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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악부 시인선

이 상품의 태그

목차

서문 | 4
정남식 북극의 잠 | 17
서연우 무슨 | 18
임성구 식물들의 삶 | 20
김승강 밥솥 안의 뻐꾸기 | 21
이주언 지구에, 그린 | 22
박은형 51° | 24
최석균 물의 눈물 | 26
김명희 내 이마를 짚어주듯 | 28
지구의 이마를 짚다

-특집-

정남식

목서통신 | 32
작은빨간집모기 | 34
벌마늘 | 35
수미감자 | 37
노역 | 40
일몰에 대하여 | 42
한라산 남쪽 끝 | 43
따뜻한 물가 | 45
국경 | 48

서연우

침묵 | 52
코코넛 이야기 | 54
上이라는 갑골문자 | 56
밥의 크기 | 58
도깨비바늘 | 60
불안 | 61
잠시, 산다 | 62
세계에 한 소녀가 또 사라진다 | 63

임성구

매실엑기스를 쏟다 | 64
문장 치매 | 65
팬텀싱어 | 66
하느님, 참 잘 살았다고 말해주실래요 | 68
마침표 증후군 | 70
더블double 거짓말 | 71
순한 악마의 섹시한 분통憤痛 | 72
식물에 미안하다고 할 뻔했다 | 74
선생님 시는 무척 아파요 | 75

김승강

장마 | 78
청담동 | 79
그 많던 흑백 | 81
친구의 초대 | 82
원탁의 술자리 | 83
시집을 돌리다 | 85
회장님께 | 87
동생과 춤을 | 89
학교는 언덕 위에 있었다 | 91

이주언

바퀴와 분홍 깃발 | 94
인지장애저녁무늬나방의 날개를 본 적 있다 | 96
출토를 위한 가설 | 98
옛집 | 100
없는 당신을 본다는 거 | 102
카페라떼 | 104
이팝나무 | 106

김명희

달방 | 108
거인 | 110
이주 | 112
여든 | 114
평범한 하루 | 115
남은 자의 날 | 116
못 둑 | 117

박은형

백구, 그 후 | 120
캔디 주먹 | 121
나비 문장 | 122
나의 작은 세월 | 124
새 인사 | 126
만복사지편 겨울 | 128
배회 중 | 130

최석균

벌 | 134
죽순 | 136
신발의 유전 | 137
미로 | 138
구절초가 피었었지 | 140
선크림 | 141
사랑 | 143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28*188*20mm
ISBN13
9791198530769

책 속으로

나는 십자 얼음탑에 기어올라 누웠다 어깨를 구부리며 등을 기대니 불면의 밤낮에 선 이 얼음 침대는 포근하다 이때 비치는 일광은 노곤한 빛이리라 나는 오랫동안 지쳐 꿈도 잃었다 그러니 곰에서 사람을 꿈꾸는 일이란 결코 없을 것이다 꿈꾸기는커녕 사람을 본다면 잡아 얼음 굴속에 냉동시키리라 쑥과 마늘 대신 얼음으로 꿈꿀 원시의 시원이 그립다 오래 잠드니 햇살이 뜨겁다 빙탑에서 물이 흘러내린다 발목이 젖는다 어슬렁, 마음이 차가워진다 햇빛 뜨겁다 빙하에 뜨거운 봄이 오다니....
--- p.17 「정남식 - 북극의 잠」중에서

다시 아침입니다
황급히 무도회장에서 떠난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처럼 놓였지만
유리구두를 찾는 왕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눈이 빠지고 넋이 빠질
이때,
정체성의 혼란이 찾아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잡풀로 덮일 듯이
마침내 귀중한 걸 잃어버린 사람같이
하이힐은 서 있습니다
--- p.53 「서연우 - 침묵」중에서

쉼 없이 쉼표 찍고 쉼 없이 연결한 문장
숨이 찬 끈으로도 산다는 게 고마워서
해안 끝 황홀한 낙조여!
차마 너를 못 들인다
--- p.70 「임성구 - 마침표 증후군」중에서

동생아 저 놈이 나를 원망하는 눈으로 쳐다보는구나 괜찮다 저런 놈에게 미안해할 필요가 없지 동생아 우리 작전 성공한 거지 뿌듯하구나 내가 내 동생의 부탁을 다 들어주다니 오빠가 미안하다 오빠가 미안하다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
--- p.90 「김승강 - 동생과 춤을」중에서

