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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영원히 지연되는 반짝임 뱀소년의 외출 사랑|헤헤 헤헤헤헤,|어제|뱀소년의 외출|江, 꿈|어두운, 술집들의 거리|바깥 1|바깥 2|무서운 설경|담벼락 사내|공중전화부스 살인사건 구름극장에서 만나요 바깥에게|복도들 1|너 오는가|물 안의 여자|덜, 컹|죽은 새|빨강 빨강|분서(焚書) 1|분서(焚書) 2|분서(焚書) 3|분서(焚書) 7|분서(焚書) 10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길을길을 갔다|밝은|나는 너를 낳은 적이|택시|너의 멸종|조카의 탄생―이모의 말|조카의 탄생―삼촌의 말|조카의 탄생―조카의 말|형―필사|형―둔갑|형―호칭들|변명, 라디오|당신의 날씨|거대하고 시뻘건 노래가 끝을 시작하기 프롤로그|제1부|에필로그 에게서 에게로 언제든 어디에고|가려진 문장|에게서 에게로|손 하나가|두 밤 사이|거기, 없는|어슴푸레|서러우니, 아프니|천사는 어떻게|자줏빛 심장에 대고|미처 다물지 못한|윤슬 2부 몸이 말이고 노래이기까지 어디에고 부재에 대하여 뒷모습 아름답고 무서운 끝나지 않는, 끝낼 수 없는, 폐허라는, 두 물 사이 기억에 대해 이야기해 보랴? 3부 쓰기의 망각 속으로 혼돈과 실재의 복원 정동의 리듬 리듬의 정동 작가론|언어의 이행, 이행의 언어|김태선(문학평론가) 지훈문학상 심사평|고통의 힘으로 밀고 가는 새로운 생성의 언어|박혜경(문학평론가) 지훈문학상 수상소감|다시 언어를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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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돌의 피를 받아 마시는 것은
언제나 푸른 이끼들뿐이다 그 단단한 피로 인해 그것들은 결국 돌 빛으로 말라 죽는다 비로소 돌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 p.11 「사랑」 중에서 꽃다발처럼 다글다글 수십 개 얼굴을 달고 거기 개들이 어슬렁거린다 그 얼굴 하날 꺾어 내 얼굴 반대편에 붙인다 안이 아니다 내 몸에서 뒤통수가 사라진다 얼굴과 얼굴의 앞과 앞의 무서운 경계가 내 몸에 그어진다 너와 헤어지고 나는 무서워진다 너를 죽이면 나는 네가 될 수 있는가 모든 안은 다시 바깥이 될 수 있는가 --- p.37 「바깥에게」 중에서 너는 멸종했다 너라는 껍질을 뒤집어쓰고 너 아닌 것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나는 실패했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아니고 어리석은 별들이 순식간에 졌다 우리의 어제는 우리와 함께 사라졌다 내일은 도착할 기약이 없고 오늘만 영원하다 […] 한때 나였던 껍질이 내 문 앞에 쌓여 간다 껍질과 함께 흘러내리는 울음들은 시나 브로 화석으로 굳어가고 우리의 시간은 발굴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어느 때고, 끝없이 나는 실패하고, 사라지지는 결코 않는 오늘, 너라는 것들의 멸종은 멈출 줄을 모른다, 끝도 없이, --- pp.68-69 「너의 멸종」 중에서 네 말은 누구에게도 가닿지 않고 나는 끝끝내 말해지지 않는다 자리를 잡지 못한 네 말들로 이곳은 범람한다 기어이 나는 생각되지 않는다 너에게서 또 다른 너에게로 나는 다시 옮아갈 채비를 서두른다 --- p.125 「에게서 에게로」 중에서 우리는 망각이 시나브로 그리고 생각보다 부지런히 기억과 몸을 바꾸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는 거야. 그저 망연히. […] 폐허 앞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실제적 시간에 속한 인간과 세계의 무상함이 아니라, 거기 불쑥 얼굴을 내민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시간의 얼굴이야. 그 낯섦이 현재를 조금씩 부식시키고 마모시킬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과 함께. --- p.186 「폐허라는,」 중에서 |
불확실한 어둠 속에서 반짝임을 꿈꾸며
새로운 의미를 향해 가는 환상적 글쓰기 나남문학선 53번으로 출간된 《반짝과 반짝 사이》는 일상과 비일상을 넘나드는 언어로 독보적인 창작을 계속해 온 김근 시인의 문학 세계 전반을 망라한 선집이다. 26년의 시적 여정을 통해 자신만의 환상적 세계관을 구축하며 다채로운 리듬의 미학을 보여준 시인이 직접 고른 50여 편의 시와 8편의 ‘시의 바깥’, 2편의 시론 등을 실었다. 김근 시인의 언어는 “의미가 아닌 어떤 탈주의 에너지로 움직”였던 시작 초기부터 “당면한 실존의 공백을 절망의 언어”로 그려내는 현재로 나아가기까지 일관되게 늘 새로운 생성의 방식으로 존재했다. 시인은 가까이 있던 존재들을 낯선 위치에 놓음으로써 혼돈과 그로테스크를 불러일으키고, 때로는 ‘짐승’을 화자로 설정하여 종착지 없이 내달리는가 하면, ‘너’와 ‘나’ 사이에서 빛과 어둠을 오가며 리듬을 만든다. 분절되어 문법을 벗어난 시구들은 막막한 어둠 속을 떠도는 반짝임의 파편과도 같다. 상실이나 허무로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캐내고 희붐한 반짝임을 지속하려 하는 시도가 참으로 특별하다. 