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심地心을 탄주하는 풀빛 애가, 꾸밈없는 그의 노래는 너무 맑아서 아프다. 김황흠 시인은 흙이 쉬는 숨을 알고 있는 시인이다. 강가에 자라는 풀들의 이름을 다정히 부르며 풀들과 벗하는 시인이다. 풀을 뽑다 뽑힌 가랑파 한 포기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논둑길에 올라오는 풀에서 떠난 아버지를 보는 시인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에서는 풀 냄새가 난다. 흙냄새, 강물 냄새가 난다. 사람이 입으로 먹는 음식과 눈으로 보는 풍경은 그 사람의 몸을 만들고 마음을 만들고 영혼을 만든다고 했던가. 그가 먹고 마신 것과 보았던 들녘과 강을 오롯이 담아 낸 시의 행간에서는 풀빛이 흐르고 물빛이 흐른다. 시를 읽다 보면 피돌기를 따라 흐르는 그 빛으로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원인 모를 허기와 결핍을 채우기 위해 지구별 곳곳의 맛집을 찾아 시그니처 메뉴로 존재의 허기를 채워 보지만 버석거리는 마음 좀처럼 가시지 않을 때 연둣빛 영혼으로 탄주하는 이 노래를 들어 보라 권하고 싶다. 어둠이 마중 나와 주는 집으로 혼자 돌아가는, 기다리고 있는 외로움과 맞닥뜨리기 싫어 느리게 하루의 짐을 벗는, 그럼에도 고향의 흙을 떠나지 못하고 사는 시인, 그는 오래도록 풀빛 풍경으로 남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