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잎의 유서』는 지상의 아들 된 지은이의 아버지에 대한 애도의 정념 때문에 시작됐고 이루어졌다. 더하여 지은이의 목숨 탄 존재에 대한 큰 슬픔(자비) 때문으로써도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문학 지망생,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청년이 전회(轉回)하여 스님이 됐음에 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 전회가 바로 문학, 그 작품 자체가 되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극히 개인적 소견을 내어본다.
이 한 권 책 『한 잎의 유서』는 아버지의 유서이며, 지은이의 미리 쓰는 유서인지도 모른다. 지은이도 생명 소멸 법칙에 따라 머잖아 소멸의 길 따를밖에 없는 존재. 이 자명함에게 『한 잎의 유서』를 미리 써 답하는 것 아니겠는가.
고인의 남과 북 가족사의 앞뒤를 회억으로 기억으로 복원, 다시 추체험하며 글로 남기는 『한 잎의 유서』는 참으로 색다르게 씌어진 사부가(思父歌)이다.
진혼가이며 초혼가이고 애도가이다. 또 소망의 노래다. 인연된 삶의 속울음과 회한이 사랑으로 소용돌이친 시간의 기록이다. 고인의 영혼도 지은이의 영혼도 부자지간의 인연을 넘어 더 큰 자유로 비상하고픈 비원이다.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유일한 최애 독자일 수밖에 없는 아들, 지은이는 당신 가신 이후 당신 시의 집을 꼭 지어드릴 것을 스스로의 비원으로 삼았다. 드디어 그 시의 집을 지어드린다.
시의 집 방마다 오래 묵혀 두었던 이야기를 튼튼한 기둥으로 하나하나 만들어 세워 비로소 당신의 꿈을 출세(出世)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