나침반 침이 떨면서 사랑의 지극을 찾고 있다
거의 찾아온 것 같은데
불안에 떨고 있다
어쩌면 진짜가 발굴될지도 모를
그러나 발굴되어 봤자
역시 그 유물은 증명할 길이 없을
순수하고 아름답고 진부한
오랜 연금술처럼
여전히 발굴되지 못한 채 꿈속을 나뒹굴며
심지어 거짓인지도 모를 우리의 심장을 점령하며
낯설고 벌겋고 순수한 얼굴을 만들어 쓴
인간의 미로를 따라
--- p.98 「이주언 - 출토를 위한 가설」중에서

달의 방 달빛 출렁이는 방 달을 보는 방
무엇이든 좋습니다
서늘한 골목의 저녁달을 기다리듯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달에는 노숙의 냄새가 배어있어 노란 작업복을 말리며
달의 냄새를 먼 곳까지 타전하던 그때를 생각합니다
손금을 후벼 파며
끊어내지 못한 인연처럼 골목 구석구석 서성이는
겨드랑이 젖은 달을 몰래 방으로 들일 수 없을까요
--- p.108 「김명희 - 달방」중에서

더는 보이지 않는 백구 자리에 눈곱 낀 봄이 오고 밭주인 남자는 괭이처럼 구부러진 구석을 도맡았다. 이따금 여름을 내려온 새끼 고라니가 목줄 없이 묶인 남자의 눈빛을 뒤적여 백구를 불러냈다. 투두둑, 밭 귀퉁이에서는 도라지꽃 잇몸 새로 돋는 소리 떨어지고 믿고 싶지 않다는데도 흰 저녁이 조각조각 긴 슬픔을 따로 물려주었다
--- p.120 「박은형 - 백구, 그후」중에서

멀어진 길만큼 시간이 늘어나고 있으니
그대를 오래 그리워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없습니다
늘어나는 시간만큼 좁아진 길을 마주하면서
들찔레 개망초 번지는 바람 속으로
나는 날마다 그대와 나란히 걷는 일을 생각합니다
빛과 어둠을 넘어 나이와 황금과 무관
세상에서 가장 길고 향기로운 그곳은
내가 멀리 가고 싶어 높이 둔 곳입니다

--- p.143 「최석균 - 사랑」중에서

출판사 리뷰

지난해 동인지 『시애틀도 아닌데 잠 못 이루는 밤』을 펴내 지역 문학에 깊은 인상을 남겼던 창원의 창작 동인 ‘울’의 시인들이 1년 만에 2집 동인지 『세계에 한 소녀가 또 사라진다』를 펴내 주목을 받고 있다. 창원의 중진시인 8명이 창작 동인 ‘울’을 결성하고 첫 동인시집을 사유악부에서 펴낸 뒤 왕성한 시작 활동을 이어 가 또 한 권의 동인시집을 세상에 선보였다. 김승강 정남식 임성구 이주언 박은형 김명희 서연우 최석균 시인은 이번 2집에서는 특집으로 ‘기후변화 시대의 시’를 화두로 삼아 극심한 기후 변화시대를 맞이하는 시인들의 정서를 각 각 시에 담았다. 특집 기후 변화시대의 시 외에도 신작시 7~8편을 시인별로 게재해 동인시집을 읽는 기대와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이들 ‘울’ 동인은 이번 2집 서문에서 ‘ 실제로 집 앞으로 배달되는 물건들을 보면 무섭기까지 하다. 매일이다시피 배달되는 각종 물건을 뜯어보면 플라스틱이나 비닐류가 산더미처럼 쌓인다. 일주일에 한 번 버리는, 가슴까지 차오르는 재활용품 꾸러미를 들고 나갈 때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위기의식을 느끼고는 한다. 물론 상당수 페트병 중에 술병이 들어 있긴 하다. 그러나 이 물건들을 치우고 나면 다시 출근하고 집으로 돌아와 지난밤에 시킨 총알 배송품들을 먹거나 소비한다. 이것이 기후 위기와 무슨 관계일 것인가? 지구 온난화가 일으키는 생태 파괴적인 여러 현상을 간단하게 말한다면, 근미래인 2050년경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지고, 지구에 사는 생물종 가운데 4분의 1이 멸종하며, 해수면 상승으로 방콕이나 호찌민 같은 대도시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2100년이면 부산의 해수면 높이가 건축물의 바닥 높이와 같아진다는 보고서도 나와 있다.’고 전제한 뒤 ‘그 미래를 우리가 현재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인식이 이 기후 시를 쓰게 한 원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후 시가 하나의 장르가 되는 것을 우리는 원치 않는다. 기후 소설이 이미 출현했듯 기후 시가 지금, 이 시대에 어떻게 전개되고 발전할 것인가 하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기후 행동가들은 저의 몸으로 기후를 말하고, 심지어 그 행동의 결과로 노역을 자처하기도 한다.’고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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