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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안식처이자 폭풍, 나의 어머니
아룬다티 로이의 첫 회고록. 소설가이자 활동가, 강인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되짚으며 자신의 뿌리 같은 존재, 어머니 ‘메리’를 떠올린다. 인도 사회를 담대히 살아낸 어머니를 향한 존경과 이면에 쌓인 상처가 뒤섞인 아름다운 애증의 기록.
2026.04.17. 에세이 PD 이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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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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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마피아
도망자들
코즈모폴리턴
“너를 두 배로 사랑해”
스르르 접는 학교
페데리코 펠리니와 코타얌 산타
부수적인
낙살라이트
나는 정복되지 않은 달을 좋아한다
로리 베이커와 민둥산
조, 지미, 재니스 그리고 지저스
“너의 그 미친 어머니는 잘 계시나?”
“넌 내 목에 매달린 맷돌이야”
“소리지르는 게 꼭 〈엑소시스트〉에 나오는 사람 같지 않아?”
예수가 일본식 꾸러미와 결혼하다
케이크 파는 여자
하즈라트 니잠우딘 아울리야의 그늘 속에서
“뭐가 그렇게 웃겨요?”
나 영화에 출연할 거야
“작가가 되어볼 생각은 해본 적 없어?”
엄마 곰, 아빠 곰
실패라는 절묘한 예술
하늘을 나는 코뿔소들과 바니안나무
괴짜 애니의 괴짜 짓
신성모독
“인도를 올바르게 보여주지 않는다”
밴드 해체
「인도의 대단한 강간팔이」
작은 것들의 신
무너져내리다
이동식 공화국
계곡을 위한 행진
또다시 법정에 서다
죄수
나의 선동가 정신
내 집
지복
마담 후디니와 아무것도 아닌 남자
동지들과 걷는 길
“그녀의 출생증명서는 신이 보낸 사과문”
은퇴
사랑의 선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2

아룬다티 로이

관심작가 알림신청
 

Arundhati Roy

1961년 인도의 메갈라야 실롱에서 태어났다. 부모의 이혼으로 외가인 케랄라에서 지내다가 1977년 델리로 이주해 건축설계학교에 입학했다. 졸업 후 국립도시문제연구소에서 일하던 중 독립영화 감독 프라디프 크리셴을 만나 영화 〈매시 사히브〉에 주인공으로 출연했으며, 그뒤 크리셴과 결혼했다. 이후 영화 〈애니〉 〈전기 달〉, TV 시리즈 〈바르가드〉 등을 크리셴과 작업하고 영화 비평 「인도의 대단한 강간팔이」를 발표하는 등 영화인으로서 이력을 쌓아가던 로이는, 상업적인 논리로 움직이는 영화계에 염증을 느끼며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문학으로 방향을 튼다. 1992년부터 집필에 몰두해 19
1961년 인도의 메갈라야 실롱에서 태어났다. 부모의 이혼으로 외가인 케랄라에서 지내다가 1977년 델리로 이주해 건축설계학교에 입학했다. 졸업 후 국립도시문제연구소에서 일하던 중 독립영화 감독 프라디프 크리셴을 만나 영화 〈매시 사히브〉에 주인공으로 출연했으며, 그뒤 크리셴과 결혼했다. 이후 영화 〈애니〉 〈전기 달〉, TV 시리즈 〈바르가드〉 등을 크리셴과 작업하고 영화 비평 「인도의 대단한 강간팔이」를 발표하는 등 영화인으로서 이력을 쌓아가던 로이는, 상업적인 논리로 움직이는 영화계에 염증을 느끼며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문학으로 방향을 튼다. 1992년부터 집필에 몰두해 1997년 발표한 첫 소설 『작은 것들의 신』이 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아룬다티 로이는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고, 그로부터 20년 만에 발표한 두번째 소설 『지복의 성자』 역시 2017년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는 등 소설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소설 외에도 『자본주의: 유령 이야기』 『생존의 비용』 『9월이여, 오라』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제국 가이드』 『아룬다티 로이, 우리가 모르는 인도 그리고 세계』 『박사와 성자』 등의 논픽션을 펴내며 인도를 비롯한 전 세계의 착취와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랜넌 재단의 문화 자유상, 시드니 평화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2020년 제4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어머니 내게 오시네』로 2025 전미도서 비평가협회상 회고록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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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2021년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로 제15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지복의 성자』 『그레이트 서클』 『마지막 이야기들』 『북과 남』 『시핑 뉴스』 『레슨』 『나 같은 기계들』 『넛셸』 『솔라』 『데어 데어』 『바퀴벌레』 『스위트 투스』 『사실들』 『빌리 린의 전쟁 같은 휴가』 『그해 봄의 불확실성』 『별의 시간』 『빨강의 자서전』 『한낮의 우울』 『기러기』 『밤으로의 긴 여로』 『인도로 가는 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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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4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452쪽 | 578g | 140*210*27mm
ISBN13
9791141615444

