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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모노텔 - 이용훈
우수상 옥수수밭 땡볕이지 - 윤미현 우수상 극동아시아 요리 연구 - 김정윤 심사 총평 |
李鎔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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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나갔다가 지나가는 길에 로또 명당 자리가 있다 해서… 일부러 찾아다니고 그런 사람은 아닌데… 로또 한 장 구입했지요…. 하하, 이게 한 장으로 보이지는 않죠? (직원은 누군가의 눈치를 살핀다. 손에 로또 용지 뭉치를 들고 있다. 그중에 한 장을 뽑아 로또 번호를 맞춰 본다.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다.)
꽝이네. (의자에 앉아 빙글빙글 돌다 멈춘다) 로또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한 달에 네 번, 일 년이면 열두 달, 십수 년 넘게… 나를 실망시켰죠. 나와 로또는 그렇게 수많은 시간을 함께했는데… 단 한 번의 기회조차 주질 않네요. 그렇다 보니 이건 짝사랑인가? 싶다가, (사이)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질 않아요. 애증인가? 싶다가, 로또 또한 나를 염두에 두고 있거나, 좋은 감정 변치 말자! 서로서로가 존재는 알고 있어야 성립되는 것이라, 그것도 아닌 듯…. 희망이라 말하고 고문받고 있다 생각 드네요. --- p.11 「모노텔」 중에서 늙은 모텔은 그런 것입니다요, 꽃무늬 커튼은 오래되어서 세탁은 언제 했는지 빛바랜 듯 색 빠진 듯 커튼을 이리저리 흔들면 20년 전 숙박업의 호황기만을 기억하는… 먼지가 후드득, 하고 떨어지는 것입니다요, 그렇다고 이 먼지들이 무조건 더럽고 불결하냐? 그리 생각하시면 큰 오해십니다요, 창문으로 들어오는 오후 빛이, 방 안 가득 흩어지는 먼지 알갱이 하나하나를 소중히 소독하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떠도는 먼지를 보듬는 저 햇빛을 바라보고 있자면, 지나간 세월들이 문득 떠오르는데요, 피식하고 웃다가 이내 찾아오는 침울함에 젖어 들기도 합니다요, 참 단순한 것이 오묘하지 않습니까, 하찮은 먼지 알갱이와 쏟아지는 햇빛이 사람 기분을 오락가락 조종한다는 것이 말입니다, 변두리 소도시 모텔을 비추는 햇빛은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촌스럽지만 따듯하고, 또 서글퍼지고 한없이 외로워서 멀뚱한 표정을 짓는 저 벽지 같은 그런 거 말입니다. --- pp.30-31 「모노텔」 중에서 엉망이 돼서 돌아왔어. 지겹다, 지겨워. 저럴 거면 나가질 말던가. 이곳을 들락날락한다는 건 말이야, 사회에 대한 복수라던가 가족에 대한 복수로는 적절하지 않아, 최대한도로 오래 살아서 버티라고, 그리고 잘 살아, 그게 가족이라던가 사회라던가 몸담았던 곳에 대한 복수야, 그래 맞아, 사람들은 모르겠지,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아, 왜냐구? 각자의 삶을 살기엔 버겁거든. 누군가를 챙겨 준다는 거, 그거 보통 일이 아니야, 힘들다고 술 마시고 조금 나아졌다고 술 마시지 말고, 나자빠지지도 말고 살아가도록 해 봐, 알코올 중독자는 오랜 시간 병동에 있어서, 밖으로 나간다는 게 무섭고 두렵다고, 그러다 사회에 적응 못 하고,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저 상황이 돌고 도는 거야. --- p.85 「모노텔」 중에서 반쪽짜리 대문 집 어머니 미싱사가 되면서부터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우리 생활이 조금씩 나아지면, 앞으로 태어날 우리 애들도 괜찮은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된 노동이 지치기도 했지만. 우리와 같은 처지의 그렇고 그런 애들이 목을 매달았던, 천장에 박힌 못을 보며 잠을 잤던 날들도 많았지만,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깐. 그런 희망이 있었으니깐. 환자(냉소적인) 무슨.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반쪽짜리 대문 집 어머니 그러니깐요. 