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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청년패스
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
남현지
창비 20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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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곡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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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뒷산에서
호수공원
오늘 서울 날씨
골목의 증식
전자랜드
낙산
피서
중앙공원
가방은 무거워 보인다
앙코르와트의 버섯 상인
버드나무와 오리
빛의 생산
실내장식
어딘가의 산과 짐승
산책로

제2부
거래처에서 배운 것
워크숍
종각
퇴근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곡선을 쓰지 않는 디자이너
공휴일
도시의 명소
실업자가 야구 보는 이야기
사소한 누아르
복도식으로
새를 구함
자영업자들
가이드
꿈의 번영
퇴로

제3부
행복의 문턱
바깥으로
하나의 문만 열린다면
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
오늘의 기도
축적과 이동
이웃의 정원
점거
중얼거리는 사람들
사양합니다
질량
주머니 속의 밤
시립수영장
철수
우리가 작고 어두운 것이었을 때

해설|전승민
시인의 말

저자 소개 1

2021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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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72g | 125*200*10mm
ISBN13
9788936425111

책 속으로

눈앞에 호수가 있고
나는 시민과 조경이 익숙한 듯이
벤치에 앉아서

방금 점심을 먹고 식당에서 나오다가
묶여 있는 개를 바라보는 회사원처럼
호수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

나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내가 배가 부르다는 게
큰 개가 묶여 있다는 게

(…)

호수는 잘 묶여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건물처럼
고요하게
--- 「호수공원」 중에서

선생님
제가 사랑이 없습니다

(…)

어제도 누가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지 하고 물었는데
보내주신 멸치볶음은 감사히 잘 받았다고
대답했습니다

인사말로는 부족합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친절보다 더 나은 약속이 있을 것 같습니다
혼자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밤이 계속된다면

복수는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원하지 않았고

일부러 찾아와
사랑하라고 사랑을 하라고
탁자를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은
즐거워 보였습니다
--- 「오늘 서울 날씨」 중에서

여름의 구름은 멈춰 있고
열무 옆에서 발가락을 씻는다
지붕은 푸른색
마음은 해로워라
연달아 일어나려는 조급한 배열을
참방거리며

여름은 살구를 손에 쥐여준다
길고 무더운 여름이 계속되겠지만

장판 위에 누우면
살구와 바다와 마음이 나란한
동해

(…)

미풍 같은 시를 읽고 싶다
고뇌, 열망, 후회……
알 게 뭡니까
--- 「피서」 중에서

산을 빚어줄까?
언니가 산을 만든다
우리는 산에 구멍을 뚫어
향을 꽂기로 했는데
그 작은 산은 가마 안에서
구멍이 사라진 채로 나타난다

빚어줄까?
언니가 네 발 달린 짐승을 만든다
불분명한 짐승을 빚는다고 한다
그 작은 짐승은 가마 안에서
꼬리가 사라진 채로 나타난다
떨어진 꼬리도 나타난다

그릇과 접시 사이에서
예상 밖의 산과 짐승을 몰고 온다
그것들이 자갈처럼 늘어나서
방 여기저기에 나타난다
저 산에 묻은 침은 누구의 것인가

언니가 다음에는
걷고 있는 사람을 빚어주겠다고 했는데
공방에서는 그것이야말로 부서지고 말 거라고
난색을 표했다
--- 「어딘가의 산과 짐승」 중에서

마트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약속이 남아 있다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요가 매트를 찾으며
더 건강하게 튀긴 이 감자칩과
저 감자칩 사이
최저가와 할인가 사이에서
엄청나게 수다스러운 멀티버스의 시간이 지나갔다

(…)

이 무수한 우주에 계속해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마트에서 시작할 수 있다
그렇게 쓰여 있다
--- 「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 중에서

오늘 네게 닿지 않고
떨어진 눈이
다시 눈으로 돌아올 겨울의 미래

남극에 내리는 눈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새로운 속성으로 발견되었다
고래와 갓난아이에게서도
공통적으로

흩날리는 흰 눈과
공장처럼 이동하는 미래

(…)

의도 없이 우리가
곳곳에서 축적되어갔다
아주 작은 조각의 형태로

--- 「축적과 이동」 중에서

출판사 리뷰

어두운 곳을 떠돌던 외로운 혼잣말이
시가 되어 멀리 날아갈 때


생활 속의 소소한 경험들로부터 시작하여 “고독 속에서 살아가는 일상의 수기”(전승민, 해설)로 써내려간 남현지의 시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사뭇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시인은 “혼자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밤이 계속”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못할 것”(「오늘 서울 날씨」) 같은 세계에서 우리의 삶은 안녕한지 묻는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는 아무리 조심하고 “신중해도/문제가 생길 수 있다”(「거래처에서 배운 것」)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시인은 고통 가득한 세계의 흐름이 바뀌기를 바라지만 때로 현실은 들끓는 “고뇌, 열망, 후회"(「피서」) 앞에서 눈을 감거나 간절한 “기도에 가까웠던 것을/자기계발식으로 다시 작성”(「워크숍」)하도록 만든다. 결국 남현지 시의 화자는 “깜깜해질 때까지 자신을/종일처럼”(「오늘의 기도」) 지켜보기를 택하며 자아가 지워져가는 한복판에서 깊은 사색의 결과물들을 건져낸다.

