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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서문 타인의 고통 | 4
특집시 서연우 / 이것이 정말 풀일까 | 15 최석균 / 높이 날아 비상 | 17 이주언 / 보트피플 | 19 정남식 / 루루 | 21 김명희 / 있다 | 29 김승강 / 아프리카 아이 | 31 박은형 / 지기 전에 라일락 | 33 임성구 / 사람 사용설명서 | 35 시 서연우 시작은 봄이다 | 40 짚트랙 | 42 지진 | 44 비둘기들이 철교 아래 | 46 풀과 피아노 | 48 커튼을 연다 | 50 가을 무휴 | 52 최석균 까마귀들이 까마득히 | 56 고양이를 삼킨 유리창 | 58 지렁이 사진 | 60 뿌리부터 눈물 | 62 간월재의 달 | 64 입춘 | 66 절연이 올 때까지는 | 68 이주언 이혼 숙려 하우스 | 70 와인 드레싱 | 72 참외를 깎는 오후 | 74 겨울 눈동자 | 76 나의 뇌가 해석되는 방식 | 78 프라하 광장 | 80 나의 질량이 사라질 때 | 82 정남식 침향 | 86 갈대 바람 | 92 노을의 언덕 | 94 붉은 멍게를 기다리며 | 96 어린 멍게 | 98 목욕 불 | 99 사건의 장소* | 101 김명희 육회를 먹습니다 | 108 목자* | 110 라羅* | 112 사건의 밤 | 114 어두워서 | 116 나리꽃 갤러리 | 118 끝나지 않은 봄 | 120 김승강 유모차 | 122 심심해서 고추나 만지고 있습니다 | 123 한 줌의 고통 | 126 눈 오는 날의 논쟁 | 128 내 안의 뱀 | 130 연금의 도시 | 133 일요일은 의식이 필요해 | 136 아무도 모르는 자의 주검 | 138 박은형 다큐, 산란 | 140 철비 | 142 풍등 | 144 틴트 | 146 궤도에 관한 소회 | 148 옷집 교정 | 150 시월 | 152 임성구 구름 위에서의 식사 | 154 말린 꽃처럼 | 155 못이 두 개 | 156 하느님, 이제 편히 쉬세요 - 어느 사형수의 마음 대필 | 157 밤비 | 158 결혼 30년 차 사후의 연애담 | 159 직지사로 드는 문 | 160 산안개가 놀다 간 자리 | 161 비평 | 1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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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모두가 깨어나지 않은 새벽
함께 있다는 그 속에 나는 있어 커튼을 연다 네 개로 나누어진 바다를 본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내게 꼭 들어맞는 소파에 앉아 미스터 트롯을 본다 공포를 본다 피해 있고 싶어, 다시 볼 때까지 이게 다야, 복종하면서 불복종하면서, 기다린다 순간처럼 다음 차례는 소녀가 반쯤 열려 있다, 방문처럼 --- p.51 「서연우 커튼을 연다」 중에서 꽃의 소중한 기억 하나가 꽃병엔 쓰레기로 남아서 악취를 풍길 수 있으니 내 눈앞에서 살아나는 격렬한 풍경 하나가 네겐 삭제된 지난날의 사진 한 장일 수 있으니 단정 짓지 말자 흘러서 반짝이는 고락을 풀어놓으며 멀리 있는 가슴에 삭은 밧줄을 던지지 말자 재생의 꽃, 환생의 별일지라도 어두워진 향기와 빛에 공유의 사슬을 던지지 말자 --- p.68 「최석균 절연이 올 때까지는」 중에서 도자기 인형은 가늘고 긴 팔로 흙 묻은 땅속줄기를 건 네주었지 어쩌면 이번 생은 감자의 꿈이 아무렇게나 반죽 된 것인지도 몰라 도자기의 몸처럼 금이 간 생인지도 몰라 모호한 전생과 미심쩍은 후생을 잇댄 터널 이번 생이 다가 아닐지도 몰라, 루랄라 으깬 감자 같은 나의 뇌가 노래하는 것 같다 --- p.79 「이주언 나의 뇌가 해석되는 방식」 중에서 바다가 하늘을 받을 무렵 하늘의 팔이 제 손으로 얼굴을 그립니다 무른 볼이 놀놀하게 번지면서 입술이 빨갛게 터지고 가슴이 슬슬 타들어 갑니다 재빠르게, 물드는 검붉은 놀이 하늘을 흠뻑 적십니다 눈 닿으면 죽겠는, 사무치는 때깔인가 봅니다 그대에게 타고 싶습니다 --- 「정남식 노을의 언덕」 중에서 꽃즙이 진물처럼 흐른다 벌건 살을 헤집어 소스 바르 듯 소독한 배를 움켜잡고 벚꽃 갈비, 꽃살을 뜯는다 산 벚나무에 경을 새긴 옛사람 따라 포만을 포기할까 몇 점 젓가락질로 끼니 때울 수 없는 저녁, 나는 육즙 왕성한 도화녀, 경판과 젓가락이 한 나무에서 왔을 거라는 가깝 고도 먼 생각 곁에서는 고기도 꽃으로 먹어야 할 것 같 아 비건vegan인 당신이 오신다면 기꺼이 한 그루 나무가 되어도 좋겠네 한 열흘 꽃 먹는 짐승이 되어 함께 뒹굴 어도 좋겠네 칼 무늬 스텝 스텝 두근거림이 뜨거운 나를 해치울 차례다 --- p.120 「김명희 끝나지 않은 봄」 중에서 뱀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모골이 송연해지는 일이었 는데 그것은 우리 안의 뱀이 고개를 쳐드는 순간이 아니었 을까요 뱀을 보고 놀라는 당신 그 놀람은 분노이고 그 분노는 당신 안에 뱀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 p.132 「김승강 내 안의 뱀」 중에서 옷집 여자와 전원 끄기 놀이를 한 것처럼 마침내 나는 롱 패딩의 헐한 주인이 되기로 했다 땡 없이 반복되는 얼 음땡 놀이를 교정한 자세로 계절을 데리고 돌아오고 얼 음덩이는 흐르는 몸을 얻기 위해 다음날까지 엎드려 있 다가 간신히 하수구로 사라졌다 정신과 육체의 순진한 부위가 순조롭게 낡아가는 기분을 태우고 따돌리지 못 할 겨울 속을 사람들이 흘러간다 가끔은 얼음 잠을 자고 가끔은 붙박이 얼음이 되기도 하면서 --- p.151 「박은형 옷집교정」 중에서 와인 햇살에 동화되어 포크를 찍는다 한 입씩 목넘김하는 몽글한 구름스테이크 식객의 목젖 타고 흐른 육즙들의 경전經傳이다 형용사가 필요 없는 감탄사 덩이덩이들 저 장관과 이 경전에 발목이 빠진 사이 스르르 식판 차가 사라진다, 일방으로 사라진다 --- p.154 「임성구 구름 위에서의 식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