환자 자식들은 부모의 삶을 다시 한번 보여 주는, 재연 배우에 불과해요. 그걸 여태 몰랐던 거예요? 부모와 자식은 같은 뱃속에서 태어나는 일란성 쌍둥이 같은 건데, 세상이 그래요. 자식은 부모의 환경을 계속 이어받을 뿐이에요. --- pp.111-112 「옥수수밭 땡볕이지」 중에서 이층집 어린 아들 많이 뜨거웠지? 숨 막혔지? 이층집 아들 숨 쉬고 살려고, 숨이 막히도록 참았는데. 이층집 어린 아들결국, 숨이 막히고 말았네. 오랜 침묵. 사이. 이층집 어린 아들 그럼 빨간 대문 집 애도, 녹슨 대문 집 애도 가정 환경 때문에, 세상을 떠나게 된 거야? 부모들은 우리들의 이력서 같은 거였다고? 이층집 아들 그동안 우리가 아빠에게 잘못 배운 거지. (사이) 세상이 그렇다잖아. 우리들의 내력이 노동뿐이어서, 그 노동을 계속 되풀이해야만 했으니까. 고된 노동의 역사는, 우리들의 가정 환경 탓이었어. 가정 환경은 우리들이 사회에서 받을 수 있는 진단서 같은 거였어. 이층집 어린 아들 잘못이 없는데도? 열심히 일만 했을 뿐인데? --- p.181 「옥수수밭 땡볕이지」 중에서 반쪽짜리 대문 집 어머니 우리는 열심히 일했고 옥수수를 심었지. 그런데 내 아이들은 아주 오래된 구덩이 속, 고인 물에만 얼굴을 비추고 있을 뿐이야. 달라지지가 않아. 사이. 반쪽짜리 대문 집 어머니 그 길로 아버지는 낫을 들고 옥수수밭으로 가, 옥수숫대를 밤새도록 다 쳐 버렸지. 그리고 새벽에 잠을 자는 자식을 보며, 이곳을 떠나! 구덩이 속, 고인 물에 빠진 얼굴이 되고 싶지 않으려면 이곳을 떠나! 반쪽짜리 대문 집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 창문을 닫는다. 반쪽짜리 대문 집 어머니 지퍼가 고장 난 비키니 옷장에서, 툭 하고 떨어져 나온 것 같은 우리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p.193 「옥수수밭 땡볕이지」 중에서 목소리 승주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다 말문이 막힐 때면, 이야기는 언제나 하나의 순간으로 돌아왔어. 진원 이탈리아에서 돌아왔던 날 새벽, 날 등지고 앉아 있던 승주가 입을 열었다. “나 그동안 가끔, 뭔갈 잊고 있는 거 같은 느낌을 받았었거든? 그게 아주 사소한 건지, 아님 중대한 건지조차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뭐랄까. 상실감 같기도 하고 그리움 같기도 한 그런 거. 근데 나 진짜 이제야 좀 알 것 같은데, 그 모든 감정이 결국엔 그때 거기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어. 내가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면, 그 순간의 느낌을 기억하고 있었다면, 내가 지금까지 느껴 온, 이런, 아주 중요한 뭔갈 잊고 있는 것만 같은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단 거야. 이 모든 게 그때부터 시작된 걸 수도 있다고….” --- pp.209-210 「극동아시아 요리 연구」 중에서 진원 네, 제가 제 칼럼에서도 한 번 다루었던 이야기인데요. 우선 많은 분께서 저한테 의뢰를 하시기 전에 많이들 주저하고 고민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이유가 이제, 찾고자 하는 음식에 대해서 본인이 충분한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의뢰인분들께서 복원을 요청하신 음식에 대해 깊은 애정과 그리움을 가지고 계신 것과는 또 다르게, 복원을 원하는, 원본이 되는 음식의 맛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맛에 대한 기억 자체가 워낙 연약하기도 하고, 원래 맛이라는 게 묘사하고 표현하기가 굉장히 까다롭거든요. 그래서 의뢰인분들 입장에서는, 본인이 내는 수수께끼의 답을 자신조차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셔서 더 의뢰 자체를 망설이게 되시는 거죠. 그런데 매번 신기한 건, 거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은 것만 같았던 기억들이, 음식을 먹는 순간, 거짓말처럼 되살아난다는 거예요. 분명 이전까진 답을 잊었다고 믿고 있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제가 해 드리고 싶은 얘긴 그거예요. 