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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제목인 ‘알리바이 연대기’는 우리가 몸소 겪은 한국의 현대사를 말한다. 그렇다면, 알리바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알리바이 : [법률] 범죄가 일어난 때에,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범죄 현장 이외의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을 주장함으로써 무죄를 입증하는 방법. ‘현장 부재 증명’으로 순화. ‘알리바이가 성립되다’, ‘알리바이가 입증되어 혐의를 벗었다’ 등의 문장으로 사용된다. 한국의 현대 정치를 이끌었던 사람들은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부재를 증명하는 알리바이를 만들어 그것을 은폐한다. 그리고 그 무책임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평온한 일상으로 덮어진다. 한국사회의 전형적인 알리바이 구조는 3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책임 전가와 모순적인 정치적 수사의 사용, 둘째, 저항세력에 대한 도덕적 공격, 셋째, 분열과 차별을 이용한 효과적인 통치이데올로기 활용 우리는 이러한 ‘알리바이 연대기’의 실체를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여전히 진실에 근거하지 않는 국가와 정치권력의 실체를 파악해보려 한다. 한 개인으로서 우리가 그러한 국가와 정치권력, 특히 국가의 주군으로 행세하는 대통령이라는 존재와 맞닥뜨리게 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우리의 아버지들, 우리의 형들, 우리들은 각자의 시대에서 어떤 대통령들을 어떤 특정한 삶의 순간에 만나게 되었을까?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은 각자의 시대에서 또 어떤 대통령들을 만나면서 살아가게 될까?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통해 배출한 우리의 대통령들과의 직간접적인 만남의 순간, 우리의 인생은 또 어떻게 변했고, 또 어떻게 변해갈까? 아버지와 형과 나와 나의 아이들 각자 세대적 경험을 통해서 국가의 정치 지도자들이 한 국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보여주려 한다. 또한 개인의 삶의 역사와 국가의 역사를 교차시켜 봄으로써 굴곡진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개인들이 어떻게 자신의 삶의 여정을 거쳐 왔는지를 성찰해본다. 덧붙여, 나의 아버지와 형과 나와 나의 아이를 통한 한 가족의 삶의 흐름을 파악해보는 자전적인 삶의 드라마이기도 하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제 이름은 ‘재엽’입니다.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를 쓰고 연출한 김재엽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저와 형 그리고 아버지, 그러니까 1930년 일본국 대판시(현 오사카) 동성구 대금리정 556번지에서 태어난 故김태용 님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오래전 신병 훈련소 앞에서 저를 기다리던 아버지의 눈물이 떠오릅니다. 이상하게도 그날 아버지의 눈물을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눈물을 이해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버지는 생애 마지막 순간에 하나의 알리바이를 알려주셨습니다. 흐려진 진실과 폭격의 굉음이 더 익숙한 세상을 살아온 아버지. 언젠가 인생의 알리바이를 고백할 순간이 찾아온다면 저도 아버지처럼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 작품 중에서 "아버지의 눈물을 이해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 "아버지는 유신시대 박정희 정권 아래 살고 있었다기보다는 자신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부지런히 외국서적을 모으면서, 여기가 아닌 다른 어느 곳에 자신이 뿌리내리고 싶은 미지의 세계가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알리바이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 "아버지는… 피하고 싶었다. 많이 억울했고…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누가 착한 놈인지, 누가 나쁜 놈인지 도대체 알 수도 없고 말이지…" --- 작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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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사회의 역사를 얽어내는 과정은 딱딱한 사실의 나열이 아닌 잔잔한 웃음을 선사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작·연출 본인이기도 한 극중 인물 ‘재엽’은 내레이터로서 관객들의 길잡이가 된다. 재치 있게 써 내려간 한 가족의 이야기 속에 우리 현대사의 뒤엉킨 실타래는 한 올 한 올 풀어진다. 할아버지의 역사는 아버지에게로, 그리고 그 역사는 다시 아들에게서 그 아들에게로 흘러간다는 세상의 이치를 전한다.
소년 (손가락 총을 만들어 보이며) 너, 이게 뭔지 알아? 재엽 그게 뭔데요? 소년 빵! 빵! 총 아이가, 총! 재엽 그냥, 손가락인데요? 소년 그때는 이 손가락 총이 진짜 총보다 더 무서운 거였다. 재엽 그게 무슨 뜻이에요? 소년 (손가락 총으로 관객들을 향해 가리키며) 저기 저 사람, 저기 저 사람, 그라고 저기 저 사람……. 빨갱이다. 남로당 세포다. (관객에게 다가가) 아저씨, 좀 이상한데, 빨갱이 맞지요? 눈빛이 빨간데? 빵! 이래 손가락 총으로 쏴버리면, 끌고 가서 진짜 총으로 쏴버렸다. (총소리가 들린다) 내 목숨 살리려면, 남한테 손가락 총질을 해야 했다. 이래 완성된 게 바로 반공국가다. (선글라스를 벗으며) 제주도에서도 그랬고, 거창에서도 그랬고, 여수 순천에서도 그랬고, 노근리에서도 그랬다. 전국적으로 다 그랬다.우익청년들이 호루라기를 위협적으로 불어댄다. 소년이 움찔한다. “이전 세대를 무대 위에 오롯이 불러냄으로써,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싶다”고 말한 김재엽은 『알리바이 연대기』를 통해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당신의 알리바이는 무엇인지, 그리하여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