책 속으로

내가 엄마를 떠난 건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계속 사랑하기 위해서였다. 엄마 곁에 머물렀다면 그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집을 떠난 뒤로는 수년 동안 엄마를 만나지 않았고 연락도 하지 않았다. 엄마도 나를 찾지 않았다. 내가 왜 떠났는지 묻지도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우리 둘 다 알고 있었으니까.
--- p.15「마피아」 중에서

어린 시절 나는 아이들이 다 그렇듯 엄마를 비이성적으로, 속절없이, 두려움 속에서, 완전하게 사랑했다. 성인이 되어서는 차갑고 이성적으로, 안전한 거리를 두고 그녀를 사랑하려 애썼다. 그러나 자주 실패했다. 때로는 처참하게.
--- p.17「마피아」 중에서

고성이 오가기 시작하면, 나는 도망쳤다. 강이 피난처였다. 강은 내 삶에서 잘못된 모든 것을 보상해주었다. 나는 강둑에서 몇 시간씩 보내며 물고기, 벌레, 새, 식물에 이름을 붙일 정도로 그들과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마을의 다른 아이들(그리고 몇몇 어른들)과도 친한 친구가 되었다. 나는 말라얄람어를 금세 익혔고, 곧 누구와도 아주 쉽게 소통할 수 있었다. 그들은 나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대부분 근처 논과 고무농장에서 일하거나 지주들의 넓은 소유지에서 코코넛을 따거나 가사도우미로 일했다. 그들은 초가지붕을 얹은 진흙 집에서 살았다. 그들 중 다수가 ‘불가촉천민’으로 여겨지는 카스트에 속했다. 당시 나는 이 끔찍한 현실에 대해 잘 몰랐는데, 아예메넴 집 사람들은 서로 싸우느라 바빠서 나를 가르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 pp.34-35 「코즈모폴리턴」 중에서

엄마는 나에게 화를 낼 때면 내 말투를 흉내내곤 했다. 흉내를 잘 내서 내가 듣기에도 내 말투가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엄마가 그렇게 했던 모든 순간의 모든 것들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때 내가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도 기억난다. 나는 엄마가 그림책에서 나를-내 모양을-날카로운 가위로 오려낸 뒤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 pp.36-37 「“너를 두 배로 사랑해”」 중에서

두 배의 사랑을 세 배가 된 내 몸으로 나누고 거기에 무료 표를 곱하고 경솔한 말로 나누면 무엇이 될까? 털로 뒤덮인 차가운 나방 한 마리가 겁에 질린 나의 심장 위에 내려앉았다. 그 나방은 나의 영원한 동반자였다.
나는 가장 안전한 장소가 가장 위험할 수 있음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심지어 그렇지 않을 때조차 내가 그렇게 만들어버린다는 것도. _--- --- p.41 「“너를 두 배로 사랑해”」 중에서

1967년에 매슈스 부인과 엄마는 코타얌에 학교를 세웠다. 나는 일곱 살이었고, 오빠는 여덟 살 반이었다. (…) 학교는 금세 성공을 거두었다. 학생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유치원생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계속 그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학급을 더 개설해달라고 엄마와 매슈스 부인에게 요청했다. 오빠와 나는 선발대, 즉 새로운 교사를 시험해보는 실험실 쥐 같은 존재였다. “그 선생님 마음에 들었니?” “그 선생님이 가르친 걸 이해할 수 있겠어?”
--- pp.43-46 「스르르 접는 학교」 중에서

