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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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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연희와 민현』 추천사 강혜빈 3
시인의 말 7

0부

시작하는 마음 민현 14
힘 빼기 시작 연희 16

1부 연쇄

무한척추운동구간 연희 22
언니들 가방에 들어가신다 민현 26
어깨동무 연희 30
무덤과 베개 민현 32
잔디 심는 방법 연희 34
꿈에서 본 지옥 민현 38
때 이른 봄의 규칙 연희 42
우정의 규칙 민현 44

2부 파동

힐마 아프 연희 50
힐마 아프 민현 52
고양이를 부탁해 연희 56
고양이를 부탁해 민현 60
우아한 유령 연희 62
우아한 유령 민현 66
순정만화 연희 70
순정만화 민현 7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연희 74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민현 78

3부 융합

질서정연하게 소복소복 쌓이는 것에 대한 민현 84
북쪽 쥐 연희 88
언어 이전의 세계 민현 92
령(靈) 연희 96
접시의 모든 것 민현 100
사금파리 줍기 연희 102
사물의 입장 민현 106
너의 수많은 개 사진 속에서 연희 110

4부

밤의 리듬, 봄의 리듬 연희, 민현 116

에세이

마음을 이어 붙이면 종이비행기 122
6조각으로 나눈 마음 126

작가소개
연희 134
민현 135

저자 소개 2

2016년 《창작과비평》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폭설이었다 그다음은』,『희귀종 눈물귀신버섯』, 공저 『연희와 민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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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고 꿈꾸는 건 더 좋아했다. 공상과 산책이 특기이자 취미이다. 세상은 읽어도 읽어도 계속 페이지가 새로 생기는 책 같은 기분, 세상과 나를 탐구하기를 즐긴다. 시의 다정함과 반짝거림이 좋아서 시인이 되었다. 2017년 [한국경제]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킬트, 그리고 퀼트』,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 청소년시집 『우리가 사는 지구는 천천히 멸망 중』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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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10*188*20mm
ISBN13
9791192066370

책 속으로

어깨가 굽은 사람은
따개비처럼 몸에 달라붙은 상념에
점점 앞으로 수그러질 수밖에
그럼 영혼을 좀 펴봐
곧게 말이지
상담자가 툭 뱉은 말에
그만 주눅이 들었지만
영혼들에겐 큰 낙차가 있고
삐딱한 콧날, 기우뚱 걷는 걸음걸이, 구두 왼쪽 뒤축만 닳는 것
그게 다 직립을 거부하기 시작한 징조일테고
나는 여자들의 영혼을 구할 거야
헛된 수고라니
쓸모없는 형체라니
--- p.22

언니들 가방에 들어가신다
아름다움이 뭔지 모르면서
커다란 느티나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그 아래서 언니들을 기다린다
내가 사랑하는 언니들은
조금씩 잔인하고 익살스럽지
가부장제를 뿌리 뽑는 언니
악덕 사장의 머리털을 뽑은 언니
남편 아닌 아내 아닌 애인 있는 언니
언니의 신발을 신고
언니들의 마이크를 쥐고
그 모든 언니들의 안경을 쓰고
바라보면 법전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책
글을 써도 응답 없음,
서신을 보내도 응답 없음,
초인종 눌러도 응답 없음,
--- p.26

가끔 그 숲에 나비 날고
가끔 웃음을 채집하러 다니고
가끔 빽빽한 빌딩을 걷고
가끔 혼자가 더 좋은 그런 주인공에게
왈가닥 친구 있고
사거리에 불어오는 숄
죽은 아기를 덮었던
고급 백화점에 장식되어 있던
거리에서 잠자는 사람 휘감았던
그런 숄;
어깨에 안착할 때
주인공은 그 숄의 역사를 상상하기 좋아하고
그런 주인공에게
가끔만 등장해도 좋은 친구가 있으니까요
본편보다 번외편이 때론 더 재밌으니까요
--- p.73

행복이라고 크게 말했는데
불행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사랑이라고 속삭였는데
오줌만 마려워 죽겠어
딩고 오 딩고 봅시 아싸해 도라이 망가인 우리 사포롱
어서 수수께끼를 먹어야 해
우리에겐 말장난이 필요해
오줌을 누는 동안 담요는 젖어 든다
부풀어 오른다
재버워키의 시는 이상하고 제멋대로인 주름들
딩벳과 실밥과 보풀 속에 숨은 시를 읽는다
--- p.75