무엇도 온전히 기억하고 있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 음식을 다시 먹고, 그 감각을 다시 느끼고 나면, 이게 그때 그 음식이고 그 감각이라는 걸 거짓말처럼 느끼게 되실 거예요. --- pp.218-219 「극동아시아 요리 연구」 중에서 진원 ‘되돌릴 수 없어. 어떻게 해도, 전으론 돌아갈 수 없어.’ 그 말이 계속 떠올랐거든. 맞는 말이었어. 우린 진짜 너무 달라져 있었어. 우리 각자로서도, 우리로서도. 어느 쪽으로 맞대든 겹치는 부분이 없었지. 그래서 그냥 그렇게 끝나게 둔 거였는데, 이상해. 끝난 게 아니었던 것 같아. 사실은 끝맺지 못했던 거야. 그리고 그렇게 영원히 끝맺을 수 없는 건, 이젠 더는…. 목소리 진원, 들으면 힘이 날 만한 사실을 하나 알려 줄게. 진원 뭔데? 목소리 저기 봐. 이제 진짜 마지막 단계만 남아 있대. 진원 어? 목소리 드디어 이 게임의 끝을 볼 수 있는 거야. --- pp.290-291 「극동아시아 요리 연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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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바다 소금섬. 침침한 눈망울에 반짝반짝 비치네. 신안에서 머물던 당신이 돌아왔습니다.
당신의 배낭에는 겨울을 나기 위한 작업복과 구겨진 옷가지들이, 쉰내 나는 양말과 함께 꾸역꾸역 자리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무질서한 이 모든 것들을 꺼냈고, 세탁 바구니에 차곡히 쌓았습니다. 당신은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습니다. 외투의 호주머니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바지 주머니를 툭툭 매만졌습니다. 배낭 앞에 작은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당신은, 무엇을 찾고 있습니까? “어디에 있지? 분명히 여기에 넣어 둔 것 같은데….” 한 줌의 소금과 아주 소소한 이야기를 자랑처럼 꺼내 보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이 하늘에 점을 하나 찍었대, 라고. 옷고름에서 반짝이던 단추 하나가 떨어지듯 하늘에서 뚝-, 떨어졌대. 퐁-, 아주 작은 소리가 해수면의 미세한 떨림으로 퍼져 나갔나 봐. 그것은 아주 오래전 일이라…, 말끝을 흐리던 당신이. “해 질 녘 검푸른 하늘에 찍힌 점 하나가 나를 아득한 풍경으로 이끈 것은 아닌지” 정말 기이한 일들로 가득한 곳에 머물렀었다고 추억합니다. 당신은 스믜집에 머물렀고, 스믜집은 소금밭에서 일하던 염부들의 숙소였습니다. 스믜집은 달의 빛을 구걸하듯 커다란 창이 있어서, 창밖 세상은 온통 하얌에, 펼쳐진 풍경이 몹시도 시려서 아팠다 말했습니다. 노곤한 피곤을 스믜집 구들에 맡겼던 당신 이야기에, 여기저기 기웃거렸을 당신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당신이 머물던 숙소에서 이야기를 짓던 그 모습에, 희곡 모노텔의 이야기도 그렇게 시작된 것은 아닐까요? -이용훈 삼대에 걸친 노동의 이야기, 그리고 그 노동에 지쳐만 가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풀어 보고 싶었습니다. 열심히 일만 하면 될 줄 알았던, 소시민의 노동을. 부조리한 상황 속에 놓인 우리들의 이야기를. 보통의 우리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삶은 더 이상 나아지지 않는 기현상. 그저 누군가의 밥상이 엎어지지 않도록, 그 밥상 다리 역할만 하는 건 아닐까? 인간적인 삶을 위해 노동하고 있는데, 우리의 노동은 과연 우리에게 인간적인 삶을 그 보답으로 주고 있는지를. -윤미현 초에서 초로 불이 옮겨 가는 순간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지었습니다. 그것은 나의 몸이 그에게로 완전히 기우는 순간 이자 나의 테두리가 허물어지는 순간이며, 더는 나의 심지 따위는 중요치 않게 되는 순간입니다. 옮겨붙어 되살아나는 감각이 한 번쯤 우리의 안에서 일렁이기를, 바로 그때 우리가 이곳에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김정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