이 화자는 수많은 고뇌의 밤을 건너오며 “밤마다 번영을 꿈꾸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우주를 떠돌고 고래가 되는 꿈”을 꾸기도 한다. 꿈은 늘 “적절하게 실패한 채로 끝”나기 마련이지만 시인은 쉽게 낙담하지 않는다. “이런 꿈이라도 사라지지 않길 바라면서” 차분히 “뜨거운 아침 햇살을 맞이”(「꿈의 번영」)하겠노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시인은 냉소에 빠지지 않고 삶을 긍정할 때에 생기는 일들을 상상하고 자신의 안에 갇힐까봐 두려워하며 다른 세계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나아가 그 문을 열고 들어가 “우리가 같은 영혼을 가졌다고/지금부터 믿어버릴 것”(「하나의 문만 열린다면」)이라 기대한다. 결국 시인이 열망하는 것은 바로 “분별 없이는 싸움도 없다는/평화가 함께하”는 곳에서 망설임 없이 “즉각적으로/사랑”(「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하는 일, “자신을 인정하는 데서”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워크숍」)는 믿음이 훼손되지 않는 세상이다.

“오늘 네게 닿지 않고 떨어진 눈이
다시 눈으로 돌아올 겨울의 미래”


“이웃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도/아침이면 연어가 도착”(「전자랜드」)하는 기괴한 세계의 실상을 직시하며 시인은 우리의 삶은 건강한지, 세계는 평화로운지 다시금 묻는다. “이상한 춤을 추는 세계”(「우리가 작고 어두운 것이었을 때」)의 한복판에서 시인은 아늑한 평온과 건강한 삶을 도모한다. “고통 없는 세계”(「빛의 생산」) 같은 것은 아예 상상조차 할 수 없을지라도 때로는 장난스럽게, 때로는 애통하고 뜨거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계속해나가며 고통과 절망 너머의 세상을 향해 고개를 내밀어본다. 남현지 시의 화자를 따라 이곳저곳을 누비다보면 지나간 불행을 잊기 위해 애쓰면서도 “그 모든 시간이/나의 선택이었다고” 받아들이면 남은 날들을 충실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는 내일의 가능성이 어느새 마음 가득 차오른다. 시집을 읽어나가며 우리는 감추어져 있던 내밀한 이야기가 발화되는 환희와 “우리 자신의 고통을 지켜볼 수 있는 담대한 용기”(추천사)를 얻게 될 것이다.

이 풍경 속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 2024년 12월 남현지

추천평

모처럼 산에 올라도 사라진 마음이 돌아올 기미가 없다면. 호숫가를 걸어보아도 생각이 꼼짝 않는다면. 당신의 생활은 무사히 건강한가? 파업을 해도 택배가 현관 앞에 고분고분 놓여 있다면. 이웃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식탁 위에 싱싱한 연어가 올라와 있다면. 세계는 평화로운 한잠 중인가? 남현지의 시는 사랑을 하라고, 마음을 지키자고, 선량하고 아름답게 설득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그저 “마음은 해로워라”(「피서」)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거대한 마음들에 켜켜이 짓눌려 있는지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냉가슴 위에 마음의 위력을 되돌려준다. 시집을 펼치고 나는 알게 되었다. 자연이라고 부르는 추상, 정물처럼 얌전한 사랑 같은 것들이 실은 어떤 종횡무진으로 까다롭게 살아 있는지. 손쉬운 방법으로 뭉뚱그려놓은 세계가 어떤 고통으로 제각각의 세부를 가시 돋치는지. 너무 깨끗한 물을 보면 깊이를 알 수 없어 두려운 것처럼, 시집을 읽으며 때로 몸서리쳤다. 문득 시의 맑은 표면 위에 나의 얼굴이 불쑥 비치기도 했으므로. 그러니 남현지의 시는 관조의 위치에 안전하게 자리 잡고 대상을 음미하도록 돕는 가이드는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시끄럽고 변덕스럽게” “깜깜해질 때까지 자신을/ 종일처럼”(「오늘의 기도」) 지켜볼 수 있는 힘, 우리 자신의 고통을 지켜볼 수 있는 담대한 용기만큼은 반드시 얻어 갈 수 있을 것이다. - 유계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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