04.03. Pm 10:34
깜빡깜빡 반짝이는 밤의 리듬, 봄의 리듬, 별의 리듬,
심장과 발바닥에 와닿는 꽃잎의 리듬
죽음에 가까운 리듬
낯선 언어가 들려온다
그것은 멀리 은하계 밖에서 보내는 신호
04.04. Pm 06:35
우리 함께 죽은 것들과 놀자
우주 밖으로 떠밀려간 쓰레기 더미는 푹신해서
영혼 없고 희망 없는 것들이 모두
하나가 돼

--- p.117

출판사 리뷰

추천사_ 강혜빈 시인

연희와 민현의 세계로 들어가면 별안간 무중력 상태가 된다. 폭풍우에 몸을 맡기고 진동하는 땅 위에서 균형을 잡다가 찌릿하게 감전되고 만다. 호각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부서지는 세계 위로 전력 질주하는 아킬레스건이 보인다. 다만 힘을 뺀다는 건 제대로 놀아보겠다는 뜻. 저절로 신명나는 칼춤과 알록달록한 유령들의 행진이 이어진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는. 잔잔히 무심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무섭게 몰아치는. 너무나도 달라보였던 둘이 녹아내리니 다름 아닌 하나 된다. 우정의 의미나 이면을 애써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우정이 여기 있다. 함께 이상하고 씩씩한 춤을 추는.

이 세계는 연쇄와 파동, 그리고 융합의 규칙으로 작동된다. 규칙을 깨부수는 규칙으로. 뒤섞이는 리듬은 액체 슬라임처럼 여러 조각으로 나뉘었다가 다시 한 덩어리가 된다. 끈적끈적하게, 말랑말랑하게, 아무렇게나 통통 튀면서. 둘은 새로운 ‘것’을 탄생시킨다. 아주, 흥미롭고도 험한 것을…… 형상은 질료에 의해 구현되며, 질료와 형상이 결합되면 비로소 새로운 ‘것’이 만들어질 수 있다. 둘은 어깨동무를 하고 무덤과 베개를 나란히 두고 규칙을 파기하고 산책의 감각을 새로 쓴다. 탈주하고 탈피하고 탈진하고. 호방하게 무릎을 털고 일어선다. 같은 시의 제목으로 다른 세계를 열어 보인다. 동시에 다른 시의 제목으로 우연히 마주한다. 민현과 연희가 나눈 영혼과 어깨, 무덤과 규칙, 고양이와 유령, 순정만화와 북극, 그리고 언니와 접시들, 둥근 포옹, 세모난 단어 채집, 우아한 영혼의 장난들이 좋다. 폭삭 깨졌다가도 다시 뭉치는 전 지구적인 재료들이 좋다. 봄밤에, 달콤한 즙이 줄줄 흐르는 피자두를 베어 무는 아찔한 기분이 든다. 괄호 속에 숨은 은밀한 암호와 언어의 거대한 지도를 본다. 그들의 시 속에서 새로 태어난 존재들의 모든 말들을. 언어와 언어 아닌 것들을.

“둘이라는 말”은 푹신하다.* 영원히 둘이고만 싶다. 이 사랑스러운, 예사롭지 않은, 악동 같은 언니들의 디스코 팡팡 팝핑 캔디 같은 해체쇼를 영원히 바라보고 싶다. 둘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서 팔짱을 끼고 싶다. 재미있는 미신을 들려주고 싶다. 깊은 밤에 휘파람을 불고 싶다. 금기를 깨고 싶다. 연희와 민현과 함께라면 어쩐지 아무 것도 무섭지 않다. 언니라는 말을 다시, 우정의 뼈를 매만지며, 언니, 언니- 하고 불러본다. 세계의 밑바닥에서 상상도 못한 정체가 나오더라도 짤랑거리는 춤을 멈추지 않기를. 산뜻한 죽음을 향해 함께 걸어가기를.

시란 무서워? 시작이란 우스워!
시작이란 무서워? 시란 우스워! **

우리 아무거나 되자.

* 주민현, 「시작하는 마음」 부분
** 한연희, 「힘 빼고 시작」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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