따라서 김근 시인의 시를 읽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했던 언어 위에 덧그려진 무늬를 더듬는 일이다. 아무렇게나 읽어도 의미가 성립하며, 독자의 새로운 말이 될 수 있는 시의 언어가 여기에 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발생과 생성의 힘으로 새로운 충돌을 일으키고, 매 순간 실체 없는 존재에 이름 붙이며 시의 현재를 살아가는 김근 시인의 문학세계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시의 바깥에서 새로운 길을 찾으며 낯선 시간의 얼굴을 마주하다 시인이 직접 고른 50여 편의 시뿐만 아니라, 시와 삶에 대한 산문 형식의 글 8편을 엮은 ‘시의 바깥’을 함께 실어 독자들이 시인의 문학세계를 더욱 풍부히 향유할 수 있게 하였다. 시인의 시가 그랬듯, ‘시의 바깥’에 속한 글 또한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이 글들은 길이가 긴 산문시나 시론의 초석으로 읽히기도 하며, 정형의 문법적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이 뻗어나가는 시인의 시 세계로 통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또한, 시인의 창작 철학과 언어에 대한 사유가 깊이 스며들어 있어, 김근 시의 수수께끼를 풀고자 하는 독자에게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다. ‘시의 바깥’에 서술된 시인의 경험은 명확한 시공간 설정 없이 모호하고 혼란하게 나타나면서 기억이 망각으로 옮겨 가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일상적 시공간이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형태로 어그러지고, 그곳에서 시인은 오랜 기억들을 되살려내며 “낯선 시간의 얼굴”(〈폐허라는,〉)을 마주한다.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는 기어코 ‘시’라는 것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시인은 ‘시의 바깥’을 씀으로써 실제의 객관적 시간 바깥으로 나아가며, 동시에 자신이 앞으로 쓰게 될 시의 안쪽으로 돌아오게 된다. 독자들은 시인이 ‘시의 바깥’에 구축한 시공간을 넘나들며 자유로운 읽기를 경험하고, 오래 잊고 있던 지난날의 기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쓰기의 망각 속으로 들어가 이별 이후의 세계를 그리다 시는 쓰이고 난 다음 각자의 몸을 갖추고 시인에게서 멀어진다. 시의 시간은 “영원한 현재성으로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창조”하며, 시는 독자에게 읽힘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고 다시 명명되기 마련이다. 반면에 시인의 시간은 그로부터 “멀리 벗어나 물리적 현재 안에서 실존을 경험”하고, 그다음의 창작을 도모한다. 따라서 시인이 자신의 창작방법론을 규명하는 것은 “쓰기의 망각을 뒤지는 일”이다. 시인은 “망각의 운동에 참여”(김태선)하며 자신만의 환상적 시학을 써 내려간다. 이 책에 실린 시론은 시인으로 하여금 독자이자 해설자의 운명을 짊어지게 하고, 자기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탐색하며 창작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러한 작업에는 자신의 작품과 한 차례 이별하여 새로운 문학적 주체로 거듭날 용기와, “창작의 과정에 객관적인 시간성을 부여하여 작품의 현재를 초과”하려는 시인의 ‘불가능한’ 믿음이 녹아 있다. 다각적인 비평을 바탕으로 창작방법론을 구축하는 것은 새로운 창작을 예비하는 자기해명의 과정이며, 김근 시인이 시를 대하는 고유한 태도이다. 이처럼, 《반짝과 반짝 사이》는 시 창작으로 형성된 망각의 터널을 통과해 이별 이후로 나아가는 시인 김근의 문학적 정수를 오롯이 담아냈다. 경계를 부수며 무한히 생동하는 반짝임을 향해, 시인은 “가고 또 갈 것이다”. |
김근의 시에서 언어는 늘 새로운 생성의 방식으로 존재해 왔다. 그의 시는 재현적이 아니라 발생적이다. 그의 시에서 고통에 뒤틀리고 찢기고 일그러진 언어들은 동시에 그 고통의 힘으로 생생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 「고통의 힘으로 밀고 가는 새로운 생성의 언어」 중에서 - 박혜경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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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 시의 언어는 끊임없이 몸에게서 몸에게로, 몸과 함께 옮아갈 수밖에 없다. 말에게서 말에게로, 말과 함께 나아간다. 나아감 끝에 어떤 폐허에 이르게 될지라도, 그곳을 가능한 공허로 바꾸어 내며 새로움을 불러올 것이다. - 「언어의 이행, 이행의 언어」 중에서 - 김태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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