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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고은 깊은 곳 1 2016년 봄 내 미래학은 미지학이라네 고은의 시적 근원에 자리한 존재인식 집 없는 정신의 탄생 이념적 우상들을 박차다 나 죽어도 별이 되지 못해. 똥마려워. 세종대왕이 나의 신이네 머슴방에서 한글을 익히다 비자연적인 죽음의 사건들이 안긴 것 고은 깊은 곳 2 2016년 가을 무엇의 조종을 받는 자가 아니라 스스로 원점인 자 고은의 제주도 시대 출가 이후 생명의 파도를 어떻게 타고 넘느냐 고은 테제, 별이야말로 밥이다 초월적 실존주의자 폐허의 축적, 절망의 축적 『만인보』의 첫날밤 내 유골도 시를 쓸 것이네 시의 지옥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고은 깊은 곳 3 2016년 겨울 ‘존재’의 시대에서 ‘관계’의 시대로 세상의 파동이 영혼의 해안에 닿아서 나를 움직였다 동심과 열정이 시인의 도구이네 나는 내 시의 조상이야 모국어의 분단사태 앞에서 신명이 내 손을 달리게 하지 우매와 예지 사이 시인은 세상의 한복판에 있어야 하는 것 고은 깊은 곳 4 2017년 봄 정부 발행의 증명서를 받기까지 미지의 장소에의 본능적 모험이 있었네 지구 저쪽에도 형제시인들이 있네 한국작가회의 40주년 회고담 2014년 7월 이제 나는 출항한다. 뱃머리에 서 있으리라 |
高銀, 호:파옹(波翁), 본명:고은태(高銀泰), 법명:일초(一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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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어느 특정한 시대에만 커다란 사건이거나 심각한 것은 아닐 것이네. (중략) 한 인간의 생애를 한두 마디로 요약한다면 ‘태어나고, 만나고, 죽는 것’이네. 다만 어린 나에게는 할머니의 죽음, 그 뒤에 할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자연적인 죽음 사이에 역사로서의 죽음인 전쟁 시기 학살과 전사라는 인위적인 죽음들의 비극이 엄청났던 것이네. 거기서 죽음이 얼마나 삶을 모독하는가를 죽음이 얼마나 삶 따위를 가소롭게 하는가를 소년인 나는 아무런 정신이나 의식의 단련 없이 체험한 것이었네. 어쩌면 내 근원의 허무주의야말로 이런 죽음의 극한 상태에서 발생했는지 모른다네. _고은
저는 그 허무를 ‘관념적 허무주의’라고 말하면 안 된다고 보는 겁니다. 도대체 어떤 허무주의가 이렇게 치열하고 열정적이며 불덩이 같을 수 있느냐는 이유에서이지요. 이 부조리한 세계의 실존을 견디는 것이 ‘혐오’이고 ‘허무’이며 ‘폐허 지향’이었다면 저는 그것을 ‘초월적 실존주의’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겁니다. _김형수 ---「고은 깊은 곳 1」중에서 시가 나에게 오고 내가 오는 시를 마중 나가서 우리는 함께 날 저문 귀로로 돌아온다네. 임신한 아낙처럼, 부상당한 전사처럼, 목마른 혼백처럼, 그것이 내 시의 밤이 되는 것이네. 나는 늘 천체물리학과 입자물리학에 사로잡히는데 그 첨단과학이야말로 나의 샤머니즘이니까. _고은 엘리엇은 ‘1사물 1언어’를 지향했다, 하듯이 고은의 세계는 무엇이다, 하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_김형수 아니네. 시인생활 60년을 내일모레로 앞두고 있는데 내 시의 여생도 무어라고 정의할 수 없는 것처럼 내 시의 몇십 년 역정을 한 마디로 단정하는 일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네. 누구는 무어라 하고 누구는 무어라 할 것이네. 그것들의 합산(合算)으로 하나의 애매몽롱한 공약수는 가정할 수 있을 터이지. _고은 ---「고은 깊은 곳 2」중에서 자그마치 시력 60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감회가 남다르리라 생각합니다. 고은 문학의 일출과 일몰을 한꺼번에 목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세상에 선생님의 시가 혼자 남 아서 메아리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_김형수 ---「고은 깊은 곳 3」중에서 시는 모국어의 천부적 행복 속에서 살아 있는 것 이상으로 시는 다들 세상의 언어로 재생할 꿈을 가지고 있는 순례의 운명을 막지 못하네. 내 시도 그렇다네. 여러 나라에서 내 시를 받아들이는 그이들의 공감에 내 진실이 다가가는 것이 내 존재이유이기도 하네. (중략) 2017년의 행성 위에서 우리는 함께 숨 쉬며 함께 취하면서 함께 절망하면서 살아가는 공동의 미학을 이루어 갑시다. _고은 ---「고은 깊은 곳 4」중에서 저는 골수의 문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사회과학의 식민지가 되기를 자처하듯이 조급한 관념적인 흐름에 말려 들어간 한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돌아보아지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 미숙함은 지금에 와서 많이 부끄럽지만 한편으로는 영원히 놓치지 말아야 할 치열성의 한 발로였던 측면도 버릴 수 없습니다. 이제 이 단체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주역들에게도 한 말씀 해주셨으면 합니다. _김형수 없네. 지금은 21세기라는 것, 이전보다 훨씬 복잡사회라는 것들을 깨달을수록 이 시대의 아이는 이 시대의 울음을 울어야 한다고 생각해. 단 하나를 지적하고 싶네. 언어에의 책임 말이네. 이게 무척 어렵다네. 언어는 늘 위험하다네. _고은 ---「한국작가회의 40주년 회고담」중에서 |
