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소득공제 청년패스
2024 창작희곡 공모 선정작
가격
15,000
10 13,500
YES포인트?
750원 (5%)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해외배송 가능?
  •  문화비소득공제 가능

국립극단 희곡선

이 상품의 태그

카드뉴스로 보는 책

카드뉴스0
카드뉴스1
카드뉴스2
카드뉴스3
카드뉴스4
카드뉴스5
카드뉴스6
카드뉴스7

책소개

목차

대상 역행기(逆行記) - 김주희
우수상 야견들 - 배해률
우수상 그라고 다 가불고 낭게 - 윤지영
심사 총평

저자 소개 3

극작가. 2015년에 극작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작 <어느 날 문을 열고> <식탁> <모래바람> <마지막 미노타우로스> <낙원> <마르지 않는, 분명한, 묘연한>이 있다. 2024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대본공모, 2022 서울문화재단 유망예술지원 비넥스트, 2018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차세대예술가에 선정된 바 있다.
극작가. 희곡 <7번 국도> <비엔나 소시지 야채볶음> <여기, 한때, 가가>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 <사월의 사원> <시차> <목련풍선> 등을 썼다. 희곡 <사월의 사원>으로 제11회 벽산문화상을,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로 제59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2025년 제3회 이영만연극상 작가상을 수상했다.

배해률의 다른 상품

극작가. 경북대 물리교육과를 중퇴하고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전문사를 마쳤다. 200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장흥댁]이 당선되었다. 주요 경력 사항으로는 2005년 [장흥댁] 공연(극단 작은신화), 2005년 [장흥댁] 부산 공연(극단 연희단거리패), 2006년 동대문학상 시나리오 당선, 2007년 대구문학신인상 희곡 당선, 2008년 동아문학상 희곡 당선, 2010년 [상선(上船)] 공연(극단 작은신화), 2010년 신작희곡페스티벌 희곡 당선, 2010년 [인간 김수연에 관한 정밀한 보고] 공연(극단 작은신화), 2011년 목포문
극작가. 경북대 물리교육과를 중퇴하고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전문사를 마쳤다. 200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장흥댁]이 당선되었다. 주요 경력 사항으로는 2005년 [장흥댁] 공연(극단 작은신화), 2005년 [장흥댁] 부산 공연(극단 연희단거리패), 2006년 동대문학상 시나리오 당선, 2007년 대구문학신인상 희곡 당선, 2008년 동아문학상 희곡 당선, 2010년 [상선(上船)] 공연(극단 작은신화), 2010년 신작희곡페스티벌 희곡 당선, 2010년 [인간 김수연에 관한 정밀한 보고] 공연(극단 작은신화), 2011년 목포문학상 희곡 당선, 2013년 우리연극만들기 당선, 2013년 [우연한 살인자] 공연(극단 작은신화), 2013년 [상선(上船)] 동경 공연(베세토 연극제 참가작, 연출 야마다 히로유키), 2014년 [우연한 살인자] 공연(극단 작은신화), 2018년 [인간 김수연에 관한 사소한 보고] 공연(극단 작은신화), 2019년 창작산실 [하거도] 공연(극단 작은신화), 2019년 남산예술센터 낭독 공연 생존 3부작 공연(극단 꿈의동지) 등이 있다.현재는 춘천에서 드라마 집필 중이다.

윤지영의 다른 상품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9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82쪽 | 470g | 125*200*28mm
ISBN13
9791175010086

책 속으로

인안나 젖은 머리를 조아리면서 난 계속 죄송하다고 말했어, 하지만… 사과받고 싶었어. 사과받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내가, 싫었어. 그 마음이 사라지질 않았어. 왜였을까. 나도, 뭔가를… 노력했던 건 아닐까?
핑크 피가 날 만큼, 이를 악무는 여자들, 그렇게 일하는 여자들뿐이야. 네가 한 건, 노력이라고도 못 쳐.
--- p.78 「역행기(逆行記)」 중에서

인안나 그대로인데도요?
에레쉬 그대로가 아니야. 넌 변하고 있었어. 변하는 건, 살아가는 거야.

둡 에레쉬는 인안나의 몸을 바라봤어. 풀들이 자라고 있는, 인안나의 몸을.

인안나 ……. 살아가는 걸까요? 지금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요. 나 이제 어떤 시간을 살아야 해요? 우리 이제… 누구로 살아야 해요?
--- p.96 「역행기(逆行記)」 중에서

인안나 땅속이 달라지면, 땅 밖도 달라질까요?
에레쉬 여긴 나아지고 있어. 지금 이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멈추지 않을 거라는 거,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거, 우린 땅에서 살고, 죽고, 다시 태어날 거라는 거, 땅이 될 거라는 거, 땅은 평생의 집이라는 거, 우린 그걸 기억하면 돼.
인안나 흙이 되는 거. 나도 할 수 있을까요.
에레쉬 네 팔을 봐.

