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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서 에게로
김근
문학동네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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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난데없는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은 기분으로

이사/ 가려진 문장/ 변명, 사형수/ 너는 너를 잃고/ 언제든 어디에고/ 에게서 에게로/ 손 하나가/ 영상/ 혼자 있는 사람은/ 의자는 의자가 없지만

2부 모르는 얼굴을 들고서

사이사이/ 정류장/ 변명, 이웃/ 방문자/ 세 사람이/ 두 밤 사이/ 거짓말 1/ 거짓말 2/ 저쪽에서/ 거기, 없는/ 몇 번의 깜박임

3부 희끗으로 그만 사라지지 않으려고

자줏빛 심장에 대고/ 붉은,/ 어슴푸레/ 희끗,/ 서러우니, 아프니,/ 꽃꿈/ 천사는 어떻게/ 장마/ 빛, 재, 빈/ 노래, 없는

4부 너를 껴안는 어둠의 형질에 대해

검은 숲/ 언제나 그곳에서/ 윤슬/ 불귀/ 곡우라는/ 미처 다물지 못한/ 윤슬/ 문밖/ 밤의 버스는 달리고/ 변명, 식물도감

해설_
정동적 공간의 윤슬
조강석(문학평론가)

저자 소개1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이전에 만난 적 없는 새로운 언어 세계를 열기 위해 매일 같이 언어에 골몰하는 시인이다.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신화적인 상상력과 위력적인 리듬, 풍성하고 섬세한 시어로 평단과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다. 유튜브 채널 ‘시켜서하는tv’의 호스트로 시와 대중음악에 대한 영상 콘텐츠를 생산한다. 시집으로는 《뱀소년의 외출》, 《구름극장에서 만나요》,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끝을 시작하기》, 《Beginning the End》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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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2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80g | 130*224*8mm
ISBN13
9791141601645

책 속으로

당신이 들어와 살았어요. 나는 결코 세준 적 없는데, 집안의 스멀거리는 어둠쯤에서 당신은 사는 모양이어서, 밝은 쪽에서는 결코 당신을 볼 수 없었지요. 어둠에서 어둠으로 어둠을 타고 재빠르게 건너가는 기술을 당신은 보유한 게 틀림없어요.
---「이사」중에서

아무도 떠날 수 없었지 아무도
헤어질 수 없었지 너로 된 울타리 안에서
집은 낡아가고 헛간의 삐걱거림은 멈출 줄
모르고 나뭇가지들은 흉흉해지고 밤이 이윽고
오고 있었지 그날 모든 것이 시작되었지 시작
되는 모든 것들 속에 너의 일그러진 표정을
발라놓고 펼쳐질 모든 시간 생겨날 모든 풍경
을 향해 말했어 나는 없었어 오로지 그 말만
오로지 또렷하게 이정표처럼 너를 박아 세워두고
---「언제든 어디에고」중에서

네 말은 누구에게도 가닿지 않고
나는 끝끝내 말해지지 않는다
자리를 잡지 못한 네 말들로 이곳은 범람한다

기어이 나는 생각되지 않는다

너에게서 또다른 너에게로
나는 다시 옮아갈 채비를 서두른다
---「에게서 에게로」중에서

당신은 너무 일렀거나 너무 늦었소만, 그곳에 눈빛은 정말 있었던 것일까. 다시 그곳은. 없어졌다. 다시 바깥은. 빈 들판이 되기에도 빈이 되기에도. 그의 목소리만이 어둠처럼 끈질기게 내 귀를 잡아당겼다.
---「정류장」중에서

나무는 푸르러질 것이다. 내 아래에서 뿌리가 자라듯이 아래 없이 그의 머리에서도 싹이 날지 모르고, 미리 계절의 냄새가 맡아졌다. 내가 그를 버렸다. 내가, 나무를.
---「불귀」중에서

당신은 어둠을 기다립니까? - 아니요, 여기 반짝이는 시간에 머물고 싶어요. 반과 짝 사이에 어느 것이 빛나는 쪽이고 어느 것이 어두운 쪽인가요? - 곧 모두 어둠이 될 겁니다. - 나는 다만 여기 이 시간의 어두운 쪽에 있고 싶어요. 빛과 어둠이 끝없이 몸을 바꾸는 이곳. 끝없이 어두운 쪽으로만 몸을 옮기며.
---「윤슬」중에서