나는 소리 죽여 조용히 따라가 열쇠구멍을 통해 엄마가 두꺼운 나무 자가 부러질 때까지 오빠를 때리는 걸 지켜보았다. “나는 ‘보통’이라는 성적표를 받아오는 아들 둔 적 없다.” (…) 아침이 되자 엄마가 나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주 우수한 성적을 받았구나.” 나는 수치심이 밀려드는 걸 느꼈다. 나 자신이 미워졌다. 그날 이후 나의 개인적인 성취는 늘 불길한 예감을 동반했다. 사람들이 나에게 찬사나 갈채를 보낼 때면 언제나 다른 방에서 누군가 조용히 매를 맞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시 멈추어 생각해보면, 그건 진실이다, 누군가는 늘 그랬다.
--- pp.61-62 「부수적인」 중에서

그러나 지금은 그 어둠이라는 선물에 감사한다. 나는 그것을 가까이 두고, 그 지도를 그리고, 그 색조들을 샅샅이 살펴보고, 그 비밀이 드러날 때까지 응시하는 법을 배웠다. 결국 그것은 자유로 가는 길이기도 했다.
--- p.74 「나는 정복되지 않은 달을 좋아한다」 중에서

델리 도시계획건축학교의 초라한 정문을 지나 들어온 순간, 밤샘 작업으로 좀비 같은 눈을 하고 벌거숭이 잔디밭에 널브러져 있는 꾀죄죄한 학생들,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부서진 가구로 가득한 휴게실, 그리고 반짝이는 금니를 가진 경비원(곧 나의 좋은 친구이자 대마초 공급원이 된)을 둘러보니, 나는 이제 로이 여사가 죽더라도 나까지 죽을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 폐는 다시 내 몸으로 돌아와 오직 나만을 위해 숨을 쉬었다. 그 용감한 장기-아이는 분리 독립하여 자신의 피부 속에서 이상한 나라가 되었다. 나는 그 더러운 진입로가 성지라도 되는 양 무릎을 꿇고 거기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결코 평범한 통과의례가 아니었다.
나는 수재나라는 이름을 버렸다. 그리고 그때부터 서서히, 의도적으로 나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변모시켜갔다.
--- p.94 「“너의 그 미친 어머니는 잘 계시나?”」 중에서

언어가 나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나 자신에게 나의 다중언어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 나는 그때 이미 그 언어가 내 안이 아니라 밖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언어가 저절로 나에게 다가오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사냥해야 했다. 내장을 제거하고 먹어야 했다. 그렇게 했을 때 그 언어-나의 언어-가 내 몸속 피의 흐름을 부드럽게 만들 터였다. 그것은 어딘가에 있었다. 살아 있는 언어-짐승, 줄무늬와 점박이가 있고, 풀을 뜯어먹으며 나라는 포식자를 기다리는. 그건 내 정글의 법칙이었다. 비폭력적이거나 채식주의자의 꿈이 아니었다.
--- p.180 「“작가가 되어볼 생각은 해본 적 없어?”」 중에서

나는 깨달았다. 내가 언어-짐승을 사냥했다는 것을. 그것의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고 그 잉크빛 피를 마셨다는 것을. 내 강을 묘사할 수 있다면, 비를 묘사할 수 있다면, 독자가 보고, 냄새 맡고, 손끝으로 느낄 수 있도록 감정을 묘사할 수 있다면, 나는 스스로 작가라고 부를 수 있으리라. 내 첫번째 문학 행위는 나와 미나칠강 사이의 사적인 서약이 될 것이다. 나는 영화 대본과 정반대되는 글을 써보고 싶었다. 완고하게 시각적이면서도 영화로는 만들 수 없는 책.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시도해보고 싶었다.
--- p.262 「밴드 해체」 중에서