둡 인안나는 제 팔에 돋아난 뿌리들을 보았어.

인안나 아까보다 더….
에레쉬 너도 우리랑 다르지 않아.
--- pp.119-120 「역행기(逆行記)」 중에서

은심 그래서 이제 어찌할 건가.
시우 순사들이 잠잠해지면, 동경으로 돌아가려구요.
복길 순사들?
신애 쫓기고 있어요?
시우 그냥 무작정 정신없이 도망만 치다 보니 여기까지 와 버렸어요. 아무 기차나 잡아 타고, 가장 끝에 내려서, 가장 외진 데로 가야지, 싶었거든요.
정희 외진 데라고 다 그림자 아래인 건 아니지. 그저 막다른 곳일 수도.
--- p.196 「야견들」 중에서

정화 (시우에게) 저기, 산으로 가요. 우리 여관 뒤로도 농무산에 오를 수 있어.
시우 예?
정화 잡히는 것보다 산으로 숨는 게 낫겠어서 그래. 운 좋게 산 건너편에 닿는다면 건넛마을이 나와요. 거기서 다시 도망치는 거야. 거기에라도 걸어 봐야지. 이 안개산이 길을 잃기도 좋지만, 숨기도 좋아. 누명 쓴 죄인들 여태 많이들 저리 들어갔지.
정희 그중에 반은 죽어서 돌아왔지만.
정화 그래도 끌려가는 것보다 나아.
시우 아니요.
정희 응?
시우 아니에요. 차라리 이게 맞아요. 그냥 여기서 멈추겠어요.
--- pp.253-254 「야견들」 중에서

영길 나는 그저 여길 벗어나고 싶어. 멀리멀리 가고 싶어.
시우 영길아, 나랑 같이 갈래?
신애 우리 영길이가 그쪽을 왜 따라가. 우리 영길이는 걸음도 어려워서 남이랑은 못 살어.
영길 신애 언니, 언니가 그걸 어찌 알아. 내가 사는지 못 사는지.
시우 이번엔 방향을 정해서 도망칠 거야. 막다른 길에 다다르는 게 아니라, 넓고 넓어서 나를 찾을 수 없는 데로 갈 거야. 그러니 영길아 마음이 동하면 같이 가자.
영길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 내가, 이 몸으로.
--- p.280 「야견들」 중에서

귀복 성… 우덜이 그때 항꾼에 서울로 가불었으면 워쨌으까. 성… 요새 세상이 워쩐지 앙가? 100층 넘는 빌딩이 있어 부러. 과일이랑 야채도 백화점에서 사는 세상이여. 자동차도 종류별로 빽빽허고, 출근길에는 그 빽빽한 차들땀시 도로에서 움직이도 못 헌다니께. 순천에서 자가용 보기가 워디 쉬웠어? 그때 항꾼에 서울로 가불었으믄, 성이랑 백화점도 가고, 영화관도 가고, 그 뭐시냐 놀이공원도 감시롱 남들처럼 평범허게 살 수 있었으까. 그랬으까? 워뗘? 당시로 돌아가믄… 성은 워쩔랑가? 나랑 서울 가는 열차 탈랑가? 7월 그날에 말이여. 맴은 여리디 여림시롱 목소리만 큰 엄니 모시고, 서울로 올라갔으믄… 우덜이 시 방이랑은 달르게 살 수 있었으까…?
--- p.312 「그라고 다 가불고 낭게」 중에서

귀섭 그럼 사람들은 워쩌케 책임질 것인디라?
남1 사람들?
귀섭 처형당한 사람들 말이어라우.
남1 혁명은 피여. 피의 희생 웂이는 이루어질 수 웂는 것이 혁명인게.
귀섭 뭣을 위한 희생인디라?
남1 당연히 당을 위한 희생이제.
귀섭 당? 위원장님 생각에는 시상 꼭대기에 있는 것이 사람이 아니고 당이어라? 지는 동의 못헙니다이. 지가 위원장님… 아니, 선상님헌티 힘을 보탠 것은, 밥도 못 묵어 얼굴에 버즘 가득허고, 아그 때부텀 눈 밑에 시꺼멓게 그림자 낀 사람들이 삼시세끼 밥이라도 묵는 그런 시상, 그런 존 시상 만들어 볼라고 그런 것이제, 포악시럽게 지 배만 불리는 지주건, 소작농 아들꺼정 살뜰히 챙겨 주는 지주건 구분 없이 싹 다 죽여 불고, 그 땅 다 뺏어 농민들 착취허는 당 상부 배때기 불려 줄려고, 그럴라고 하루아침에 요리 판을 뒤집어 부는 당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말이어라우. 진즉에 이럴 것을 알았으믄 지는 절대로 선상님 뜻을 안 따랐을 것잉만요이!
--- pp.351-352 「그라고 다 가불고 낭게」 중에서

