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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잎의 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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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한 잎의 유서(遺書) / 시인의 꿈 / 옛 동무 / 참된 우정과 의리 / 3·8선을 넘으며 / 이별의 송령 포구 / 난중항해 / 주문진항을 떠나며 / 여수(旅愁) / 피난길 충주에서 / 아주 특별난 부부의 인연 / 백마강 / 무정세월 / 애상(哀想)의 밤 / 이별의 송령 포구 / 영빈 당숙 / 춘정 / 봄날은 간다 / 화심(花心) / 피난살이 순돌이 / 은진미륵불 / 3·1 독립만세운동 기념비 / 망향천리 / 세월의 그늘 / 황혼의 기적 소리 / 떡국 맛, 눈물 맛 / 타향의 추석 / 비둘기 집 / 기러기 / 강경 포구 / 남녘의 가을 / 이산(離山) / 황야의 고객(孤客) / ‘생사문제’라는 화두 / 결혼 축시 / 인생의 조언 / 들국화 / 들국화 인생 / 판문점 기행 / 이북공보 / 동산마을 / 무작정 서울 상경 / 망향가(원곡: 눈물 젖은 두만강) / 독립군 노래 / 우이동의 추억 / 경운 면민회 / 한탄강 / 청주 김씨 종친회 / 대나무 / 자화상 / 비둘기의 비명(非命) / 고바우 영감 / 되찾은 설날 / 꿈속의 사람 / 고향 뻐꾸기 / 마지막 작별 선물 / 필근 형님

[축하의 글] 애도의 정념이 펼치는 비원과 희원의 시간 / 반딧불이의 노래 / 들판에 외로이 피고지는 들국화처럼 / ‘아버지’가 ‘아버지’에게 / 우리가 지나온 시대의 또 다른 기록 / 문학서가 아닌 색다른 역사책

저자 소개 2

설봉 김영배

관심작가 알림신청
 
1919년 3월 1일 함경남도 홍원군 경운면에서 출생했다.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 보충병으로 강제징집 도중 극적으로 탈출했다. 남한으로 피난 내려와 어려운 생활 여건 속에서도 틈틈이 시와 산문을 창작 활동했다. 1960년대 무렵 「이북공보」 지방 취재기자로 활동했다. 2000년 4월 사망했다.

무연스님

관심작가 알림신청
 
20대 초반 무렵 ‘어떻게 살아야 올바르게 사느냐는 문제’와 ‘생사 문제’에 크게 부딪혀 세무공무원을 자진 사표 냈다. 그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서 소설 창작을 전공했다. 서울지하철공사 역무원, 출판사, 방송사, 잡지사, 신문사, 프리랜서, 음악 카페 등등 다양한 직종을 전전하며 창작을 병행하다가 스님의 길로 들어섰다. 중앙승가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이후 밀양 표충사, 강화 전등사, 남양주 봉선사 등지에서 기도수행 정진했다. 현재 설악산 오세암에서 10년 기도수행 정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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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153*224*20mm
ISBN13
9791188286454

책 속으로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은 수많은 인연 중에서 가장 고귀하고 깊은 인연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찰나의 시간처럼 느닷없이 이별이 찾아오며, 덧없는 그리움만 새록새록 깊어집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모든 것은 인(因)과 연(緣)이 합해져 생겨나고, 인과 연이 흩어지면 사라지는 것”입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은 억만 겁을 이어온 업의 결과라고 합니다.
찰나와 같은 이승에서 당신과 같이한 시간이 못내 아쉽고 그립기만 합니다.
비록 당신의 아들은 속가와 인연을 뒤로 하고, 부처님께 귀의한 출가자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20여 년 전 세상을 떠나신 당신이 너무너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당신에게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회한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설악산 오세암으로 돌아온 이후 당신의 육필 원고를 반복해 읽어 보았습니다.
여러 밤을 지새우며, 불효자식은 눈물짓곤 했습니다.
그동안 미처 몰랐던 당신의 새로운 면모를 엿볼 수 있었고, 당신의 참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마치 돌아가신 당신이 현실에 존재하는 것처럼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신과 생전에 못다 한 대화를 나누려 합니다.
이젠 찻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정다운 대화를 서로 함께 나눌 수 없습니다.
아버지, 하고 큰 소리로 부를 수도 없습니다.
살아생전 당신이 남긴 시와 수필을 통해 시공을 초월한 부자(父子)간의 대화를 나누려 합니다.
이들 유작에 대한 소감과 아울러 당신의 생애 및 가족사 등을 통해 마음의 대화를 이어 나가려 합니다.
--- 「인연, 그 바람은 머물지 않습니다」 중에서