『작은 것들의 신』은 처음에 하나의 이미지로 내게 다가왔다. 두 아이, 라헬과 에스타, 쌍둥이, 그들이 하늘색 플리머스 자동차 창문에 코를 박고 바깥을 내다보고 있다. 차의 꼬리지느러미에는 햇빛이 비치고, 지붕에는 피클 광고판이 달려 있다. 라헬은 머리를 작은 분수처럼 위로 올려 묶었다. 그리고 시계판이 그려진 장난감 시계를 차고 있다. 그 시계는 언제나 두시 십 분 전을 가리킨다. 에스타는 머리를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부풀리고 뾰족한 베이지색 구두를 신었다. 그들은 코치로 가는 도로의 철길 건널목 앞에서 멈춰 있다. 주변에 공산당 노동자들의 시위 행렬이 북적거리고 그 속에서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 벨루타를 발견한다.
--- p.276 「작은 것들의 신」 중에서

나는 그에게 스프링 제본된 원고를 건넸다. 내가 수년간 그 글을 보여주지 않은 것에 대해 복수라도 하듯 그는 천천히 읽으면서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나는 초조하게 그의 기색을 살폈지만, 그는 작정한 듯 철저히 무표정했다. 그가 원고를 다 읽고 나서 내게 돌려주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렇게만 적혀 있었다. “우와!” 그는 글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았지만 왠지 슬퍼 보였다. 나는 책 때문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가 한 말은 이것뿐이었다.
“이제 당신을 잃게 되겠지.”
내 안의 차가운 나방이 날개를 펼쳤다. 그것이 날아오르려는 건지, 내려앉으려는 건지 나는 알 수 없었다.
--- p.283 「작은 것들의 신」 중에서

그는 그 원고를 자신의 친구인 작가 패트릭 프렌치에게 보냈다. 패트릭은 그걸 문학 에이전트인 데이비드 고드윈에게 보냈고, 데이비드는 일부 출판사에 돌렸다. 나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전혀 몰랐다. 심지어 문학 에이전트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중략) 그중 가장 설득력 있는 사람은 데이비드 고드윈이었다. 그는 델리까지 날아와 나를 직접 만나겠다고 했다.
“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소개해드리죠. 하지만 제발 부탁이니 우리가 만나기 전까지는 그 누구와도, 어떤 계약도 맺지 말아주세요.”
--- pp.284-285 「작은 것들의 신」 중에서

내가 열망한 자유는 (물소가 알아서 집까지 끌고 가는 수레 위에 누워서 별을 보며 노래를 부르는 자유 외에도) 나 자신의 방식으로 살며 글을 쓰는 것이었다. 부커상은 그 자유를 얻는 데 도움을 주었다. 나는 다행히도 그 상을 받았을 때 이미 백서른일곱 살쯤 되어 있었다. 만약 그보다 젊었다면, 나는 그 금빛 새장 안으로 들어가 평생 금빛 노래를 부르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 pp.302-303 「무너져내리다」 중에서

그(존 버거)의 집에서 보낸 첫날, 저녁을 먹고 함께 설거지를 마친 뒤 존이 앞치마를 두른 채 내게 말했다.
“당신이 지금 뭔가 쓰고 있다는 거 알아요. 나한테 읽어주면 좋겠어요.”
(…) 내가 읽기를 마치자 그가 말했다. “집에 돌아가서 이 책을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약속해줘요.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오로지 이 책에만 매달려요. 혹시 열받는 일이 생기면, 내가 당신 뒤에 서서 늙은 코끼리처럼 귀를 펄럭이며 열을 식혀주고 있다는 걸 기억해요.”
--- pp.393-394 「마담 후디니와 아무것도 아닌 남자」 중에서

로이 여사는 몸소 휴대전화를 사용하기엔 너무 오만한 성격이라 직원에게 메시지를 불러주고 대신 보내게 했다. 따라서 그녀의 문자 메시지는 결코 가볍게 보낸 것이 아니었다. 그건 선언이었다. 정견 발표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날 밤 내가 받은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사랑한 사람은 너다.”

