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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개정판
황인찬
안온북스 202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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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혼자여도 괜찮을 거야

너 혼자, 박상순 혼자여도 괜찮을 거야 10
연보, 이육사 /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또 어디로 갈까 16
봄나물 다량 입하라기에, 김민정 / 이름에도 뜻이 있다는데 22
지렁이 지키기, 오은경 / 비가 내리면 지렁이가 나온다는데 29
슬픈 무기, 박시하 / 꼭 삶이 전장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35
산유화, 김소월 / 네가 있으니 내가 있는 것 41
비숑큘러스, 배수연 / 마음과 다른 말들 47
꿈, 황인숙 / 꿈속에서라도 말할 수 있다면 54
좋은 것 커다란 것 잊고 있던 어떤 것, 유희경 /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 알 수 없지만 59
유전 법칙, 채길우 / 가족이라는 빚 66
고구마, 김은지 고맙다고 말하는 삶 73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 / 혼자 살기의 어려움 79
가정집, 서효인 / 내 집은 어디 있나 86
분홍 나막신, 송찬호 / 신발이 닳아 없어져도 92
아침·교외의 강변, 오장환 / 물가에 서면 이상한 기분이 들지만 97
밤은 고요하고, 한용운 잠들지 못하는 밤에 103
오―매 단풍 들겄네, 김영랑 / 가을이라고 편지를 쓰지는 않지만 109

2부 내가 아프던 밤

당신의 고향집에 와서, 진은영 / 고향이 없어져도 116
오리 망아지 토끼, 백석 / 시골 작은 동물들 122
커피포트, 장이지 / 대체 그때 그 일은 뭐였을까 127
합주, 정끝별 / 혼자인 게 더 편하더라도 132
초대장 박쥐, 안미린 / 은박지로 할 수 있는 일 138
천변에서, 신해욱 / 생각을 손에 쥐고 143
추운 산, 신대철 / 눈사람이 되기까지 150
귀신 하기, 김복희 / 귀신은 뭐 하나 155
이 짧은 이야기, 김종삼 / 죄와 벌 161
구겨진 교실, 이기리 / 싫은 일은 금세 잊힌다지만 166
태권도를 배우는 오늘, 한연희 / 아무것도 배우지 않지만 모든 것을 다 배우며 174
나는 산불감시초소를 작업실로 쓰고 싶다, 유강희 / 나의 작업실은 어디인가 181
도로 주행, 임지은 / 베스트 드라이버는 못 되더라도 187
바깥, 김소연 / 집에 돌아오면 모든 것이 달라지는 195
홍역, 정지용 / 내가 아프던 밤 201
토끼의 죽음, 윌리엄 B. 예이츠 / 마음의 엔트로피 206
병원, 윤동주 / 아픔에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211

3부 계속 시작되는 오늘

남해 금산, 이성복 / 돌 속에 갇힌 사랑, 둘 속에 갇힌 사람 218
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 정현우 / 슬픔 참기 슬픔 들키기 224
사랑은 야채 같은 것, 성미정 / 사랑이 뭐길래 230
애니를 위하여, 에드거 앨런 포 / 사랑밖엔 난 몰라 236
사랑의 전당, 김승희 / 상처뿐이라고 하더라도 247
기분 전환, 유병록 / 기분 뒤집기 253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이수명 / 왼쪽과 오른쪽 어디에도 비가 오지 않는다 259
환상의 빛, 강성은 / 나이를 먹더라도 265
합격 수기, 박상수 / 시기도 질투도 없이 270
나는 왕이로소이다, 홍사용 / 우는 사람을 보면 276
사과를 파는 국도, 박서영 / 사과 한 알 284
사랑은 현물(現物)이니, 유종인 / 그 사랑을 어떻게 증명하니 289
길, 김기림 /모든 돌아오지 않는 것을 떠올리며 295
이런 詩, 이상 /사랑은 이불킥을 타고 301
오늘, 황인찬 / 계속 시작되는 오늘 306

시인의 말 너는 내가 아니다, 나는 너다 313

저자 소개1

1988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났다. 시를 이용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자주 고민한다. 시를 통해 타인과 깊게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매일 시를 쓰고 읽는다.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문학이란 잘 대화하는 일이라 믿고 있습니다. 문학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2010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1988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났다. 시를 이용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자주 고민한다. 시를 통해 타인과 깊게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매일 시를 쓰고 읽는다.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문학이란 잘 대화하는 일이라 믿고 있습니다. 문학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2010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가 있습니다. 산문집으로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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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344g | 128*190*18mm
ISBN13
9791192638812

책 속으로

이름만으로는, 숫자나 글자만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는 많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사물의 이름과 그에 관련한 숫자를 안다는 것만으로 그에 대해 다 통달한 것처럼 굴고는 하지요. 시는 그 알 수 없음을 되짚어보는 양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함께 시를 읽어보는 일이 세계의 알 수 없음과 이 세계를 채우고 있는 사물들의 알 수 없음을 돌아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걸 꼭 다 알아야만 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요.
--- p.28

자신을 향한 확인과 긍정의 말들은 독자에게 또 다른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참 이상하죠. 타인의 혼잣말을 보면서 위로가 된다니 말이에요. 역시 잘 생각해보니 시는 혼잣말은 아닙니다. 혼잣말인 척하면서 타인에게 말을 거는 행위이죠. 부끄러움을 숨기고, 어쩐지 조금 더 용기를 내서 말할 수 있는 방식이 아마 시일 거예요. 혼잣말이라고 생각하고 말을 하면, 얼마든지 말을 할 수 있잖아요.
여러분은 언제 어떨 때 혼잣말을 하시나요. 그리고 그걸 누구에게 들려주시나요. 이렇게 말하듯이 건네는 저의 이 글도 사실은 혼잣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요. 하지만 저는 이 혼잣말로 나름 깊은 소통을 하고 있다고, 그렇게 믿고 있기도 합니다.
--- pp.84-85

