 부여받은 상처와 역사적 교훈 속에서 참다운 세상과 절대 공동체를 지양(止揚)해 나가고자 하는 다섯 인물의 역동적 삶의 의지가 오늘과 내일에도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소설집에 실린 두 소설은 광주를 뜨겁게 경험했던, 그리고 이제는 원로 시인이 된 김준태의 삶을 생생히 보여주는 것을 넘어, 오늘날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혹은 극적인 서사(敍事)로 아름답게 거듭나고 있다. 오르페우스는 단순히 그리스 신화에서 빌려온 인물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상이자, 사랑과 생명과 평화의 생명체를 가리키는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 조기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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