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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비밀은 깜깜 나도 몰래|강아지 산책|참새 발가락|소리 당번|꽃들의 비밀|고양이와 연못|소방차|바람은|와락, 엄마 위로하기|대나무|내 눈에 무지개가 떴다 2부 가두고 갇혀 있고 들어가고 저울은 잘못이 없다|착한 핑계|번개|홍매화|주걱과 미끄럼틀|튀밥|냉장고 문 빨리 닫아라!|인형|게임|버스의 꿈|밤새 눈 내린 아침 3부 울음 지고 피어나자 혼자 집을 보며|질문 속 답|바람의 발|꽃비와 빗꽃|바쁘다 바빠|허리|거울 2|지구 이불|나팔꽃|꽃 앞에서|새 식구|몰라|환한 가을|은행나무 4부 째―각 째―각, 우리 간다 기차 발자국|장마|발뒤꿈치|숨바꼭질|쌀과 빵|세월의 시계|시계 소리|두더지|똥탑| 오징어|징검다리 해설│우경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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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부드러운 눈보다
딱딱한 얼음을 좋아하나 보다 아니, 얼음장 아래 갇힌 금붕어들 숨이 막혀 죽을까 걱정되어 숨구멍을 뚫어 주려 했었나 보다 한곳만을 반복해 핥다 간 고양이 혓바닥 자국 옴폭! --- 「고양이와 연못」 중에서 엄마, 아빠 생일 동생, 친구 생일 강아지, 고양이 생일 학교, 나라 생일 (…) 다른 생일들이 없다면 내 생일은 건너뛸 수 없는 너 무 나 먼 징검다리 돌 --- 「징검다리」 중에서 너랑 산책하던 이 길에 토끼풀도 있고 돼지풀도 있고 강아지풀도 있다 무지개다리 건너간 너만 이제 없다 앞서 걷다 뒤돌아보던 네 눈동자 어디로 간 거니! --- 「내 눈에 무지개가 떴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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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사소한 존재로부터
“무지갯빛 생각의 춤”이 피어오른다 작은 연못에는 누가 다녀갈까. 물을 터로 삼는 생물뿐만 아니라, 시인은 연못에 비친 무지갯빛 존재들을 모두 끌어안는다. 자본주의에서 소외된 이들에 주목하며 시를 써 온 그의 세계관은 있는 그대로를 눈여겨보는 어린이들의 세계와 일견 맞닿는 구석이 있다. 시인은 작은 존재가 지르밟고 간 무지갯빛 흔적에 귀를 기울였다. 고양이는 부드러운 눈보다 딱딱한 얼음을 좋아하나 보다 아니, 얼음장 아래 갇힌 금붕어들 숨이 막혀 죽을까 걱정되어 숨구멍을 뚫어 주려 했었나 보다 한곳만을 반복해 핥다 간 고양이 혓바닥 자국 옴폭! 「고양이와 연못」 부분 연못에 새겨진 “고양이 혓바닥 자국”에서 고양이보다 더 작은 금붕어의 숨결을 떠올리는 시인의 눈길은 계속해서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작디작은 존재에게로 향한다. 복숭아나무 잔가지는 참새의 가느다란 발가락에 비하면 오히려 너무 굵고(「참새 발가락」), “하얗게/ 질려/ 매끄럽던 살갗이/ 까슬까슬”해진 튀밥의 몸체에서 처음 세상으로 나서는 어린이의 두려움을 떠올리는가 하면(「튀밥」), 시침, 분침도 아닌 초침의 “째?각, 째?각, 째?각” 소리에서 “지나온 시간 속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사람들 마음”을 아로새긴다(「시계 소리」). 함민복 시인에게는 거대한 이들보다 작은 것들의 목소리가 더욱 생생하다. 작은 목소리가 층층이 쌓인 이 동시집은 누구보다 어린이들의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들 것이다. “마음속에도 연못이 있습니다. 동심이 파 놓은 연못입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설렘과 푸른 호기심이 늘 출렁거립니다. 그 투명한 연못이 비춰 준 무지갯빛 생각의 춤들을 여기 시로 옮겨 보았습니다.”_시인의 말에서 홀로 우뚝 설 수만은 없는, 저마다의 손을 맞잡고 나아가는 세계 동시집의 대문을 연 시 「나도 몰래」에는 함민복 시인이 지향하고, 또 모두가 일구어 나갔으면 하는 삶이 깃들어 있다. “웃고 있는 아기를 보면/ 따라 미소가 번지”듯, 이 세계에 살아가고 있는 이들 간에는 “보이지 않는 신기한/ 끈”이 이어져 있다. “선한 이는 자신의 삶이 다른 이들의 삶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고 믿으며 살아간다”(우경숙)고 했듯이, 우리는 연대의 품 안에서 삶을 이어 갈 수 있다. 엄마, 아빠 생일 동생, 친구 생일 강아지, 고양이 생일 학교, 나라 생일 (…) 다른 생일들이 없다면 내 생일은 건너뛸 수 없는 너 무 나 먼 징검다리 돌 「징검다리」 부분 자신의 생일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어린이들이 많을 터, 시인은 그 평범한 순간에서 어린이들이 자신이 아닌 타인을 발견하는 눈을 키울 수 있게 “너 무 나 먼/ 징검다리”로 이끈다. 이 징검다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가 잊고 지낸, 한때 생명이었던 존재에게로까지 이어진다. 똥으로서 새로운 길을 떠나는 생명들은 인간의 몸을 향해 “우리가 소중한 목숨을 바쳐 쌓은 탑이야”(「똥탑」)라는 기똥찬 선언을 내비친다. 자못 유쾌하면서도 서늘한 선언은, 생명의 숨소리를 가까이하기 어려워진 오늘날의 어린이들에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계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 사람들은 사계절의 한 층 한 층을 덮고 살아가니(「지구 이불」), 냉장고에 갇혀 있고 가두어 버린 자연의 외침을 나 몰라라 하지 않아 달라고(「냉장고 문 빨리 닫아라!」) 시인은 나지막이 전한다. 울음 지고 피어나자 모두가 둘러앉은 세상에서 너랑 산책하던 이 길에 토끼풀도 있고 돼지풀도 있고 강아지풀도 있다 무지개다리 건너간 너만 이제 없다 앞서 걷다 뒤돌아보던 네 눈동자 어디로 간 거니! 「내 눈에 무지개가 떴다」 전문 허전한 길 앞에서 시인은 또 다른 길을 떠올린다. “무지개다리 건너간/ 너”를 그리워하는 순간에 피어난 무지개, 여느 때보다 환상적인 무지개는 눈앞에 오래 자리한다. 몇 해 전 떠난 작은 존재를 잊지 않으려는 시인의 다짐은 하늘에서 땅 끝까지 이어진 무지개다리로 연결되고, 그 길을 타고 새로운 가족이 찾아온다. “무지개다리 건너간 네가/ 어느 날 다시 돌아올 것만 같아/ 치우지 못한 네 집에/ 길고양이 두 마리가 들어와 산다”(「새 가족」) 빈자리를 그리움이 채우고, 그리움이 더 두터운 사랑을 불러온다. 시인은 “까치랑 참새랑도 밥을 나눠 먹던/ 착해 빠진”(「새 가족」) 작은 존재에게서 나누는 삶을 배운다. 모두를 그러안는 무지개가 시인의 눈에 뜬 까닭일 것이다. 부디 이 동시집을 읽는 어린이들의 품 안에도 널따란 무지개가 자리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