식물도감이 있고,

식물도감이 없고
식물도감으로 불안하게
써지는 시 한 편이 있고,

---「변명, 식물도감」중에서

출판사 리뷰

겹겹이 내가 없었다는 사실이 없었다는 사실이
없었다는 사실이 쌓여만 갔지 모든 잠자리마다
너를 눕히고 끔찍하게 나는 없었어 구역질
나게 모든 내장이 쏟아져나와 순식간에 썩어
버릴 것처럼 멀리 밤 기차의 불빛들은 냄새를
흘리고 기차를 뒤쫓는 모든 시선들을 너로
가로막았지 아무도 떠날 수 없었지 아무도
헤어질 수 없었지 너로 된 울타리 안에서
집은 낡아가고 헛간의 삐걱거림은 멈출 줄
모르고 나뭇가지들은 흉흉해지고 밤이 이윽고
오고 있었지 그날 모든 것이 시작되었지 시작
되는 모든 것들 속에 너의 일그러진 표정을
발라놓고 펼쳐질 모든 시간 생겨날 모든 풍경
을 향해 말했어 나는 없었어 오로지 그 말만
오로지 또렷하게 이정표처럼 너를 박아 세워두고
_「언제든 어디에고」 부분

이 시에서도 화자와 화자가 처한 상황이 명확하게 제시돼 있지 않다. 시에서는 “나는 없었어”라는 구절이 반복된다. 화자인 ‘나’는 모든 상황을 직접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은 이 자리에 ‘없다’고 말한다. 반면 시에 등장하는 또다른 인물 ‘너’는 ‘나’와 달리 어디에든 있다. ‘나’는 ‘너’를 “모든 검고 어두운 가지마다” “누런 먼지 바람 속에” 위치시키며 “또렷하게 이정표처럼” “박아 세워”둔다. 형체가 없으며 그 자리에 존재하지도 않는 인물이 다른 인물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김근의 시에서는 논리적인 방식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처럼 다소 기묘하고 비현실적인 장면으로 가득한 김근의 시는 우리가 예상한 것으로부터 몇 걸음 먼 곳에 있다. 그렇기에 김근의 시를 읽는 것은 우리가 지닌 상상력의 외연을 넓히는 일이 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번 시집의 시들이 무수한 중얼거림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상」은 모든 단어와 구절이 쉼표로 이어진다. 마지막까지 쉼표가 등장하는 이 시에는 마침표가 없기에 마치 시적 화자의 넋두리를 받아적은 듯한 느낌을 준다. 화자는 어떤 광경을 보고 “깊어져봤자 훤히 드러나는, 드러나고야 마는, 골짜기로, 이슥하지도 않은, 깡마른 나무들은 모두 흰, 빛으로 숨고, 흰, 흰, 물기 없이만, 바람에 베일 듯이, 빛, 빛, 뼈만 남은,”이라고 말한다. 마치 날것의 단어들을 정돈하지 않고 풀어놓듯이 화자는 쉼표를 통해 말을 이어간다. 어쩌면 시인은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어떤 의미가 상실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를 통해 독자에게도 손상되지 않은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막이 오르면 조명이 꺼진다. 어둠뿐인 무대. 무대 위에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의자는 의자를 모른다. 웅크린 듯 놓여 있는 의자 옆에는 의자 하나가 쓰러져 있다. 쓰러져 있는 의자는 쓰러짐을 모른다.
(어둠뿐인 객석. 관객은 어디 있는가. 관객은 있는가.)
의자는 눈이 없지만 무대에서 눈을 뜬다. 의자는 눈이 없지만 의자는 눈을 깜박거려본다. 어둠뿐인 무대. 의자는 눈이 없지만 의자는 눈을 감았는지 떴는지 분간할 수 없다. 의자는 눈꺼풀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의자는 눈이 없지만. 의자는 눈꺼풀이 없지만.
의자는 손이 없지만 어둠 속으로 손을 뻗어 휘휘 저어본다. 의자는 바닥을 쓸어본다. 의자는 손이 없지만 손끝에 무언가 만져진다고 느낀다. 의자는 감각이 없지만. 의자는 곁에 쓰러져 누워 있는 의자가 있다고 느낀다. 의자는 쓰러져 힘없이 누워 있는 서서히 식어가는 의자를 더듬어본다. 의자는 손이 없지만.
_「의자는 의자가 없지만」 부분

