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시인의 말
제1부 프롤로그 말의 역사 15 전마戰馬 16 의마총義馬塚 18 군마 레클리스 20 제2부 소년과 로시난테 편자 소리 울리며 25 마부의 문간방 26 눈발 헤치며 마차들 돌아오다 28 말들도 할 말이 많았다 30 말춤 32 마장馬場터 33 말 짝짓기 34 당나귀 정鄭 35 소년과 로시난테 36 마부 군소리가 담을 넘었네 37 비 오는 날의 마구간 38 붉은 망아지가 혼자 일어서는 법 39 팔려 가는 당나귀 40 노새를 부리다 41 말에 관한 생물학적 고찰 42 제3부 신기동 105번지 말들이 돌아올 때 45 신기동 105번지 46 문중門中 화촉계華燭契 47 개구리 사냥 48 꿩과 겨울 무 50 마부의 딸들 52 신神을 찾아서 54 할아버지 제적등본 56 핫옷 세 벌 58 탱자나무 과수원 길 59 오월 대추나무 아래 버려졌네 60 등짝에 큰 돌 눌러놓고 62 외삼촌의 행불 64 한덕수 65 어래산魚來山 66 운명이다 68 제4부 리어카 택시 키 덮어쓰고 소금 꾸러 가다 73 각산동 74 리어카 택시 76 새벽 노고지리와 버꾸와 밀밭 야시 77 외동아들 실종 사건 78 정랑 길 엎어지던 밤마다 79 농방 아재 80 외가 가는 길 82 영천 대말 83 도평댁 며느리 84 물물교환 86 이대 아재 87 눈 위에 지게 발자국 88 먹구 90 슬픈 천렵 92 제5부 꽃 피지 않는 사과나무 사과 장수 눈굴땡이와 고깔댁 97 이발소 98 배막디 99 사자死者의 집 100 전처前妻 제사상 102 크레용 104 개를 키우지 않는 이유 106 쇠고기 한 근 107 어무이 바지와 과외 수업 108 약국집 딸 110 꽃 피지 않는 사과나무 111 폐가를 찾아서 112 문금년 전 114 국제시장 재첩국 116 제6부 에필로그 오동나무 사랑방 121 잔챙이 고구마 122 해설 김응교 정직과 땀내로 받아쓴 말(馬)의 말(言) 123 |
정원도의 다른 상품
|
사과 배달 끝낸 밤이면
달그림자 등에 지고 돌아온 마차들 과로에 몸 달은 조랑말 나무 기둥을 물어뜯으며 힝힝대는 울음이 삭은 문풍지를 두드렸고 남폿불 까맣게 태우던 바람 오두막 흙벽에 부딪혀도 케케묵은 이바구는 끝날 줄 몰랐네 학교 갈 나이가 되어도 태반은 뒷문으로 빠져나와 어디로 떠났는지는 몰라도 그만 말똥 냄새 절은 아부지 무릎 베고 화투장 그림자에 빠져 놀았네 담배 연기 쩐 방이 오소리 굴처럼 쿨럭일 적마다 반야월역도 동네도 덩달아 뒤척였고 정 씨 조강지처 세상 뜬 일이야 잊은 지 오래 속병 고친다며 우물 파다가 나온 해골 물 마신 방앗간 집안 형님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도 그만 밤마다 마부의 문간방은 들락거리는 재취 댁 치맛자락만 분주했네 ---「마부의 문간방」중에서 |
|
시인의 말
앞선 시집 『마부』를 읽은 백무산 시인의 연속 창작을 독려하는 계기가 없었더라면 이 시집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마부』와 함께 정작 더 일찍이 펴냈어야만 했던 시들이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태로운 지경을 건넌다는 것이, 돌이킬 수 없도록 이만큼이나 지나쳐 버렸다. 두렵기만 해 어떻게 건너야 할지만으로도 막막하던 시절을 참 용케도 건넜구나, 나의 시를 토닥여 주는데 어느덧 심하게 고장 나 돌이킬 수 없는 아내와 나를 발견한다. 2년 전에 마친 원고였지만 느닷없이 닥친 아내의 알츠하이머병 판정으로 무지막지한 절망의 늪을 수습하느라 또다시 무작정 밀쳐 두어야만 했다. 헤쳐 온 난관들이 너무 버거웠는지 기억을 잃어 가는 아내를 붙잡다가 주섬주섬 묵힌 원고를 다시 챙길 수 있게 됨에 안도하며, 못난 시집에 기꺼이 해설을 감당해 준 김응교 교수와 출판사의 이재무 대표께 감사드린다. 나를 낳자마자 세상을 뜨신 가여운 어머니와, 마부의 기억만 남겨 두고 가신 아버지와, 내가 고아가 되지 않게 해 준 것만으로도 평생 업어드려야 할 또 한 어머니와, 배운 것 없이 뿔뿔이 흩어져 벅찬 가정을 꾸려야 했던 누이들의 수난은 감히 내가 어찌해 볼 도리가 없던 운명으로 돌리며 위로와 따스한 애정으로 이 이야기를 덮는다. 2023년 1월에 정원도 |
|
이 시집에서 ‘마부’로 상징되는 발굴되지 않은 과거는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궁핍과 상실 속에서도 말과 함께 꿋꿋하게 살아가는 마부들, 그 가족의 지역사, 화물차가 출현하기 전까지 근대사의 과도기를 만나는 드문 독서 체험을 제시하는 시집이다. 산업화의 그늘을 마부의 아들로 그리고 노동자로 살아온 화자의 증언은 생생하기만 하다. 정원도 시인은 두 권의 시집으로 집요하게 개인과 한 사회의 고현학考現學을 완성시켰다.
인간의 자리를 AI와 로봇이 대체하고 있는 사회에 기계를 다루어 온 노동자 출신 정원도 시인은 시집 전체를 통해 인간 문화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과거의 인간 풍경에, 미래 사회에 살려 내야 할 귀중한 구원의 열쇠가 있다는 암시를 준다.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시집이 아니라, 미래 사회의 대안을 제시하는 시집이다. 이 시집은 역사 보고서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향한 좌잠座箴이다. 첫 번째 두 번째 시집을 뛰어넘어, 세 번째 시집 『마부』부터 시인은 비약한다. 이번 시집에 이르러 드디어 시의 고원高原에 이르렀다. 정원도 시인 ‘자기만의’ 정직과 땀내가 이루어 낸 높이다. 그가 평생 잊지 못하는 말과 당나귀들이 한없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고원에서 독자들도 새로운 지평을 체험할 것이다. 정직과 땀내를 망각한 뜬구름 잡는 우리 시단을 이 시집은 묵묵하게 대지大地로 견인하는 든든한 말(馬, 言)이 되리라 기대한다. - 김응교 (시인. 숙명여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