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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뜻을 찾는 빈 상자
2. 아포리즘 41편 3. 서문들 4. 지성채집 5. 분노의 미학 6. 오르페우스의 언어 7. 무익조 8. 환각의 다리 9. 기적을 파는 백화점 10. 이마를 짚는 손 외 |
李御寧, 호:凌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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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좋다>는 말대신에 <괜찮다>라는 말을 곧잘 쓴다. 그것은 긍정적 가치 판단을 뜻하는 것으로 꽤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언어다. 때로는 위안과 허용을 뜻하기도 하고 때로는 안정과 무사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괜찮다>라는 말의 어원을 캐보면 참으로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관계하지 아니하다>가 줄어서 된 말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관계하지 아니하는 것>이 <좋다>는 말로 쓰이게 되었을까? 여기에 바로 한국 민족의 숙명과 슬픈 생활 신조의 어두운 그늘이 서려 있는 것 같다. 아무것과도 <관계하지 않는 것>, 모든 것과 관계를 끊고 현실의 모든 상황에 대하여 눈을 감아 두는 것, 그것이 바로 <괜찮다>는 말로써 상징되는 한국인들의 생활 철학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 우리는 오랫동안 참으로 오랫동안 무엇인가 관계하지 않으려고 애써왔다. 역사에 대해서, 정치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들의 이웃과 그 상황에 대해서 관계하기를 거부해왔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피로 물들인 이조의 그 당쟁과 사화를 잠시 엿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일거에 삼족을 멸하는 사회 정변이 해조처럼 수없이 되풀이되는 동안에 얼마나 숱한 인재와 무고한 백성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져 갔던가? 그야말로 그들은 당쟁에 관계하지만 않았던들 괜찮았을 사람들이다. 여기에서 <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의 그 유명한 <무관계의 철학>이 시작된다. --- P.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