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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 04
화분 아저씨 | 10 자연약국 김 약사 | 12 으뜸건강원 배 씨 | 14 까치문구 최 씨 | 16 샬롬베이커리 김 집사 | 18 과일트럭 아저씨 | 20 24시감자탕 박 씨 | 22 대한설비공사 정 씨 | 24 중국성 이 씨 | 26 족발트럭 부부 | 28 채소장사 천 씨 | 30 싱싱수산 한 씨 | 32 우리들의 연수원 | 34 남자들의 물건 | 36 美안경연구소 채 씨 | 38 오즈호프 편 씨 | 40 구두 아저씨 | 43 오복떡집 오 씨 | 44 건전이발관 권 씨 | 46 견해의 왕, 시인 나 씨 | 48 대림장 태극 도사 | 50 동일자동차수리센타 아저씨들 | 53 정금당 정 씨 | 54 코렉스자전거 남 씨 | 56 경희유기농산 김 씨 | 58 OO성당 김 지구장 | 60 팡팡노래방 정 씨 | 62 개량한복 씨 | 65 채소 좌판 기타 아저씨 | 66 개인택시 최 씨의 화투판 | 68 옛날통닭 김 씨 | 70 박스리어카 장 씨 | 73 LA김밥 부부 | 74 솥뚜껑삼겹살 조 씨 | 76 성진철물건자재 강 씨 | 78 명성스튜디오 최 씨 | 81 면사무소 박 씨 | 83 보배곱창 양 씨 | 86 단명상요가 황 원장 | 88 헌책방 데미안살롱 김 작가 | 91 오징어트럭 김 씨 | 94 청산25시슈퍼 전 씨 | 96 정 시인의 수선화 개화사건 | 98 하나관광 최 씨 | 100 잡화 아저씨 | 102 연세학원 김 원장 | 104 콩사랑두부 양 씨 | 106 복권판매점 아무개 씨 | 108 불타는포차 이 씨 | 110 술주전자 김 씨 | 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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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는 큰 공사를 하는 사람인데 조그마한 일은 다른 사람을 불러다 시켜라 뭐 이런 얘기다. 아니꼬운 생각 같아선 확 내가 고쳐버리고 싶지만, 그 잘난 연장이 없으니 뭔가 고장 날 때마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를 또 부를 수밖에 없다. 날은 덥고 하수구는 막혔는데 샤워를 하겠다고 식구들이 동동거릴 땐 정말이지 큰소리 땅땅 치며 출타 중인 그가 그리울 때도 있다. 크게 공사를 한 번 하긴 해야 할 텐데..
--- p.25 「대한 설비공사 정 씨」중에서 그는 겉모습이 사람의 가치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차곡차곡 다져 가고 있다. 그까짓 안경 하나 맞추려고 안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이상 손님에게 성심성의를 다할 뿐인 그의 안경 가게가 망할 일은 없다. 시력을 누가 재느냐 마느냐, 의사의 영역이냐 안경사의 영역이냐 하는 따위의 논쟁은 손님들에겐 그저 시답잖게만 들릴 뿐이다. 여차하면 맞은편 ‘맑은 안경’으로 가면 되니까. --- p.39 「美안경연구소 채 씨」중에서 그가 어디서 무얼 하다가 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림장’은 하산 후 그가 둥지를 튼 곳이다. 홀로 사는 과부가 주인인데 장사가 시원찮아 서너 개의 특실만 월세를 놓고 있던 터였다. 그가 세를 들면서 대림장 간판 옆에는 붉은색과 흰색이 반반 섞인 깃발과 3색 태극이 그려진 깃발이 함께 걸렸다. 주인 여자와 경제적 MNA를 한 것인지 인체 합병을 한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언제부터인가 그가 대림장의 주인 행세를 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처음에는 수군대던 동네 사람들도 그의 위엄 있는 목소리와 꿰뚫어 보는 눈빛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대림장’으로 부른다. 주인 여자는 가끔 카운트에 나와 있기는 하나 여관업은 하는 둥 마는 둥. 생활비는 그가 던져주는 돈으로도 풍족하니까. --- pp.50-51 「대림장 태극도사」중에서 “도우미 값은 외상 안 되는 거 알지? 앞으론 노래만 불러.” 돈을 얼른 받아 챙긴 정 씨는 언젠가는 이 지긋지긋한 노래방을 훌훌 털어버리고 산속에 들어가 자연인이 되어 살리라고 다짐해 보지만 그만두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할 뿐이다. 그나저나 00성당 김 지구장은 요즘 노래방 출입이 뜸하다. 혹시 죽을병이라도 걸렸나.. --- p.64 「팡팡노래방 정 씨」중에서 그런 그가,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아서 궁금해하고 있을 무렵에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염소집 김 씨의 말을 빌리면 자다가 그냥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례식은 큰 병원에서 치렀다고 한다. “허 참. 그렇게 가다니...” “아들이 둘이나 있다더군.” “죽은 사람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렇게 편하게 죽는 것도 복이야.”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네. 인생 참...” 삼양슈퍼에서 낮부터 술판이 벌어지고 있다. --- p.101 「하나관광 최 씨」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