「언제든 어디에고」와 「영상」이 상황을 감각적으로 묘사한다면 「의자는 의자가 없지만」은 감정을 배제하고 눈앞에 보이는 상황만을 그려낸다. “막이 오르면 조명이 꺼진다. 어둠뿐인 무대. 무대 위에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는 시의 도입부를 읽으며 독자는 자연스럽게 화자가 연극이 상연되는 극장 객석에 앉아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바로 다음 연에서 화자는 “관객은 어디 있는가. 관객은 있는가”라고 묻는다. 화자는 관객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의자 또한 “무대에서 눈을” 뜨거나 “바닥을 쓸어”보는 등 의지를 가지고 있는 의문의 존재로 그려진다. 그렇다면 이 의자를 지켜보는 화자 역시 반드시 사람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화자는 천장에 매달린 조명일 수도 있고 무대를 가리는 커튼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의자 그 자신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화자와 상황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기에 독자는 자신의 경험과 상황에 따라 훨씬 유연하게 이 시를 읽어나갈 수 있다.

그러므로 김근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읽고 상황을 파악해나가는 일을 넘어 시의 정서에 흠뻑 빠져들어 스스로 규정하지 못했던 복잡한 감정을 살펴나가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 김근의 시는 상황과 감정을 명료하게 지시하지 않는다. 즉, 상황과 감정을 언어에 가두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희끗”(「희끗,」)하고 “어슴푸레”(「어슴푸레」)한 감각이다. 이 감각들은 쉽사리 규정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것이기에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에 방점을 찍는다면 단어가 아니라 행과 행 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의 여백에 찍어야 할 것이다. 어둠과 빛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어슴푸레한 영역, 비명과 침묵이 교차하는 찰나, 김근의 시는 그런 곳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김근의 시를 읽은 후 우리 앞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난데없는 세계가”(「가려진 문장」) 우리를 반기고 있을 것이다. 환하면서도 어둡고, 어두우면서도 환한 세계가 말이다.

내가 도무지 남아나질 않아도 이 생면부지의 닿을 수 없는 시간의 진창에서 발이 빠지며 도무지 한 발짝도 그쪽으로는 내디딜 수 없는 자세로 이런 막다른 슬픔이 어떤 슬픔인지도 오직 모른 채 너에게 가야 한다는 가서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만 남아 허우적거리며 생면부지 이전과 이후의 아득한 경계에서 못 알아본 너를 어쩐지는 알아본 적이 있었을 것만 같다는 가려운 기분으로, 아무리 긁어도 긁어도 긁힌 자국에 피가 배어나와도 가려움 좀처럼은 멈추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으로. 우리가 아는 몸인가요 물으면 몸만으로 멀리서 꽃 졌다는 소식이 오고 난데없는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은 기분으로,
_「가려진 문장」 부분

*
김근의 새 시집 『에게서 에게로』는 불명과 미상 그리고 흐름 속에 있다. 대개의 시에서 발화자의 윤곽조차 종잡을 수 없고 시가 발화되는 장소 역시 특정할 수 없다. 누가 누구에게 어디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명료하지 않고 발화자의 신원은 미상이다. 더욱이 발화된 음성조차 분명하게 분절되지 않고 때로는 소리가 혀 속으로 말리고, 때로는 반복되며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발성된 소리조차 계속 흐름 위에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불명과 미상 그리고 단속 없는 흐름을 원리로 삼고 있는 한 장소를 우리는 알고 있다. 바로 정동적(affective) 공간이 그것이다. 김근의 이번 시집에 실린 시들은 정확히 정동적 공간에서 발신되고 있다.
_조강석, 해설에서

시인의 말

목소리들에 기대어

이만큼 살았다.

목소리들이 나를 보살피고

목소리들이 나를 애먹였다.

그중에는 당신도

한둘쯤은 있을 것이다.

