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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현대시사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시인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김종삼(金宗三, 1921~1984) 시인의 전집이 출간되었다. 우리시에서 ‘가장 순도 높은 순수시’를 쓴 시인으로 널리 통하는 그의 시는 지난 1988년 출간된 적이 있다. 그러나 오래 전에 절판된 시점에서, 그것도 47편이나 되는 시작품이 새로 발굴-보완되었다는 것은 일반독자들에게나 김종삼 시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쾌거라 할 만하다.
이번 나남출판에서 출간된《김종삼전집》은 새로 발굴한 시 47편의 보완으로 시 216편과 짧은 산문글 5편, 그리고 신문 인터뷰 기사 4편 등 김종삼 시인이 남긴 문학적 자료들의 전모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즉, 이 전집이 명실상부한 결정본이다. 〈베르카?마스크〉,〈오동나무가 많은 부락입니다〉,〈빛깔 깊은 꽃 피어있는 시절에 대한 이야기〉,〈달구지길〉,〈배〉,〈동시(童詩)〉,〈쎄잘 프랑크의 음(音)〉,〈관악산 능선에서〉등 이번에 새로 발굴 보완되어 출간되는 전집을 계기로 김종삼 문학 연구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집 권말에 수록된 작품 해설글〈적막과 환영〉(권명옥-세명대 교수)이 새로운 김종삼 논의에 불을 당길 전망이다. 김종삼 시의 특성에 대하여 기존의 논의들이 보헤미아니즘이나 미학주의, 낭만성 등으로 개진된 데 반해 권 교수는 ‘끼인 시간대의 노래’(이것은 작품해설글의 부제이기도 하다)로 규정하고 그 경향성을 복음주의적 정신주의로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삼이 온가족과 함께 1947년 봄 월남했을 때, 그의 나이는 스물일곱이었다. 이후 그는 낯선 남한(서울)에서 지독한 가난과 소외에 갇힌 채 38년간 살았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피난지 대구시절에 시작(詩作)에 손을 대었으나(1950년), 그가 시작에 전념한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그의 과작(寡作)이 잘 설명한다. 평생 옥인동과 정릉 산꼭대기 같은 도심 변두리를 단칸 월세살이로 전전했던 그는 평생 변변한 직장 한 번 가져본 적이 없었다. 35년간의 시작에 남긴 것은 200편이 조금 넘는 시가 고작이고 그밖에 변변한 옳은 산문 한 줄이 없다(그가 온몸으로 빠져들었던 것은 술과 서양 고전음악을 듣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시〈걷자〉나〈북치는 소년〉,〈라산스카〉(6),〈聖河〉,〈G?마이나〉,〈물桶〉,〈돌각담〉,〈앤니로리〉등은 우리 현대시가 내장한 최고의 감동이자 절창의 하나로 서슴없이 손꼽힌다. 과작과 그리고 극단적인 단시성, 농아들의 발화를 연상케 하는 어눌성, ‘라산스카’ ‘성하(聖河)’, ‘동혼(凍昏)’, ‘신양(神恙)’, ‘흠곡(欠谷)’ 등 암호를 방불케 하는 조어(造語)들의 창안과 구사 등은 한 국외자로서의 시인의 시적 정서가 워낙 우리들의 그것과는 교감될 수 없는 차별적인 것이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김종삼은 ‘라산스카’라는 뜻모를 말을 제목으로 한 여섯 편의 시를 남기고 있다. 내세(來世)의 한 장소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 라산스카는 결국 고달픈 현실을 떠나 안식하고자 하는 탈주의 노래라 할 수 있다. 하늘나라 다가올 때마다 맑은 물가 다가올 때마다 라산스카 나 지은 죄 많아 죽어서도 영혼이 없으리 ―〈라산스카〉(수록?3) 김종삼은 1984년 12월 63세를 일기로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광릉수목원 입구에〈북치는 소년〉과〈民間人〉을 새긴 시비를 남긴 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