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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시 ― 태어나면서 우리는 저무는 사람들 108번째 사내 13 지붕 위로 흘러가는 방|그녀가 사랑한 배관공|고궁에서 본 뱀|매를 파는 노파|소녀와 달|이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담벼락, 장미넝쿨이 없는|그 건물 뒤로 가본 적이 있다|소년과 나무|바람을 건너가고 있었다 언니에게 31 물고기가 된다는 것|첫사랑|저무는 사람|뒤|나선상의 아리아|동거녀|언니에게|봉인|교련시간|장마|미래안未來眼 차가운 사탕들 47 종유석|방공호|공중에서 사는 사람|우리는 헤어진다|셀프 빨래방|친밀하게|불에 탄 편지|헝가리 식당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 63 십대|방화범|교회에서|여름에는|양조장|4월의 해변|녹은 이후|병 속의 편지 여름만 있는 계절에 네가 왔다 79 기숙사|시인에게는 시인밖에 없다는 말|싱어송라이터|순간과 영원|작업반장 그 여자 이름이 나하고 같아 91 친분|점성술|불쏘시개|고적운|내 친구 타투이스트|사제의 개|표백|패션|한파주의보|백과 이|문예창작|겨울 산책 좋은 말만 하기 운동 본부 113 물속|구름 깃털 베개|작업실|광인 마그네틱|문예창작 2부·산문 ― 나를 봐 우는 소리가 모여들어 썩어가는 안경을 썼지 125 펼친 책 132 나무가 되는 것 138 빈 노트 148 an과 an들 154 여름에는 157 공장과 숲 160 도시생활자 167 우리, 운동할까? 172 사춘기라는 이름 174 상상하는 자리 177 스릴러 영활를 본다 183 3부·시론 ― 슬픔은 아름답지만 슬픔만 있으면 어린이가 된다 언제나 실패하는, 추락의 아름다움을 받아 안는 193 시 쓰기의 방법들 203 작가론 젖은 자리에서 자라는 말_송현지 223 지훈문학상 심사평 온몸으로 슬픔을 시작하는 용기 245 지훈문학상 수상소감 ‘시’라는 전율 249 수록 시 출처 254 |
이영주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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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바깥에 두고 온 손잡이를 어두워서 찾지 못할 때, 아무도 없는 안쪽이 버섯 모양으로 뒤집어질 때, 너는 성에 낀 202호 창문을 언니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 p.40 「언니에게」 중에서 슬픔이 무너져 내리는 곳이 고향이라는데, 이 진창에는 백 년이 넘어가도 채워지지 못한 텅 빈 시간들이 담겨 있지. 재봉틀을 굴리며 불타는 공장 안에 덩그러니 남겨진 가장 어린 나도 있었지. 수많은 내가 있었지. 언니, 언니가 껴안고 있는 피 묻은 베개부터 내려놓아요. 언니의 노래는 너무 길고 끔찍해요. 나는 언니에게 이불을 덮어준다. 어둠 속에서 두꺼운 사전을 펼친다. 추락하는 새들이 가닿을 곳이 없었다. --- pp.81-82 「기숙사」 중에서 성산중학교 담벼락에는 그 이름이 새겨져 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내가 물로 새긴 것이다 술 취한 광인들이 서로를 붙잡고 담벼락 안으로 사라질 때도 그것은 지워지지 않았지 물로 쓰면 그렇지 아무것도 지워지지 않고 남지 않지 새벽에는 광인들이 떠내려가는 물속으로 들어가 젖은 날개를 깊게 담갔다 물속에서 잠들면 그런 것이다 한번 젖은 것은 더 이상 젖지 않게 된다 성산중학교 담벼락에서 나는 내 물속 시간을 새겼다 폭우가 오지 않아도 울 수 있도록 --- p.115 「물속」 중에서 언어는 세부를 색다른 방식으로 표현할수록 입체적인 질감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섬세한 세부에 힘이 깃들기 시작한다. 세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전체를 품는 아주 큰 항아리가 된다. 세부는 거리에서 울고 있는 짐승들에게 딱 맞는 옷을 지어준다. --- p.129 「안경을 썼지」 중에서 그러고 보니 모든 시는 여성적이다, 라는 말을 껴안게 된다. 시는 관습에 저항하는 것이다. 관습화된 것에 저항하는 모든 시는 여성적이다. --- p.201 「언제나 실패하는, 추락의 아름다움을 받아 안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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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게 빛나는 유머와 그로테스크의 언어
24회 지훈문학상 이영주 시·산문 선집 “상실감에 집중하면서 실패를 가장 실감나게 느끼면서 비가 올 때마다 노래를 불렀습니다” 2000년 등단 이후 26년간 끊임없이 나와 세계의 고통을 찾아 노래해 온 시인 이영주의 작품세계를 아우르는 선집 《아름다워지기 전에 뒤를 돌아보면 안 돼》가 출간되었다. “상처는 우리의 자연”이며 “존재가 저 자신을 보는 창”이라고 말하는 그는, 개인의 감각과 경험에서 세계의 균열을 추리해 낸다. 이번 선집은 시인이 특유의 유머와 그로테스크한 비유로 존재 안팎의 상실을 들추는 시 59편을 담았다. 또 산문 12편과 시론 2편을 더해, 시인이 시적 영감을 얻고 언어화하는 과정을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누군가 시를 쓰게 된다는 것은 결핍과 부정이 우리 안을 물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주는 시 쓰기의 의미와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되묻는 시인이다. 그는 사랑과 상실, 몸과 언어를 둘러싼 폭력을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로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점점 깊숙이 박히는 파편을 더듬으며 끝까지 기어가는 [...] 흰쥐의 운명”을 어떻게 쓸 것인지 늘 시험해 왔다. 결국 그의 시 세계에서 시인은 진실을 말하는 용기와 책임을 짊어진 자로 자리매김하고, 시는 현실의 고통을 견디며 연대와 애도를 실천하는 하나의 방편이 된다. 제24회 지훈문학상 수상 기념 선집 이영주 시인의 제24회 지훈문학상 수상을 기념하여 나남출판은 시인의 사반세기 시력을 되새기는 《아름다워지기 전에 뒤를 돌아보면 안 돼》를 56번째 나남문학선으로 펴냈다. 앞으로도 “소외된 타자의 고통에 응답하는” 시인의 “거대 서사에 저항하는 흔적과 얼룩의 언어”가 씩씩하게 계속되길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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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고통이 당신을 전부 차지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하나의 방법을 찾아냈네요.
― 〈젖은 자리에서 자라는 말〉에서 - 송현지 (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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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에게 시 쓰기는 그 자체로 여성 주체의 육체적 앓음이자 소외된 타자의 고통에 응답하는 증상이었으며, 지배적인 거대 서사에 저항하는 흔적과 얼룩의 언어를 발굴해 온 여정이었다.
이영주의 시는 오늘에 와서야 제대로 읽히고 평가받을 맥락과 시의성을 얻고 있는지도 모른다. ―〈온몸으로 슬픔을 시작하는 용기〉에서 - 오연경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