귀섭 복아… 나 동생, 우리 복이… (웃음) 저승길 갈라니께 고라고 하고 잡은 말이 많아 부냐이? 워째 고라고 말이 많냐, 76년 동안 한나도 변한 것이 웂네, 우리 윤귀복이는….
귀복 성… 성님…(작은 흐느낌).
귀섭 워째 그런 말을 하냐, 복아? 인생에 누구 땀시가 워딨어? 그렇게 될 운명잉게 그렇게 된 것이고,살다 봉게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것이제. 워째 한평생 고런 아픈 맴을 몸뚱아리에 돌처럼 얹고 살었냐? 워째 그 긴 세월을 니 탓을 허고 살았어? 그 귀엽고, 암것도 몰르든 착허디 착헌 마음에 시꺼먼 색을 칠함시롱, 워째 고라고 심든 삶을 살았어? 복아… 인자 나 생각은 고만 혀. 빙원 침대에 누워 있는 니 마지막 시간은, 인자 오롯이 느그 마누라 갱희를 위해 쓰거라. 니 마누라 김갱희 생각만 혀고, 김갱희만 사랑허다, 웃는 낯으로 저승으로 오니라, 나 동생 귀복아… 더 이상 성 땀시 울덜 말어 인자, 알겄느냐….
귀복 ….
귀섭 귀복아, 저그 열차 기적 소리 들리냐이? 서울역 다 왔응게 인자 내려야제. 그라고 가만히 있지 말고 퍼뜩 내려. 사람들이 다 내려야 열차가 또 다음 역으로 달릴 수 있제. 고것이 인생인게… 고것이 삶인게… 나 말 알겄제?
귀복 (천천히 고개 끄덕인다) …이…. 이… 그려…….

--- pp.377-378 「그라고 다 가불고 낭게」 중에서

출판사 리뷰

대상작 「역행기(逆行記)」(김주희)는 “작품의 길이, 상상적 공간의 스케일, 주제의 다층성 등을 고려할 때 ‘대작’이라 부를 만한 희곡”(심사 총평)으로 평가되었다. 수 세대에 걸친 여성들의 기억과 상처, 연대를 신화적 구조와 환상적 장치로 풀어낸 작품이다. 지하 세계를 향해 하강하고 다시 상승하는 구조를 통해 ‘기억의 복원’과 ‘공통된 몸의 시간’을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김주희 작가는 이 희곡에 대해 “서로의 기억과 몸이 섞이는 시간 속으로의 여행”(작가의 말)이라고 밝히며, 삶의 ‘바닥 아래’로 내려가는 일은 결국 다음 세대를 위한 뿌리의 이양이기도 하다는 점을 조심스레 제시한다. 환상, 생태적 상상력, 신화적 서사가 결합된 독창적 희곡이다.

우수상 「야견들」(배해률)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그 시대의 어둠 속에서 성소수자, 사회적 소외자, 짐승처럼 살아야 했던 존재들을 통해 ‘경계 바깥의 삶’을 탐구한다. “짐승이 되기로 선택한 자들의 연대”(작가의 말)라는 이 작품은, 유머와 연민, 시적 리듬이 공존하는 서사로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낯선 시대와 낯선 삶에 대한 깊은 관찰을 풀어낸 이 작품은, 삶의 본질을 단순화하지 않으면서도 가볍지 않게 다루는 균형이 높이 평가되는 작품이다.

우수상 「그라고 다 가불고 낭게」(윤지영)는 여순 사건(여수·순천 10.19 사건)을 소재로, 죽음을 목전에 둔 노인이 12세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며 그날의 참혹한 진실을 들려주는 희곡이다. 전라도 방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가족과 공동체, 이념과 생존 사이에서 끝내 울음을 삼켰던 세대의 침묵을 그려낸다. 역사적 침묵과 개인의 상처를 응시하는 깊은 정서가 돋보인다. 한 세대의 고통이 세월을 건너 다시 전해지는 방식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역사적 치유의 필요성을 호소한다. 삶의 끝자락에서 찾아오는 기억의 파동이 어떻게 자기치유의 과정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 이 희곡은, 시대적 고통을 사적으로 끌어안는 서사적 진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희곡집의 세 작품은 모두 말이 쉽게 허락되지 않는 시대,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을 응시하고 있다. 무대 위의 인물들은 삶을 구체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이면에 있는 보편성과 비명(悲鳴)을 끌어안는다. 이 세 편의 희곡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언어와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말할 수 없었던 역사와 감정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라는 동일한 질문을 관통한다.

