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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랑이 과거로 사라질 때 모두가 잊어버리는 본질이 있었다. 함께했던 순간, 시간, 나날 속에서 느끼고 맛보았던 것. 당연시되었던 모든 것이 버려지고, 그것이 어떻게 끝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덮이고, 그후에는 부끄러울 정도로 불완전한 기억에 의해 다시 덮이기 전의 그 모든 것. 천국이든 지옥이든, 많은 기억이 남진 않는다. 오래전에 끝난 연애와 결혼은 과거에서 온 엽서와도 같다. 날씨에 대한 짤막한 언급, 재미나 슬픔이 담긴 간단한 이야기, 그리고 뒷면의 밝은 그림. 제일 먼저 사라지는 건 포착하기 힘든 자신이다. 자신이 정확히 어땠는지, 남들에게 어떻게 보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