저는 백석의 시 가운데 이 시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동물에 대한 호기심, 아버지에게 보여주는 철없는 모습, 그리고 아이의 투정을 받아들이는 아버지 등 여러 마음이 많은 말을 쓰지 않았는데도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정다운 시골의 풍경도 좋고요. 겪어보지 못했는데도 그리운 느낌이 들게 하는 정겨운 장면입니다.
못되고 나쁜 구석은 어디에도 없고, 모든 것이 평화롭게만 그려지는 시인데요. 그런데도 이 시가 슬프게 여겨지는 사람은 아마 저뿐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이 시가 슬픈 것은 이 순수함도, 이 평화로운 고향의 모습도 이미 사라져버린 풍경이기 때문일 겁니다. 돌아갈 수 없는 고향, 다시 볼 수 없는 정겨운 동물들, 만날 수 없는 아버지, 이런 그리움을 이 시가 숨기고 있기 때문이겠죠.
--- p.126

진정 무서운 점은, 우리가 이 시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겠죠. 이런 건 진짜 내 모습이 아니야, 그저 살아가기 위해서 택한 가면 같은 거야, 이렇게 생각하며 나 아닌 내 모습을 만들어가기도 하는데요. 어느새 그 가면이 진짜 얼굴로 바뀌어버리는, 그런 순간이 와버린 겁니다. 그렇다면 그땐 내 진짜 모습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내 집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이것에 대한 답은 불가능할 겁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우리에게는 진짜 내 모습이란 것도, 내 집이라는 것도 진실로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요.
--- p.200

자신을 눈물의 왕이라고 선언할 때, 최소한 그 모습을 슬픔 앞에서 무너지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의 멋진 부분은 마지막 장면입니다. 나는 눈물의 왕이고, 이 세상 어느 곳이든지 설움이 있는 땅은 모두 왕의 나라라고 말하는 장면. 이 시의 화자가 자신의 눈물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수많은 다른 우는 이를 생각하며 함께 울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나도 당신과 같은 이유로 울고 있으며, 그러나 우리는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그렇게 말을 건네주는 거죠. 이것이야말로 울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멋진 반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p.283

쉽게 풀어 말하자면 이런 겁니다. 우리는 사랑할 때에만 살아 있다고, 그리고 사랑이란 결국 그 살아 있음, 존재함 자체라고요. 이 논리를 거꾸로 활용하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살아 있는 우리, 존재하는 우리, 현물인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는 존재라고요. 아까는 사랑을 증명하기가 참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여기까지 이야기하다 보니 사실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내가 그리고 당신이 살아 있다는 그 사실이야말로 사랑을 분명하게 증명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 p.294

출판사 리뷰

■ 타인의 슬픔을 헤아리게 하는

황인찬이 읽은 시들은 하나같이 따듯한 말을 건넵니다. 혼자여도 괜찮을 거라고. 세계의 알 수 없음을 되돌아보되, 그걸 꼭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주변 사람에게 안부를 물으며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말라 조언하며, 당신의 혼잣말조차 깊은 소통의 결과일지 모른다고도 하죠. 슬픔을 안은 채로 성장할 수 있다면, 깊은 슬픔조차도 꽤 괜찮은 것이라 일러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은 시가 타인의 슬픔을 담고 있기에 가능합니다. 시는 혼자여서 슬픈 사람을 발견하고 도무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일으키는 노심초사를 이해합니다. 마음에만 품고서 전하지 못한 말의 무게를 알고, 타인에게 마음을 전할 용기를 북돋습니다. 시를 따듯하게 하는연료는 바로 슬픔입니다. 우리는 시를 읽음으로써 타인의 슬픔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슬픔을 읽음으로써 그들의 삶에 닿을 것입니다. 그것이 시가 슬픔을 사랑으로 밀어올리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시인 황인찬은 말합니다.

■ 우리를 사랑으로 맞닿게 하는

시를 통해 만난 타인은 세상 모든 타인이 그렇듯 나와 다른 심장박동을 가졌겠지요. 너와 나는 필시 다르고, 하나 되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러나 시는, 그러므로 시는, ‘나는 너다’라고 말하기에 도전하는 양식이 됩니다. 은유와 상징, 리듬과 침묵을 통해 시 안에서의 나는 시 바깥의 너에게 가닿으려 합니다. 그 가닿음의 순간, 불가능할 것으로만 생각되었던 너와 나의 하나 되기는 잠시나마 성공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되새기듯 떠올리는 것입니다. 내가 너로 분했던 장면, 우리가 하나였던 찰나를. 그 순간으로 인해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사람들이 될 수도 있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황인찬이 읽은 홍사용의 시는, 타인이 울 때 나도 같은 이유로 울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황인찬이 말하는 윤동주의 시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슬퍼하는 선한 예민함을 품습니다. 이를 줄여서 사랑이라 말해도 되겠지요? 황인찬 시인은 그래도 괜찮을 거라고, 정말 괜찮다고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을 통해, 상냥하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이것이 “시가 우리 삶에서 작동하는 방식”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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