시(詩)력 60년, 한국대표시인 고은의 깊은 곳
1958년 [현대시]에 「폐결핵」으로 등단한 이래 시력 60년을 앞둔 시인 고은, 그 삶과 시의 깊은 곳을 시인이자 소설가 김형수와 함께 들여다본다. 고은의 근원과 현재까지를 오롯이 담고자 했기에, 천 개의 강에 비친 달처럼 국민시인으로, 저항시인으로, 또 파계승의 모습으로 많은 기억들 속에 들어 있음에도 원본으로서의 ‘달’을 보려 했다. 고은 삶의 행로는 곧 시(詩)의 행로이고 시(詩)적 역정이다. 우주의 주체도 아니고 세상의 원점도 아닌, 사회화 과정에서 상처받고 상처주면서 구성된 하나의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자아로 시작되는 고은의 시적 근원은, 존재와 언어의 통일을 전제로 성립하여 집 없는 정신에서 이념적 우상을 박차며 탄생하였다. 고은 정신은 끝없이 세계의 원본과 마찰하면서 문명과 체제의 반대편을 유랑한다. 시인이 바람과 별빛과 사람의 숨결에 접촉하면서 남겨놓은 이슬 같은 낱말들이야말로 한국의 감수성이 지상에 미치는 파급력이 작지 않음을 역설하는 물증임이 분명하다. 이 대담이 고은 특유의 현란한 상상력과 아포리즘이 가득한 ‘말의 춤’을 선보이는 구변(口辯)문학의 향연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고은 생애의 조감도, 고은 정신의 약도 떠나는 일은 그의 어린 날의 가장 생동적인 염원이었고 그것이 이루어진 것은 전쟁이 지나간 직후였다. 정작 혼은 상처받고 몸은 병들었으며 곳곳은 폐허였다. 그럼에도 진리란 특정한 공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길에 있고 언제나 흐르는 상태이며 어디로 가며 어떤 것으로 변하는 상태임을 깨달아야 했다. 고은은 불교를 선택하지 않았다. 예감도 없이 거기에 속해버렸고, 인간의 선 수행보다 일상적인 호흡이나 탐욕 없는 생태와 과거 또는 미래에의 망집 없는 결코 인간이 다 터득할 수 없는 그것들의 선적인 세계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에게 있어 죽음은 시의 오랜 주제이자 또 하나의 삶이었다. 전쟁 시기를 지나며 의식에 죽음은 일상적으로 자리 잡았다. 1970년 11월 하순 우연히 한 노동자의 분신자살사건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내적 갈등과 굴절 이외에는 어떤 사회적 관심과도 상관없던 그에게 현실에 대한 시야가 생겨났다. 노동자 전태일의 죽음을 통해서 죽음에 대한 유혹은 오랫동안 들씌워진 장막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사회적 모순문제, 분단문제 그리고 군사정권의 파쇼정치 등에 대한 여러 대응에 현실의식의 동작이 가능했다. 네 번의 감옥 몇 해와 많은 구금, 연금으로 이어지는 날들이었고, 24시간 밀착감시로 정보부 요원, 정보과 형사와 동행 동거해야 했다. 고막은 고문으로 파열되어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심신은 망가지지 않고 모질게 살아남았다. ‘미지의 장소에의 본능적 모험’이 고은 의식의 본질인즉 이는 특정 국경이나 대륙 같은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먼 옛날과 먼 훗날을 포괄한다. 하지만 거기에 오늘의 세계와 대결하는 바가 무엇인지, 당대 문명과 어떻게 길항하는지가 아로새겨진다는 데 고은 언어의 묘미가 있는 게 아닌가 한다. 그 속에서 끝없이 유와 무, 나타남과 사라짐이 명멸한다. 미지의 어둠을 향한 직관과 예감이 쉴 새 없이 작렬하는 이 대담집이 아무쪼록 고은 시인의 깊은 곳에 닿는 길 안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 시대의 상식 속에 ‘시인 고은’이 있습니다. 마치 천 개의 장에 비친 달처럼 선생님은 많은 기억들 속에 국민시인의 모습으로, 혹은 저항시인, 또 파계승의 모습으로 들어 있지만, 그 모두에 관통되는 모습 또한 있을 게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강에 비친 달이 아니라 원본으로서의 ‘달’을 보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_김형수 나는 나의 말이고 나의 글이네. 그리고 나의 말과 글을 잃어버리는 그 치매의 소실이 나의 내일일 것이네. 나는 무엇이네! 무엇이 나라네! 나에게서 시를 빼앗으면 나는 뱀 허물이고 거미줄에 걸린 죽은 풍뎅이 껍질이지. 내 묘비에는 내 이름 대신 ‘시’라는 한 자만 새겨질 것이네. 시는 먼저 내 신체이네. 그 다음이 가엾은 혼인지 뭔지일 것이네. _고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