--- pp.427-428 「사랑의 선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무일푼 미혼모가 한 인도 학교의 설립자가 되기까지,
세상 가장 담대한 여성이던 어머니를 기억하기 위하여

이 책은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아룬다티 로이와 그녀의 오빠가 대화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오빠는 어머니의 스트레스를 무참히 견뎌야만 했던 유년 시절을 떠올리며,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하는 아룬다티 로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룬다티 로이는 어머니의 “그런 슬픔, 그런 체계적인 박탈, 그런 지독한 사악함, 그런 지옥의 온갖 변주들을 목도하고 글로 써”온 작가다. 그녀가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녀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그녀를 받아들이고, 무엇이 그녀를 아프게 했는지, 그녀가 왜 그런 행동들을 했는지를 이해하고, 다음에는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을지 예측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소설가로 거듭난 만큼, 어머니의 죽음은 자신의 가장 힘찬 엔진이 갑작스럽게 꺼진 것과도 같았다. 아룬다티 로이는 이 책에서만이라도 어머니가 살아 있기를 바란다. “그녀는 나의 안식처이자 폭풍”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신의 가슴에 무수한 가시를 박아놓은 ‘어머니 메리 로이’와 인도 사회에서 드물게 진보적인 사고를 했던 ‘교육자 메리 로이’ 사이의 깊은 틈을 메우기 위한 작업이었다.

“엄마에 대한 내 경험에 완전히 물들지 않은 렌즈를 통해 엄마를 바라보자 한 여성으로서의 그녀를 존중하게 되었다. 그것이 나를 작가로, 소설가로 만들었다. 왜냐하면 소설가란 곧 미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이 미로는 엄마 없이 미궁 같은 자신을 이해해내야 한다.” (19쪽)

인도에 잔존하는 카스트 계급과 힌두교 전통 속에서, 가난한 시리아 기독교인으로서 의지할 곳 없이 떠돌던 어머니 메리 로이는 전쟁을 피해 아이들을 데리고 아버지 소유의 별장에 숨어들어 살기 시작하고, 자신의 어머니를 등에 업은 오빠와의 법정 다툼 끝에 케랄라에 자리잡게 된다. 그 미혼모가 바로 현재에도 건재한 케랄라 코타얌 팔리쿠담 학교의 설립자로서 존경받는 메리 로이다. 그녀는 자신의 유일한 재산이던 교육학 학사학위를 밑천 삼아 작은 학교를 열었고, 구습에 얽매이지 않는 진보적인 교육 이념을 펼치며 사람들을 끌어모았으며, 그곳에서 마피아처럼 대담하게 천재성, 급진적인 친절, 투쟁적인 용기, 관대함, 사업 수완을 폭발적으로 발휘하며 운영에 열성을 다했다. 그 결과 그 작은 교실은 초중등학교 과정을 포함하는 인도 케랄라주의 번듯한 교육기관으로 성장한다.

“엄마는 마피아처럼 대담하게 처신했다. (…) 나는 그녀가 그 작은 세계 안에서, 자기 전체-그녀의 모든 자아-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고, 두렵고도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16쪽)

한편, 아룬다티 로이와 그녀의 오빠는 어머니가 가진 또다른 문제적 기질, 기벽, 무자비함, 잔혹함, 괴롭힘, 사납고 예측할 수 없는 성미를 견뎌야 했다. “제자들에게 빛을 비추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주려면, 우리가 그녀의 어둠을 흡수해야만 했던 것”이다. 메리 로이는 모성의 전형적인 모습을 가뿐히 무시하고, 엄한 잣대를 들이대며 두 남매를 닦달했다. 결국 아룬다티 로이는 열여덟 살에 이르러 어머니의 정서적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델리로 떠난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녀는 기독교 이름인 ‘수재나’에서 아룬다티로 거듭나며 새로운 자아상을 탐색한다.