국립극단 창작희곡 공모 희곡선은 앞으로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상상력과 실천을 기록하고, 한국연극이 나아갈 수 있는 다채로운 가능성의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작가의 말

‘바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 온 이가, 바닥 아래의 존재들을 느낄 수 있다면.’ 이 희곡은 그 가능성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급변하는 시대, 끊임없이 훼손되어 가는 땅에 무수한 이야기가 쌓여 있음을 느낍니다. 우리는 지금 어느 땅 위에 서 있을까요. 함께 서 있던 이들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을까요. 복원해 낼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는 뒤편에 서 있었던 이들의 바닥과 마주하고 그들의 팔을 물려받기 위한 작은 노력입니다. 서로의 기억과 몸이 섞이는 시간 속으로의 여행이자, 섞이기를 요청하며 조심스레 내민 손입니다.
-김주희

1938년 5월의 세계를 살아 본 적은 없지만, 올망졸망 모여 사는 여관집 식구들과 도망길에 짐을 내던진 김시우와 총을 든 최은심과 산으로 숨어든 들개들의 마음으로는 살아 본 적이 있습니다. 이기와 적대가 달아 놓은 족쇄 때문에 멀리 나아가지 못하는 이 마음들을 널리 널리 풀어 주고 싶었습니다. 족쇄에 금을 내는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금이 나자 박살이 나는 것은 금방이었습니다.

낯선 이를 위한 싸움에 동참하려는 마음과 내 손에도 피를 묻히고야 마는 의지들로 「야견들」을 지었습니다. 짐승을 멸칭으로 사용하는 이들을 무찌르고 기꺼이 짐승이 되기로 하는 이들의 여정이 누군가의 묵은 체기를 잠시나마 가셔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배해률

길쭉하고 호리호리하던 나의 할아버지, 마을에서 가장 잘생겼던 사내는 매일 소주 한 짝을 비워야만 잠이 들곤 했다. 평생 술에 잠겨 살다, 오십을 조금 넘겨 그렇게 하늘로 가셨다. 마루에 앉아 멀뚱히 지는 해를 바라보다 어설프게 걷던 손녀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짓던 그분이, 어린 시절 형님을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분이 돌아가시고도 한참 후였다. 돌에 맞고 죽창에 찔리는 형님을 대숲에 숨어 봤어야 했던 열두 살의 소년- 소년이 오십이 되기까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오직 버티는 것뿐이었을 테지. 그러다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의 어린 자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옅게 웃다 그것이 미안해 다시 표정을 없앴을 테지. 한평생 무표정했던 마음들이 읽혀 나는 늘 할아버지가 그리웠다.

‘그라고 다 가불고 낭게’는 여순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평범하게 아침을 맞았던 사람들이 맞아 죽고, 찢겨 죽고, 총에 맞아 죽었다. 둑에 쌓이고, 다리에 널브러지고, 강줄기를 피로 물들였다. 10월의 한 주 동안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같은 방식으로 죽었고, 살아남은 자들은 가족이 죽었다고 목놓아 울지 못했다. 입을 닫고, 가슴에는 지퍼를 채웠다. 그리고 운이 좋아 버텼다면 이제 여든여덟이나 여든아홉이 되어 다가오는 죽음을 마주 보고 있다.

작년, 순천의 쪽방에서 나흘을 보냈다. 순천역과 순천고, 재래시장과 다리를 걸으며 그 끝에 제대로 된 ‘여순 기념관’이 있으리라 내심 기대했다. 어느 낡은 사무실, 2층 그곳의 문이 자물쇠로 잠겨 있어 문만 한참 보다 돌아 나왔다. 울음도 하소연도 어느 것도 내뱉지 못하고 삼키고만 있는 것이 77년 전이나 매한가지인 것 같아,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보지 말아야 할 것과 알지 말아도 될 것들이 어마어마한 스크린에 쏟아지고 있는 이 광속의 시대에, 구석에 접힌 채 쓸쓸히 시간이 지나기만을 버티고 있는 ‘여순의 이야기’를, 그렇게 늘 숨죽이며 불안한 삶을 사셨을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이제는 해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기어코 해야만 하지 않을까, 라는 열망으로 글을 쓰고 마쳤다.
-윤지영

리뷰/한줄평0

리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13,500
1 13,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