분단선 너머 ‘평화마을’ 촌락에서 무엇을 심는지 모르지만, 농부들이 분주히 씨를 뿌리고 있다.
서쪽에는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나무로 된 인도교(人渡 橋)가 길게 놓여 있다.
1953년 휴전 당시 인민군 포로들이 넘어간 다리이다. 그런 곡절 때문에 이름도 ‘가고 못 오는 다리’라고 부르고 있다.
언제쯤 분단선이 허물어져 저 다리 위에 흩어진 부모형제를 찾는 보따리꾼들이 오갈 수 있을까.
북녘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노라니, 괜스레 눈물이 앞을 가린다.
판문점은 결코 관광지가 아니다.
저 청록색 병사(兵舍)가 어서 빨리 없어지길 바란다. 이 널마을 옛 주민들이 되돌아와 날마다 새벽닭이 울고, 저녁 개가 짖어 산 메아리치는 날을 기다려 본다.
통일의 그날, 우리 실향민도 북녘 고향을 찾아가는 길손이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판문점 마을을 지나 이 다리를 건널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1967. 3. 16. 임진강을 건너며)

--- 「판문점 기행」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글]

한 잎의 유서(遺書)

파아란 하늘 아래
짙푸른 잎새

꿈 깨어보니
단풍잎 붉게 물들어

여기 허공에
흩날려 사뿐히 내려앉는다

오늘도
흰 구름 속 조각배
세월을 싣고
정처 없이 노 저어간다

미련도 후회도 한(恨)도 없는
영주(永住)의 신천지
햇빛 받은 원시림은
다시 늘 푸르리

3·8선을 넘으며

땅땅땅 삼연발 마지막 신호총 소리
산골짜기에 울려 퍼지던 그날 밤
나의 혈맥은 뜨거운 피로 용솟음쳤다
우린 정녕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가

황혼에 잠들은 정든 땅 뒤에 두고
물결 사나운 송령 포구에서
나룻배에 몸을 싣고
검은 물결 위 눈보라 몰아치던
캄캄한 항로
어찌 잊으랴
1950년 12월 12일 밤을

조각달 흐릿한 돛대 밑에서
쳐다보는 달빛 속에
향수 어린다
아, 꿈 같은 슬픈 이별
무정한 밤이여
우린 동방의 백의민족
나라도 겨레도 하나이건만
국토 양단 외면하고
동족상잔 웬일인가

오, 20세기 민족사에 피 물든
종족의 아픔
떠나는 뱃머리에 눈물 흘리며 헤어지던
안타까운 그 사람들
배 떠나니 비극의 서막이 사라진 채
허허바다 위에
무심한 갈매기 떼만 오락가락
포구를 지나 물 위에 우뚝 솟은 작도는
혹한의 적설에 덮여 곤히 잠든 양 고요한데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만 철썩인다
고향의 여름 작도의 뱃놀이도 그 언제였는가
물 위에 기약 두고
우린 떠나간다

작도야, 잘 있거라
용와산 품에 안겨
경포만도 잘 있거라
아, 3 · 8선이 가로막은
남과 북
이젠 눈물이 피가 되어 흐른다

사공아, 풍파를 헤쳐라
저 멀리 수평선 너머
평화의 새벽 종소리 들려온다
숙원 실은 황포돛배여
통일로 가는 길목
3 · 1의 옛터 찾아가자

동해 물결아, 말해다오
너는 조국의 정체를 싸안고
삼천리 금수강산의 역사를 일궈냈다

오늘 우린 분단의 아픔을 싣고
저 3 · 8선 넘어
넓고 푸른 네 품 안에 운명 맡긴 채
정처 없이 흘러 내려가나니
내일은 어느 항구 선창가에
뱃머리를 돌려야 하는가
출렁출렁 너의 음파 타고
내 가슴도 파도치고 있다