2024년 12월
김근

김근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Q1. 이번 시집은 『끝을 시작하기』 이후 3년 만에 출간하는 다섯번째 시집이지요? 이번 시집은 문학동네 시인선의 2024년을 마무리하는 시집이 되어 편집부에게도 뜻깊은 시집이에요. 출간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올해로 제가 등단한 지 25년째입니다. 25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제가 등단하고 첫 시집을 출간했던 문학동네에서 25주년을 마무리하는 시집을 내게 된 것은 의미가 남다르네요. 녹록지 않았던 저의 문학적 여정에 대해 격려받고 위로받는 느낌이랄까요. 이 격려와 위로를 바탕으로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Q2. 시집의 제목을 ‘에게서 에게로’로 결정하실 때 이 제목이 시집을 가장 잘 아우르는 제목인 것 같다고 말씀해주신 게 기억나요. 이 시를 표제작으로 삼은 이유를 독자분들께 살짝 공유해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사실 「에게서 에게로」를 쓸 때 다음 시집은 이 제목으로 하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아요. 표제작이 이 시집을 대표한다고 꼭은 말할 수 없겠지만 한 편의 시 제목이 시집 제목이 되었을 때는 그 의미의 위상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시집 제목이어서 이 제목이 붙은 시의 의미도 다르게 읽힐 가능성도 있어요. 이번 시집에서 발화의 주체와 대상이 확정되지 않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생각하는데, 체언을 생략한 채 어떤 이행(移行) 그 자체만 지시하는 이 조사들이 이 시집의 그런 특성을 드러내주기에 적확하다고 ‘나중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집을 묶고 시집의 제목을 붙이면서 사후적으로 의미가 발생하는 걸 지켜보는 일은 늘 재미있는 일이지요.

Q3. 시집을 편집하면서 ‘빛과 어둠’이 고루 등장하는 시집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어두운 골목이나 방이 시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시의 화자가 어쩐지 으스스한 말을 내뱉는 시들이 많아서 자칫 어두운 느낌의 시집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아니요, 여기 반짝이는 시간에 머물고 싶어요”(「윤슬」 부분) 같은 시구들을 보면 시집 전체에서 빛과 어둠이 은근히 조화를 이룬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시를 쓰실 때 이런 균형을 의도하시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빛’이나 ‘어둠’을 의식하고 시를 쓰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굳이 얘기하자만, 제 말들은 빛에서 어둠으로든 어둠에서 빛으로든 그 사이에 가고 있는 모양으로 있고 싶은 것 아닐가 해요. 편집자님께서 ‘빛과 어둠의 균형’을 읽어내셨다면 제 시집의 첫 독자로서 제 시를 나름대로 완성하신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시를 쓰고 나서 독자들에게 갔을 때는 저는 더이상 의미의 주재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저는 독자들이 제 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시를 완성해나가길 바라요. 이 시집이 하나의 의미가 아니라 독자들의 참신한 읽기에 의해서 수많은 의미의 가지를 뻗으며 커다란 의미의 수관(樹冠)을 이루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하지요.

Q4. 「희끗,」이나 「자줏빛 심장에 대고」 같은 시에서는 동일한 시어를 여러 번 반복해 마치 화자가 말을 더듬고 있거나 중요한 말을 상기하듯 계속 읊조린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렇게 반복되는 시어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는 독자분들도 있을 듯한데, 이런 시들을 읽는 선생님만의 독법을 제시해주실 수 있을까요?

일단 의미를 생각하지 말고 소리를 내서 읽어보시길 권해드려요. 자신만의 목소리로 읽어가면서 맥락 없는 반복들과 비문법적인 말들이 만들어내는 언어의 무늬를 우선 느껴보시면 어떨까요. 그 무늬들이 불러일으키는 자기 안의 정서들이 어떤 것들인지 감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의미는 모르겠지만 그때 어떤 울림이 있다면 그건 이미 시가 당신의 몸에 스며든 걸 거예요. 의미는 거기서부터 새롭게 구성되기 시작할 겁니다.

Q5. 마지막으로, 『에게서 에게로』와 함께 올해를 마무리할 독자분들에게 인사를 건네주세요.

이 겨울 거리에서 더이상 외롭거나 춥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울었습니다. 거리에 나온 사람들뿐 아니라 거리 바깥의 사람들과 무수히 연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국경을 넘어서까지 보이지 않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실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이십대 때 거리에 나서면 무섭고 외로웠거든요. 우리는 고립되었고 돌아오는 건 국가의 폭력과 비난뿐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시집 제목에서 체언의 자리는 그 무수한 당신들의 색색의 불빛을 위해 비워놓은 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제 시가 그 무수한 연결과 관계들 속으로, 그 아름다운 혼잡 속으로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부디 따뜻하고 안전한 세밑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부디 내년에는 당신들의 일상이 이전과는 다른 시간의 빛깔로 반짝일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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