어머니가 물려준 ‘글쓰기’라는 선물로 세계적인 작품을 써내기까지,
아룬타티 로이가 그녀의 ‘가장 안쪽’에서 꺼낸 이야기

이 책에는 아룬다티 로이가 작가로 거듭나기 전, 어머니가 세운 왕국에서 갓 벗어나 세상을 경험하며 성장해온 이야기로 가득하다. 첫사랑 JC와의 좌충우돌 결혼 해프닝, 우연히 만난 영화감독 프라디프와의 깊은 유대와 사랑, 델리에서 목격한 카스트제도의 병폐와 마오주의 공산주의 운동 ‘낙살라이트’ 활동가들과의 조우, 영화배우에서 영화감독으로, 촉망받는 시나리오 작가로서 영화인으로서 이력을 쌓아가는 여정 등등. 그러던 어느날 아룬다티 로이는 프라디프와 편지를 주고받던 중 “작가가 되어볼 생각은 한 적 없어?”라는 말 한마디에 문득 자신의 진실한 욕망을 깨닫기 시작한다. “내 안의 차가운 나방”이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게 나방은 마음속에서 퍼덕거리는 불안과 두려움이자 변화에 대한 매혹을 상징한다. 이 나방은 안락함에 머물 수 없는 자신의 폭풍과도 같은 성정을 상징하는 생명체다. 그녀는 나방의 날갯짓에 이끌려 마주한 하나의 이미지에서 작품을 시작한다. 그건 바로 집 대신 위안이 되어준 느린 초록빛 강, 물고기, 그리고 그곳에서 함께 놀던 친구들, 메리 로이의 얼굴이었다. 이렇게 아룬다티 로이는 두번째 변화를 맞이한다. 영화 대본과는 정반대인 글, “완고하게 시각적이면서도 영화로는 만들 수 없는 책”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프라디프와의 영화 작업을 그만두고 소설 집필에 몰두한다.

“어릴 적에 내가 되고 싶었던 건 오로지 작가뿐이었다. 독서만큼 세상을 잊게 만드는 건 없었다. 독서만큼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없었다. 독서만큼 나를 채우는 것도 없었으며, 독서만큼 나를 비우는 것도 없었다. 문장들과 문단들이 머릿속에서 구름처럼 흘러다녔다. (…) 로이 여사의 학교에서는 글쓰기를 기본으로 가르쳤고 그녀는 그걸 ‘자유로운 글쓰기’라고 불렀다. 로이 여사는 학교를 세우기 한참 전, 내가 연필을 쥘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 내 마음을 글로 쓰게 했다.” (177-178쪽)

7년 만에 델리에서 딸을 만났을 때 메리 로이가 가져온 건 아룬다티 로이가 쓰던 낡은 타자기였다. 로이는 생의 변곡점마다 어머니가 물려준 정신을 떠올린다. “자유로운 여자. 자유로운 글쓰기.” 자신에게 ‘렛 잇 비(순리에 따르라)’고 하지 않았던 사람. “이 나라에 진짜 필요한 건 혁명인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 죽을 때까지 배우기를 멈추지 않았고, 정체되지 않았으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호기심을 잃지 않았던 사람. 미치광이 같고, 예측 불가능하며, 자유롭고, 강인한 여성. 아룬다티 로이는 어머니 메리 로이가 남긴 유산 덕분에 자신이 멀리까지 떠나볼 수 있었고,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었음을 깨닫는다.

2022년 1월, 델리에서 아룬다티 로이는 어머니의 “정견 발표”와도 같은 메시지를 받는다.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사랑한 사람은 너다.” 그녀는 어머니의 마지막이 눈앞에 닥쳤음을 예감한다.

이 책은 어머니의 성대한 장례식 장면으로 끝난다. 그녀의 일생을 쏟아부은 팔리쿠담 학교 교정에 마련한 장례식장에 케랄라 전역에서 메리의 추모객이 몰려온 것이다. 그중 학교 건물을 지은 석공이었던 한 사람은 말한다. “로이 여사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이 모든 걸 만들어냈어요. 놀라운 여성이었죠. 나는 그녀가 어떻게 일하는지 지켜봤어요. 무얼 해내는지. 혼자서.” 아룬다티 로이도 그녀를 보내며 다짐한다. 바람이 거세져도, 어깨를 펴야겠다고. 어머니 메리 로이처럼.