검은 수평선 너머
긴 어둠 뚫고
모진 태풍 헤쳐 나가는
희망의 돛단배여
새벽녘 먼동이 터온다

동해의 아름다운 해돋이여
이 겨레의 어두운 마음속에
서광을 비춰다오

원한의 3 · 8선 너머
멀리 주문진 앞바다가 보인다

새 아침이 밝아온다
거침없으라
무적선(無敵船) 가는 항로
다시 부르자
3 · 1의 곡조를
우리 함께 가자
동트는 자유의 대지
겨레의 평화항구 찾아서

(1950. 12. 수로에서)

추천평

『한 잎의 유서』는 지상의 아들 된 지은이의 아버지에 대한 애도의 정념 때문에 시작됐고 이루어졌다. 더하여 지은이의 목숨 탄 존재에 대한 큰 슬픔(자비) 때문으로써도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문학 지망생,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청년이 전회(轉回)하여 스님이 됐음에 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 전회가 바로 문학, 그 작품 자체가 되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극히 개인적 소견을 내어본다.

이 한 권 책 『한 잎의 유서』는 아버지의 유서이며, 지은이의 미리 쓰는 유서인지도 모른다. 지은이도 생명 소멸 법칙에 따라 머잖아 소멸의 길 따를밖에 없는 존재. 이 자명함에게 『한 잎의 유서』를 미리 써 답하는 것 아니겠는가.

고인의 남과 북 가족사의 앞뒤를 회억으로 기억으로 복원, 다시 추체험하며 글로 남기는 『한 잎의 유서』는 참으로 색다르게 씌어진 사부가(思父歌)이다.

진혼가이며 초혼가이고 애도가이다. 또 소망의 노래다. 인연된 삶의 속울음과 회한이 사랑으로 소용돌이친 시간의 기록이다. 고인의 영혼도 지은이의 영혼도 부자지간의 인연을 넘어 더 큰 자유로 비상하고픈 비원이다.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유일한 최애 독자일 수밖에 없는 아들, 지은이는 당신 가신 이후 당신 시의 집을 꼭 지어드릴 것을 스스로의 비원으로 삼았다. 드디어 그 시의 집을 지어드린다.

시의 집 방마다 오래 묵혀 두었던 이야기를 튼튼한 기둥으로 하나하나 만들어 세워 비로소 당신의 꿈을 출세(出世)시킨다. - 이진명 (시인)
언제든지 내키면 고향을 찾아가고 마음대로 그리운 피붙이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통째로 박탈당한 사람들의 비통한 심정을 누가 무엇으로 위로할 수있을까요. 참으로 어리석고 잔혹한 역사의 만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 강성도 (출판인)
시산문집에는 거친 현대사의 풍랑 속에 표류하는 개인과 가족의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습니다. 한국전쟁에 이은 남북분단의 아픔을 이북 실향민들은 온몸으로 견뎌야 했습니다. 그들의 고단한 삶은 개인뿐만이 아닌, 우리 민족 전체의 슬픔이라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양건식 (작가)
일제의 식민지배 야욕이 더욱 노골화되던 3·1운동 때 태어나신 분, 그 비통하고 참담한 시간을 견뎌내고도 다시 민족상잔의 밀물과 썰물을 정면으로 맞이해야 했던 분이다. 실향의 아픔과 그리움을 딛고 폐허 속에서 다시 곡괭이를 들고 삶을 꾸려야 했던 소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 세대의 속사정을 우리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막내들이 어떻게 다 이해할 수 있으랴. - 지영구 (출판인)
누구나 마음에 묻어둔 과거의 상처를 다시 떠올리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더욱이 자기에게 큰 아픔을 주었고,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던 가족의 모습을 기억하고, 평생을 마음에서 녹아내리지 않는 쇳덩이처럼 남아 있는 상처를 헤집어 들여다보며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은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 지호원 (극작가)
나는 감히 『한 잎의 유서』를 단순히 시집과 해설을 담은 문학서가 아닌 일종의 색다른 역사책으로 표현하고 싶다.

물론 나의 이런 엉뚱한 논리에 토를 다는 작자가 있을지 모르지만, 막상 이 책을 완독하고 나면 그 뜻을 이해하리라.

왜냐? 본서는 기존의 역사책과 다른 방식으로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역사책에서 나오지 않는 새로운 사실을 실체적으로 담고 있어 그 존재감이 더욱 빛을 발한다. - 박관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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