소설가, 활동가, 열정적인 여성인 아룬다티 로이
걸작 『작은 것들의 신』을 탄생시킨 작가의 뿌리를 엿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아룬다티 로이의 대표작 『작은 것들의 신』이 작가가 유년 시절에 인도 사회와 가족과 맺은 내밀한 체험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녀의 주변 인물들이 『작은 것들의 신』에서 어떻게 변주되고 재탄생되었는지 발견하는 재미는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이다. 『작은 것들의 신』에서 메리 로이의 ‘자유로움’은 ‘암무’라는 캐릭터에 생생히 살아 있고, 어머니의 오빠인 아이작 G.는 소설 속의 다정한 삼촌이자 매력적인 인물 ‘차코’로 그려진다. 그리고 오빠 역시 자신의 쌍둥이 ‘에스타’로 등장시켰다. 이러한 방식으로 한 가족 안에서 벌어진 사적인 이야기가 인도 사회의 비극과 얽히는 장대하면서도 신비로운 이야기를 써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의 번역가이자 『지복의 성자』를 우리말로 옮긴 민승남은 『어머니 내게 오시네』를 두고 “소설의 미학과 논픽션의 사실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강렬한 서사”라고 평했으며,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가녀장의 시대』를 쓴 이슬아는 “인도 현대사를 격동시킨 두 여자에게 완전히 치여버렸다”라는 말로 두 여성의 이야기를 강력히 추천했다. 이밖에도 한강, 정세랑, 편혜영 등 한국 최고의 작가들이 사랑한 ‘작가들의 작가’인 아룬다티 로이. 그녀가 처음으로 풀어낸 자신의 인생과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어머니 메리 로이의 삶에서 독자들은 또 다른 모습의 사랑을 만나게 될 것이다.

추천평

“이건 유해한 사랑 이야기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의 어떤 부분도 건너뛰고 싶지가 않다. 최악을 봤는데도 도무지 포기가 안 되는 사랑이 있다. 상처와 구원을 동시에 주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의 기이함에 대해 언젠가는 농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무리 해도 그 농담이 지겹지가 않다면 그를 빼놓고선 내 삶을 설명할 수 없다는 의미다. 나에게 복희 씨가 있듯 로이에게는 메리가 있었다. 내 마음을 찢어놓고 곧장 치유할 수 있는 사람, 작은 싸움 말고 큰 싸움을 택하게 만드는 사람, 태어나자마자 사랑한 적, 평생의 탐구 대상. 모두가 지녔을 엄마 이야기를 아룬다티 로이는 대체 불가하게 써낸다. 자신을 ‘부커상을 받은 후커’라고 부르는 딸과 ‘렛 잇 비’ 대신 이 나라에 진짜 필요한 건 혁명인 것 같다고 말하는 엄마. 인도 현대사를 격동시킨 두 여자에게 완전히 치여버렸다. 읽는 내내 모녀의 장기 중 하나가 된 듯 모든 것을 느꼈다. 로이의 가장 안쪽에서 꺼낸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 이슬아 (작가, 출판인)
“따뜻함과 도덕적 명료함, 현대 인도를 조망하는 탁월한 시야를 담아 가난, 폭력, 정치적 격변, 변덕스러운 어머니에 의해 형성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전한다.” - 뉴욕 타임스
“연민과 도덕적 분노로 가득찬 책. 로이는 자신이 자유분방하고 고집이 세며 위험을 무릅쓰는 소설가로 성장한 데에 그의 까다로운 어머니가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한다. 비록 로이는 자신의 주적을 잃었지만, 그의 열정은 여전히 활활 타오른다.” - 월 스트리트 저널
“로이가 작가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상세히 다룬 첫 에세이이자, 복잡하고 존재감 강한 어머니 메리 로이의 전기이기도 한 매혹적인 회고록.” - 『뉴욕』
“섬세하다… 정확한 이미지와 날카로운 감성적 지성으로 가득하다.” - 워싱턴 포스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서정성, 바버라 킹솔버의 정치적 통찰력, 데이비드 세다리스의 기발한 가족 유머가 모두 담긴 에세이.” - 파이낸셜 타임스
“영화 같다. 로이의 소설을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만든 서정적 언어, 깊은 공감, 그리고 날카로운 사회 비판으로 가득하다. 회고록의 걸작이자 기억과 성찰, 그리움이 엮인 풍성한 태피스트리.” - 미네소타 스타 트리뷴
“전율을 일으키는 친밀한 문체로, 로이의 첫번째 회고록은 어머니 메리와의 복잡한 관계와 그것이 어떻게 아룬다티 로이라는 한 궁극적인 인물이자 작가를 형성했는지 추적한다.” - 더 밀리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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